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321)... 김치와 고혈압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김치와 고혈압(高血壓)
서울에서 ‘김장’하기 딱 좋은 시기를 오늘(11월 27일) 쯤으로 보고 있다.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세대를 거쳐 내려온 ‘김장문화(文化)’는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한편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을 증대시키고 있다.
기상청(氣象廳)은 12월 중순부터 기온이 낮은 강추위가 찾아올 것으로 보여 ‘김장 적정 시기’도 평년보다 1〜4일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중부 내륙 지방은 11월 하순, 남부 및 동해안 지방은 12월 상순〜중순 전반, 남해안 지방은 12월 중순 후반 이후가 김장 적기라고 밝혔다. 일 최저기온이 0도 이하이고 일 평균기온이 4도 이하로 떨어지는 때를 김장 적정 시기로 본다. 이보다 기온이 높으면 김치가 빨리 익고, 기온이 낮으면 배추나 무가 얼어서 제 맛을 내기 어렵다고 한다.
최근 광주에서 개최된 2013년 한국식품영양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세계김치연구소 김현주 박사 연구팀이 김치와 고혈압의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실시한 동물실험 결과에 따르면 나트륨(natrium, Na)을 단순히 섭취하기 보다는 칼륨(potassium, K)이 많은 배추 등 채소를 소금으로 절여 만든 김치를 적숙기(適熟期)로 발효시켜 섭취할 경우 상대적으로 혈압 상승이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저염(低鹽) 배추김치(염도 1.5〜2.0%) 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소금 함량을 가진 배추김치(염도 2.57%)가 염 민감성 쥐(salt-sensitive rats)의 혈압(血壓) 및 신장(腎臟)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사료(飼料)에 2.57%의 소금(NaCl)을 섞어서 섭취시킨 그룹에 비해 같은 양의 소금을 적숙기로 발효된 김치의 형태로 섭취시킨 그룹에서 혈압 상승이 12% 완화되었고, 신장 기능 장애의 주요한 마커인 단백뇨(蛋白尿) 역시 52% 낮게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발효(醱酵) 김치를 통한 나트륨 섭취가 염(鹽) 민감성 쥐에서 고혈압 및 신병증(腎病症)의 발생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나트륨을 단순히 섭취하기 보다는 칼륨이 많은 배추 등 채소를 소금으로 절여 만든 김치를 적숙기로 발효시켜 섭취할 경우 김치의 여러 가지 기능성 성분과 다른 가공식품들에 비해 높은 칼륨/나트륨 비율 등이 항(抗)고혈압 효과를 나타내는 인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고혈압은 원인 질환이 발견되지 않는 본태성(일차성) 고혈압과 원인 질환이 밝혀져 있는 이차성 고혈압으로 구분된다. 본태성 고혈압 환자는 소금 섭취량에 따라 혈압이 민감하게 변동하는 염 민감성(salt sensitive: SS)과 혈압 변동이 거의 없는 염 저항성(salt resistant: SR)으로 나뉘며, 고혈압 환자의 50% 정도가 염 민감성 고혈압으로 추정되고 있다.
요즘 날씨가 추워지면서 가정에서는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그고 있다. 우리나라 ‘김장문화(Kimjang: Marking and Sharing Kimchi)’가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으로 등재될 전망이다. 즉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심사소위원회인 심사보조기구로부터 ‘등재권고(登載勸告)’ 판정을 받았다.
최종 심사는 오는 12월 2일부터 7일까지 아제르바이젠 바쿠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회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등재권고’ 판정을 받은 경우 탈락한 전례가 없어 이변이 없는 한 등재가 확실시 되고 있다. 김장문화가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면 우리나라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가곡, 대목장, 매사냥, 줄타기, 택견, 한산모시짜기, 아리랑 등 모두 16건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전국의 거의 모든 가정이 겨우내 먹을 김치를 거의 같은 시기에 담그고 있다. 이에 지난 수세기에 걸쳐 내려온 김장 문화는 보존해야 할 인류문화유산이다. 우리 조상들은 추운 겨울철에 채소를 먹기 위한 방법으로 소금에 절인 김치를 생각해냈다.
겨우내 5〜6개월 동안 먹을 김치를 한꺼번에 담그는 일을 가정주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예부터 김장철에는 친척과 이웃들이 서로 돕는 ‘김치 품앗이’가 있었다. 또한 일의 품삸 대신 김치를 받아가는 ‘김치 돌림’은 이웃 간의 정을 나누는 것으로 김장문화가 계속되고 있는 힘이 되었다.
