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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세상살이가 많이도 바뀌었다. 자가 격리 등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공원과 바닷가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붐빈다. 식당은 야외에만 현재 뉴욕에서 허용되므로 식당마다 파킹장과 도로변에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하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그 덕에 지난 일요일 친구 부부와 중국 요리를 오래간만에 맛볼 수가 있었다, 파킹 장에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고 요리는 흡족했다. 남이 해 주는 요리는 언제나 맛나다. 여인네들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과정 중에 맛과 냄새에 익숙해져 자신이 만든 음식은 맛난 줄을 모르는 것이 흔하다. 그래서 대낮 식당은 여인네들로 붐빈다. 마켓에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가는 일은 일상이 되었고 어디든지 가면 2 m 정도 서로 떨어져 줄을 서는 일도 일상이다. 집 근처 공원에선 라인 댄스도 마스크를 쓰고 서로 간격을 멀리 두고 한다. 손 세정제는 장갑, 마스크와 함께 필수품이 되었다. 지난달까지도 휴지를 열심히들 사더니 이제는 마켓마다 세일한다. 나도 열심히 비축해둔 화장지, 키친타월이 그저 있다. 모두 겁나서 쌀, 라면, 국수 등을 오래 보관 가능 식품을 사 놓아서 몇 달이 지나도 쌓여 있다고 한다. 전에는 아파트가 많고 밀집된 곳이 위험하다고 뉴욕을 떠나 시골로 떠난 이도 있는데 이젠 지방에 코로나(코비드 19)가 더욱 만연해 가고 있다. 흑백 갈등을 일으킨 사건 이후 경찰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다. 회복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 경제적인 파국은 끝이 보이지 않고 불투명하다. 문을 연 가게마다 손님이 없이 한산하다. 식료품점과 음식을 주문하는 곳과 배달 차량만이 바쁘게 돌아가는 모양새이다. 코로나 백신 개발 시판은 언제쯤일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닥터 오피스도 아직 열지 않은 곳도 있고, 대부분 전자우편이나 전화로 간단히 사무를 보기도 한다. 나는 다행히도 가는 안과가 열어 눈 검사를 하여 온라인으로 자동차 운전면허 갱신을 마쳤다. 미국은 11월 선거 뉴스도 자주 나오고, 실업률이 높아질 전망이 확실한 것 같다. 문을 닫는 소기업이 많으며, 역사가 오래된 큰 의류회사도 최근 파산을 햇다는 소식이다. 온 라인으로 집에서 일하는 인구가 증가하여 오피스 공실률이 크게 올라갔다. 산책하다 보면 집마다 앞에 배달 물건 담았던 박스가 산더미 같이 쌓여 간다. 저마다 온라인으로 오더하여 집으로 배달되는 생필품에 익숙해간다. 지난 화요일 저녁 뉴욕에 몰아친 심한 폭풍우로 나무가 많이 쓰러져 전선이 파괴되어 전기가 나간 곳이 여러 곳이다. 더운 여름 정전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코로나로 힘든데 더욱더 힘든 상황으로 몰고 갔다. 동네 산책 중에 여러 곳의 나무가 속수무책으로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어서 속히 복구되기를... 이 코로나 동안 나는 많은 정리를 할 수 있었다. 정말 사용하는 것은 한정되어 있는데 불필요한 것을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것을 떠나보냈다. 굵은 다시 멸치를 2상자 사다 다듬어 냉동실에 보관하고 마늘을 150통이나 껍질을 까서 냉동했다. 이 두 가지 일은 시간을 보내는데 그만이다. 나는 무언가 집중이 안될 때 하면 위의 일 중 하나를 한다. 많이 집에서 사용하여 미리 해 두면 좋기도 하다. 텃밭에 자주 나가 풀을 뽑다 모기에 물리는 일이 매일 연속 되었다. 뿌리는 여러 약도 뿌려 보았지만 언제나 모기에게 당하는 것은 나였다. 전쟁에 다녀온 사람처럼 온 몸에 모기 문 상처가 엄청나게 크다. 아프기도 하고 많이도 부어오른다. 저녁에는 모기 물린 곳에 한차례 약을 바르지 않으면 가려움이 도를 넘는다. 그런데 이 모기가 차 안이나 집안까지 따라오는 골치 아픈 일이 있는데 특효약은 역시 한국산 에프킬라였다. 이것을 집안, 야외에 피우면 모기가 얼씬도 못 한다. 이제는 긴 팔, 긴 바지, 장갑으로 무장(!)하고 풀을 뽑으니 얼마나 더운지... 풀, 벌레, 더위와의 전쟁이었다. 그래도 시원한 오이와 토마토, 고추를 따서 먹는 맛에 견디곤 했다. 그리고 새 모이 주는 것도 잊지 않고 하는 일과였다. 조금만 늦어도 노래로 재촉하는 새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처음 심어 본 비트(빨간 무)는 나의 스무디의 재료로 대만족이다. 이제 여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말복이 팔월 중순이다. 늦여름 들꽃이 만발했다. 가을이 머지않다. 이제 사람사이에 거리를 두고 컴퓨터를 통하여 많은 일 수행해 가는 세상이 되었다. 삭막함과 용이함 속을 헤매는 일상이 되어 정서가 메마르기 쉬워졌고 따뜻한 소통을 못하는 아쉬움이 나날이 커져만 간다. 그래도 그 속에서 일상의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가고 간단히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여 자연과 가까이하고 주변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매일 발견하기를 시도하는 것을 멈추지 않기로 다짐한다. 어려움이 주는 다른 시야를 발판으로 삼아 또 다른 시작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