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에서의 하룻밤은 꿈 같이 지나갔다.
어제 저녁의 해수욕은 해수탕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오래 오래 잊지 못할 듯하다.ㅎ
아침 일찍 일출을 보러 망상 해수욕장으로 나갔다.
밤 새워 점프를 한 것은 앞에서 언급했기에 그냥 넘어간다.
수평선 위의 구름 때문에 오여사를 못만날 줄 알았다.
그러나 어제 바다 속으로 뛰어든 정성을 감안했는지 구름 사이에서 얼굴을 내밀어 준다.
해파랑길에서 오여사를 만난 것은 처음?
망원렌즈가 없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
◇ 강릉 구간(10.26, 화, 망상 ~ 정동진)
일출을 뒤로하고 오늘은 옥계를 거쳐 정동진항까지 두 번째날의 걸음을 옮긴다.
망상 해변과 나란히 달리는 동해선 열차를 바라보며 동해역으로 오며 가며 두 번씩이나 지났는데
여길 다시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날려고 한다.ㅎ
그냥 본 것으로 걸었다고 하면 안되었을까?ㅎㅎㅎ
홍 회장도 한 편으로는 '그럴껄...'하고 생각하는지도...ㅎㅎ
옥계의 한국여성 수련원으로 들어선다.
소나무 숲이 너무 멋있다.
여성 수련원이라서 혹시 츠자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하는 기대로 들어갔으나
츠자들은 눈 씻고 봐도 안보인다.
츠자들이 수련하고 있는 곳에 불량무기(?)를 가진 남자들이 들어오니 무서워서 피했나?ㅎㅎㅎ
금진해변에 들어서니 서퍼들의 훈련장인 듯 그런 표지들이 많이 보인다.
멀리 금진항 위에 있는 탑스텐이라는 호텔이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게 도드라져 보인다.
옛날에는 저런 곳에 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었으리라.
국방부가 땅 장사를 했을 듯해서 쓴 웃음이 지어진다.ㅎ
금진리 마을의 어느 주택 담장에 철쭉이 철없이 저리 피어있다.
한 두 송이 그냥 재미로 핀게 아니라 내년을 생각하지 않고 서둘러 몽땅 개화를 했다.
예로부터 집안에 꽃이 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데 저 집에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ㅎ
이런 한적한 어촌 마을에 저런 거대한 조형물이 필요할까?
아마도 예전엔 여기가 많이 흥청거렸던가 보다.
거대한 호텔도 들어서고 한 것을 보면...
코로나가 이런 어촌 마을을 거의 황폐화시키는 듯해서 안타까웠다.
금진항에서 심곡항에 이르는 해안길이 참으로 아름답다.
망상 해수욕장에서 바다에 들어갔지만 다시 뛰어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받는다.ㅎ
장인규와 통화를 한다.
어디쯤 가느냐? 뭘 먹느냐? 어디가서 뭘 먹으면 좋을 것이다. 등등 지도 지침(?)이 많다.
동해안을 차로 한 번 달리고 싶단다.
말로만 하지 말고 지금 오면 안될까?ㅎㅎㅎ
심곡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부채길은 가지 못했다.
지난 태풍에 길이 유실되어 공사 중이란다.
원래는 10월 말까지 공사한다고 했다는데 아무래도 연말까지 갈 듯 하단다.
부채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심곡항이 바라보이는 2층 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부채길을 못 걷는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다 늙은 노친네들끼리 셀카 놀이도 하면서...ㅎ
이런 게 해파랑길을 걷는 재미이기도 하다.
심곡항에서 정동진항에 이르는 길은 찻길을 마다하고 산으로 오른다.
강릉 구간에서 정말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이 이런 것이다.
찻길을 이용하면 시간과 체력을 엄청 세이브 할 수 있는데....ㅎㅎㅎ
위험한 것만 빼면...ㅎ
올해의 강원도 단풍은 별로란다.
일교차가 심해서 단풍이 예쁘게 물들지 않고 바로 말라버려 볼 게 없다고 한다.