김치(Kimchi)는 맛과 영양을 고루 갖춘 음식으로 세계인들에게 건강식품(health food)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치에 들어 있는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에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몸의 기능을 조절하고,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김치 재료인 채소에 식이섬유가 많아 비만 예방과 혈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농촌진흥청(農村振興廳)은 김장철을 맞아 김치를 손쉽게 담가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최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재료의 낭비를 줄이고 담금 시간은 절약하면서 좀 더 과학적인 김치 맛을 내고 싶다면 농진청이 개발해 특허출원한 ‘김치종합양념소’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김치종합양념소는 배추김치, 갓김치, 총각김치 등 김치 종류별로 들어가는 양념소 레시피(recipe)로, 배추나 무 등 주재료의 양에 맞춰 고춧가루, 마늘, 생강, 젓갈 등의 양념양을 표준화해 배합한 것이다.
예를 들면, 4인 기준 김장시 사용되는 절임배추 50kg의 경우 고춧가루 2.25kg, 마늘 1kg, 생강 500g, 찹쌀풀 4.25kg, 젓갈 2.5kg, 깨 250g, 설탕 250g을 섞으면 과학적인 김치맛을 내는 양념소가 된다. 배추김치에 첨가하는 부재료는 약 10kg, 즉 무, 갓, 미나리, 쪽파, 청각 등은 절임배추 무게의 20%이하로 준비하면 된다.
이렇게 만든 양념소를 이용한 배추김치 담그는 법은 다음과 같다. (1) 통배추를 4등분해 15%의 소금물에 8시간 정도 절인 후 물로 2〜3회 씻어 소쿠리에 바쳐 물기를 뺀다. (2) 미나리, 쪽파, 부추, 갓 등의 부재료는 5cm 길이로 썰고, 무는 채 썬 후 양념소를 채소가 숨이 죽을 만큼만 덜어 버무려 놓는다. (3) 물기가 빠진 절임배추에 양념소와 (2)에서 만든 김치속을 켜켜이 잘 넣은 후 마지막 배추잎으로 말아 마무리한다. 양념소는 절임배추 1kg당 220g 비율로 넣는다.
올해는 가을배추 풍작으로 김장 비용이 작년보다 2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은 11월 김치 담그는 비용이 19만5214원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0.1% 하락했다고 밝혔다. 김장 비용이 하락한 이유는 김치 주재료인 배추의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올해 가을배추 생산량이 226만톤으로 평년보다 12.5%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배추 도매가격(11월 상순)은 포기당 12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221원)의 절반에 거래되었다.
김치 담그는 비용 중에는 배추 가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배추 가격의 비중은 27.6%, 고춧가루(19.4%), 굴(11.7%), 무(7.8%) 등의 순이었다. 이에 배추 가격이 1% 떨어지면 전체 김치 담그는 비용은 0.28%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가 김치 담그는 비용을 지수화한 ‘김치 지수’도 11월 91.3(기준 100)을 기록해 1년 전에 비해 같은 폭으로 하락했다. ‘김치 지수’란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결정을 돕고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김치 담그는 비용을 지수화 한 것이다. 최근 5년간 김치지수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배추파동이 있었던 2010년 10월로 152.6을 기록하였으며, 김치 담그는 비용은 32만6,387원이었다.
김치지수는 김치재료의 보편성 등을 고려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김치재료 배합비율(13개 품목)을 표준비율로 활용하며, 소비자 선호, 가격조사 빈도 등을 감안해 aT 소매가격(명목가격)을 바탕으로 기준가격을 산출한다.
4인 가족 기준 김치재료 배합비율은 배추 20포기(60kg), 무 10개(18kg), 고춧가루 1.86kg, 깐마늘 1.2kg, 대파 2kg, 쪽파 2.4kg 생강 120g, 미나리 2kg, 갓 2.6kg, 굴 2kg, 멸치액젓 1.2kg, 새우젓 1kg, 굵은 소금 8kg 등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직접 김치를 담그겠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59.3%에 달했다. 김치를 직접 담그는 비율은 2007년 44.7%, 2010년 54.5% 등 증가세를 거듭하고 있다. 즉 내가 먹을 김치는 내 손으로 직접 담그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손김치’가 부활하고 있다. 시판되는 수입 김치에 대한 불안감도 우리 가족을 위한 ‘건강 김치’를 직접 담그는 손김치 부활의 이유 중 하나다.
요즘 김장철을 맞아 대학, 기업, 복지관, 공공기관 등의 김치 나눔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져 김치의 ‘나눔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우리의 따뜻한 ‘정’을 맛있는 김치에 담아 불우 이웃들에게 나누는 계절이다. 김치 나눔 행사에 성원을 보냅시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청송건강칼럼(321). 2013.11.27. www.nandal.net www.ptc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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