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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부산까지 차타고 걸리는 시간 5시간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타고 걸리는 시간 2시간 40분
서울에서 부산까지 비행기타고 걸리는 시간 1시간남짓.
시대가 발전해감에 따라 그에 따른 시간과 비용이 단축되고
이 모든 것의 속도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변해간다.
속도 중시사회.
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은 여유를 잃고
산의 풍경보다
산 꼭대기만을 향해
슬프게 질주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내버스 여행
■ 기간 : 2010년 7월 31일(토) ~ 8월 2일(월)
■ 비용 : 10만원 (천원많이, 동전많이)
■ 준비물 : 카메라, 필기도구, 세면도구, 생수, 지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남아도는 시간과 돈,
쓸데없는 짓 하지말라는 엄마의 잔소리.
■ 교통편 :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조건 시내버스
■ 이동경로 :
칠월의 마지막 날 이른아침
시작은 서울의 역사가 담겨있는 부산과 서울 교통의 메카
그리고 노숙자분들의 생활터전에서 출발!
휴가철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가족단위로 휴가가는 사람들,
여자친구 남자친구와 오붓히 손잡고 가는 커플들,
친구들과 함께 시끌벅적 떠들며 추억을 쌓으러가는 친구또래들,
오랜만에 휴가나와서 집으로 향하는 수많은 군인들.
첫번째 버스!
버스번호 : 421번
노선 : 서울역 ~ 강남역 3번출구
요금 : 카드 900원
소요시간 : 09:30 ~ 10:05
부산으로 안내할 첫번째 버스다.
나름 이곳저곳 다 뒤지며 준비도 하고 잘 할 수 있을거란 마음도 먹었는데
실상 첫발걸음을 내디니 걱정이 앞선다.
말은 쉽지만 시내버스만 타고 부산으로 가는게 가능하긴할까...?
이렇게 가다가 객사하는거 아녀?
두번째 버스!!
버스번호 : 500-5번
노선 : 강남역 3번출구 ~ 모란역 7번출구
요금 : 카드 900원
소요시간 : 11:00 ~ 11:45
복잡한 강남역 주변을 30분넘게 헤매다 겨우 버스를 잡았다. (시간지체로 환승 못함)
배차간격이 있는 버스인 것도 있지만 길가와 중앙차로 두군데 버스노선이 있어 헷갈린 것도 있었다.
다산콜센터 김정미님의 친절한 답변을 듣고 3번출구 우리은행 앞 중앙차로에서 버스를 탔다.
고마워요 누나.
앞으로 자주 찾아뵐께요.
세번째 버스!!!
버스번호 : 77-1번
노선 : 모란역 7번출구 ~ 수원역
요금 : 환승 600원
소요시간 : 12:07 ~ 14:00
"수원역 가죠?"
"이거 엄청 오래걸리는데 다른거 타지?"
"아니에요, 제가 원하던 바에요^^"
모란역에서 탄 수원역 버스.
지금 생각해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시내버스 중 가장 오래 걸렸던 버스가 아닐까 싶다.
덕분에 이 버스를 타면서 모란역에서 사놓은 옥수수 3개와 아침잠을 설레 못잤던 잠을 보충할 수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서울을 벗어나니 높은 건물들이 사라져간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수원화성.
4시간반만에 수원에 입성.
네번째 버스!!!!
버스번호 : 301번
노선 : 수원역 ~ 오산역
요금 : 환승 300원
소요시간 : 14:19 ~ 15:07
수원오기가 이리 힘들다니...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배가 몹시 고팠지만
아직 경기도도 벗어나지 못한데다 시간도 너무 지체되어 급히 몸을 실었다.
다섯번째 버스!!!!!
버스번호 : 2번
노선 : 오산역 ~ 평택역
요금 : 환승 400원
소요시간 : 15:09~ 15:56
오산역에서 평택역으로 가는 2번버스.
복잡한 수도권을 벗어나니 버스타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여섯번째 버스!!!!!!
버스번호 : 130번 (110번도 노선 비슷)
노선 : 평택역 ~ 성환터미널
요금 : 현금 1,200원
소요시간 : 16:22 ~ 16:42
이곳부터 서울에서 쓰는 교통카드가 먹히지 않아 현금으로 냈다. (내가 갖고간 카드는 우리V체크카드)
마이비카드를 미리 사두면 부산까지 요긴하게 쓰기 때문에 미리 사두길 권장한다.
평택항이 인접해 있는지라 시장에는 수산물이 많았고 해군들이 심심치않게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곱번째 버스!!!!!!!
버스번호 : 100번 (110번도 노선 비슷)
노선 : 성환터미널 ~ 천안역
요금 : 현금 1,200원
소요시간 : 16:52 ~ 17:40
환승을 못하니 현금이 많이 깨진다.
천안 근처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외국인노동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마 공장이 많이 인접해 있는 지역이라 그런가보다.
서울에서 온 나조차 불안한데 타지에서 온 그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고 고향이 그리울까.
여덟번째 버스!!!!!!!!
버스번호 : 701번 (700번도 노선 비슷)
노선 : 천안역 ~ 전의역
요금 : eb카드 2,120원 (구간요금적용)
소요시간 : 17:57 ~ 18:37
아 제길,
eb카드랑 마이비카드랑 똑같은 줄 알고 eb카드를 사고 만원까지 충전했는데 알고보니
eb카드랑 마이비카드는 엄연히 다르고 경상도지방에는 eb카드를 쓸 수 없다는 슬픈 얘기를 들었다.
버스 소요시간이랄지 요금이랄지 여러가지 변수가 많아 걱정이 되었다.
'마이비를 샀어야 하는데...'
'아침에 조금 일찍 서둘러나왔어야 하는데...'
'조금 더 신중했더라면 쓸데없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을텐데...'
전의역에 도착하면 구멍가게에서 승차권을 살 수 있다.
