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객의 건주가(健酒歌)
오늘 모임의 주인공들은 조단서 막사리 버쁘바 버니재 까토나 다섯명의 백년지기 동기들이다. 매월 첫번째 금요일 모임을 2019년 7월 5일에 첫 모임을 가졌다. 오늘 8월 2일이 두번의 완샷 자리다. 날씨도 찌는 무더위에 들어서고 장마도 시작되는 시기이다. 여름휴가차 외국행, 동네 할부지 생일, 손주녀석 100일, 관절통증 이런 저런 이유로 발길을 돌린 동기들도 있다.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는 내 나이 네 연세 70대 후반의 노객들이거늘 피할 수도 없는 삶의 과정이 아니더냐. 피치 못 할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세번째 금요일은 동기들 만남의 날로 배려함도 가져봄직하다. 오늘 못 보면 다음에 아니면 그 다음 달에 만나면 될 것이라는 생각도 가짐즉 하다. 하지만 세월은 언제나 나를 너를 위해 기다려주면 얼마나 좋을쏘냐. 동녘에 밝은 아침 햇살은 언제나 서산에 지는 노을이 아니던가. ♪ " 친구야 ! 우리 우정의 잔을 잔을 잔을 잔을 높이들어 건배를 하자 건배 건배 건배 와아아안 샤아아앗 ! " 우리들의 건주가를 목청껏 부르짖으며 완샷을 하곤 한다. 오늘은 주위의 주객들로부터 박수갈채까지 받은 노객들의 건주가의 메아리이기도 하다. 언제까지가 되려는가. 너와 나의 힘찬 우정의 합창 소리가 울려퍼질 수가 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답답함이 가슴을 짓누르기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키 어렵지 않은가. 만나면 즐겁고 반가운 10대 청소년 까까머리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로다. 1963년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이다. 짜장면 중국집으로 큰 마음 먹고 들어선다. 쓰디 쓴 고량주에 안주는 짜장면이면 그만이다. " 야 ! 우리들은 반드시 한국의 최고 대학인 S대학교를 반드시 가자. 알았지 ? 약속이다,재수를 해서라도 꼬오옥이다, 건배 ! " 처리나 서지니 스이유 까토나 네명의 단짝인 녀석들의 굳센 약속의 자리이다. 모두 다 낙방의 쓴 맛을 본다. " 야 ! 정남아 ! 우리 이번에는 Y대학교로 같이 가자 재수를 했지만 S대는 어렵겠다. 이번엔 꼭 대학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냐 " " 너희 놈들이나 가라, 사내 자식들이 칼을 뺏으면 끝까지 썩은 호박이라도 찔러야지 멍청한 녀석들아 " 처리나 서지니 두 녀석은 최고 사립 명문대 Y대에 모두 합격이다. 환한 웃음으로 합격의 기쁨을 만끽한다. 고집을 부리던 정남이란 멍청한 놈만이 또 다시 S대에 고배를 들어야 한다. 누가 멍청한 녀석인가. 쓴 웃음이 나올뿐이다. 펑펑 쏟아지는 눈을 뒤집어 쓰며 한없이 걷는다. 대낮이건만 주위는 깜깜한 어둠으로 감싸고 있는 초라한 모습이다. 알 수 없는 까마득한 절벽으로 빨려드는 느낌이다. 존재의 가치도 없는 쓸모없는 인간이 아닌가. " 살아서 무엇하나 보잘 것 없는 인간이 아닌가 " 마지막 최후의 선택도 가져본다. " 정남아 ~야 ~~~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이 서울대 공대보다도 훨씬 좋은 대학이야 " 큰누님의 끈질기고 거듭된 설득이다. SKK대학 약대를 선택한 것이다. 성대약대 12회 동기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잡은 것이다.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고 순간적인 선택의 오늘이 꿈만 같기도 하다. 바로 엊그제 같은 현실이건만 세월은 어느 새 여기까지 온 것이다. 4홉들이 막소주에 오징어 다리를 씹곤 하던 그 친구들 세녀석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보고싶고 그립고 안타까운 10대 청소년기의 친구들이다. 이름을 불러도 허공에 메아리만이 돌아올 뿐이다. 앞날이 창창한 기대가 충만한 친구들이다. 30대 중후반에 모두가 다 저 머나먼 곳으로 훌쩍 떠난 것이다. " 잘 있어라 " " 잘 가거라 " 한 마디 인사도 없이 떠난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저며 오고있다. " 약사님이 못 다한 저희 남편 몫까지 모두 더 살아주세요 " 조제실에 들어온 친구 아내들의 눈물의 하소연도 듣는다. 오늘 동북고 동기들과 한없이 술잔을 주고 받았다. 군자역에서 갈아타야 할 순간에 넋을 놓고 지나친다. 청담역에 도착 시간이 밤 12시를 30여분이나 지났다. 공짜로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전철을 탈 수 있는 이 나라가 고맙기도 하다. 청담공원으로 올라선다. 시원한 매미들의 합창 소리가 축 늘어진 노객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있다. ♪" 어디로 가야 하나 구름같은 내 인생 바람이 부는대로 흐을 ~~~ 흐 흐 흑 ~~~" 목이 꽉 메인다. 남정철 임성진 유승일 세 친구들이 모습이 가슴을 옥조인다. 매일 붙어 다니며 웃고 떠들고 까불며 소주잔을 들이키며 꿈을 노래하던 정겨운 친구들이다. 그 하많던 꿈과 희망은 어디로 갔는가. 30대 초중반에 저 멀리 하늘로 가버린 그 녀석들이다. 삶의 배신자들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버리고 홀로 떴으니 할 말이 없다. 백년지기 천년지기 친구들 웃음소리는 따르는 술잔에 파도를 일으킨다. 어느 날인가 싸늘한 술잔에 눈물이 고이며 지난 날의 그리움이 통곡으로 다가오겠지. 지레 짐작 너무 앞서가지도 부정도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피할 수 없는 우리들 인간들의 운명이 아닌가. " 다음에는 꼭 나갈꼐, 그 때 보자 " 흔히듷 하는 말이다. 다음이나 내일은 약속어음에 지나지 않는다. 부도가 날 수 있는 휴지조각일 뿐이다. 내일에 무슨 일이 터질지 아무도 장담치 못한다. 오늘도 35℃를 오르내리는 후덥지근한 날씨가 늘어진 노구(老軀)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허나 권주가(勸酒歌)가 아닌 우정의 건주가(健酒歌)인 노래를 힘차게 목이 터져라 불러봄이 어떠하리까.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한 조단서 막사리 버쁘바 버니재 까토나만이 내일이 아닌 현실이 아닌가. 약속어음이 아닌 현찰 박치기인 셈이다.
" 내가 지쳐 있을때 내가 울고 있을때
위로가 되어준 너는 나의 힘이야 너 나의 보배야
천년지기 나의 벗이야 친구야 우리 우정의 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하자
같은 배를 함께 타고 떠나는 인생길 니가 있어 외롭지않아 넌 정말 좋은 친구야
내가 외로워 할때 내가 방황을 할때위로가 되어준 친구 너는 나의 힘이야 너는 나의 보배야
천년지기 나의 벗이야 친구야 우리 우정의 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하자
같은 배를 함께 타고 떠나는 인생길 니가있어 외롭지 않아 넌 정말 좋은 친구야
친구야 우리우정의 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하자 같은 배를 함께 타고 떠나는 인생길
니가 있어 외롭지않아 넌 정말 좋은 친구야 넌 정말 멋진 친구야"
2019년 8월 4일 무 무 최 정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