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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시
겨울 묵호
류윤모
질척거리는
못난 사내 있다면
바람의 원산지
겨울 묵호를 찾아갈 일
산더미 같은 바람과
정면으로 맞서
비로소 넘어설 때
사소하게 맞은 바람 쯤
하찮아 질 것이다
빈 벌을 달려오는
승냥이 떼 바람소리
싸늘한 바람 벽의
밤거릴 헤매며
자신을 몰아치고
또 휘몰아치는
사랑도 있는 법
눈빛을 지져대는
변압의 낙조에
잔상을 태우며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
기억되어진다는 것이
다 부질없는 일임을 알게 되리
흐려진 눈 속에
마침표로 찍힌 등대 하나
굳게 재겨넣으며
얼음 도가니에서 단련되듯
이마가 강인한 사내로
차갑게 벼려져 돌아오길,
잘 못 만지다 원고 다 날려버리고 가까스로 오래된 파일에서 ... 흑흐
*류윤모
1992, 지평의 시인들 10 집으로 문단에 나와
2008, <예술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주식회사 효성 울산공장 편집장을 거쳐
NUN뉴스 논설실장으로 재직
시집 『내 생의 빛나던 한 순간』
(2007, 한국 문화예술위원회 우수 문학 도서 선정)
『사랑하라 벼랑위의 목숨들처럼』 외
원고 : rym1234@hanmail.net
2015 출근 길
\
모닥불 주위
류윤
춘 삼월에도 눈이 석 자 두 치는 쌓인다는
전설 의 곰배령 바라기로
길 뜯어먹고 사는 주막집의,
마른 장작을 던져넣는
홧홧한 모닥불 주위로는
장삼이사, 쪼그려앉아 손바닥 공양들 펼치고 ....
눈발 희끗희끗 , 마당 한 켠에는 솥단지 걸어놓고
벌건 소고기 국을 설 설 설雪 雪 雪 끓여대겠다
한 켠에선 차일 아래 괴어놓은 삼발이에
가마솥 뚜껑 뒤집어 걸어 놓고
무 토막을 잘라만든 손잡이로
돼지비계기름 ㅆ 윽 ~ 한번 두른 뒤
칙` 치직, 노릇노릇 파전 배추전 동태전을
연신 척척 뒤집어 내는
투덕한 주모의 손길
막막한 눈발 속에
영 너머 가야할 머나 먼 길도
하염없이 기다릴 가솔들 걱정도 내려놓고
넉넉히 받아든 뚝배기 속에 코를 박고
기름 둥둥 벌건 소고기 국에 밥을 척척 말아
허기들 씻어 내겠지
초면에 권커니 자커니 탁배기 사발 한 순배 돌고나면
곳곳에서 연신 홍소哄笑들이 터지고
볼이 발그레 부끄럼 풀어진
반반한 女客에게 남정네들의 시선이 집중될
농도 짙은 어둠을 사르는 모닥불 반경
눈발은 여전히 칠흑같은 세상을
백색으로 부벽浮碧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 듯
그칠 줄을 모르고 무지막지 퍼붓겠지
시나브로 , 괄괄하던 모닥불도 사그라들고
넉넉히 군불을 넣어둔 주막의
방방, 여각의 아랫목에 저마다 기어들어
어혈든 등을 지지고 나면
씻은 듯 그쳐 있을 눈발처럼
행려에 지친 몸들도 가뿐하것다
크고 작은 괘나리 봇짐에 보따리를 이고 진 보부의
하룻밤 지기 동행들과
각자 떼 놓았던 눈썹들 찾아 붙이고
가뭇이 지워진 길을 트며
서둘러 영 너머 갈 일만 남았것다
금강
류윤모
서리서리 감긴 비단 한 폭 풀어 던져
구비구비 강을 이루고
비단을 조근 조근 뜯어 먹으며
금강의 은어 떼는 자라나니
숙명의 심장 박동으로 서사는
굽이치고 헹가레 치며 흘러내려와
오늘에 이르렀나니
두근 두근거리며
흐느낌으로 살아 숨 쉬는 금강
탐관오리들의 포악질에
어금니 악문 신음소리로 견디고 견디다
성난 물줄기 잡아 돌려 한양 땅으로 반역
왕후장상이 씨가 따로 있었던가
반역을 불온 이라 쉬쉬 하는가
나라를 다스린다는 잡것들이 민의를 받들지 못하고
토색질과 가렴주구를 일삼는다면 언제든
순순한 물살도
성난 황토내로 변해 일거에 쓸어버린다는
역사적 교훈
동쪽 하늘을 찢어
저마다 괭이자루 쇠스랑, 부삽 들고 떨쳐 일어난
황토내의 반란
천하고 무식한 것들이라 깔보지 마라
그 잘났다는 법을 전공했다는 치들이 법을 유린하고
많이 배울수록 상 도둑놈이 되는,
여야 구분조차 무의미한 깜깜이 속내의
나라 망쳐먹는 데나 골몰하는 그딴 유식보다는
차라리 가방끈 짧은 무식이
더 생산적이고 죄를 덜 짓고 사는 부류들 아니겠는가
유려한 비단 강을 온통 핏빛으로 물들인 서사의 ,
무릎 뼈가 부서지고
살점은 튀고 흩어져버린 녹두의
푸른 정신만은 살아
흐느낌으로, 흐느낌으로 오늘에 이르렀느니
수운 최제우도 최시형도 전봉준도 한줌의 흙이 되었건만
몰각의 역사는 되풀이 된다 했든가
오늘날까지 비단 금침에 누워 호의호식하는
한양의 권부라는 대척점에
무명 베 폭에 피로 쓰는 이글거리는 분노는
아직도 살아 숨 쉬며 시간의 물결이 되어 흐르고 있나니
강이 왼쪽 오른쪽 편 갈라 흐르든가 허망한 이념을 말하든가
언필칭, 한 사람 한 사람을 곧 한울님으로 섬기는 나라
하늘빛을 닮은 나라를 이루겠다는 약속은
한숨의 반복학습효과일 뿐
역할을 역할하지 못하니 성난 강은 언제든 터트려버릴 한방
때를 가늠하며 노여움을 화약처럼 쟁여두고 있나니
담론은 길지만 결론은 나지 않는
피로 물든 금강의 서사가
낙조 속에 얼핏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져간다.
대동강물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처럼
治者들은 강을 팔아 음습한 돈줄을 거머쥐었고
걸핏하면 국민 팔이의 잡것들이 강을 떠 받든다면서
도리어 강물을 흐려놓는
한 줌 밖에 안되는 근심꺼리 미꾸라지들이
팔도강산을 온통 구정물 투성이로 만들고 있구나
잊지 마라 결코, 억눌리고 억눌린 강은 견디고 견디다
황토 내가 되어 멍석말이로 쓸어버린다는 엄중한 사실을,
오늘도 빛나는 금강은
유장한 서사를 싣고 면면히 흐른다
*구비구비- 굽이굽이의 비 표준어
신 춘향뎐
류윤모
방자한 놈 방자야
안 그래도 좀이 쑤시고
으슬으슬 몸살끼가 있는
싱숭생숭한 이봄날
뭔놈의 그네타는 구경을 나서자고
방자하게 독촉질이냐
남녀가 유별한 터에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
구질구질 주절주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우고익힌
명심보감 구절 국밥간에 말아 먹고
고리타분한 자손인 나더러
색이나 밝히자는 게냐
천생의 사대부 가문 자손으로 과거에나
골싸매고 앉아
면벽의 책상물림으로
봄날이고 뭐고 낭비해야 허거늘
먼 발치에서라도
고운
색동 저고리 끝동을 마음에 적셔 어쩌잔 말이냐
새침한 낮달에 실린
저 저 외씨 버선코 로 차올리는
지분 냄새 밀물결에
설익은 장부 가슴 두근반 서근반 미혹되어
어쩌잔 당치도 않은 말이냐
온 산하에 초록이 바긴세일로 번지고
뻐꾸기 울음 잡새울음 비빔밥으로
자웅 동체를 불러쌓고
꾀꼬리 울음
꼬리를 치며 간드러지게
꼬여 대는데
허허실실 살아서 날로는 어쩌란 말이냐
온 세상이 남녀 칠세 부동석을
헐고 낡은 헌법인양 외쳐 대는터수에
네놈은 남녀 십칠세 자동석을
흔들리는 팔랑귀의 내 귓구멍에다
쉰내나는 입김으로 불어넣는데
날로는 어히 살란 말이냐
이 날것을 어쩌란 말이더냐
이 방자한 비행 청소년놈 방자야
내 널따라 칠렐레 팔렐레 살아야 한단 말이냐
그래 알앗다 알긋다 알았다니까
오늘 하루만은 과거고 나발이고 급제고숙제고
일체 다 작파하고 네 말대로
도끼 자루 썩히는
그네 구경이나 나서자꾸나
나서보자꾸나
그래 대문 밖이 천리라더니
대문밖이 지척이로구나
네 이놈 방자야
집나서니 해방감 째지는 베리굿이로구나
지금 이 기분대로라면
당장 서책을
아궁이에다 쓸어넣고
분서 갱유해 버리고 싶구나
내일이야 산수갑산을 갈망정
걸음아 날 죽여라
설레는 마음 앞서지 못하고
왜 이리 콤파스조차 더디단 말이냐
색에 동하여
저절로 색을 찾아가는 색동자인
내꼴이 우습겠구나
남녀가 유별한 터에
오월 단오라는 빅 이벤트를
이미 알 것 다아는 십칠세 장부인
내가 눈 질끈 감고 넘길 줄 알았더냐
방자한 놈 방자야
오늘 하루만은
사대부 가문이고 뭐고 작파하고
음양의 이치에나 눈뜨고 싶구나
저기 저 색기어린 계집은
뉘 집 여식이더냐
"예 ! 되련님 저 아이는
퇴기 월매의 딸로 춘향이라 .."
춘향이라!!, 보기드문 미색이로구나
내 저 계집아이의 미색에 반하여
비록 문자라도보내고싶구나
네 가서 전화번호나 따오거라
피끓는 청춘들이
이 싱숭생숭한 봄날을
일없이 낭비하잔 말이냐고 여쭈어봐라
어쩌구 저쩌고 밀당 끝에
순식간에 발전 좋당이라니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업당으로
역시 남녀 십칠세는 지남철이로구나
사랑사랑 내 사랑
업고 놀자 안고 놀자
배우지 않아도 본능이 저절로 찾아가는
황홀한 봄밤
서릿발같은 아비의 분부
지엄하기로
내 어찌 몽매에도
새초롬한 고운 널 잊을 수가 있겠느냐
내 이번차 한양가 과거에 급제하면
어사화 꽂고
아비 안전에 나아가
무릎끓고
너와의 혼약을 내락 달을 터이니...