전의역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버스 시간표와 회수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구멍가게에서 TV를 눈팅했는데 스타킹에 나온 리틀깝권을 보니
마냥 웃음이 나왔다.
아홉번째 버스!!!!!!!!!
버스번호 : 번호없음
노선 : 전의역 ~ 조치원역
요금 : 승차권 1,600원
소요시간 : 19:00 ~ 19:34
조치원역에서 내려 신탄진가는 시내버스를 타려면 조치원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조금 내려가야한다.
시내버스 여행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길을 모른다면 주변사람들에게 꼭 물어볼 것.
버스를 승차시 역방향일 수도 있으니 버스기사님한테 꼭 확인하고 탑승할 것.
길을 묻기에 좋은 사람은 슈퍼마켓 아줌마아저씨(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안됨), 택시기사 아저씨 등이 있다.
열번째 버스!!!!!!!!!!
버스번호 : 번호없음
노선 : 조치원역 ~ 신탄진
요금 : 카드 2,550원
소요시간 : 20:00 ~ 20:40
8시가 지나니 해가 까무룩 졌다.
밤이 되도 번쩍번쩍한 서울에비해 지방은 체감어둠지수가 높아 무척이나 불안하다.
버스도 서울에 비해 일찍 끊겨 대도시에서 묵지 못한다면 헤맬 수가 있다.
다행히 오늘은 대전에서 묵을 수 있겠다.
열한번째 버스!!!!!!!!!!!
(너무나 어두워 버스사진은 다음날 아침에 찍은 걸로 대체했다)
버스번호 : 711번
노선 : 신탄진 ~ 대전역
요금 : 카드 950원
소요시간 : 21:08 ~ 21:53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고 쓸데없는 시간(헤맨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더라면 대구까지 갈 수 있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았지만
오늘 여행은 대전에서 끝내기로 했다.
대전에 사는 성민이한테 연락을했더니 웬일이냐며 같이 저녁을 먹어주고 손수 찜질방 티켓을 가지고와 하룻밤을 같이해주었다.
팔월의 첫째 날 이른아침
앉아만있는 시내버스여행이라 체력소모는 덜 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피곤이 쏟아져 아침에 눈을 못 뜰뻔했다.
찜질방에서 가까스로 성민이가 깨워줘서 얼른 준비를 하고 옥천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늘의 목표는 적어도 경주, 많게는 울산이다!
열두번째 버스!!!!!!!!!!!!
버스번호 : 607번
노선 : 대전역 ~ 옥천버스 앞
요금 : 카드 950원
소요시간 : 09:57 ~ 10:28
참 신기하다.
대전에서 옥천가는 버스는 607번 달랑 하나.
이 버스가 없었더라면 시내버스는 여행은 물거품이 되고만다.
의외로 이런 하나밖에 없는 노선, 하나밖에 없는 버스들이 많은데 이렇게 하나하나가 부산까지 연결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버지의 고향인 옥천.
여행을 오기 전 옥천의 대지주였다는 증조할머니 이야기에 혹시 내가 가고있는 이 길이 그 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딱딱한 고속도로 혹은 기찻길을 벗어나 지역 구석구석을 훑어가는 시내버스여행은 이런 매력이 있지 않나 싶다.
창 밖에 보이는 버스 정류소.
무언가 시간이 정지해있는 차분한 느낌.
대전 옥천 구간은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어 기분이 몹시 좋았다.
양산가는 버스 노선.
농촌버스라 시간이 2시간 간격이다. 다행이 30분 앞두고 도착하여 여유롭게 탈 수 있었다.
열세번째 버스!!!!!!!!!!!!!
버스번호 : 농촌버스
노선 : 옥천버스 앞 ~ 양산
요금 : 환승 750원
소요시간 : 11:00 ~ 11:50
버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버스 기사님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운전을 하시고
할머님들과 껄껄껄 수다를 떠시며 즐겁게 운전을 하신다.
햇빛때문인지 버스에는 커튼도 달려있다.
열네번째 버스!!!!!!!!!!!!!!
버스번호 : 농촌버스
노선 : 양산 ~ 영동역
요금 : 승차권 1680원
소요시간 : 12:13 ~ 12:40
농촌버스는 시간이 정해져있는데 옥천에서부터 정말 신기할 정도로 시간이 딱딱 들어맞았다.
12시 10분차 영동역으로 가는 버스.
추풍령 고개를 넘는 버스 시간표
열다섯번째 버스!!!!!!!!!!!!!!!
버스번호 : 농촌버스
노선 : 영동역 ~ 추풍령
요금 : 현금 2,350원
소요시간 : 13:22 ~ 14:03
굽이굽이 추풍령 고개길을 넘는 버스.
여유로운 시내버스 여행길이다.
열여섯번째 버스!!!!!!!!!!!!!!!!
버스번호 : 11번 (111번도 노선 비슷)
노선 : 추풍령 ~ 김천터미널
요금 : 현금 1,100원
소요시간 : 14:10 ~ 14:42
서울에서부터 왔다니까 반겨주시는 버스기사님.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껄껄껄.
김천에 들어서자 가장 놀라웠던건 이곳에서부터 사투리를 쓴다는 것.
충청도 쪽은 사투리가 심하지 않아 별로 티가 않난데에 반해 경상도 쪽으로 넘어가니 바로 사투리가 왔다갔다한다.
열일곱번째 버스!!!!!!!!!!!!!!!!!
버스번호 : 555번
노선 : 김천터미널 ~ 구미역
요금 : 현금 2,300원
소요시간 : 15:11 ~ 15:55
마이비마이비마이비...
살껄 그랬다.
망할 eb카드 때문에 이곳에선 쓰지도 못하고 애꿎은 돈만 샌다.
다음엔 꼭 마이비를 사야지!!
얼마 전 한참 시골마을이었던 구미가 경부고속도로가 깔리고나서부터 공단이 생기고 엄청난 발전을 일으켰다는
다큐멘터리를 봤던 것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공단이 즐비해 있었다. 그에 따른 외국인 노동자들도 무수히 많았다.