한 시간 정도 산길을 걸어 정동진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어 놓고 해변으로 나왔다.
저기 언덕 위에 호텔에서 묵을려 했지만 정동진 해변까지 내려오는 게 힘들 것 같아서....ㅎㅎㅎ
'내가 왔노라!' 하며 인증샷을 담아본다.
이렇게 뻘쭘하게 서서 담으니 밋밋한게 별루 재미가 없다.ㅎㅎㅎ
그래서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곳에서 셀 수 없이 뛰었다.
'왔노라! 뛰었노라! 보았노라!' 하면서...ㅎㅎㅎ
살아있는 느낌이 팍팍 난다.
횟수가 늘어갈 수록 점프력도 늘어간다.ㅎㅎㅎ
뭐 산삼을 먹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뛰면 고성까지 갈 수 있을까?하고 걱정도 된다.ㅎㅎㅎ
여기서 고성까지 스무 번은 뛰어 보자고 다짐도 하고...ㅎㅎㅎㅎ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오늘 하루도 잘 걸었다 하고 스스로 칭찬해준다.
이런 여유를 가지고 정동진 공원을 둘러보는 것도 처음 하는 일이다.ㅎ
초당 순두부로 저녁을 해결했으나
소주 두 병이 아쉽다고 숙소로 들어가면서 파전에 소주 한 병씩을 더 해치운다.
이 날 이후 연 3일 동안 소주 두 병 이상을 해치우는 저력(?)으로
몇 일간 소주병으로 개고생해야 했다는 후문이....ㅎㅎㅎ
◇ 강릉 구간(10.27, 수, 정동진~정감이마을)
이른 아침에 혹시 일출을 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로 해변에 나갔으나 해는 구름 속에서 유희를 하고 있었다.
망상에서 얼굴을 보인 오여사는 더이상 내게 미련이 없나 보다.ㅎㅎ
오늘은 정동진을 출발해서 345m의 괘방산을 넘어서 안인항을 거쳐
홍 회장의 최종학교 동기(안보과정)의 집이 있는 정감이 마을까지 걷기로 했다.
사실 정동진에서 찻길을 따라 안인항까지 걸어간다면 거리가 6Km 밖에 되지 않아서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괘방산을 넘어가는 바람에 4시간을 고생했다.
홍 회장은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해파랑길이 여기로 가라고 하니 올랐다고 하는데
이거 너무 고지식한 것 아닌가?ㅎㅎ
그렇다고 뷰가 좋은 것도 아니고....
홍 회장도 표지판 앞에서 조금은 후회(?)하고 있었을 듯...ㅎㅎㅎ
어쩌다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풍경은 이런 산들 밖에 없다.
걷다가 힘들고 지루하면 이런 사진도 한 번씩 담아주고...
그래도 또 지루하다 싶으면 숲 속에서 점프도 해 본다.
마치 중국 무협 영화의 주인공(?)들 같다.ㅎㅎㅎ
홍 금보와 주 성치!ㅎㅎㅎㅎ
둘이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ㅎ
괘방산 정상에 거의 다다르니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정동진항이 아스라히 멀리 보인다.
이런 산길을 걸었단 말...ㅜㅜ
드디어 괘방산 정상에 올라섰다.
처음에는 '괘'자가 '래'자로 보여서 래방산인 줄 알았다.ㅎㅎㅎ
같은 방향으로 해파랑길을 걷는 어떤 분이 담아 주셨다.ㅎ
괘방산 정상을 넘어서니 멀리 강릉 시내와 안인항, 그리고 공군비행장이 보인다.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인다.
그동안 산길이라고 툴툴 거렸던 마음이 싹 가신다.ㅎㅎ
정상 너머에 활공장이 있다.
활공장? 활 공장?
옛날에 여기서 활을 많이 만들었나 보다.ㅎㅎㅎ
만들어진 활을 쏘아서 저 바다까지 날아가면 합격, 그렇지 못하면 불합격?ㅎㅎㅎ
시원하게 낙하산을 펼치며 날아가는 패러그라이더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래서 우리가 날았다.