장안에 자자한 춘향의 미색을 탐낸
신관사또 변사또의 수청 강박에
정절을 고수하다가
옥에 갇힌 춘향이
교교한 달빛 새어드는
옥창살 사이
칼을쓰고
가여운 꽃대처럼 목을 휘인 춘향이 ..
사정 이러 급박함에도
일자무소식의
몽룡으로부터는
전갈 조차 없으니...
머리카락 풀어헤친 절망감에
절망을 가속할뿐
소쩍 소쩍 뭔놈의 소쩍새는
기별 아닌 기별이나
혼미한 춘향이 귓속에다
친절하게 넣어줄뿐.
이때 곡소리 창자를 끊는
월매나 속상햇을 월매의
문간을 두드리는그림자 하나
이리오너라
지나가는 길손이라고 여쭈어라
* '낼세 라니
아니 성도 이름도없는 사람 있다든가
인사 한마디 안허고
빙글빙글 비웃으며
이가라니 어떤 이가여
이가라면 이갈린다
우르르 달려들어 사위목 부여안고
자네가 증말 우리 사위 이몽룡이 맞나
어디 밝은 디서 사위 얼굴 한번 보세
춘향 모친 촛불 들고 사위 얼굴 밝혀보니
이건 거지도 상거지라
지지리 거지 행색으로 찾아들엇으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일
얘 향단아 손을 문전박대는 할수없으니 닭잡아 밥 해라
얼른멕여 보내게
책방에서 글 읽을제 보고 또 봐도 귀골 중에 귀골이라
과거급제는 따논 당상인줄 알었는디
이 사람아 이꼴이 다 뭔가"
비렁뱅이 길손으로 기어들어
에라이 식충같이 먹기는 잘먹는 다
제 계집 목숨 경각에 걸렸다는소식을
귓구멍을 파고 심어주었는데도
꾸역꾸역 목구녕으로 밥이 넘어가나 이 화상아.
우리 모년 죽었구나
아이고 우린 이제 다 망햇다, 두다리 뻗쳐놓고
양반인지 한냥 반 두냥반인지 다 소용없다
신세한탄을 해대는 월매의 탄식 듣는둥 마는둥
잠이나 퍼질러 자고난
바람처럼 스며들어
진주 감영을 염탐하는 몽룡의 일행
사또인지 오또인지
변 사또인지 똥사또인지 곳곳에 싸질러놓은 만행들을 사전조사
드디어 닥치고.....
우우이 물렀거라
암행어사 출또야!!!
품안의 마패를 꺼내
해를 뚜다리고
달을 뚜다리고
대문을 뚜다리고
육간 대청을 땅땅 뚜다리는
암행어사 일행 앞에
산천 초목이 떨고
위세등등의 변사또가
사시나무가 되어 떨어대고
- 중략
* 춘향전 중
오래된 햇볕
류윤
거무튀튀한
대청마루에 내려앉는
반질반질 손떄 묻은
오래된 햇볕
마루 바닥에 배어잇을,
야심한 밤을 두드리던
고른 박자의
다듬이 방망이 소리
찌는 듯란 여름 한낮
먼데 하늘
어둑어둑 비 묻어오는 예감
우르르 쾅
천둥소리에 뒤이어
처마 끝에
가지런히 빗질하듯 내리는
빗줄기를 잘라
염두에나 심었던가
담장 너머
훔쳐 가지고 싶었던
화사한 다알리아 같은
누이들의 난만한 웃음
거친 세월의 물살
훑고 지나간 흔적
부재의 낯빛으로 남은
고요의 직물
류윤
찌르르.... 찌르르...
슬픈 직녀같은 ,
풀벌레 울음소리로
직조한 직물
진폭이 큰 잡음하나 끼어들지 않는
잔잔한 음악처럼
고막을 아주 며칠 쉬라고
휴가 보내도 좋을
쓰다듬으면
이음새 하나 없는
넉넉한 식물성
온통
중국산 화섬 지천인
시장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은
無明의
안식같은
순면의 천연직물
모성의 대지가 펼쳐놓은
뻐꾸기 울음으로 징검다리를 놓다
류윤
동공 뒤까지 환해지는
프레시眼의 봄날
심산유곡의
인적없는 골짜기에나 들어
그늘없는 그늘의
뻐꾸기 울음이나 새겨 볼까나
해 묵은
저 담자색 슬픔의 연원 따라가다보면
목넘이로 헹구어 곱씹어
상통하는 지점있으리
정처 모를 설움으로
젖어드는 이 봄날
여의었던가
나는 무언가를 잃은 사람처럼
이승에선 듯 저승에선 듯
허공 중에 드문 드문
더딘 징검다리를 놓는....
목넘이 울음의 ㄴ저 접점에서
그리운 이름하나 떠올린다면
가슴이 온통
먹감빛 먹먹해지지 않으리
처서
류윤
가을 햇살을
지역 화폐로 받는다
어디다,쓰나
이걸 어디에다 쓰나
찬란 찬란
유치찬란
녹음이 넘치던 여름은
\서리 바람 묻어오자
귀에 쟁쟁
매앰 맴 쓰르람 ~
매미울음에 실려
종적을 감추었다
자극적인 음식 땡기는
만산의 단풍 물결이다
눈썹이 그린 난초는
고요를 가부좌 틀고
이마위에서
북북서로 방향을 잡은ㄴ
기러기떼 가족이 가고있다
일망 무제의 지평선 위에
건초 내음 바스락거리고
설익은 가을이
수숫대 옆구리로 스며드는데
단청 고운
소슬한 절깐의 처마를
푸른 하늘이 말아올리고 있다
수작교水作橋‘
류윤
흙먼지 풀풀 날리는
목 타는 들길을 가다가
먼데 하늘 어둑어둑해지며
먹 구름장 몰려오는
비 묻어오는 예감
성긴 빗발 후둑~ 후두둑~
뒤이어 우르르 쾅
고막을 깨부수는 천둥소리 뒤이어
다이렉트로
하늘을 짜 자 작~ 찢어 발기는
번개 한줄기
우장도 없이 나선
인가 하나 보이지 않는
낯설고 물선 초행길
쫄딱 비맞은 중 행색으로
산신각? 열녀각인지 좀 꺼림칙하긴해도
찬밥 뜨신 밥 가릴 형편이
일단 들어서고보니 심쿵
눈 앞의 그림이 귀신인지 사람인지
덩달아 놀란 묘령의 여인이 스르르 외면하고
돌아서 서로를 등진
야릇한 침묵 이어가는 사이
그 여백을 난사하던 기총소사의 빗발도
점차 게을러져 마지막 방점의 비를
이마에 그은 두 어색을
불협화로 뱉아내는
삐이걱~ 소리와 함께
등 떠밀려나온 두 사람
안구 정화의 속눈썹이
함초롬히 젖은 무너미 무너미
초록을 딛고
산허리와 산허리를 이어주는
임시 가설 교량같은
환幻의 무지개
꿈결 같은 천상에서 내려와
이리저리 정처를 헤매던
선남 선녀의
보석 같은 경이의 눈길
허공에서 부딪쳐
’쟁겅‘ 소리를 내는,
백록담
류윤
한라 산상
백록 담수호의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기슭이
두둥실 띄워 올린
공산 명월에
뿔이 걸려
오도 가도 못하고
약빨 내려받고 있는
꽃사슴 한마리
시야에 어른 거리는 이른봄
느닷없는 악천후의
억장 눈발 몰아쳐
온통 백록 을
백발 성성 도배를 해도
영산, 봉인된 한라산은
그 연배에도
내연하는 활화산 이라니
반디 불이의 발명
류윤
반디 불이의 유일한 배경은
어둠이다
거기 빌 붙어 산다
어둑의 살이 없다면 반디불이는
존재감을 유지할 수가 없다
모기 들끟느 늪가 \
한치 앞도 안보이는 칠흑
오만진창을 헹궈낸 어둠 속에서
반디불이는 발명한다
발명이라고하면 뭔가 대단한 것
새로운 것을 대뜸 떠올리며
코웃음들 치겟지만
발명
어둠 속에서 밝음을 道처럼 깨쳐
꽃으로 피우는 것
미약하나마 세상을 밝히는 일
밥이나 축내며 허접한 짓이나하는
인간 군상들 보란듯
하루살이의 최소치의 양심이자
오장육부를뒤져
꼬깃꼬깃 지불하는 밥값이다
고작 하루를 살다갈 망정
칠흑 세상을
바늘구멍만큼이라도 밝히겟다는
반디불이의 방전 덕분에
찌는 듯한 여름밤이 아름답다
어둠의 바탕화면에 다운 로드받은
반디불이의 천지운행은
형이상학적 실천이다
기찻길
류윤
만남은 짧고
이별은 길다
환희는 순간이고
눈물은 길다
두 줄기 눈물 같은
매운 기찻길을 들어
강철 채찍으로
등짝을 후려갈기는
쓰라린 후회여
꼬리가 긴 여운 만을 남기고
무정하게 떠나간
머나 먼 기적소리
돌이킬수 없는
우리들의 결별이여
개불
류윤
뼈대 꼿꼿한 것들이
부러웠다
하여 반골 흉내도
내 보았다
시시때때 로
속창시가
뻣뻣해져서리
곱창이 뒤틀리더라도
굽힐 수가 없어
지조하나
빡쎄게 빼면 시체
결국은 죽어서도
미라 형상으로
남을 거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중인환시리에
나도 이렇게
형상기억으로
자유자재 굽힐 줄 아는
희한한 물건이 되었다는
신기한 자아성찰
때로는 분기탱천
벌겋게 발기하다가도
죽은 뭐 같이
가사假死
흉내 낼줄도 안다 말이시
이런들 엇더하리
저런 듯 엇더하리
넘의 입에
좀 맛나게 씹힌들 엇더하리
목구멍만 넘기면
도낀개낀 종착역인
정거장은
도매금으로 배설되는 존재인 것을
그런 생각 셈놓고 넋 놓고
게게 풀려
하염없이, 대책없이
한 토막 깨치고나니
자꾸만 눈자위가
축축하게 젖어 들더라
전신이 젖어
아주 물티가 되더라
대청마루에 앉아
류윤
단단한 세월로 연단해 낸
대청마루에는
ㅆㄱ ㅆㄱ ㅆ ㅆㄱ
쑥국새 울음을 먹어
검게 탄 속내의
열 두 자
치마폭이 받아낸
일지 春心
애틋한 홍매 꽃가지라도
매끈한
마루바닥에
얼 비칠 듯
사기 등잔
류윤
까마득한 불의 기억
불을 붙이던
석유 한 방울마저
졸拙하고
댕그라니 남겨진
식은 사기 등잔
불빛 아련한 창호의
애련한 별당
그을음 닦아내던
아미蛾眉의 섬섬 옥수
소쩍새 적막을 울던
공규의 밤은
어디로 갔을가
누군가의 심중에 묻었을
어여쁜 불꽃 하나
사이
류윤
사랑은 부싯돌처럼,
순간을 긋고 지나가는
불의 꽃인 것을
내일
류윤
히야신스 구근 하나 묻어놓고
날마다 들여다본다
언제쯤 싹이 틀것인지
궁금하다
궁금해서 또 하루를 살았다
6월의 늪
류윤
연초록에서 진초록으로
일생을 누려도 다 누리지 못할
녹음방초 번지는 앞산 뒷산
ㅃ ㄲ, ㅃ ㄲ, ㅃ,ㅃ, ㄲ
이승에선 듯
저승에선듯
뻐꾸기 울음 건너오고
끓는 지열에
목덜미