열여덟번째 버스!!!!!!!!!!!!!!!!!!
버스번호 : 111번
노선 : 구미역 ~ 왜관
요금 : 현금 1,500원
소요시간 : 16:10 ~ 17:06
이게 웬 떡.
버스에서 내리려는 찰나 마이비 카드를 주웠다.
그것도 청소년용으로!!
이것이 시크릿의 힘?!
열아홉번째 버스!!!!!!!!!!!!!!!!!!!
버스번호 : 250번
노선 : 왜관 ~ 대구북부정류장
요금 : 현금 2,000원
소요시간 : 17:18 ~ 18:00
드디어 대구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했다.
카드에 돈이 없어 계속 현금만 지출하고있다.
스무번째 버스!!!!!!!!!!!!!!!!!!!!!
버스번호 : 309번(427번도 노선 비슷)
노선 : 대구북부정류장 ~ 2.28기념중앙공원
요금 : 현금 1,100원
소요시간 : 18:20 ~ 18:44
대구 입성!!
역시 이름에 걸맞게 늦은 시간에도 날씨가 푹푹찐다.
대구 대도시인만큼 땅덩어리가 커서 영천까지 가로지르는 버스가 없다.
시내버스여행을 준비하며 대구쪽 노선을 알아볼 때가 가장 애를 먹었었는데 정보를 모아본 결과
북부정류장에서 영천을 가려면 동쪽으로 가야하고 동쪽으로 가려면 중간에서 환승을 해야하는데
가장 만만한 곳이 2.28기념중앙공원이었고 2.28공원에서 햐앙을 가야 영천버스터미널가는 555번(혹은 55번) 버스를 탈 수가있다는 것이었다.
결론은 대구는 크기 때문에 환승을 두어번정도 해서 가로질러야 한다는 것이다.
아 그리고 대구는 대경카드라는 교통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주구장창 현금을 또 써야한다는 것이다. 젠장
어쩐지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스물 한번째 버스!!!!!!!!!!!!!!!!!!!!!!
버스번호 : 518번 (508번도 노선 비슷)
노선 : 2.28기념중앙공원 ~ 하양
요금 : 현금 1,100원
소요시간 : 19:05 ~ 19:57
대도시를 벗어나면 숙박할 곳이 마땅치 않은데 오늘 대구에서 시내버스를 마치면 시간이 애매하게 남고
더 가면 경주까지 무리해서라도 가야 숙박을 할 수 있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마음이 급해진다.
스물 두번째 버스!!!!!!!!!!!!!!!!!!!!!!!
버스번호 : 555번 (55번도 노선 비슷)
노선 : 하양 ~ 영천버스터미널
요금 : 현금 1,500원
소요시간 : 20:14 ~ 20:30
"저기 집에 가시는 길이세↗요?" (사투리)
하양에서 영천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도중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사람이 말을 걸었다.
"여행 중이에요"
"어디서 오셨는데↗요?"
"서울이요 시내버스만 타고 부산까지 가고있어요"
"아. 돌아다니는거 좋아하시나봐↗요? 저는 집에 있는거 좋아하는↗데 20살?"
"스물 넷이요^^"
"아, 또래네↗요. 혹시 초끈이라고 아세요? 분자원자를 쪼개고 소립자까지 쪼개면 초끈이라는 단계에 이르는데 사람마다 그 연결고리안에 있데↗요"
"아..네"
"혹시 우리가 만난것도 이런 초끈 때문인지도 몰라↗요 혹시 한가하세↗요?"
"아뇨. 오늘 경주까지 가야되서 더 지체하면 잘 곳이 없거든요"
"아, 좀 더 얘기 나누고 싶은↗데, 어쩔 수 없네↗요"
"그럼"
대구대학생이라던 그 여학우는 종교쪽인지 물리학쪽인지 뭔지는 몰라도 행운을 빌어주고 버스를 태워주었다.
스물 세번째 버스!!!!!!!!!!!!!!!!!!!!!!!!
버스번호 : 번호없음
노선 : 영천버스터미널 ~ 아화
요금 : 현금 1,700원
소요시간 : 21:00 ~ 21:25
정말 정말 중대한 실수를 했다.
하양에서 영천버스터미널로 와서 아화가는 버스승차권을 끊고 아화로 향하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에서와 같이 고속버스를 탄 것이다.
1,700원에 끊은 승차권은 경주행 고속버스인데 아화를 경유해서 가는 것이었고 사전조사할 때 아화로 가는 버스는 번호가 없는 것이라
무심코 타버린 것이었다. 설마설마해서 찍은 사진을 다시 보고 또보고 버스 주위를 살펴보니 고속버스가 맞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아화행 시내버스는 18시에 끊기고 고속버스는 수시로 있다는 것이었다.
아... 아화로 가는 길에 가슴이 너무 무거웠다.
그동안 고생한 것이 다 물거품이 되는 듯한 느낌이랄까.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영천에서 마땅히 묵을 곳도 없거니와 내일 점심에 부산에서 만나야할 사람이 있어 오늘은 최소 경주까지는 가야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곳에서 나의 시내버스 여행은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서울에서 영천까지 시내버스 여행...
정말 뜬금없는 서울에서 영천까지 시내버스여행기...
노선에만 신경 쓴 나머지 영천터미널에서 아화까지가는 노선의 막차시간을 입수하지 못했고 다음날 약속까지 잡아버려 되돌릴 수도 없게된것이다.
모든게 내 탓이었고 너무 경솔했던 탓이었다.
아화로 가는 길은 너무나 분했고 빠르다고 좋아했던 고속버스가 그토록 미웠던 적이 없었다.
잊지못할 영천에서 아화가는 길.
그래서 다짐했다.
슬프지만 먼 훗날 다시 영천으로 와서 아화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연결하기로
스물 네번째 버스!!!!!!!!!!!!!!!!!!!!!!!!!