비록 낙하산은 메지 않고 뛰었지만...ㅎㅎㅎ
안인항 쪽에 건설 중인 화력발전소가 내려다 보인다.
문 대가리가 원전을 중지시키면서 화력발전소를 증축시킨다고 17조원을 투입하여 건설하고 있는데
국제 회의에 가서는 2050년까지 모든 석탄 발전을 폐지하겠다고 공표했다니...
30년도 사용하지 못할 발전소를 뭐 때문에 짓는다는 말인지..
이런 돌 대가리도 없겠다.
국제 사회도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 3000곳을 폐쇄해야 한다고 하고 있고...
최근에는 요소수 부족으로 화력발전소 발전 5사 중에서 3곳이 한 달이면 멈출지도 모른단다.
그런 뉴스를 들으며 그 옆을 지나가는 마음이 내내 씁쓸하고 욕이 나왔다.
안인항에 내려와 괘방산을 돌아봤다.
오른쪽의 뾰쪽한 철탑이 보이는 곳이 괘방산 정상인데 참으로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괘'자가 '개고생'의 '괘'자가 아니었을까?ㅎㅎ
정동진에서 안인항까지가 6Km 밖에 안되는데...ㅎㅎㅎ
정감이 마을 홍 회장 지인의 집에서
지인이 주문진까지 가서 떠왔다는 까치복과 쥐치 회로 거창한 저녁 대접을 받았다.
비록 각 1병이 넘는 소주를 해소해야 했지만...ㅎㅎㅎ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하는 생각으로 감사했다.
전에 울진의 강구항에서 만났던 양태선 동기의 고마움도 회상이 되었다.
저녁은 정감이 마을회관의 방문객 숙소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내일은 강릉 시내로 입성을 한다.
공군 비행장이 있어서 해안길로 못가고 우회를 하는 듯하다.
재미없고 지루한 길이 될지도...
... To Be Continued ...
첫댓글 쩜프의 대가들의 행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짝짝짝입니다
이런 말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ㅎ
허나 점프한 것 밖에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듯해서...ㅎㅎㅎ
와우,
부산부터 계속 댓글을 달았더니 드디어 후기 속에 내 실명이 떴다.
이 얼마나 가문의 영광 이던가 !
내가 동해안의 해파랑길에 중간에 합류하지 않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고,
내가 갔으면 나도 님들처럼 뛰어야 했는데 내가 뛰었다면 그 사진은 난리도 아닐 것이 너무도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님들은 매일 빨래는 어찌 해결 하는지 공식적으로 묻고 싶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빨래와 겹쳐져서 그냥 알고 싶었다 !
산티아고 같은 데 다녀온 사람은 안낑가 줍니다.ㅎㅎㅎ
빨래의 대가는 우리 홍 회장!
생생한 기록 감사합니다
눈에 선합니다
잔차길이나 도보 길이나 거기서 거기니까요.ㅎㅎ
너무 소중한 두분의 절친이 그려내는 삶의 여정을 제카페로 모십니다.
영광이지요.
근데 간판이 안 좋아서 괜찮을런지...ㅎㅎ
이제는 나는 폼이 2단 옆차기 폼이 나오면서 점점 지면에서 멀어지고 있어요...부채길은 아쉽네요. 담에 복구되면 꼭 한번 다녀 가세요...주박사 입담에 점점 기대가 됩니다...감사
말도 않되는 글을 열심히 읽어 주시니 감읍합니다.
오늘 중에는 당신의 이름도 오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ㅎㅎ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오르락내리락 투덜거리던 괘방산 코스를 그래도 젊잖케 자~알 표현했네요! 해파랑 산길은 이제는 그~~~만!
짧지만 빡센거리로 기억에 남을만합니다! ㅎㅎㅎ
아시고 돌린 것이 얄밉습니다.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