송글 송글 배어나는 땀방울
온갖 산새들 지저귀고
리드미컬한 꾀꼬리 울음으로
눈부신 금박을 입히는 봄날
물 비린내
고요한 늪에 잠자리 한마리
나붓나붓 꽁지를 찍어
산란을 하고
개구리 눈알이 어딘가에 숨어
짝짓기를 갈망하는ㄴ소리
동, 식물성의 번식력이
고조되는 무제치늪을
수식하는
꽃 방석같은 ,
난 분분 난 분분
두근 거리는
흰 찔레꽃은 피어서
부끄러운 곳으로
미끄러지고 싶은 마음이
질척한 늪을 가르며
물뱀처럼 스르르 건너간다
수평선을 접다
류윤
오늘같은 날은
짭조롬한 저 수평선이나
온 종일 뜯어 먹지
꿈 많은 아이처럼
쪼글쪼글 수평선을
당겻다 늘였다
입안 가득
풍선껌이나 불어볼까
근심같은 ,
항 우울 같은 것
외로 꺾이는
갈매기 울음으로 접어
멀리멀리 날려버리지
지나간 사랑같은 것,
부우 부우~
뱃고동 소리에나 실어
멀리 수출해버리지
잠이 오는
리아스식 해안선이
아프게 감은
속눈썹에 접힐 때까지
안장 수장
류윤
아슴한 고향집
뒤란 흙담장 아래
이젠 기억조차 가물가물
토벽 아래 어디쯤 묻어두었던가
파보나 마나
녹색 구슬, 옥색구슬, 오렌지 색
두 손 가득 움켜쥐면
마음이 부자가 되곤 하던
보물 창고
보석같은 구슬들을
뇌리에 굴려보곤 하던
어린 잠속 꿈속.
다 늦어서야
눈물로 건져올리는
안장 수장의
역광에
슬프고도 서러운 빛깔의
파편으로 부서지는 ...
일모日暮의 잔광에
반짝 빛나고 스러진 동심은
* 안장 수장: 눈속에 묻고 , 눈물속에 묻다
대장깐 칼
류윤
화석이 될수 없는,
불에 달구고 물에 식혀
두드리는
담금질로 거듭난
연단의 시간
누군가를 기다리는 기쁨조차 누릴 수 없을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하지만 시간의 살을 저며낼
가혹한 운명만큼 쓰라리지은 않을 것
날선 이마를 들어
몸을 외길 삼아
단말마의 비명을 자르는 데 익숙해 질
독하게 살고 싶지도
차라리 병들어 누울지라
비린 달빛에 비춰
가책에 숨을 끊을 자진조차
스스로는 결정할 수없는 숙명이니
눈물마저 싹뚝 잘라낼
별리가 찾아온들 혀를 데어
변명 한마디못할
바라만 봐도
살벌한 눈길에도
주눅들지 않을
험난한 미래를
온기로 품어줄 이라곤
눈닦고봐도
별수없이
배추 밑둥이나 썰어내면서
잘린 단어인
포기란 말이나 입속말로
중얼거려야 할
육참골단의
신기를 떠내면서도
몸과 마음의 분리조차 모를
번민 한줄기없이
살아내야 할
그렇다고 떠나 갈수도 없는
스스로가 감옥
육욕도 결코 내 것일수없는
속치마같이 벗겨질 새벽이 온다한들
무슨 희열을
노동만 이마에 쌓이고 쌓여
부러지지 않는 한
끝이 끝일수 없는 종지부
세상에 태어나
단 한번의 인색한
자아 비판
목넘이의 울컥도
자진 납세해 버린
면벽의
서늘한 눈빛
칼날 위를 구르는
눈물 몇 방울도 사치
그런 연민은
이미 내 것이 아니니까
이젠 내가나를 믿지 못하니까
탱자 울
류윤
탱자 불알의
혈육만은 다른 줄 알고
성장기를 보냈다
향긋한 결실을 꿈꾸었으나
동서남북
사나워진 관계들
등이 배기는
불편한 잠 속에서
곪은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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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나무 다탁
류윤
태생의 침묵이란
이리 단단한 것일까
흠집하나 안간
원형질의 다탁 앞에서
말을 삼간다
선승이 차를 따르고
속객은
저자거리의 소란을
이 고적한 시간속으로
옮겨올수가 없다
차마시는
자취없는 소리만으로
가득한 선방
우문 현답의
무슨 답을 얻어낼 것인가
다만 수수백년
아로새겨진
묵언의 결이나 새겨갈 뿐
못 박히다
류윤
하늘이 지상에 박아놓은
못
손을 잡고
파스텔조의
봄볕을 거느린
못 둑을 주고 받으며
뭐라 뭐라
정담을 나누는
연인들
분명 저건 너를
내 가슴에
나를
네 가슴에 못 박겠다는
언약의 못질
하지만
가변적인 세상
사랑 잃고 다시 찾은
누군가의 가슴에
녹슬지도
아직도 번뜩이는
매몰 처리된
못 대가리
눈 앞의
잔잔한 파문조차도 사치일,
애처러운 눈동자에 고인
흰 꽃의 시간
류윤
상복 벗어버린 여인의
눈물에 씻긴
낮달같은
처연한 낯빛으로
슬픔마저 초극한 듯한
흰 꽃을 보면
생각이 깊어진다
뜨거운 정염을
피 한방울 남기지 않고
가져가버린
가혹한 시간의 힘
고음발성의
붉은 꽃이
저렇듯
목이 쉬어버린
흰 꽃으로
뭇 시선 아프지 않게
갈무리 되기엔
건너야 할 강의
수심 또한 깊었으리
걸어다니는 빈집
류윤
망연한 시선을
수평선이 아주 가져가 버린
빈집
철지난 남루를 걸치고
바람 부는 날이면
휘휘한 바람이 되고
비 오는 날이면
직립으로
장대비에 고스란히 못 박히는 ,
가학적인 빈집
허망한 빈것ㅇ로 가득한
빈집
고작 삼립 빵하나 우유 한 팩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갈수록 소심해해지는 빈집
사는 일보다
차라리 죽는 일이 더 어려울
빈집
공원 벤치, 지하도에서
달랑 신문지 한 장 덮고
잠을 청하는 노숙의,
식탁위의 단란을 잃어버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손목 놓아버린
뼈아픈 실패가
간단없이 달려와
발치에 스러지는 파도처럼
물거품 만져지는
말 못할 사연이라도.
오늘도 하염없이
망망대해를 바라보다
눈물 젖은 등짝으로
허청허청
정처가 없을,
내재적 접근론으로도
내부를
속속들이 읽어 낼 수는 없는
이 세상의 모든
빈집
낙동강을 베끼다
류윤
반도의 젖줄,
고공 촬영을 하면
대지 위 손금처럼 새겨져 있을 낙동강
신축성이 좋은 골덴 스판 재질같은
투명한 물살 속에는
아직도 눈에 선한 피리 갈겨니
붕어 ,모래무지 ,버들치 ,은어의 유유자적
토착의 강가에서 여름 90일을 자맥질로
이목구비를 갖추어
도회로 떠난 모천 회귀의 꿈들
弓弓乙乙 휘어지며
징징 징 소리를 두드려 펴서
박피로 펼쳐 놓은 것 같은
강줄기의 외피
서산이 해를 꼴까닥 삼키고나면
암담한 표정으로 자조하지만
새벽이 오면 몽환의 안개에 싸인
환상적인 비단뱀이 살아서
구불텅거리는 것 같은
눈부신 장관의,
강의 옆구리에
눈썹 같은 정자를 붙인
진경 산수의 음풍 농월과
사람 사는 마을의 고단한 서사를 이끌고
굽이 굽이 산등성이를
에도는
山 태극 水 태극의
면면한 흐름 이어왔다
태백산맥 줄기 강원도 황지에서 발원한
어린 물살이
이두박근 삼두박근으로 장성해
합종 연횡의 손잡고 흩어지는
유장한 흐름 으로
길없는 길의 전위가 되어
앞으로 , 앞으로 나아가며
벌목 장정의 강원도 발 뗏배를 띄워
물산을 남으로 남으로 실어 보내기도
육 이오 동란 때는 동족 상잔의
비극의 현장
강이 온통 선연한 피로 물들기도 했다는 증언
한반도의 하체에 불거진
돌올한 정맥 류 같은,
역사는 직진하지 않는다
결코 길을 잃는 법도 없다는 말을
실체적으로 입증이라도 하듯
거대 담론의 변곡점을 그으며
낙동강 하구언에 이르는
일천 삼백리 국토 대장정
하늘 한 귀퉁이를 보쌈하는
수천, 수만 마리 철새 떼의 군무가
장엄 대장경으로 이마에 새겨지는
대 서사시를
누가 흐르는 눈물로 읽고 가는가
격렬비 열도
ㄹ ㅇ
바람 불고
격렬한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열도는
열 개의 섬으로
산산조각
쪼개질지도 모르겠다
찢어놓는 것이
얼마나아픈
일이라는 걸 모르는
부모라면
태풍주의보 속에
이 섬에 들어
우산이고
우비고 집어던지고
전신으로 울며
격렬한 빗발속에 서서
찢어지는 아픔을
온몸으로 몸소
체감해 볼일이다
격렬비 열도가
격렬한 빗발과
악마의 혓바닥같은
파도를
이를 악물고
감내하는 것처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듯
거센 빗발도
머잖아 잠들테고
평화로운 날
거짓말처럼 찾아들테니
격렬비, 격렬비 열도
류윤
여기 와서 무슨 , 젊은 날의
격렬을 떠올릴 것인가
가버린 시간 거슬러
관광이라는 명목으로 따라 나선
시든 발걸음에 사치스런
비애의 감정 따위 실려있지 않다
일과성의 젊음은 빛이 바래고
흘러간 시간 유추할 당위 같은 것도
너무 늦었다
격렬비 라는 지명에 매혹돼
기억의 지층 속, 화석이 되어버린
잠자는 격렬을 일깨우기에는,
목넘이가 순한 술같은 일시적인 감정이나
수평선 위 노을로 걸려있을 뿐
격렬비, 격렬비 열도여
격렬한 빗발로나 쓰러지거라
흐느껴라,
집채만한 파도소리로
프로필 사진 보관 2023
화암추 등대
류윤
보랏빛 광휘로 열리는
신새벽
순대 속 같은
구불구불한 어둠을
헤드라이트 불빛으로 통과해
슬도를 찾아가면
밤새도록 불 밝힌
아프도록
슬픈
외 눈을 마주할 수가 있지
뜬 눈으로
잠 못 이루는
모성의
붉은 눈시울
그
긴 기다림의
화암추 등대
검은 파도 넘실거리는
먼 바다에서
눈 먼 불빛 보고
아들아!