버스번호 : 300번
노선 : 아화 ~ 경주고속버스터미널
요금 : 현금 1,700원
소요시간 : 21:00 ~ 21:25
늦은 밤 무거운 마음으로 역사의 고장 경주에 도착했다.
버스 기사 아저씨께 근처 찜질방을 물으니 좀 전에 지나온 건천시내에 큰 찜질방이 있으니 돌아가라고 하신다.
의외로 경주 쪽에는 모텔은 많으나 찜질방이 없다는 이야기에 나중에 경주에서 찜질방 하나 운영해볼까라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청소년은 10시 이후 입장불가라며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던 아주머니를 멋쩍게 만든 후
장미란도 들지못할 정도의 무거운 눈꺼풀을 닫으며 8월의 첫 하루를 마감했다.
대전에서 경주까지,
오늘도 참 길고 긴 하루였다.
팔월의 두번째 날 이른아침
오늘은 시내버스로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마지막 여행날이다.
경주에서 부산까지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점심에 부산역 앞에서 종현이 삼촌과 성민이를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스물 다섯번째 버스!!!!!!!!!!!!!!!!!!!!!!!!!!
버스번호 : 600번
노선 : 경주고속버스터미널 ~ 모화역
요금 : 현금 1,500원
소요시간 : 08:37 ~ 09:18
아침으로 경주빵 5천원어치를 사서 버스에서 맛나게 먹으며 이동을 했다.
역사의 고장을 가로지르는 길인만큼 유적지가 많았고 동네 주유소, 파출소조차 기와를 올려놓아 분위기가 한껏 살렸다.
연꽃으로 조성해놓은 공원들도 많아 볼거리가 다양했던 경주시내버스 안이었다.
기와를 올려놓은 경주의 어느 동네주유소
스물 여섯번째 버스!!!!!!!!!!!!!!!!!!!!!!!!!!!
버스번호 : 402번
노선 : 모화역 ~ 울산 학성공원
요금 : 카드 950원
소요시간 : 09:30 ~ 10:09
울산입성.
이정표에 포항과 부산이 보이기 시작하니 여행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아 무척 뿌듯했다.
스물 일곱번째 버스!!!!!!!!!!!!!!!!!!!!!!!!!!!!
버스번호 : 1127번
노선 : 울산 학성공원 ~ 부산 노포동
요금 : 환승 950원
소요시간 : 10:15 ~ 11:42
드디어 부산이다!
장장 27번의 버스를 타고 출발시각부터 50시간이나 흘렀다.
하지만 나의 목표는 부산 노포동이 아니다.
서울역에서온 남자라면 부산역을 밟아봐야하지 않겠는가.
스물 여덟번째 버스!!!!!!!!!!!!!!!!!!!!!!!!!!!!
버스번호 : 49번
노선 : 부산 노포동 ~ 연동시장
요금 : 환승 650원
소요시간 : 11:54 ~ 12:38
부산 노포동에서 부산역까지 직행으로 가는 시내버스는 없어 연동시장에서 환승을 해야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부산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겠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돌아서 가더라도 종착지까지 시내버스다.
앞으로 부산역까지 단 하나의 버스만 타면된다.
마지막 스물 아홉번째 버스!!!!!!!!!!!!!!!!!!!!!!!!!!!!!
버스번호 : 87번
노선 : 연동시장 ~ 부산역
요금 : 환승 0원
소요시간 : 12:50 ~ 13:40
마지막에 버스를 역방향으로 타버려 종착지까지 20분이 지연 되었다.
그래도 기분은 무척 좋았다.
서울역 앞 421번을 타고 시작한 시내버스 여행은 부산에 어느 한 87번 버스로 마침표를 찍었다.
총 타고온 버스 : 29대
총 걸린시간 : 52시간 10분
총 비용 : 36,500원(교통비) + 30,000(식비) + 7,000(숙박비) + 5,000(기타) = 78,500원
2박 3일의 짧고도 긴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군 시절 문득 다큐멘터리를 보고 하나의 작은 꿈을 가지고 시작한 여행.
2,3시간이면 갈 수 있는 부산을 돈을 더 쓰고도 3일만에 갔다고하면 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
기준이 무얼까?
돈?
시간?
물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 비효율적인 선택이 틀림없다.
하지만 시내버스에서는 딱딱한 고속도로에서 보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있다.
버스 하나만 갈아타도 수시로 변하는 창밖 풍경과 사람들 말투,
건물은 높아졌다가 낮아지고 초록산들도 춤을 춘다.
쾌쾌한 매연을 내뿜는 시내도 있지만 풀내음, 바다내음이 물씬 나는 곳도 있다.
맨발로 운전하는 버스 아저씨도 있고, 주말아침 친구를 만나러 추풍령 고개를 넘는 친구,
타지에서 돈을 벌러 온 외국인 노동자들 모두 시내버스 안에 있다.
2010년의 푹푹찌는 어느 여름날,
엄마 말씀대로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집에서 선풍기 바람이나쐬며 편하게 영화 한편을 봤다면
일상 속에 묻혀 점차 잊혀졌겠지만
질리도록 시내버스를 타고 생고생을 해보니
젊은 날 이런 특이한 경험은 두고두고 잊지못할 것 같아 후회하지 않는다.
아, 근데 서울도 시내버스로 왔냐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타고 걸리는 시간 5시간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타고 걸리는 시간 2시간 40분
서울에서 부산까지 비행기타고 걸리는 시간 1시간남짓.
시대가 발전해감에 따라 그에 따른 시간과 비용이 단축되고
이 모든 것의 속도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변해간다.
속도 중시사회.
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은 여유를 잃고
산의 풍경보다
산 꼭대기만을 향해
슬프게 질주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내버스 여행
■ 기간 : 2010년 7월 31일(토) ~ 8월 2일(월)
■ 비용 : 10만원 (천원많이, 동전많이)
■ 준비물 : 카메라, 필기도구, 세면도구, 생수, 지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남아도는 시간과 돈,
쓸데없는 짓 하지말라는 엄마의 잔소리.
