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설렘과 망설임, 그리고 조심스러움 등등 여러 가지 감상이 있게 마련이다. 더구나 여러가지 일(회사, 논문, 다른 동호회 등등)에 책임을 맡고있거나, 적어도 한쪽 다리라도 걸치고있는 경우가 많은 요즈음이라서 송창식님(노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는 적극적으로 주도 또는 참여하지않고 그저 뒤에서 돕는 정도로 있으려했으나, 말을 꺼내고 일을 벌린 입장에서 또 그리하기도 어려웠다. 결자해지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모임을 주선해놓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몇이나 갈 수 있을까, 너무 많으면 어쩌나, 온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런저런 상념들이 약속시간에 나오신 분들을 보는 일순간에 모두 사라지고, 마치 오랜 친구들처럼 이내 평안해졌다.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모기업의 임원이신 맑은공기님, 아이엄마셨지만 참 적극적이시고 활달하신 오공손님, 환상적인 커플이신 담배가게아가씨와 돌돌이(공연이 끝난 후 그 자리에서 '담배가게아가씨'를 미련없이 내던져버리고 석순이로 창씨개명함과 동시에 백년가약^^을 함), 재치있고, 님의 곡이라면 다 꿰고있는 월남님... 이렇게 송창식님의 노래를 좋아한다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도 금방 친화될 수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코엑스에서 김치우동과 무슨라이스 등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두 대의 차량으로 분승하여 미사리, 록시로 한강변을 달려가는 마음은 이제는 일행들에 대한 염려는 언제 그랬냐는듯 사라지고, 오늘 님과의 만남은 어떨것인가? 과연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인가? 그냥 마음 속에 두고 노래나 흥얼거리며 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등등 송창식님에 대한 걱정이 시작되었다.
9시 남짓. 상기도 공연시작이 한시간이나 남았지만 여유있게 도착한 우리일행 6명은 1층 홀의 맨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어느 음악회에서나 가장 앉고싶은 곳이 1층 중앙의 무대높이의 로얄석이었다. 그러나 비싼 값 탓에 언제나 화중지병에 불과했었지만 적어도 오늘은 별도의 비용부담없이 자리 선택이 가능하다. 서슴없이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쏘파나 다소는 응큼한^^ 구석자리에 미련 두지않고 환하고 밝은 중앙으로, 무대 바로 앞으로 앉았다. 어느 분이 말씀했다.
'침 다 튀겠네...'
그렇게 가까운 자리였다.
자리에 앉은지 얼마 되지않아 오공손님이 담배가게아가씨에게 말을 건넨다.
'어? 저기 송창식님 소리가 나지 않아요?'
'어머? 정말인가보네요?'
2층 구석에 위치한 음향기기 조정실안에 님이 계셨는데, 그 곳에서 나누는 얘기소리가 무대위의 스피커를 통해서 들려온 것이다(이런 사소한 얘기를 적는 이유는 그만큼 사람들이 님에 대해 목말라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과연 그 분이 모습을 나타내었다. 생각보다 많이 빠지지않은 곱슬머리, 잘 어울리는 개량한복, 적당히 나온 배, 약간은 머엉∼해보이는 표정(죄송), 금방이라도 히죽∼ 웃으며 팔을 좌우로 펴고 '가나다라마바사아...' 하실 것 같은, 바로 그 모습으로 이곳저곳 돌아다니신다.
우리 좌석쪽을 일별하고 지나가는데, 순간 아는 체라도 해야할까 망설였다. 참기로 했다. 너무 가볍게, 조급하게 다가가는 것보다는 서서히 만나리라. 정성으로 좋아하다보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인사 드릴 기회가 오겠지. 오늘은 님의 노래를 듣는, 여기까지만으로 만족하자...
그 사이, 어느 가수의 열창이 있었지만, 미안하게도 귀에 잘 들어오지가 않았다. 그냥, 음... 저친구 노래 잘하네... 또는 본인의 표현대로 열심히 하네... 정도였을 뿐. 물론 그 사람이 노래를 못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참 잘 했지만, 그만큼 우리가 송창식님을 기다리는 갈망이 컸었다는 얘기가 되겠다. 서서히 열시가 되어가자 좌석들이 차가고 실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지시를 하시던 님이 드디어 무대로 올라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