살펴
돌아오라는,
武陵里 팽나무 / 류윤모
지나간 일은 다 부질없는,
뜬 구름 같은 것
훅 불면 날아갈 듯
상흔 같은 낮달이
정수리에 걸려도
이젠 무심해질 나이
생의 절정도,
마음을 얻으려던
안타까운 직진도 반납하고
심장에서 끓던
뜨거운 피마저 삭여낸,
주춧돌 같은 무르팍으로
스스로를 다스린
색을 버린 노화는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던
세월의 편린마저도
허공이나 응시하며
묵묵히 견디는
거대한 침묵의 면적
어린 눈으로 우러르던
세월의 거울에 비춰
일 만권의 책보다 무거운
고독의 자서전을
어느 깊은 눈 있어
속속들이 다 읽고 가는가
사위四圍가 잠든 깊은 밤
낡은 세월이나
삐그덕 거리며
온몸으로 우렁우렁 우는
천년 고목의 속울음을
잠 못이루는 어느 귀 있어
들어는 보았는가
구도자처럼
지그시 눈을 감고
제 안을 들여다보는
웅숭깊은 심연
청동빛 거무튀튀한
팽나무 한 그루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인기척 조차 없는
빈 골짜기의 적막을 다스린다
지렁이 체로 쓰다
류윤모
안식의 잠을 일깨워
전 존재를
백일 하에 드러낸 건
자폐의 골뱅이가 아닌
내 꿈의 틀인
꿈틀거리기 위해서
일체 무심조가 아니라면
결코 참아낼 수 없는 혐오와
무심코 밟고 지나가는
뭇 발길들과 수모를
일용할 양식 삼아
나를 키워낸 건 팔할이
능멸의 시선
뼈대도 얼개도없는서사의
단편 소설을
벌거벗은 욕망이라고들
쉽사리 읽어 내지만
길없는 길을 비틀며
풍자적으로 살기위해,
살아남기위해
혼신을다 해 써낸
자서自敍
피붙이살붙이라야
하나같이
몸을 쓰는 육필들이니
동문이 있다한들
비리비리한 이하 동문
개명 천지
이 한몸 설자리는 어디
전신이 울음으로 젖어
이따금 음소거의
속으로나
한 토막 짧게 울뿐
함부로 소리내 울어 본적도 없다
낮은 데를 기며
밟혀본자들은 안다
아픔은 전이되지 않는
비 전도체라는 것을
난, 나는 울어서 축축한 것이 아닌
이미 태생 자체가 축축한
그 분의 아픈 손가락
광활한 우주 공간의
눈속에서나
글썽거리는 존재
내 소망 은 단지
그 분의 눈 안에 드는 것
나를 보고
침을 뱉으며
함부로 생태를 논하지 말라
거대담론의
위해서가 아닌
다만 지상에 긋다 말
한토막의 몸부림일뿐
추사는
독창을 얻기위해
벼루 천
먹 일만을 닳구어냈다지만
독창의 내 서체는 천부天賦
펜이 무의식을 따라가는
자동 기술
그걸 각고라고들
함부로 오독하지 말라
내겐 깎을 뼈가 없으므로
하지만 독창의 내 서체를
하늘 아래 누가 알아주랴
고작 비린내 한 벌 걸치고
서럽게 태어난
태생의
내 서체를
온몸으로 밀고가지만
내 일생의 진도는
고작
거기에서 거기까지
하지만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때로 생태니 공동체니
나를 위로하지만
농약에 절여진 몸으로도
기꺼이 살아남은
모진 생명으로 증언한다
니들의 그 위선을
접수해 가라
나는 일찍이
我를 잊고 살아왔으나
중인 환시리에
형상 인식의
전 존재를 드러낼 때 희열을
어렴풋이나마
존재감을 인식할 뿐
꼬부랑 영어건
가갸거겨 모국어건
눈 감고도 휘 갈기는
난필의
학점 따위 아랑곳
형 이상학적 상향가압 방식의
교만쩌는
모든 학문들을
이미 통과의례로 섭식해
형 이하의
항문으로 배출한 덕분에
모르쇠 질환으로
학문 외과 한번 찾은 적이 없다
잘난 너희 어떠냐
이래도
이 지상 네트워크 어디에도
내가 끼어들 자리란 없단 말이냐
범 동물군에도
차라리 범 식물군에도...
난 영원한 아웃사이더
오체투지
고난의 성자 몰골로
변방이나 떠돌 처지
열흘을 기어
하루를 왔다
출처도 입구도 불분명한
막힌 진로를
온몸으로 뚫으며
여기까지 ,예까지 왔다
울어라 하늘이여
퍼부어라 ,
가학의 소낙비여
온몸에 배어있는
혐오의 시선
후련히 씻겨 나가도록
슬도
류윤
외롭다
외롭지 않다
바람같은 날들 지나
여기
정착햇으니
세상에
바람 아닌 것이
그 무엇이든가
별을 깍아 박는
天文과
바위를
모래알로 흩어버리는
地理의
손길 앞에서
외로운가
신의
눈 속에
보석처럼 박힌
그대
외롭지 않다
못 박히다
류윤
하늘이 지상에 내려
박아놓은 못
손을 잡고
파스텔조의
봄볕을 거느린
못 둑을 주고 받으며
뭐라 뭐라
정담을 나누는
연인들
분명 저건 너를
내 가슴에
나를
네 가슴에 못 박겠다는
언약의 못질
하지만
가변적인 세상
사랑 잃고 다시 찾은
누군가의 가슴에
녹슬지도
아직도 번뜩이는
매몰 처리된
못 대가리
눈 앞의
잔잔한 파문조차도 사치일,
애처러운 눈동자에 고인
하늘이 버려져있다
류윤
빗물이 고여
깨진 조각 거울처럼
버려진 하늘
지난 날 저 하늘을
열병식 하듯
눈 시리게 채우던 그린벨트
벼포기들을 매만지던
마디 굵은 손길
거머리에도 아랑곳없이
둥둥 걷어부친
흔한 장정들의
단단한 장딴지들
비 한방울 내려주지않는
하늘을 우러러
원망하던 눈길
오랜 가뭄을 해갈하는
장대 비에
파안의 미소를 짓던
주름진 얼굴
그 단순한 소망들
하늘에 묻어버린
수많은 농부들의
기쁨과 낙담
한숨과 보람
어느 세월이 가져갔나
어김없이 가을은 와서
착하게 고개 숙인황금 들녘
와릉 와릉 ㅏ탈곡기 소리
차르락 차르락
하늘 곳간에 가 박히던
나락알들
습자지같은 잔설이 뒤덮이는겨울
이제 우리 논이 되었다는 말에
마실갔다 오다가도
이따금 측량이라도 하듯
이쪽에서 저쪽
논의 넓이를 가늠해 보곤하며
설레이던 그 논배미들
언제부턴가 쌀이 논보다
더 많이 나오는데가 수두룩하니
인건비 비료 농약 값 제하면
별로 남는 것도 없다며
가꾸는 손길이 없어
그루터기만 남은 빈 하늘
그 하늘을 맡기고
고작 직불금 몇푼 받아쥐는 ,
겨울 묵호
류윤모
질척거리는
못난 사내 있다면
바람의 원산지
겨울 묵호를 찾아갈 일
산더미 같은 바람과
정면으로 맞서
비로소 넘어설 때
사소하게 맞은 바람 쯤
하찮아 질 것이다
빈들을 장송하는
승냥이 바람소리
싸늘한 바람 벽의
밤거릴 헤매며
자신을 몰아치고
또 휘몰아치는
사랑도 있는 법
눈빛을 지져대는 낙조에
잔상을 태우며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
기억되어진다는 것이
다 부질없는 일임을 알게 되리
마침표로 찍힌 등대 하나
눈속에 굳게 재겨넣으며
얼음 도가니에서 단련되듯
이마가 강인한 사내로
차갑게 벼려져 돌아오길,
면/ ㄹ ㅇ
김이 물씬 오르는
국수를 앞에 놓으면
면이 보인다
장터에서
이 국수로 허겁지겁
허기를 채웟을 면들이 보인다
뚝뚝 떨어져 앉은
남루에 붙은
저마다의 목숨 줄 들이
엑스 레이 사진처럼 투시돼 보인다
국수 공장의
짯짯한
햇살보다 눈부신 가닥가닥
신기처럼
뽑아낸 선들을 묶어논
포장지를 뜯어
설설 끓는 솥에서 풀어 삶아
척척 면들을 건져올리는
툽툽한 손길
찰박 찰박
찬물에 헹궈
미리 준비된 양념을 올려서
사발 사발 담아내면
허겁지겁 채울
면 면들의 허기가 보인다
오죽烏竹
류윤
혈혈 단신으로
사방팔방 둘러보아도
길은 오직 하나
욕심껏 치솟아 보지 못한
공부의 여한이 남아 있기 때문이리라
책상 물림의 혈통 만은 버릴수 없어
독학으로
가는 데 까지 가 보고 싶은 것이다
궁극의 허공이나 만지다
종생에 이를지라도
결심에 결심을 거듭하며
끝까지 가보는 것이리라
눈 앞이 캄캄해 질때마다
문방사우의
벼루나 닳궈내는..