■ 교통편 :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조건 시내버스
■ 이동경로 :
칠월의 마지막 날 이른아침
시작은 서울의 역사가 담겨있는 부산과 서울 교통의 메카
그리고 노숙자분들의 생활터전에서 출발!
휴가철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가족단위로 휴가가는 사람들,
여자친구 남자친구와 오붓히 손잡고 가는 커플들,
친구들과 함께 시끌벅적 떠들며 추억을 쌓으러가는 친구또래들,
오랜만에 휴가나와서 집으로 향하는 수많은 군인들.
첫번째 버스!
버스번호 : 421번
노선 : 서울역 ~ 강남역 3번출구
요금 : 카드 900원
소요시간 : 09:30 ~ 10:05
부산으로 안내할 첫번째 버스다.
나름 이곳저곳 다 뒤지며 준비도 하고 잘 할 수 있을거란 마음도 먹었는데
실상 첫발걸음을 내디니 걱정이 앞선다.
말은 쉽지만 시내버스만 타고 부산으로 가는게 가능하긴할까...?
이렇게 가다가 객사하는거 아녀?
두번째 버스!!
버스번호 : 500-5번
노선 : 강남역 3번출구 ~ 모란역 7번출구
요금 : 카드 900원
소요시간 : 11:00 ~ 11:45
복잡한 강남역 주변을 30분넘게 헤매다 겨우 버스를 잡았다. (시간지체로 환승 못함)
배차간격이 있는 버스인 것도 있지만 길가와 중앙차로 두군데 버스노선이 있어 헷갈린 것도 있었다.
다산콜센터 김정미님의 친절한 답변을 듣고 3번출구 우리은행 앞 중앙차로에서 버스를 탔다.
고마워요 누나.
앞으로 자주 찾아뵐께요.
세번째 버스!!!
버스번호 : 77-1번
노선 : 모란역 7번출구 ~ 수원역
요금 : 환승 600원
소요시간 : 12:07 ~ 14:00
"수원역 가죠?"
"이거 엄청 오래걸리는데 다른거 타지?"
"아니에요, 제가 원하던 바에요^^"
모란역에서 탄 수원역 버스.
지금 생각해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시내버스 중 가장 오래 걸렸던 버스가 아닐까 싶다.
덕분에 이 버스를 타면서 모란역에서 사놓은 옥수수 3개와 아침잠을 설레 못잤던 잠을 보충할 수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서울을 벗어나니 높은 건물들이 사라져간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수원화성.
4시간반만에 수원에 입성.
네번째 버스!!!!
버스번호 : 301번
노선 : 수원역 ~ 오산역
요금 : 환승 300원
소요시간 : 14:19 ~ 15:07
수원오기가 이리 힘들다니...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배가 몹시 고팠지만
아직 경기도도 벗어나지 못한데다 시간도 너무 지체되어 급히 몸을 실었다.
다섯번째 버스!!!!!
버스번호 : 2번
노선 : 오산역 ~ 평택역
요금 : 환승 400원
소요시간 : 15:09~ 15:56
오산역에서 평택역으로 가는 2번버스.
복잡한 수도권을 벗어나니 버스타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여섯번째 버스!!!!!!
버스번호 : 130번 (110번도 노선 비슷)
노선 : 평택역 ~ 성환터미널
요금 : 현금 1,200원
소요시간 : 16:22 ~ 16:42
이곳부터 서울에서 쓰는 교통카드가 먹히지 않아 현금으로 냈다. (내가 갖고간 카드는 우리V체크카드)
마이비카드를 미리 사두면 부산까지 요긴하게 쓰기 때문에 미리 사두길 권장한다.
평택항이 인접해 있는지라 시장에는 수산물이 많았고 해군들이 심심치않게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곱번째 버스!!!!!!!
버스번호 : 100번 (110번도 노선 비슷)
노선 : 성환터미널 ~ 천안역
요금 : 현금 1,200원
소요시간 : 16:52 ~ 17:40
환승을 못하니 현금이 많이 깨진다.
천안 근처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외국인노동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마 공장이 많이 인접해 있는 지역이라 그런가보다.
서울에서 온 나조차 불안한데 타지에서 온 그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고 고향이 그리울까.
여덟번째 버스!!!!!!!!
버스번호 : 701번 (700번도 노선 비슷)
노선 : 천안역 ~ 전의역
요금 : eb카드 2,120원 (구간요금적용)
소요시간 : 17:57 ~ 18:37
아 제길,
eb카드랑 마이비카드랑 똑같은 줄 알고 eb카드를 사고 만원까지 충전했는데 알고보니
eb카드랑 마이비카드는 엄연히 다르고 경상도지방에는 eb카드를 쓸 수 없다는 슬픈 얘기를 들었다.
버스 소요시간이랄지 요금이랄지 여러가지 변수가 많아 걱정이 되었다.
'마이비를 샀어야 하는데...'
'아침에 조금 일찍 서둘러나왔어야 하는데...'
'조금 더 신중했더라면 쓸데없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을텐데...'
전의역에 도착하면 구멍가게에서 승차권을 살 수 있다.
전의역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버스 시간표와 회수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구멍가게에서 TV를 눈팅했는데 스타킹에 나온 리틀깝권을 보니
마냥 웃음이 나왔다.
아홉번째 버스!!!!!!!!!
버스번호 : 번호없음
노선 : 전의역 ~ 조치원역
요금 : 승차권 1,600원
소요시간 : 19:00 ~ 19:34
조치원역에서 내려 신탄진가는 시내버스를 타려면 조치원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조금 내려가야한다.
시내버스 여행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길을 모른다면 주변사람들에게 꼭 물어볼 것.
버스를 승차시 역방향일 수도 있으니 버스기사님한테 꼭 확인하고 탑승할 것.
