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문화(東洋文化)의 향기(香氣)<5>
4. 우리나라의 향교(鄕校)
우리나라 전국에 흩어져 있는 향교 중에서 3대 향교(鄕校)를 꼽는다면 강원(江原) 강릉(江陵)향교, 전남(全南) 나주(羅州)향교, 전북(全北) 장수(長水)향교라는데 그 기준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약술(略述)해 본다.
일반적으로 향교에서 모시는 위패는 5성 18현(五聖十八賢), 혹은 5성 10철 18현(五聖十哲十八賢)을 모시며
조선조(朝鮮朝)에 모시던 위패는 대성전(大成殿)에 5성(五聖) 공문 10철(孔門十哲) 송조 6현(宋朝六賢)의 21위(位)를 모시고, 동·서무(東西廡)에 공문(孔門) 69위(位), 한당송원(漢唐宋元) 25위(位) 한국 18현(韓國十八賢)으로 112위(位)로 모두 합하여 133위(位)를 모셨다.
그러다가 1949년 한국유림회(韓國儒林會)에서 동·서무(東西廡)에 봉안하고 있던 112위(位) 중 한국 18현(韓國十八賢)을 제외한 중국 성현 94위(位)를 모두 매안(埋安-땅에 묻음)을 결정한다.
나는 강릉향교를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 대성전(大成殿)에 오성(五聖), 공문십철(孔門十哲), 한국 18현(韓國十八賢), 송조 6현(宋朝六賢)의 39위만 봉안하기로 하였다는데 강릉향교는 이를 따르지 않고 오히려 동무(東廡)와 서무(西廡)를 포함하면 총 133위(位)에 안자의 부(顔子父), 증자의 부(曾子父), 자사자의 부(子思子父)까지 더하여 모두 136위(位)를 봉안하고 있었다. 동·서무(東西廡)에는 향교의 역사 기록물이나 필요한 물품을 넣어놓는 방인데 강릉향교는 온통 위패(位牌)로 가득 채워져 있어 놀라웠다.
5. 강릉향교(江陵鄕校) 봉안위패(奉安位牌)
강릉향교는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큰 향교라고 하는데 중국 성현(聖賢)들을 매안(埋安)하고 우리나라 18현을 대성전(大成殿)으로 옮겨 봉안하라는 대한 유림회(儒林會)의 결정 또한 거부한다.
그 지시를 따르지 않고 예로부터 모시던 중국 성인(聖人)은 물론, 성현의 부친 위패까지 모시고 있다니 어찌 보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거기에 향교의 여러 건물(建物)들이 국가 보물(寶物)로 지정된 것을 비롯하여 제향(祭享)을 바치는 것은 물론, 강학기능(講學機能)도 현재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 강릉향교(江陵鄕校) 고려 충선왕 5년(1313) 창건<강원도 유형문화재 제99호>
*大成殿(보물 제214호) 明倫堂(보물 제2088호) 東廡·西廡·殿廊(보물 제2089호)로 지정
강릉향교 사롱창(斜籠窓) / 강릉향교 전경(앞 건물이 명륜당) / 강릉향교 대성전
강릉향교는 산하(傘下) 관리 기관(機關)으로 서원(書院) 2곳, 원사(院祠) 10곳, 영당(影堂) 1곳이 있다.
서원(書院)은 향교의 축소형으로 향교와 같은 모든 기능이 있었는데 향교(鄕校)가 공립기관이라면 서원(書院)은 주로 강학기능(講學機能)이 위주인 사설 교육기관이다. 이때 공부하는 유생들의 대표(學生會長)을 장의(掌議)라 부른다. 사우(祠宇)와 영당(影堂)은 위패(位牌)를 모시면 사우(祠宇), 영정(影幀)만 모시는 곳이 영당(影堂)인데 제례를 봉행한다. 강릉향교 산하(傘下) 관리 기관들을 살펴보면
<1>송담서원(松潭書院:江東面 彦別里)-강원도 유형문화재 제44호 : 栗谷 李 珥 位牌 모심
<2>오봉서원(五峰書院:城山面 五峰里)-강원도 유형문화재 제45호 : 孔子, 朱子, 尤菴 宋時烈 位牌 모심
*중국 화성(畵聖) 오도자(吳道子)가 그린 공자 眞影(초상화)이 모셔졌던 곳
다음으로 사우(祠宇)는 일명 사당(祠堂), 원사(院祠)라고도 부르는데 10곳이 있다.