초록은 동색이라고
까마귀들의 동서同棲도
예사롭지 않은 일
자나깨나 죽비를 들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면벽의 경쟁심도
가야할 길이 남아 잇기 때문이다
다들
실루엣을 단단히 잠그고
형설 지공으로
내면을 비워내는 것도 공부
바람 맞는 것도
바람에 매질 당하는 것도
다 공부 아닌가
세상천지
공부 아닌 것이 무엇이든가
씻어낼 수 없는
먹물 근성의...
칼의 꽃으로 지다
류윤
제 칼에 제 속을 베여
내상內傷 입었을 여인 하나
이 땅에 살다 갔니라
옷깃 스쳐간 남정네의
뜬 구름 같은 약속 믿고
풍진의 한 세상 살아냈을
그 애련의 생애
사무친 연정이
덩기덩 가야금 가락으로
치마 폭에 매화꽃 만발하였으리
바람 같은 사내들의
언약도 정표도
다 부질없었을
고독한 칼 한 자루로
허공에다
순간의 꽃을 피워내고
낙화를 흩뿌렸을
현란한 검무劍舞로
뭇 눈길 사로잡았을
기녀의 일생,
칼의 운명처럼
아프고 쓰라렸을지니
그 마음 속 늘 바람 불어
서러운 검날로 피워냈을
허무의 꽃 한송이
간 곳조차 묘연해도
구름 마음
머물다 간 자리
소슬한 검 한 자루 남아
글썽이고 있을지니
* 雲心
쪽박 항 1박
류윤
어선 서 너 척쯤 정박해 있는
거제도 동부면의
조그만 항구
사업이고 사랑이고
쪽박 찬
황폐한 나그네의 발길
이박 삼일 쯤은 안아들여
위안을 줄 만한,
절로 눈이 스르르 감기는
內岸에도
그윽한
어화漁火의 밤은 찾아들어
동병상련의
길 잃은 그믐달이라도
同憮하여
서성였으면 ,
부우~ 부우우 ~
상한 뱃고동 소리
여수旅愁를 실어와
비장의
묵은 슬픔이라도 끄집어내
벌건 비애를
눈가에 쳐 바른다면
외로운 內港과
그렇고 그런 사연의 사내
귓가에 철썩이는
파도 이불 덮고
하룻밤의 위로 엮어낸들
무슨 허물 되리
*소개 블로그에서
제부도
류윤모
거기 뭘 두고 왔던가
잃어버린 그 무엇이라도있을것만 같아
들어갔던 사람은
뒤가 돌아보여
한번은 다시 들어가 봐야 하는섬
아쉬운 소설의 결말처럼
묘령의 여인이
젖은 눈으로
하염없이 기다라고 있을 것만 같은
해무海霧에 싸인 제부도
육지와 연이 닿아
글썽이는
가느다란 마음길을
안타까이 이어놓은 섬
그도저도 아니라해도
주당답게
반쯤 마시다 맡겨둔
소줏병이라도 있어
자나깨나 쳐 죽여야 할 조바심에
시달리는 섬 이거나
누군가는 이마위 번뜩이는
날선 수평선을 들어
얽히고 설킨
그 무엇을 일도양단할 일이라도 있어
찾아 들었겠나
철 지난 옷자락에
절망과 우울을
덕지덕지 쳐 바른 저 사내
바다가 보이는 횟집에 앉아
다들 웃고 떠들며
파도의 살점을 집어 들고
목구멍으로
쓴 소줏잔 털어 넣는다해도
시끌벅적 술자리
파破하고나면, 쓸쓸
낯선 잠 자리에 들면
사람에 따라서는
눈 속에 새겨진
돌올한
섬 하나 쯤 떠오르지 않겠는가
밀양 위양지
류윤모
이제 첫걸음을 내 딛는 연인이라면
못을 찾아가야 한다
이팝꽃 흐드러진
식물성의 고요가 끓는 5월의
사랑의 성지
세월 지나면 형질 변경되는
길이나 땅이나 건물과 달리
영구 불멸의 ,
대지의 눈동자에
눈도장부터 찍어두라는 의미
휘발성 강한
언약을 못 박듯
지도에 단단히 못 박힌
이름 그대로 못
인파로 복작거리는 도심을 벗어나
고요한 못물에나 시선을 주고
점점이 떠 있는 오지랖의 연잎들에
연심을 포개며
사랑의 신도로서
백 마디 미사여구보다는
서로에게 집중하는 심화 학습의,
성지 순례지로 자리매김하라는 것
못물 같은
측량할 수 없는 내면의 깊이
스스로에 대한 자문 자답의
주관식 시험에 들어
점점이 떠 있는 연 잎들에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먼 훗날
세월 흐르고 흘러
홀로 찾아와
못물에 잠긴 상념을 건지게 되거나,
그리운 곳을 돌아보게 되는
성지가 될 터
슬도
류윤모
바람 세찬 날
아비 손을 놓쳐버리고
앉아 우는
마마자국 남은
조고만 여자 아이같은
설움의,
역마살 파도가 슬어놓고간
사생아같은
외딴 섬
그 눈속의 비애를
말없이 감싸안아주기만 해도
울음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고립孤立은
깨치고 보면
이토록 안정적인 것
비로소
그대 눈 속 반짝이는 윤슬로
눈부신
비단 한폭 펼쳐 놓으리
다도해를 흐르는
섬 같은
오늘같은 날은
지극히 개인적이되어
어딘가에는 있을
그 섬에 가고 싶다
안개의 시간
류윤
새벽 산책은
다시없는 보약이다
밤새 ,
어여쁜 우렁각시 찾아들어
섬섬 옥수로
맛깔스런 반찬 오밀조밀
무치고 지지고 볶아
김 오르는 따끈한 밥을 지어
남몰래 덮어두고 간
망사 밥상보 ,
그 한땀한땀
아리땁게 수놓은
색색의
고운 새소리 위에
리드미컬한 꾀꼬리 울음으로
눈부신 금박을 입히는 시간...
수천 수만의 나뭇잎 떼가
소낙비처럼 하늘을 뒤덮는
수목림의
깊은 터널 속으로 들어서면
천간 공간의 대적광전이다‘
몽환적인 이 길
걷고 또 걷다보면
묵은 시름도 한없이 지친 육신도
씻은 듯이 치유될 것만 같다
쨍한 매미울음이
얇디 얇은 망사 커튼에
예리한 가윗날을 들이대기 전,
뻐꾸기 울음으로 징검다리를 놓다
ㄹ ㅇ
동공 뒤까지 환해지는
프레시眼의 봄날
심산유곡의
인적없는 골짜기에나 들어
그늘없는 그늘의
뻐꾸기 울음이나 새겨 볼까나
오래 묵은
담자색 슬픔의 연원 따라가다보면
시계바늘 곤두 서는
정오 되면
어김없이 시각이나 알리는
기계적 인공의 뻐꾹이 소리 말고
목넘이로 헹구어 곱씹어
상통하는 지점있으리
정처 모를 슬픔으로
축축하게 젖어드는 이 봄날
여의었던가
무언가를 잃은 사람처럼
불현듯 슬퍼져서
이승에선듯 저승에선듯
공중에 드문 드문
더딘 징검돌을 놓는....