길을 묻기에 좋은 사람은 슈퍼마켓 아줌마아저씨(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안됨), 택시기사 아저씨 등이 있다.
열번째 버스!!!!!!!!!!
버스번호 : 번호없음
노선 : 조치원역 ~ 신탄진
요금 : 카드 2,550원
소요시간 : 20:00 ~ 20:40
8시가 지나니 해가 까무룩 졌다.
밤이 되도 번쩍번쩍한 서울에비해 지방은 체감어둠지수가 높아 무척이나 불안하다.
버스도 서울에 비해 일찍 끊겨 대도시에서 묵지 못한다면 헤맬 수가 있다.
다행히 오늘은 대전에서 묵을 수 있겠다.
열한번째 버스!!!!!!!!!!!
(너무나 어두워 버스사진은 다음날 아침에 찍은 걸로 대체했다)
버스번호 : 711번
노선 : 신탄진 ~ 대전역
요금 : 카드 950원
소요시간 : 21:08 ~ 21:53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고 쓸데없는 시간(헤맨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더라면 대구까지 갈 수 있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았지만
오늘 여행은 대전에서 끝내기로 했다.
대전에 사는 성민이한테 연락을했더니 웬일이냐며 같이 저녁을 먹어주고 손수 찜질방 티켓을 가지고와 하룻밤을 같이해주었다.
팔월의 첫째 날 이른아침
앉아만있는 시내버스여행이라 체력소모는 덜 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피곤이 쏟아져 아침에 눈을 못 뜰뻔했다.
찜질방에서 가까스로 성민이가 깨워줘서 얼른 준비를 하고 옥천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늘의 목표는 적어도 경주, 많게는 울산이다!
열두번째 버스!!!!!!!!!!!!
버스번호 : 607번
노선 : 대전역 ~ 옥천버스 앞
요금 : 카드 950원
소요시간 : 09:57 ~ 10:28
참 신기하다.
대전에서 옥천가는 버스는 607번 달랑 하나.
이 버스가 없었더라면 시내버스는 여행은 물거품이 되고만다.
의외로 이런 하나밖에 없는 노선, 하나밖에 없는 버스들이 많은데 이렇게 하나하나가 부산까지 연결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버지의 고향인 옥천.
여행을 오기 전 옥천의 대지주였다는 증조할머니 이야기에 혹시 내가 가고있는 이 길이 그 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딱딱한 고속도로 혹은 기찻길을 벗어나 지역 구석구석을 훑어가는 시내버스여행은 이런 매력이 있지 않나 싶다.
창 밖에 보이는 버스 정류소.
무언가 시간이 정지해있는 차분한 느낌.
대전 옥천 구간은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어 기분이 몹시 좋았다.
양산가는 버스 노선.
농촌버스라 시간이 2시간 간격이다. 다행이 30분 앞두고 도착하여 여유롭게 탈 수 있었다.
열세번째 버스!!!!!!!!!!!!!
버스번호 : 농촌버스
노선 : 옥천버스 앞 ~ 양산
요금 : 환승 750원
소요시간 : 11:00 ~ 11:50
버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버스 기사님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운전을 하시고
할머님들과 껄껄껄 수다를 떠시며 즐겁게 운전을 하신다.
햇빛때문인지 버스에는 커튼도 달려있다.
열네번째 버스!!!!!!!!!!!!!!
버스번호 : 농촌버스
노선 : 양산 ~ 영동역
요금 : 승차권 1680원
소요시간 : 12:13 ~ 12:40
농촌버스는 시간이 정해져있는데 옥천에서부터 정말 신기할 정도로 시간이 딱딱 들어맞았다.
12시 10분차 영동역으로 가는 버스.
추풍령 고개를 넘는 버스 시간표
열다섯번째 버스!!!!!!!!!!!!!!!
버스번호 : 농촌버스
노선 : 영동역 ~ 추풍령
요금 : 현금 2,350원
소요시간 : 13:22 ~ 14:03
굽이굽이 추풍령 고개길을 넘는 버스.
여유로운 시내버스 여행길이다.
열여섯번째 버스!!!!!!!!!!!!!!!!
버스번호 : 11번 (111번도 노선 비슷)
노선 : 추풍령 ~ 김천터미널
요금 : 현금 1,100원
소요시간 : 14:10 ~ 14:42
서울에서부터 왔다니까 반겨주시는 버스기사님.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껄껄껄.
김천에 들어서자 가장 놀라웠던건 이곳에서부터 사투리를 쓴다는 것.
충청도 쪽은 사투리가 심하지 않아 별로 티가 않난데에 반해 경상도 쪽으로 넘어가니 바로 사투리가 왔다갔다한다.
열일곱번째 버스!!!!!!!!!!!!!!!!!
버스번호 : 555번
노선 : 김천터미널 ~ 구미역
요금 : 현금 2,300원
소요시간 : 15:11 ~ 15:55
마이비마이비마이비...
살껄 그랬다.
망할 eb카드 때문에 이곳에선 쓰지도 못하고 애꿎은 돈만 샌다.
다음엔 꼭 마이비를 사야지!!
얼마 전 한참 시골마을이었던 구미가 경부고속도로가 깔리고나서부터 공단이 생기고 엄청난 발전을 일으켰다는
다큐멘터리를 봤던 것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공단이 즐비해 있었다. 그에 따른 외국인 노동자들도 무수히 많았다.
열여덟번째 버스!!!!!!!!!!!!!!!!!!
버스번호 : 111번
노선 : 구미역 ~ 왜관
요금 : 현금 1,500원
소요시간 : 16:10 ~ 17:06
이게 웬 떡.
버스에서 내리려는 찰나 마이비 카드를 주웠다.
그것도 청소년용으로!!
이것이 시크릿의 힘?!
열아홉번째 버스!!!!!!!!!!!!!!!!!!!
버스번호 : 250번
노선 : 왜관 ~ 대구북부정류장
요금 : 현금 2,000원
소요시간 : 17:18 ~ 18:00
드디어 대구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했다.