<1>청간사(淸簡祠:城山面 普光里)-梅月堂 金時習 位牌 모심<강릉 金氏 始祖>
<2>경양사(鏡陽祠:강릉시 苧洞)-觀雪堂 朴堤上 位牌 모심
<3>덕봉사(德峯祠:강릉시 柄山洞)-崔瑩 장군 位牌 모심
<4>황산사(篁山祠:강릉시 蘭谷洞)-崔必達(강릉 崔氏 始祖) 位牌 모심<강원도유형문화재 제58호>
<5>전충사(全忠祠:강릉시 苧洞)-圃隱 鄭夢周 位牌 모심
<6>문성사(文成祠:강릉시 竹軒洞)-栗谷 李 珥 位牌 모심<烏竹軒 안에 있음>
<7>충정사(忠正祠:邱井面 濟飛里)-圃隱 鄭夢周, 鏡浦山人(猿亭) 崔壽峸 位牌 모심 일명 華東書院
<8>칠봉사(七峰祠:城山面 五峰里)-七峰 咸 軒 位牌 모심<강릉 咸氏 七峰山派 派祖> 五峰書院 내에 있음
<9>향현사(鄕賢祠:강릉시 校二洞)-강원도유형문화재 제8호
-鏡湖 崔致雲, 睡齋 崔應賢, 三可 朴遂良, 四休堂 朴公達, 猿亭 崔壽峸, 蹈景 崔雲遇, 春軒 崔 洙, 訥齋 李成茂, 保眞齋 金 譚, 聾軒 朴億秋, 槐堂 金潤身, 臨鏡堂 金 說 - 이상 12현인들의 位牌 모심
<10>화부산사(花浮山祠:강릉시 校一洞)<강원도유형문화재 제57호> *일명 興武王祠
-新羅 金庾信 장군 位牌 모심
그 밖에 초상화(肖像畵)를 모신 영당(影堂)도 1곳 있다.
◇ 회암영당(晦庵影堂:강릉시 楡川洞)-강원도유형문화재 제107호
이곳은 位牌가 아니고 회암(晦庵) 주희(朱熹)의 영정(影幀/초상화)을 모시고 있다.
강릉에 있는 대부분 고등교육기관을 강릉향교에서 처음 개설하였다고 하는데 폐교(閉校)된 화산학교(花山學校, 1909 開設, 1911 閉校)를 제외하고 지금은 대부분 공립학교가 되었다.
강릉공립농업학교(1928, 현 中央高), 강릉공립상업학교(1938, 현 第一高), 강릉여자공립고등학교(1940, 현 江陵女高), 옥천초등학교(1943, 현 玉川初), 강릉명륜(明倫)중학교(1949開敎, 1988 閉校), 강릉명륜고등학교(1963, 현 明倫學院:私立), 율곡의숙(栗谷義塾, 1964 개설, 1969 閉校:대학과정)이 있고, 명륜교육원(明倫敎育院, 1984 개설, 2001 忠孝敎育院으로 개칭 존속: 한문학), 강릉향교예절원(禮節院, 2005 開設:전통예절, 인성, 교화교육, 다문화가족 예절교육 등)을 현재 운영 중이다.
강릉향교의 건물들을 보면 다른 향교와 달리 동·서무(東西廡)에 온통 위패(位牌)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
보물(寶物)로 지정된 건물들을 살펴보면 제향공간(祭享空間)인 대성전과 동·서무(東西廡), 심지어 전랑(殿廊)의 건물도 그 규모와 전통 건축양식도 놀라운데 기둥들이 엄청난 굵기의 배흘림 형식이다.
금강송(金剛松)인데 제각각 크기와 모양이 다른 초석(礎石) 위에 기둥을 올려놓고 맨 아랫부분은 흰색, 가운데 부분은 검은 띠가 둘린 모양이며, 윗부분 절반 정도는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는 모습이 모두 똑같은데 아래 강학공간(講學空間)의 건물들은 평범한 붉은 민흘림 기둥으로 완전히 구분된다.
이 강학공간의 건물들은 조선 초기의 건축양식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동·서무(東西廡)의 작은 창문들은 창살이 안쪽으로 휘어진 모습으로 사롱창(斜籠窓)이라 하는데 전형적인 고려시대의 건축양식으로 다른 곳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강학공간의 핵심건물인 명륜당은 우리나라 향교 중에서 가장 크며(58.95坪) 누각형식으로 지어져 바깥에서 보면 매우 멋스럽다. 이 명륜당에서 1940년, 강릉여자공립고등학교(현 江陵女高)의 개교식 및 입학식이 거행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