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정연설은 국민에 대한 의무 ◈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과 권영세·김기현·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대통령실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국정 발목을 잡는 현안 해결에 앞장서고, 당은 갈등 심화가 아닌
당 안팎의 중지를 모을 소통에 나서달라”고 밝혔어요
‘김건희 리스크’를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충돌이 여권의 내전 양상으로 전개되자,
양쪽 모두의 ‘자제’와 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이지요
이들은 이날 오전 조찬 회동을 한 뒤 낸 입장문에서
“국리민복을 책임진 세력 내에서 대통령과 당대표의 내분만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참으로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라며
“더 이상의 혼란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어요
우선 이들은 대통령실을 향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할 때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The buck stops here)고 선언한
깊은 책임감과 당당한 자신감으로 돌아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국정의 발목을 잡는 현안 해결에 앞장서 주시길 바란다”고 했지요
하지만 이들은 ‘국정 발목을 잡는 현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어요
‘김건희 여사’도 언급하지 않았지요
그 대신 한동훈 대표를 겨냥한 듯 “당대표의 방탄을 목적으로
사법부를 겁박하고 탄핵으로 권력을 찬탈하려는 (야당의)
‘운동권 정치’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결과를 빚고 있다.
야당이 정권 쟁취에 몰두해 특검에 전념한다 해서 여당마저 흔들리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했어요
이어 “정부 정책을 적극 뒷받침하면서, 현안 해결에서도 갈등 심화가 아닌
당 안팎의 중지를 모으기 위한 소통에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지요
“최고 권력자 주변에서 발생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정치권이 그 문제에만 매몰돼 본질을 소홀히 하면
국가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어요
이들은 과거 17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 수요모임’에서 활동했던 이들이지요
지금은 친윤석열계로 분류되거나, 차기 대선에서 한동훈 대표와
잠재적 경쟁자로 꼽히고 있어요
그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2025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직접 안 할 수 있다고 했지요
대통령실은 “국회 상황을 봐야 한다” “확정된 바 없다”며
불참 가능성을 내비쳤어요
시정연설은 국회의 새해 예산안 심의에 앞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직접 예산안 내용을 설명하며 국회 협조를 구하는 자리이지요
윤 대통령 대신 총리가 대독할 경우 11년간 이어진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관례가 깨지게 되지요
대통령실은 야당이 언어 폭력, 피켓 시위로
대통령을 모욕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어요
최근 민주당은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처음 발부해
관저까지 의원들이 직접 찾아가는 등 국정감사 내내
‘여사 망신 주기’ 논란을 일으켰지요
윤 대통령 탄핵·퇴진도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있어요
시정연설 이틀 전엔 ‘김건희 여사 규탄 대회’ 명목으로
대규모 장외 투쟁까지 벌일 계획이지요
작년 10월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당시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악수를 청해도 쳐다보지 않거나 면전에서 “그만두라”는
말까지 했어요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 시위도 했었지요
이런 이유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2대 국회 개원식에 가지 않았어요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 불참은 처음이었지요
야당이 도를 넘고 있지만 대통령이 개원식에 이어
시정연설까지 보이콧하는 것도 정도가 아니일수 있어요
대통령 국회 연설은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지요
677조원이 넘는 내년도 예산을 어떻게 쓸지 국민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어요
헌법이 대통령에게 ‘국가원수’의 책무를 맡긴 것은 정파를 초월해
국가 통합에 노력하라는 의미도 담고 있지요
시정연설 불참은 ‘불통’ ‘협량’ 비판도 부르게 될수 있어요
대통령실 우려처럼 야당 의원이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이는 국민이 심판할 것이지요
그렇지만 역대 대통령들은 국회 냉대를 받으면서도 시정연설을 했어요
노무현 대통령은 측근 비리 파문 속에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광우병 광풍 가운데 녹색 성장을 강조했지요
윤 대통령은 28일 “연금·의료·교육·노동 4대 개혁에서
연내 성과가 나오도록 속도를 내달라”고 했는데,
거대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어요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수출 부진 등
우리에게 닥친 위기가 한둘이 아니지요
진흙밭이라 하여 물러서고 뙤약볕이라 하여 피하면
대인의 발걸음이 아니지요
야당은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를 약속하고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국민과 야당을 설득해야 하지요
이것이 대통령의 통큰 정치가 아닐런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29일 오전 7시30분 서울의 한 식당에서 권영세·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이
조찬 간담회를 가졌어요
▲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10월 국회 본회의장에서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후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