카드에 돈이 없어 계속 현금만 지출하고있다.
스무번째 버스!!!!!!!!!!!!!!!!!!!!!
버스번호 : 309번(427번도 노선 비슷)
노선 : 대구북부정류장 ~ 2.28기념중앙공원
요금 : 현금 1,100원
소요시간 : 18:20 ~ 18:44
대구 입성!!
역시 이름에 걸맞게 늦은 시간에도 날씨가 푹푹찐다.
대구 대도시인만큼 땅덩어리가 커서 영천까지 가로지르는 버스가 없다.
시내버스여행을 준비하며 대구쪽 노선을 알아볼 때가 가장 애를 먹었었는데 정보를 모아본 결과
북부정류장에서 영천을 가려면 동쪽으로 가야하고 동쪽으로 가려면 중간에서 환승을 해야하는데
가장 만만한 곳이 2.28기념중앙공원이었고 2.28공원에서 햐앙을 가야 영천버스터미널가는 555번(혹은 55번) 버스를 탈 수가있다는 것이었다.
결론은 대구는 크기 때문에 환승을 두어번정도 해서 가로질러야 한다는 것이다.
아 그리고 대구는 대경카드라는 교통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주구장창 현금을 또 써야한다는 것이다. 젠장
어쩐지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스물 한번째 버스!!!!!!!!!!!!!!!!!!!!!!
버스번호 : 518번 (508번도 노선 비슷)
노선 : 2.28기념중앙공원 ~ 하양
요금 : 현금 1,100원
소요시간 : 19:05 ~ 19:57
대도시를 벗어나면 숙박할 곳이 마땅치 않은데 오늘 대구에서 시내버스를 마치면 시간이 애매하게 남고
더 가면 경주까지 무리해서라도 가야 숙박을 할 수 있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마음이 급해진다.
스물 두번째 버스!!!!!!!!!!!!!!!!!!!!!!!
버스번호 : 555번 (55번도 노선 비슷)
노선 : 하양 ~ 영천버스터미널
요금 : 현금 1,500원
소요시간 : 20:14 ~ 20:30
"저기 집에 가시는 길이세↗요?" (사투리)
하양에서 영천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도중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사람이 말을 걸었다.
"여행 중이에요"
"어디서 오셨는데↗요?"
"서울이요 시내버스만 타고 부산까지 가고있어요"
"아. 돌아다니는거 좋아하시나봐↗요? 저는 집에 있는거 좋아하는↗데 20살?"
"스물 넷이요^^"
"아, 또래네↗요. 혹시 초끈이라고 아세요? 분자원자를 쪼개고 소립자까지 쪼개면 초끈이라는 단계에 이르는데 사람마다 그 연결고리안에 있데↗요"
"아..네"
"혹시 우리가 만난것도 이런 초끈 때문인지도 몰라↗요 혹시 한가하세↗요?"
"아뇨. 오늘 경주까지 가야되서 더 지체하면 잘 곳이 없거든요"
"아, 좀 더 얘기 나누고 싶은↗데, 어쩔 수 없네↗요"
"그럼"
대구대학생이라던 그 여학우는 종교쪽인지 물리학쪽인지 뭔지는 몰라도 행운을 빌어주고 버스를 태워주었다.
스물 세번째 버스!!!!!!!!!!!!!!!!!!!!!!!!
버스번호 : 번호없음
노선 : 영천버스터미널 ~ 아화
요금 : 현금 1,700원
소요시간 : 21:00 ~ 21:25
정말 정말 중대한 실수를 했다.
하양에서 영천버스터미널로 와서 아화가는 버스승차권을 끊고 아화로 향하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에서와 같이 고속버스를 탄 것이다.
1,700원에 끊은 승차권은 경주행 고속버스인데 아화를 경유해서 가는 것이었고 사전조사할 때 아화로 가는 버스는 번호가 없는 것이라
무심코 타버린 것이었다. 설마설마해서 찍은 사진을 다시 보고 또보고 버스 주위를 살펴보니 고속버스가 맞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아화행 시내버스는 18시에 끊기고 고속버스는 수시로 있다는 것이었다.
아... 아화로 가는 길에 가슴이 너무 무거웠다.
그동안 고생한 것이 다 물거품이 되는 듯한 느낌이랄까.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영천에서 마땅히 묵을 곳도 없거니와 내일 점심에 부산에서 만나야할 사람이 있어 오늘은 최소 경주까지는 가야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곳에서 나의 시내버스 여행은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서울에서 영천까지 시내버스 여행...
정말 뜬금없는 서울에서 영천까지 시내버스여행기...
노선에만 신경 쓴 나머지 영천터미널에서 아화까지가는 노선의 막차시간을 입수하지 못했고 다음날 약속까지 잡아버려 되돌릴 수도 없게된것이다.
모든게 내 탓이었고 너무 경솔했던 탓이었다.
아화로 가는 길은 너무나 분했고 빠르다고 좋아했던 고속버스가 그토록 미웠던 적이 없었다.
잊지못할 영천에서 아화가는 길.
그래서 다짐했다.
슬프지만 먼 훗날 다시 영천으로 와서 아화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연결하기로
스물 네번째 버스!!!!!!!!!!!!!!!!!!!!!!!!!
버스번호 : 300번
노선 : 아화 ~ 경주고속버스터미널
요금 : 현금 1,700원
소요시간 : 21:00 ~ 21:25
늦은 밤 무거운 마음으로 역사의 고장 경주에 도착했다.
버스 기사 아저씨께 근처 찜질방을 물으니 좀 전에 지나온 건천시내에 큰 찜질방이 있으니 돌아가라고 하신다.
의외로 경주 쪽에는 모텔은 많으나 찜질방이 없다는 이야기에 나중에 경주에서 찜질방 하나 운영해볼까라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청소년은 10시 이후 입장불가라며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던 아주머니를 멋쩍게 만든 후
장미란도 들지못할 정도의 무거운 눈꺼풀을 닫으며 8월의 첫 하루를 마감했다.
