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 대학' 설립을 꿈꾸는 프로 트럭 장사꾼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더라도 쉽게 만날 수 있는 트럭장사꾼.
전철역과 우리집 사이의 길에도 대략 서너 명이 있는데, 그들을 볼 때마다 늘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동네 곳곳에 슈퍼마켓이 있고 대형 마트가 즐비한데 과연 얼마나 팔릴까? 저렇게 팔아서 밥벌이가 될까?
하지만 어느 곳에나 숨은 고수가 있는 법. 이 분야에서 진정한 '프로'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이번에 《국가대표 트럭장사꾼》이라는 책을 펴낸 '배 감독(본명: 배성기)'이 바로 그다.
배 감독은 평소 활발한 블로그 운영을 통해 온라인에서는 꽤 알려진 인물로 내 블로그 절친이기도 하다.
그동안 그의 블로그를 통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펴낸 책을 통해 그가 왜 '국가대표 트럭장사꾼'으로 불리는지 그 진면목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가 '국가대표 트럭장사꾼'이 될 수 있었던 핵심은 뭘까? 그것은 바로 '공부'다.
그는 취급하는 각종 농수산물의 생산 시기와 생산지, 품질과 가격은 물론 어떤 종류의 트럭이 장사하기 좋으며 어떻게 진열해야 하는지, 시간대별로 어떤 곳을 공략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손님을 끌고 판매로 연결시킬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한다.
그리고 이제는 이러한 자신의 노하우를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나누고자 '트럭장사 사관학교'를 운영하기에 이르렀으며, 향후 우리 농수산물의 해외 진출 교두보 확보를 위한 '장사꾼 대학' 설립을 꿈꾸고 있다.
이 책에는 배 감독이 지난 3년 동안 치열하게 공부하고 경험한 트럭장사의 노하우가 '이렇게 죄다 공개해도 되나?'라고 할 만큼 자세히 담겨 있다. 이대로만 하면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확신이 들 정도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대한민국 모든 트럭장사꾼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트럭장사들만을 위한 책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이 책은 어떤 분야든 '프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정한 프로의 자세를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을 우리 젊은이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나는 이 책을 여러 권 더 구입해서 우선 우리 동네 트럭장사꾼들에게 선물할 생각이다. 그리고 지금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한창 고군분투하고 있는 젊은 '멘티들'에게도 전할 생각이다. 그들이 이 책을 읽으면 가슴이 더욱 뜨거워지리라 확신하며...
아래에 이 책의 내용 일단을 짐작해볼 수 있는 몇 구절을 소개한다.
"실패의 요인을 분석하고 그에 대비해 준비하는 장사꾼이 있는가 하면 문제에 대한 파악도 없이 잘될 거라며 대충 긍정하고 마는 장사치도 있다.
장사치는 오늘 하루를 때우는 정도로만 일을 하고 배우려 들지 않는다. 하지만 장사꾼은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일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맞기 위해 잠을 아껴 공부한다. 세상에 장사치는 많지만 장사꾼은 드물다." (p172~173)
"일을 해서 먹고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자기 분야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알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트럭장사도 마찬가지다. 생선을 팔 때는 생선박사, 사과를 팔 때는 사과박사, 참외를 팔 때는 참외박사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물건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
'요즘 나오는 귤은 조생종이지요?'라는 물음에 '아, 네...... 조생 맞아요.'라고 말하는 장사치와 '어머니, 이게 조생이 아니고 극조생인데 원래 색깔이 녹색이에요. 극조생은 녹색이 좋은 거예요. 색깔이 노란 거는 약품을 처리해서 노화된 것이기 때문에 맛이 좋지 않아요.
그리고 귤 드실 때 조물락 조물락 하는 이유가 있어요. 귤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단맛이 나와요. 귤은 가급적 냉장고에 넣지 마세요. 냉장고에 넣으면 신맛이 더 느껴져요.'라고 말하는 장사꾼 중에 누구에게 물건을 사고 싶겠는가?" (p120)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흔히들 트럭장사에게는 '어딜 가도 장사 안 될 시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략만 잘 세우면 그 시간에 30만 원 장사를 거뜬히 해낼 수 있다.
새벽 5시는 또 어떤가. 그 시간에 누가 물건을 사겠냐고 물을 것이 뻔하지만 살 사람들이 있다.
새벽 5시에는 신림동 곱창 골목으로 가면 된다. 곱창집 이모들의 퇴근 시간은 보통 새벽 5시 반에서 6시 사이다. 7시 넘어서 까지는 일을 시키지 않는다. 밤새 일을 한 직원들이 출근 시간에 끼어서 퇴근하지 않도록 점주들이 시간을 맞춰준다.
이모들은 가정주부가 대부분이라 트럭에서 파는 채소나 과일에 관심을 갖는다. 이때 사가면 오후에 다시 장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쉽게 물건을 사 간다.
게다가 그 시간대에는 목 좋은 곳에 얼마든지 차를 댈 수 있다. 단속도 없다. 온 천지가 다 내 자리다. 고정관념을 깨고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p108~109)
[글: CnE 혁신연구소 곽숙철 소장]
[출처] '장사꾼 대학' 설립을 꿈꾸는 프로 트럭 장사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