목넘이 울음의 접점에서
그 봄날을 나란히 걷던
그리운 이름하나 떠올린다면
가슴이 온통
먹감빛 먹먹해지지 않으리
존재의 그늘
류윤
꽃들은
자리를 놓고
사생결단하지 않는다
타의에 의해
화분 자리 들고나도
한결같이
환하게 웃는 꽃들
사람들은
차지하기 위해
평정심을 누리지 못하고
앉아서도 달린다
한시도
내려놓지 못하는 마음이
소란스런
바깥에 있어서다
사람들은
홀로는
존재의 안쪽으로 스며들어
꽃이 되기가 쉽지 않다
목도目島
류윤
눈을 감는다고
눈동자가 사라지든가
어느새 주름진
그 눈들 속에
염장처리된
사계四季는
사라지지 않는다
영구불멸의
서사같은
작은 우물도 하나
춘도椿島라고도 불리던
동백섬의
화려한 낙화는
화인花印으로
선명히들 찍혀잇다
떠라 감은 눈을 ,
목도여,
동백섬이여
누군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햇든가
운문사 후박나무
류윤모
여수旅愁에 잠겨 묵묵부답의,
운문호 호반을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오리무중五里霧中의 행려
구름의 문을 밀고 들어선
푸른 길,靑道
수수백년 초서체의 구불구불
적송터널을 통과해야만 하는의례의
운문사 입문
누워서 막걸리 한말을 들이켜고도
정신이 맑기가 한결 같다는 명물
누운 소나무와 잠시 해후를 뒤로
혼잣말같은 패자들의 후회는
그림자처럼 뒤란에나
재독 삼독의 발로 또 읽어내는
한 그루 후박나무의 골똘은
정수리를 긋고 지나간
비의 격렬이라도 되새기는지,
후한 것이든 박한 것이든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면
은혜로이 순명하며
노루꼬리같은 가을볕살까지 알뜰히 거두어
약으로 쓰겠노란 궁극의
손바닥 경전이나 깨치고 돌아서는
하릴없는 여정
해인사 가는 길
류윤
한 생각을 놓이버리니
온 바다의 파도가 다 잠잠하다
오는 바가 없으니
가는 바도 없다
마음의 행로를 찾아 헤매엇으나
떠나간 곳의 자취도 없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다 할 것인가
못난 중생이쇠등에 앉아
소를 찾아 헤매었구나
해인을 찾아
바다로 갈 것인가
산으로 들 것인가‘
오래 찾아 헤매던 海印은
이미 내 안에 있었던 것을
달관
류윤
크고 작은
은장도같은 은어들
칼날을 번뜩이며
물의 살 ,
물살을
날로 회를 쳐대고 있다
하지만 눙치고,
갈라치며
칼날 지나간 자리
그어디에도
흠집 하나 안 나는
거침없는 활달
仙적인,
파안의
저 넉넉한 이해는
주름진 물 이마의
깊은 內心에서 오는 걸까
부럽다,
무아 지경의
무심
관점
류윤
글썽이는 한 방울,
이슬의
표면장력에 대해 나는또 생각해보고
골똘해지는 것이다
우주적 순환의
가벼운 방점으로 내려앉은
자아
돌올한 존재감으로
뭇시선속에 들고 싶은
몸부림 마음부림으로 구르는
피는 당긴다는데,
가만히 손끝을 대면
그렁그렁
울먹이다가
확 엉겨붙는 *관종
음 소거의
맑고 투명한 울림으로
활자처럼 구르다 멎을
하나같이
슬픔의 근친들이니
한 하늘 아래 땅위에 숨결 섞으며
웃고 떠들고
무리를 지어 다투고 배척하며
힘 자랑질을 해도
관점 이동해보면
우리 모두
그 분의 얼로 빚은
공통 분모
관계로서의
인류 아닌가
이 맑고 투명한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은 어떠한가
천년 만년 살 듯
욕망에 부역하다가 마침표를 찍는
삼투압의
이 허들을 넘기가
이토록 고통스러운가
임종을 앞둔 병상에서
연민을 글썽이는 가족들
깨어 기다리라는
크신 분의 발자취를
촉각이나 하듯
또랑또랑 눈뜨고
새벽을 맞는 이슬은
동질성인 것을,
* 관종- 관심 종자
얼음 화석
류윤
단풍잎 한잎 ,
얼음 속
창날처럼 박혀
오래 잊는 일
화두처럼
아프게
붙들고 있다,
되돌릴 수 없는
불돌이 되어
식어버린 시간
그 화려
別辭
류윤
꽃이 사시장철 그 자리에 피어 있다면
누가 반색을 할 것인가
사랑은 부싯돌처럼,
순간을 긋고지나가는
불의 꽃인 것을
쌍봉낙타의 눈
류윤
쌍봉낙타가 등을 버린다고
빈 입으로 우물우물
되새김질하는
사막이 쉽사리 잊혀질까
소실점 끝의 시간마저
하얗게 증발되는
가도가도
터벅터벅
시든 발목을 묻는
사막길
모래알 머틀거리는 그 먼눈에
담겨오는 것은
아마도 색색의
휘황찬란한
도시는 아닐 것이다
어항 속의 금붕어가
금의로 치장한다고
태생을 벗어날 것인가
사람이 걸어낸 비포장 구간도
지나고보니 그립고
아프도록 사무치거늘
낙타의 주름진 눈속에는
아직도 사막이 들어잇거니
-미 발표
생가生家
류윤
서러운 곡조같은
고향 산천의
진폭이 큰 산등성이들
그 기억의 협곡을 가르는
귀향의
익숙한 낯선 길
되감아 오르면
녹내장의 근원이자
개인적 내력의 원산
당장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 같은은
신발을 벗어놓은
종지부의
희망 고문의 파산
한사코 달아나고 싶었던
원심력의
눈에 핏발 선 청춘기
고향은
진부한 고향이나
핏덩이 생을 받아낸
이젠 만만한 내 고향도 아닌
무명인 작사 작곡
조각달이 쓰윽~ 스켄하고가는
황성 옛터같은
낡고 허물어진 습속의
구석구석
눈길 닿는 곳마다
구체적 가난이 널려있는
명치 끝에서
거꾸로 서서 자라는
차고시린 고드름같은,
푸른 정맥류로 흐르는
내재율의
눈물 길 따라
가여운 밀물로
다정다감하게 다가서는
아낙들의 치맛자락
노래보다 시보다,
뒤늦은 연민의
잔인한 추억들로
어두워오는 밤 하늘
들리지 않는 울음이 흐르는
저녁놀의
뜨거운 목울대로
사랑하고자 하나
사랑할 사람 하나 남아 있지 않은,
-미 발표
뒤란의 그늘
류윤
씨줄 날줄
올올이 신접스러운,
얼금 얼금 삼베올같은
슬픔이 얼비치는
뒤란의 그늘
긴긴 밤 물레를 잣는
토방의
호롱불빛이
동그랗게 도려낸
좁장한 어깨의
가여운 내력같은
바람의 발자국 소리에도
귀기울이던
반도 아낙들의 운명
아직껏 전래의 한은
눈물 묻은 베폭으로
뒤란에 고여
떠날줄을 모르는가
형광등 불빛
대낮같은
이 개명 천지 에도
귀촉도歸蜀圖
류윤
그 놈의 밥이 뭐라고
자나 깨나 밥걱정
죽어서도 밥걱정
슬하에 올망졸망
아오랍 동생을 두고
차마 눈도 못 감고
숨을 거둔 누이는
어린 동생들 눈에 밟혀
끝끝내
아홉 내를 못 건너고
이승으로 돌아와
어두운 밤하늘에
납덩이같은 울음의
노둣돌을 놓는다
내 가슴팍이라도 딛고
건너 오이라는~
아홉 동생들에게
밥 지어 멕이려니
솥 작다고
부엌 바닥에 주저앉아
치맛자락으로 눈물이나 훔치던
심약한 누이는
줄줄이 어린 동생들 이름
목 놓아 부르며
앞산마루에 앉아 구슬피 운다
돌덩이 같은 근심으로
징검다리를 놓을 테니
내 피눈물로
돌다리를 놓을 테니
피가 질컥거리는
그 발자국만 딛고
조심조심
허공에 놓인 그 징검다리 따라
'얘들아 안심하고 이리 건너오이라'
두 팔을 벌리고
솥작~ 솥작~
42
기별
류윤모
한갓진
절 마당에서 듣는
축음縮音의
슬하에서 노니는
이목구비도 채
갖춰지기 이전의
어린 물고기같은
손 끝에서 빠져나가는
소수점 이하의
촉각을
간에 기별도 안갈
두어 숟갈 뜨다만
점심點心같은
오다가다 만난
가벼운 인연이라 한들
식은 미간에
실낱 바람결이
토해놓고 가는
간間에 기별같은 것
소슬한 추녀 끝
고작
평정심의
눈시울이나 건드리고 가는
고적한 풍경소리
- 발표 시와 소금
폐가의 시간
류윤모
‘이 집에 누구 없소’
주소 들고 찾는 이의
목소리만
반송 우편으로 되돌아오는 빈집
복사꽃은 으스스한 귀접인 양
도발하고 있고
사방팔방 ,
기다림을 후련하게 방목해버린
낡고 구멍 난 한지 창
난봉꾼 바람에 손목 잡혀
립스틱 짙게 바른 맨드라미
눈에 밟히는 어린 것 우는 소리
한사코 이명으로 따라붙는
거센 바람 한 폭
쭉 ~찢어발긴
시퍼런 포장의 헛간에는
시나브로 녹슬어가는
흙 묻은 농기구들
함부로 벗어던진 장화의 시간
삭아가고 있고
탐스런 손목으로 마중물 길어 붓던
녹슨 펌프는
콸콸콸 물소리 벗어 놓은 지도 오래
도둑조차 넘볼 것 없는 담장 아래
5월 난초가
일진 보기 화투장이나 떼는 봄
싸리울 아래 어미닭이
병아리 떼 뿅뿅뿅
和氣 넘치던 고전의 봄은 어디가고
허물어진 담장아래 싹수 노란 개나리
봄소식이라고 사기를 치건만
면벽의 거울은
기억을 하얗게 비우고 있다
-두레문학
청개구리 座
류윤
누가 저
조고만 눈꺼풀 벌려
작은 심장이 미어터지는
무덤을 집어넣었나
청일점의
목울대를
오르내리는
섧은 울음
초록의
통점 같은,
돋을 새김된
작은 감옥에
역류의
눈물 비
주루룩 흘려 넣었나
늘 귓속에서 튕겨나오던
母聲,
뒤늦게야 접속한
참회의...
세한도(積雪)
류윤모
새해 새 아침,
두루마리 화선지 한 장 펼쳐 놓는다
亞字 한지창으로 짓쳐드는 햇살보다 환한 방안엔
고적한 蘭 화분 하나, 벼루 위 가지런한 붓 한 자루.
눈빛을 이글이글 태우는 질화로 .
아프게 감은 눈속에 점 하나가 지평선을 그으며
점차 동공으로 확대되어 와서는
히히힝, 말울음으로 땅을 차며 고삐를 낚아채는 듯,
해마다 부질없는 까치소리만
감나무 가지에 내려앉아 한층 밝아진 귓전을 어지럽히는
적소의 아침.
눈빛이 형형한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寒蘭 같은 속뜻을 가다듬으며 오랫동안 공들여 먹을 간다
피 맺힌 열손가락으로 봉창을 긁어대며 울부짖는
귓속의 휘휘한 바람소리
억장 무너지는 적설積雪은 소 울음으로 내려
사방팔방, 도성으로가는 길이 막혀있다
북풍한설 뒤집어쓴,
온몸으로 일필휘지 하다
가지가 꺾여버린 낙락장송 한 그루
꺾일지언정 휘일 수 없는 빽빽한 직필의 죽림이
서늘한 이마 속에서 맑디맑은 바람소리를 낸다
임 계신 곳 향해
정중동의
북향 四拜를 올린 후 상소문을 쓴다
듬뿍, 먹물을 찍어 들고도
선뜻 나아가지 못하는 힘찬 붓의 망설임.
옷깃을 여미고 ,
국태 민안을 바라는
사림士林의 뜨거운 피 찍어
골수에 새기듯 한 줄 한 줄 써 내려 간다
하늘을 찌르는 백성들의 원성과
조악한 음식도 마련할 길이 없어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생활상.
