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가까이… 118층에서 즐기는 도시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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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ICC(국제상업센터)의 100층 전망대인 '스카이 100'에서 내려다본 홍콩 시내와 빅토리아 항 전경. |
홍콩 여행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린다. 전혀 볼 게 없다는 사람이 있고, 정말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홍콩이 첨단 도시인 동시에, 그 속에 낡고 허물어진 전통시장을 심장처럼 지키고 있는 '삶의 도시'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는 만큼 더 볼 수 있고, 보는 만큼 더 즐길 수 있는 곳이 홍콩일 테다.
■홍콩은 편하다? 아니 불편하다
홍콩은 편하다. 다양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이층버스, 유람선, 지하철 등)을 이용하기가 쉽고, 시내 중심의 첨단 도시에서조차 하늘 위를 걷는 기분으로 세상에서 가장 긴 육교를 이용해 한순간에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불편한 도시이기도 하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아니 좀 더 정직하게 말해서 '쇼핑을 할 줄 모르는' 중년 남자라면 더욱 그렇다. 홍콩 여행의 백미가 바로 쇼핑인 까닭이다. 부부가 함께 간 패키지여행이라면 "왜 따라왔을까"라는 한숨 소리가 수없이 나올 정도다.
첨단과 전통이 공존하는 도시
블록과 블록 사이 야시장·거리 마켓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 쇼핑 재미
초고층 ICC서 마시는 맥주 한 잔 '와!'
한국선 누릴 수 없는 호텔 서비스
승선체험 백만 불 야경에 넋 잃어
물론 명품 쇼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눌님'이 첨단 고층건물 지하의 쇼핑센터를 휘젓고 다니는 동안, 그 건물 뒤로 살짝 돌아가면 홍콩 서민의 삶을 오롯이 엿볼 수 있다. 블록과 블록 사이를 오가는 것이 불편하고 고단함(생각보다 더 습기가 많아 후텁지근하다)에도, 어렵게 찾아낸 야시장과 거리 마켓은 신대륙 발견만큼이나 즐겁고 행복하다. 명품 쇼핑센터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가격대의 기념품과 옷, 신발, 생활용품을 눈으로 즐기는 재미도 크다. 거리 곳곳에 포진한 새점, 관상, 별점도 흥미롭다. 가까운 미래에 로또가 터질 거라는 예언을 혹 들을지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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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람들의 삶이 녹아난 쇼핑 거리. |
■왜 골프카트를 타고 다니니? 디스커버리 베이는 홍콩을 다녀온 사람이라도 잘 모른다. 모든 풍경이 심심하고, 딱히 볼 것도, 보이는 것도 없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할 때, 오히려 그것이 디스커버리 베이의 숨은 매력이 아닐까 싶다. 한가로움의 정수다.
이곳에서는 자동차도 구경하기 어렵다. 천천히 다니라는 뜻도 있지만, 공해 방지를 위해 골프카트만, 그것도 대수를 한정해 교통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골프카트 번호판 값이 벤츠 자동차 수준이란다. 홍콩에서는 이처럼 알아야 보이는 풍경이 무수히 많다.
혹, 수영복을 챙겨 왔다면 이곳에서 한여름을 미리 즐겨도 좋겠다. 이곳 모래는 오래전 영국에서 가져왔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물속에서는 모래 대신 물컹물컹한 진흙을 느낄 수 있다.
■홍콩에서 가장 높은 곳은 118층 홍콩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ICC(국제상업센터)다. 이곳 100층에 홍콩 유일의 전망대인 '스카이 100'이 위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ICC를 100층 건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ICC의 실제 층수는 118층이다. 102층부터는 호텔인데, 호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관광객들은 숙박객이 아니면 올라갈 수 없는 성역처럼 생각한다. 결코 그렇지 않다. 특히 호텔 프런트에서 꼭대기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아주 좁고 어두워 서로의 몸이 자연스럽게 밀착된다. 덕분(?)에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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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야경. |
118층 오존 바의 테라스에서는 커피나 맥주를 한 잔만 주문해도 상관없고,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조망도 '스카이 100'에 버금간다. 이곳의 '홍콩맥주'도 특별하다.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브랜드 맥주다. 가격은 100홍콩달러(1만 3천300원). '스카이 100' 입장료(168홍콩달러)와 비교된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스카이 100'을 선택하는 게 낫다. 이소룡과 한판 붙거나 고층 건물을 맨손으로 오르고, 홍콩의 오래된 카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다양한 포토존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6종의 베개, 휴대폰도 빌려주는 호텔 홍콩 여행에서는 숙박이 중요하다. 많은 여행자들이 관광보다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하는 이유도 있지만, 홍콩의 숙박시설은 우리나라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러 온종일 호텔에서 머무는 여행자도 홍콩에서는 많다.
