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거나 비가 오면 굴포천을 걷는게 제한된다. 예전과 같은 흙길은 아니지만, 운동화에 물이 스며들기 때문에 굳이 걸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아스팔트 길을 택하게 된다.
오늘도 굴포천을 걸었다. 여전히 굴포천의 식구들은 변함없이 일상을 살고 있다. 중백로와 쇠백로들, 그리고 두루미와 각종 새들의 지저귐, 하천에서 푸드득거리는 민물고기들... 새벽시간에는 없지만 낮시간에는 어김없이 등짝들 들이대고 햇볕을 쬐고 있는 덩치 큰 자라들의 모습. 사람이 지나가도 모른 척하고 비켜 주지도 않는 비둘기떼들.
오늘 아침은 유난히 맑고 깨끗하다. 비가 온 덕분도 있겠지만, 최근 들어 황사나 미세먼지의 량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인데 그 영향일까?
최근 들어 어지름증이 가끔 발생한다. 몇 년 전에도 어지럼증으로 입원하기도 했고 신경과에 가서 약을 처방받은 적도 있지만, 최근 들어 발생 빈도가 좀 가까워졌다. 4월 24일 영월에서 어지름증이 생겨서 누워 있다가 왔는데, 최근 들어 머릿속에 어리즘증이 사라지지 않고 맴돌더니, 어제 아침부터 또 어지럼증이 도져 한참을 누워 있어야 했다.
오후에 굴포천을 걸으며 이제 이 길을 걷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나 하는 서글픈 생각까지 해 보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또 다르다. 말짱한 정신으로 어지럼증 없이 한 바퀴를 돌고 왔다. 나이 탓일까? 격세지감?
결국 세월은 흐르고 사람은 그 흔적 속에 남겨졌다가 이내 잊혀진다. 혈기 왕성하던 때와 지금은 너무나 다르다. 굴포천의 모습도 다르고 소리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 그래도 내가 걷고 싶은 곳은 굴포천길이다. 봄이면 꽃향기가 어우러지고 여름이면 풀냄새가 나는 곳, 더 오랫동안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