대전에서 경주까지,
오늘도 참 길고 긴 하루였다.
팔월의 두번째 날 이른아침
오늘은 시내버스로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마지막 여행날이다.
경주에서 부산까지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점심에 부산역 앞에서 종현이 삼촌과 성민이를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스물 다섯번째 버스!!!!!!!!!!!!!!!!!!!!!!!!!!
버스번호 : 600번
노선 : 경주고속버스터미널 ~ 모화역
요금 : 현금 1,500원
소요시간 : 08:37 ~ 09:18
아침으로 경주빵 5천원어치를 사서 버스에서 맛나게 먹으며 이동을 했다.
역사의 고장을 가로지르는 길인만큼 유적지가 많았고 동네 주유소, 파출소조차 기와를 올려놓아 분위기가 한껏 살렸다.
연꽃으로 조성해놓은 공원들도 많아 볼거리가 다양했던 경주시내버스 안이었다.
기와를 올려놓은 경주의 어느 동네주유소
스물 여섯번째 버스!!!!!!!!!!!!!!!!!!!!!!!!!!!
버스번호 : 402번
노선 : 모화역 ~ 울산 학성공원
요금 : 카드 950원
소요시간 : 09:30 ~ 10:09
울산입성.
이정표에 포항과 부산이 보이기 시작하니 여행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아 무척 뿌듯했다.
스물 일곱번째 버스!!!!!!!!!!!!!!!!!!!!!!!!!!!!
버스번호 : 1127번
노선 : 울산 학성공원 ~ 부산 노포동
요금 : 환승 950원
소요시간 : 10:15 ~ 11:42
드디어 부산이다!
장장 27번의 버스를 타고 출발시각부터 50시간이나 흘렀다.
하지만 나의 목표는 부산 노포동이 아니다.
서울역에서온 남자라면 부산역을 밟아봐야하지 않겠는가.
스물 여덟번째 버스!!!!!!!!!!!!!!!!!!!!!!!!!!!!
버스번호 : 49번
노선 : 부산 노포동 ~ 연동시장
요금 : 환승 650원
소요시간 : 11:54 ~ 12:38
부산 노포동에서 부산역까지 직행으로 가는 시내버스는 없어 연동시장에서 환승을 해야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부산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겠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돌아서 가더라도 종착지까지 시내버스다.
앞으로 부산역까지 단 하나의 버스만 타면된다.
마지막 스물 아홉번째 버스!!!!!!!!!!!!!!!!!!!!!!!!!!!!!
버스번호 : 87번
노선 : 연동시장 ~ 부산역
요금 : 환승 0원
소요시간 : 12:50 ~ 13:40
마지막에 버스를 역방향으로 타버려 종착지까지 20분이 지연 되었다.
그래도 기분은 무척 좋았다.
서울역 앞 421번을 타고 시작한 시내버스 여행은 부산에 어느 한 87번 버스로 마침표를 찍었다.
총 타고온 버스 : 29대
총 걸린시간 : 52시간 10분
총 비용 : 36,500원(교통비) + 30,000(식비) + 7,000(숙박비) + 5,000(기타) = 78,500원
2박 3일의 짧고도 긴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군 시절 문득 다큐멘터리를 보고 하나의 작은 꿈을 가지고 시작한 여행.
2,3시간이면 갈 수 있는 부산을 돈을 더 쓰고도 3일만에 갔다고하면 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
기준이 무얼까?
돈?
시간?
물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 비효율적인 선택이 틀림없다.
하지만 시내버스에서는 딱딱한 고속도로에서 보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있다.
버스 하나만 갈아타도 수시로 변하는 창밖 풍경과 사람들 말투,
건물은 높아졌다가 낮아지고 초록산들도 춤을 춘다.
쾌쾌한 매연을 내뿜는 시내도 있지만 풀내음, 바다내음이 물씬 나는 곳도 있다.
맨발로 운전하는 버스 아저씨도 있고, 주말아침 친구를 만나러 추풍령 고개를 넘는 친구,
타지에서 돈을 벌러 온 외국인 노동자들 모두 시내버스 안에 있다.
2010년의 푹푹찌는 어느 여름날,
엄마 말씀대로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집에서 선풍기 바람이나쐬며 편하게 영화 한편을 봤다면
일상 속에 묻혀 점차 잊혀졌겠지만
질리도록 시내버스를 타고 생고생을 해보니
젊은 날 이런 특이한 경험은 두고두고 잊지못할 것 같아 후회하지 않는다.
아, 근데 서울도 시내버스로 왔냐고?
^^
^^
첫댓글 어제 남자의 자격에서 바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남격에선 당일치기라 피곤하기만 할 것 같은데....이 젊은이의 동선을 따라가보니 확!!! 땡깁니다...
지난번 숭실OB & 송파합창 협연연주회를 보고나서 크게 느낀 건 연주곡목을 보면 이것저것 한마디로 짬뽕인데...
이걸 '세계여행'이란 단 한개의 단어를 사용해서 완벽한 컨셉으로 완성했다는 거였지. 대단한 발상이었어.
위의 시내버스 프로젝트도 대단한 발상임에 틀림없고... 그나저나 7년뒤 은퇴하면 난 이 나라를 일단 떠날까 해.
사는 게 점점 복잡해져!!! ㅜㅜ
참 대단한 발상이다. 어찌보면 또라이?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참 괜찮은 청년일거라는생각이 드네. 그나저나 버스로만 50여시간이라니ㄷㄷ생각만해도 허리, 엉덩이가 아프다ㅠ
고생이라면 고생이지만... 재밌어 보여... 현지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나도 함 해보고 싶어. 식사시간배정이 없는건 보충해얄거 같지만~ 좀 더 길게 잡음 되니까. 젊었을 때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해. 나이 좀 들었음 누가 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