그중 '인터콘티넨탈 그랜드 스탠포드 홍콩'은 더 특별한 서비스로 유명하다. 실내가 넓고 거의 모든 방에서 빅토리아 항을 '완벽하게' 조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하드웨어보다 더 시선을 끄는 것은 투숙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다. 객실에 비치된 '베개 메뉴판'이 대표적이다. 라텍스, 발포 고무, 알레르기 방지 등 6가지 베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 호텔은 6월부터 모든 투숙객에 대해 데이터 요금을 받지 않는 휴대전화를 무료로 빌려주는 서비스도 실시할 예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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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펄스 베이의 해수욕장. |
호텔에 투숙했다면 1층의 '티파니 뉴욕 바'도 둘러볼 일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덩치 큰 존 드럼몬드 씨가 '직접 제조한' 4종류의 위스키가 특별하다. 바에는 위스키 숙성을 위한 작은 오크통도 있다. 홍콩에서 입이 즐겁지 않다면 제대로 여행한 것이 아니라는 말을 이곳에서 실감할 수 있다.
■하버 투어 야경은 뻔하다고? 야경은 홍콩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빅토리아 산 정상까지 피크 트램을 타고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경치를 최고로 치는 사람도 많지만, 붉은 돛을 단 중국 전통 배 위에서 마천루 야경을 감상하는 '아쿠아 루나'(www.aqua.com.hk) 승선도 멋진 체험이 될 수 있다. 매일 오후 8시부터 15분간 레이저쇼가 열리지만, 굳이 그 시간이 아니더라도 야경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홍콩=글·사진 백현충 선임기자 choong@busan.com
여행 팁
홍콩은 하나의 섬?
옳은 것 같으면서도 옳지 않다. 아편전쟁의 전리품으로 빼앗긴 것이 홍콩 섬인 것은 사실이나, 지금의 홍콩이라고 하면 홍콩 섬과 함께 주룽 반도, 신게(新界) 지역, 그리고 란타우 섬을 포함한 262개 섬이 모두 해당된다. 생각보다 땅이 넓다.
퀴즈 하나! 홍콩에서 가장 큰 섬은? 홍콩 섬이 아니라 란타우 섬(지도 참조)이다. 그런데 왜 홍콩이라고 부를까? 그 답은 홍콩에 가서 찾아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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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 뉴욕 바의 위스키 오크통. |
■자동차 번호판과 홍콩달러 홍콩에서는 번호판 두 개를 단 자동차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노란색은 홍콩, 검은색은 중국 번호판이다. 검은색 번호판을 부착해야 중국에서도 운전할 수 있다.
홍콩 지폐도 흥미롭다. 중앙은행이 아니라 3개 시중은행에서 발행하는데, 이 때문에 같은 금액이라도 지폐 모양이 다르다.
■면세 홍콩은 전역이 면세구역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내에서 파는 석유, 담배, 술은 면세품에서 제외된다. 물론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술과 담배는 다른 나라처럼 세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본 정보 부산에서는 캐세이패시픽항공 대신 드래곤 에어가 뜬다. 오전 8시에 떠나고, 오전 6시 30분 김해공항 도착이라 이른 시간에 부산을 떨어야 한다.
홍콩은 생각보다 덥고 습기도 많다. 시간은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늦다. 환율은 1홍콩달러(HKD)가 144원.공항에서 여행자 SIM 카드를 구입하면 시내 전화와 와이파이는 무제한, 데이터는 1.5G까지 사용할 수 있다. 해외 통화도 분당 0.45홍콩달러(64원)로 싸기 때문에 로밍이 필요 없다. 5일권이 69홍콩달러(1만 원).
시내에서 공항으로 들어갈 때 고속철도인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이용하면 편하다. 교통난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짐도 시내에서 미리 부칠 수 있다. 백현충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