약을 구할 길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며
숨 떨어지는 어린 자식의 손목을 놓아야하는
봉두난발들의 피를 토하는 마음, 그 목불인견의 참상을
보고 들은 대로 고스란히 화선지 위에 담는다
검은 어혈든 피를 찍은 붓은
달리는 흑 토마
부귀영화의 깊은 잠에 빠진 천년 사직의 한양 땅을 향해
거침없는 한 필의 붓이 갈기를 휘날리며
뚜두벅, 뚜두벅, 뚜두벅 파발마로 달려가고 있다
- 발표. 열린시학
次里의 가을걷이
류윤모
높은음 자리표로
벋어나가던 포도덩굴
그 다크써클 짙은
손수건만한 그늘 아래
하릴없이 앉아
그리움의 탁본이나 뜨던
지난 여름 한철
한 포기 식물처럼
흙에 발목을 묻고
함께 해온
호박덩굴 , 오이덩굴이
밤 사이 쓸고 지나간
태풍 에 폭삭 ,
고개를 떨구었다
작물들의 몰골이
비 맞은 중 행색으로 추레하다
빈쭉정이 밖에 거둘 것 없는
참담한 흉작 일지라도
씨는 뿌린 대로 거두는 것.
잡초로 뒤범벅이 된
텃밭을 깔끔히 정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새벽부터 낫을 들고
고래심줄만큼이나 질기고 질긴
호박덩굴, 오이 덩굴부터 잘라냈다
이젠 눈먼 질주도 끝이 났다
세상의 모든 끝은
단순 명쾌가 아닌
메마른 손등의
툭툭 불거져나온 힘줄처럼
거칠고 지저분한 것일 수도 .
정처를 향한 사다리 같은
어설프기 짝이 없는 얼개의
바지랑대를 하나하나 뜯어냈다
무성한 그늘에 가려 있던
골조가 이토록 변변찮았을 줄이야
기진맥진해
제 몸 하나 제대로 못 가누는 들깻대,
그 깨알같은 항변도 베어 눕혔다
밭고랑을 한 고랑씩 잘라내
이리저리 묶어내고 보니 후련하다
스산한 겨울이 오면
아득한 소실점마다
빈 것으로 가득할
허무를 견딜 일만 남았다
가락 국수 식
류윤모
작년에 왔던 허름한 행색으로도
불시 검문 걸리지않고
순순히 넘어가주는 가락국수
구면으로 데면데면 마주 앉아도
콧등치기의
외가닥 길까지도 걷고 걸어
갈등이고 오해고
실실이 올올이 쉽사리 풀어지는
살가운 살붙이같은
당기는 음식
손등 툽툽한 아낙이
설설 끓는 양은솥을 열고
보시하듯
한 양푼 그득하게 담아낸
사방팔방
제 갈길 제 알아 가는
리드미컬한 길들을 달래어
곱게 이끌어서는
급한 시장끼의 고개를 넘는다
꼬부랑 글씨 몰라도
사는데 아무 지장없는
비천한 입으로 입으로 전해온
서러운 가락 , 국수.
빳빳한 배춧잎도 아닌
구겨진 흑싸리 껍데기몇 잎에
허덕허덕 살아낸
기구한 사연까지도
후후~ 불어서는
에헤라 듸야~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같은 접시에 덜어서는
입김 시린 슬픔으로 식혀
미련없이 밤 하늘로 띄워 보내버려
뭔 국수가 이리 매워
혼잣말로나 시부렁 시부렁
소매치기로 쓰윽 지우는
눈물의 핑계꺼리로나 감추고
벌건국물까지도 한방울 남김없이
공복을 싹 비워버려
인생 뭐 별거 있다더냐
씹어 맛나는 노가리도 아닌데
자칫 씹다보면 인생 도매금으로 헐해져
일단 목구멍 포도청으로 후루룩 넘겨버리면
조금 억울해도
세상사 아주 속 편하고 단순해져
짜들어 국수 먹고는 쉬 배가 꺼져
문지방도 못 넘는다는 속설의
돌아서면 이내 찾아들
헛헛한 속 사정까지도 떨이로 넘겨버려
햇 정구지
류윤
햇 정구지는 아시 정구지라 해서
집 나간 입맛도 당겨오는
시어미하고도 나눌수 없는 별미라는데
서슬 푸른 낫질로
싹수마저 싹둑,
도려냇는데도
촉촉한 봄비에며칠새 몰라보게 웃자라 있네
그 생명력 베어도 베어도 돋아나는
독한 그리움 같은 거라면
멀리서 오는 주인 기척 미리알고
흩어진 머리와옷매무새부터 가다듬는
어디엔가 숨겨둔 어여쁜 애첩인양
수시로 찾아가
다정다감한 손길로 쓰다듬어주고
이뻐해 준들 또 어떠리
온종일 주룩 주룩
우울하게 비내리는 날이면
장화에 우산 쓰고텃밭으로 나아가
손에 잽히는 대로 섬벙섬벙 베어다가는
홍합에 알딸딸한 땡초 몇개,홍고추 두어개쯤 썰어넣고
정구지 전이나 척척 뒤집어
거 좋다.! 막걸리 한잔 독작하는 재미는 어떻고
먹다 남으면 믹서로 싹싹 갈아그 물에
포르스름한칼국수도 밀어 먹고
생으로 무쳐먹고 절여 먹고찜쪄먹고도 남는다면.
미친년 궁둥짝만한 밭 한 귀퉁이 쯤
자르지 말고 방치해 두면 어떨건가
잊힌 듯 만듯
오다가다 생각난
헛헛한 발걸음으로 찾아들면
어느새 쑥쑥 밀고 올라온 대궁 끝마다
흰 꽃별 들 자잘하게 흔들리는
눈에 아삼삼
철지난 바람농사
평생에 어렵사리 일구어낸
무허가의 밭 한뙈기
하늘 아래 땅위에
씻을ㄹ 수 없는 죄라도 지은 걸까
은편리
류윤
지금이야
전원주택 단지가 되어
어지럽지만
다랭이 논들이
옹기 종기
덕지덕지
은편처럼 붙어 있던 마을
이 마을에 탯줄을 묻은 이들이야
어디가 살든
햇빛에 난 반사되는
다정의 그 은편,
깨진 은조각의 꿈들을
속내에는 간직하고 살지 않겟나
영 넘어가는 바람도
안아 들이던
순박한 산등성이들
그 산자락에
조개겁질처럼 닥지닥지 붙어
한가롭던 시골마을
이젠 옛것이라곤
오다가다 지상에 점을 찍듯
울산 행 시내버스를
목 빠지게 기다리는 촌로들만
흑백사진으로 낡아가는
은편리
씽씽 달리는
아스팔트 도로가
염통속으로나고부터
살진 흙은 야금야금 먹혀들어가고
억억 하는
땅값만 천정부지로 올라버렷네
펜스를 두른 전원주택들
곳곳에 들ㅇ서면서
신천지가 되어 버렰네
작은 손거울처럼 빛나던
그 은편은 어디 가고
낯선 비까번쩍
눈매 수상쩍은
외제 승용차들만 시선을 끄네
길 뜯어먹으며 사는
네온싸인 붙인 식도락의
식당 간판들만 눈에 띄네
신작로
류윤모
시외버스 뒤꽁무니에
흙먼지ㄴ 풀풀ㄹ 달고 달리는
기억 속의 신작로
도시로 하나둘
다 떠나가고
미루나무 가로수 열병식만 남은ㄴ옛길
산골짜기 커브를 돌아서
비포장 도로를 덜커덩 덜커컹 끌고왔을 우마차
도리우찌를 쓴 난봉꾼 사내와
옆자리에 앉은
봄볕을 모으는 꽃양산을 쓴 신여성의
가지런한 단화에 모아졋을 시선들,
시골 마을의 빅뉴스
얼마 안가
왔던 길 되짚어
차가운 눈물이나 뿌리며
가방하나 들고,
또각또각 발소리 벗어놓고 떠나갔을 길
누군가는 속울음을 삼켜
수염 투성이로
병이 깊어갓을....
갈지 자 걸음에
막걸리 냄새 훅 끼쳐드는
아비의 손에 들린
자반 고등어 한 손
장꾼들의 발자국 뜯어먹던
신작은 어디가고
구작만 남은
허울 뿐인 신작로
대처로 떠나는 어린 자식
못내 못 미더워
눈 속의 t소실점이 사라질 때까지
무명치마폭으로 하염없이 눈물 찍어내며
지켜보았을 이 길
하지만 먹도둑놈의 속같은ㄴ
컴컴한 아스콘으로 떡칠갑한
일직선의 눈먼 고속 도로가 나고부터
휘어진 곡선의 이 길은
외면 당하는 옛길이 되어 버렷을 것
잊혀진 여자처럼
아무도 찾지 않는 ,
늪의 약력
류윤모
1억 4천 만년전부터 지구상에 현존햇었다는기원의
우포늪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한결같은 신의 사랑으로
온갖 식생을
청태낀 질척거리는 눈동자 속에
품어 길러온 우주의 자궁
태초부터
생성과 소멸의 먼 길을
심장 박동으로 걸어왓으니
놀라워라
어림할 뿐
과학이라는 이름으로도
명쾌히는 측량해 낼 수 없는
먼먼 우레같은
세월의 깊이
생각해보면 동식물 간에
살가운 제살 같은
물로 빚지 않은 것이 그 무엇인가
물버드나무 그늘에서 제 풀에 놀란
쇠물닭이 푸르르 날고
달개비 풀 사이 물뱀이 스르르
자취를 감추는 데도
그린 듯이
뜷어질 듯
수면만을 응시하는 저 왜가리의 포즈는
허공 한자락 접어 만들었든가
동식물 간에
물의 산물 아닌 것이 그 무엇이던가
거대한 늪을 가득 채운
공존 공생의
함께 출렁거리는 양수
눈 속에 푸른 늪을 새겨
녹내장하는 나 또한
한 방울의 물로 빚은 염색체
손 잡고 걸어가는 한쌍의
저 젊은 아베크족도
이 거대한 생태의
모자이크 한조각이 아니든가
창조주의 뜻대로
서로 품어 웅숭 깊이 사랑하라는,
- 발표. 기후 환경시.
소리를 삶는 우물
류윤모
육십 년 전통 이라는
할매 곰탕집에서는
하루 종일 소리를 삶는다
가마솥에 소 울음을 삶는다
코뚜레에 꿰인 무수한
죄 없는 생명들이
유언처럼 남길법한
쌍욕 같은
육십 년이라니
말 못하는 짐승으로
조상대대
뼛가루를 갈아낸 듯한
안개 속에
벗어던질 길 없는
한 같은 멍에를 걸머지고
콧김 푹푹 내뿜으며
반란처럼
논밭을 갈아엎던 기억이
시나브로 우러난 듯
뿌연 곰탕 국물.
투덜거리는 경운기에게
천부의 멍에를 넘겨주고
한 시름 놓았나 싶었는데
이젠 비육우라는 이름의
낯선 아라비아숫자
대기번호를 착하게 달고
눈을 껌뻑이며
시한부 목숨으로 길러져
뿌연 곰탕 국물 속으로
끌려 들어간
잔인한 흔적
인류의 서사 속에
묵직하게 놓인
소 발자국
고생을 자처하려
고생대에서 왔던가
고생 대를 지나니
중생 구제의
중생대에서 오셨던가
出征의 깊이조차 가늠할 수 없는
오리무중의...
암각
류윤
단종된 노트북 컴의
배경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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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속그림을 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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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진흙 의 시간들 위에
꼬챙이로 헤적거리던
데드 마스크
그 古來의
수면 위로 출몰하는
무수한 고래등짝들
돌도끼를 들고
사슴의 뒤를 좇아
수렵을 하는
적나라한 상징들
때 묻은 눈을 씻고
찬찬히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시인의 원조元祖인
원 시인들이
남기고 간
암호같은 상형의기억
활성시킬수가 있을까
미궁에 빠진
비밀번호의 저장 파일
저 면벽을 열면,
울진 금강송 길
류윤
흰 눈발 무장무장 내리는 날이면
亞자 한 지 창 너머
조선의 흰 눈발 머리에 이고선
금강송이나 그려 보리라
울울창창,
쩌렁쩌렁 환청의
벌목 장정長程을 비탈 아래로 굴리는 몸부림들
불그스레 외피가아름다워서
미인송이라고도 했다는
애국가 3절에 나오는 고난의 민족사 같은,
이조 오백년 그들만의 궐闕을
헛되이 떠 받칠 동량의 열망을
아직도 꿈꾸고들 계시는지
물씬한 체취나 발산하는 피톤 치드의
칠칠한 문양들
휘휘한 산정의 승냥이 바람소리도
불을 감춘 형상의 등짝으로 막아서는,
외풍도 제 알아서 피해가는 길
다들 다투어 나라의 기둥을 자처해도
결코 훼절이 아닌 ,
핍박 받으면서도 묵묵히 견디는
풍찬 노숙의,
하늘 아래 꿋꿋한 일생을 살아낸
굽히지 않는 것들이 떠 받쳐온
눈물 겨운 이 나라 임을
- 미발표
하귤 點定
류윤
도동 산방 방향
온실리움 속
대형 화분의
이국적인 하귤
떨어져 썩어서도
저리 따스하게
속이 상할 수 잇다니
그늘 한점 없이
환한 표정
주위로 번져서는
덧껴 입은 초록 잎새를
포옹하며
아름답게 썩어가는,
화가라면
한폭의 유화로나
담아내고싶은 이미지
자체 발광의
양광이
급 커브를 트는
제주 어느
리아스식 해안을
꽉차게 안아들인
습습한 순풍같은
향그런 결실
속이 썩어
문드러져가면서도
온화하게
화룡점정을 찍는
낙과
축축한 혀
류윤
온갖 포유류의 애정은 혀에서 비롯된다
갓난 아이를 물고 빨며
둥개둥게 어루는
젊은 아낙
하지만 혀는 감미로운 사랑의 말을 짓기도
말로 지은 집을
가볍게 허물기도 한다
아직은
피가 도는 축축한 혀
핥아 키운
피붙이 살붙이도
멀어져 간 ,
입속에나 갇힌
쓸쓸한 혀
팔려가는 어미 개의
마지막 눈빛이,
영문도 모르고
꼬리를 흔들며 바라보고있는
껑충, 커버린 새끼들을 핥는다
얼음 연못
류윤
‘얘야 눈에 백태가 끼여 앞이 도통 뵈질 않는구나’
시골로 전화 한통 넣었던 아내가 밥상머리에서
아버지 백내장 수술을 해드리자고 한다
“올 겨울에는 아버님 눈 수술 해드려야겠어요......”
나는 비로소 이 겨울 토방에 혼자,
먼눈으로 적막하게 앉아계실 아버질 떠올려 본다
- 발표.시소금
실내 주점
류윤
젓가락 장단으로 부러지는
빗소리
선술집 내부같은 허름한 빗소리
들어설땐
조자룡 헌칼 빼들듯 호기롭지만
셈 할땐 다들 뒤로 슬슬 꽁무니빼며
고개 꺾고 거시기 꺾고 외상 꺾을 처지밖에 안되는
모지리들의 합창
쓸쓸한 빈주머니들에 얹혀
오다가다 입질하는 잔술로나 근근이 명맥 이어갈
칠공팔공식 주모의
동동 떠다닐 부조화의 금붕어 입술이 도리어 슬플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몸소 다 겪어내고
흐르고 흘러
더는 갈데없는 종착역까지 와 버린
돈 안되는 흑싸리 껍데기같은남루들에게도
피붙이 살붙이 못잖게
두루두루 편견없이 덤벙덤벙 덥썩덥석
생긴대로의 통큰 치마 폭처럼
모든 써비스가 일사천리
오케이! 다이렉트로 이어질
물간 주모의 , 한물 간 실내 주점
곰곰 생각하면 짠해질
복고풍으로 팍삭 늙어버린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할
한때 몸주고 정주었던 첫 사랑 누이같을
까닭모를 노여움에
추근추근 치근덕거리는 빗소리의
싸다귀를 후려갈기고는
쾅! 소리 나도록 거칠게 출입문을 닫고
처마 밑에서
울고 싶은 놈 뺨 때린 격으로
터지려는 울음 가까스로 참으며
먼 하늘 올려다보고 싶어질
부스스한 잠옷바람으로 화투장 꺼내
하루 일진부터 떼볼
비 비비 비
평생을 너죽고 나 살자
목조르기 한판승으로 따라다닐
팔자 도망은 못하는 것
제 설움에 제 귀가 먹어들어가는
한 마리 매미처럼
열나게 울어나 본들
그 누가 있어 들어는 줄까
온종일 두 다리 뻗쳐놓고
분칠한 삐에로처럼 울다가는 웃고
웃다가는 울고
신세 한탄으로 공칠
안 봐도 비디오인
추적 추적 비내리는 날
한 밤중에 일어나 벵갈 고무나무 화분을 베란다에 내놓다
류윤모
착각이엇을지도 몰라
그건 어쩌면 신파조도 아닌
끈적 끈적,
집착 같은 것이엇는지도 몰라
때가 되면 접착력이 다한
신발 밑창처럼 떨어져 줬어야
낯 두꺼운 페이지 덮어버리려
눈을 감아도
지나간 기억들만 주렁주렁 열리나
갓 출시된 새 신발 행세를 하려드는가
접착력 강한 기억들 한사코 떼 내며
넙적한 잎사귀를 터벅터벅 다 걸어
벵갈 산 호랑이나 한 마리 그려 붙이고
자동차 타이어 따위나 오려 붙이고
돌아오려는데
째깍 ,째깍, 째깍 초침 소리
시간을 썰어대는
혼잠 뒤척이는
야심한 밤
행여 영하의 추위에 얼까
거실에 들였던 벵갈 고무나무 화분을
베란다에 도로 내놓고는 돌아 눕는다
불의 꽃
류윤모
눈에 불을 켜고 달리는
이 광기.
나를 , 그대를 불사르며
어쩌면 화염지옥으로 몰고 갈
이 사랑의 끝이 두렵기만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어찌하면 좋을까요
작은 불씨 하나로 시작된 불의 꽃이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몰입으로
지금 브레이크가 풀려 있습니다
이 난폭운전에 어여쁜 당신이 저와
순간을 불사르며 동승해 있습니다
아시나요?
발그레한 얼굴로
미구에 닥쳐올 환난도 모르고
황홀한 지옥에 갇혀 있는
사랑스런 나의 그대여
정물
류윤
사과 한알
댕그라니
접시에 담아다 놓고
사과 씨가 눈에 박히도록 바라보았죠
아담과 이브가 노닐던
에덴 동산의 죄가
떠오를 때까지.
이성과 눈조차 제대로 못맞추던
숫기 없는
볼 붉은 홍옥 소년의
幻이 깨질까
과도를 집어들고
껍질을 벗겨낼수도 없는
정물의 시간
-연보-
. -중2 때 영문도 모르고 서무여선생(당시 18세)으로부터 오영수의 메아리 라는 소설집을
얼떨결에 받고 재미를 붙여 공부만 알던 범생에서 도서관 파기 벌레가 되어 한국, 세게문학전집,
애정소설, 삼국지, 서유기, 수호지 는 물론 하이데거, 키엘케골등 철학책에 선데이 서울 만화책까지 두루 잡독
- 문예부 지도교사의 강요로 도내 각 문예공모전, 백일장 단골 출전 입상
-ㅆ,기를 접고 살다가 울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면 서 다시 볼펜을 집어 듬
- 어느 해인가 (86년도?) 울산에 대설주의보가, 퇴근 길에 야학인 선명여상의 시화전에 이끌려
손등 두터운 안성길 시인을 만나서 본격 문학 시작
-안성길 시인의 권유로 이숙희, 김종원 등과 ' 신 시대의 시' 동인 합류
- 90-92 년 동향 k 회장 추천으로 서울신문 객원 논설위원 참여
- 1992, 지평의 시인들 10 집으로 문단 데뷔
-최영철,배한봉,정일근, 성선경, 강영환, 송유미 등 일군의 시인들과
회의체인 부산, 경남 젊은 시인회의 결성 문학 활동
-1992년 울산문인협회 입회
-2000년 한국 자유시인협회 가입
-2002년 울산여성신문 논설위원 위촉
-2006 ~ , 권주열, 구광렬, 김성춘,김익경, 한국현, , 이상열, 권기만 ,윤향미 시인 등과 수요시 포럼 동인 활동
-2007, 시집' 내 생의 빛나던 한 순간 출간( 2007 한국문화예술 위원회 우수문학 도서 선정)
- 2007 예총 공로상 수상
2008 ,<예술세계> 신인상 당선
-2007` ~ 2009 울산 중구청 행정 심의위원 위촉(조용수 구청장)
-2008 시집 ' 사랑하라 벼랑위의 목숨들처럼' 출간
-2014 , 제 14 회 울산문학상 시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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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텃밭으로의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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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인님의 사진까지 곁들인 시들을 읽으니
좀 더 시인님의 마음이 가깝게 읽혀지는 듯 합니다.
푸짐하게 올려주신 시들을 읽고 또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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