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당부 / 김유신
학생들이 모두 각자 강의실을 찾아 들어간 것을 확인한 다음 창문을 등지고 앉았다. 마주 보고 있는 벽과 세로로 긴 나무 손잡이가 달린 문이 투명한 유리여서 복도를 지나 오른편에 있는 강의실이 닫혀 있는 게 보이고, 어렴풋이 수업하는 소리가 들린다. 노트북으로 눈길을 돌리자 씨름하고 있던 다음 달 시간표 위에 커서가 깜빡이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회 수업이 있는 초등부, 주 3회 진행하는 수업에 각 영역을 고르게 배울 수 있도록 배치해야 하는 중등반, 영어 쓰기나 말하기 실력을 보완하려고 일주일에 두 번만 오는 국제학교 아이들을 학년과 수준에 맞게 구성하고, 선생님들에게도 공평하게 수업시수를 나눠 주자면 이리저리 돌려 여섯 개의 정사각형 면을 같은 색으로 맞추는 큐브처럼 한참을 고민해야만 한다.
숨을 크게 한 번 내쉰 다음 시간표에 매달리고 있는데 강의실 문이 벌컥 열리고 선생님이 학생과 함께 나온다. 평소 말썽꾸러기인 그 아이가 애를 먹였나 보다고 짐작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선생님이 휴지로 감싼 아이 손을 누르고 있고 그 사이로 배어나 온 피가 보인다. 눈을 의심했다. 어질어질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두 아이의 아빠인 그 선생님의 차분한 목소리에 정신을 가다듬고 우선 병원으로 가려고 자동차 열쇠를 찾으며 학생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오후 여섯 시가 넘어서 응급실로 가겠다고 말씀드리니, 집이 가까우니 바로 오시겠다며 직접 데리고 가겠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신다.
부모님께 인계하고 선생님에게 자세한 상황을 물었다. 칠판에 글씨를 쓰고 있는데 아이가 부르길래 뒤돌아보니 책상에 문구용 칼이 놓여 있고 엄지와 검지 사이 손바닥에서 피가 떨어지고 있어 일단 지혈하려고 상처를 누르면서 데리고 나왔다고 하셨다. 그리고 최근에 그걸 가지고 놀고 있어서 주의를 몇 번 줬다고 덧붙인다. 몇 시간이 흐른 뒤 다행히 상처가 깊지 않아서 소독하고 몇 바늘 꿰맸는데 손바닥이라 흉터도 많이 남지 않을 거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학부모님께서도 며칠 전부터 그 물건을 가지고 다니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하신다.
어찌 됐든 교실 안에서 벌어진 일이니 거듭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병원비는 배상 책임 보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집에 오니 천만다행이라고 여기면서도 다리가 풀려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사건이 아스라이 과거가 된 어느 날, 다급하게 학생들이 나를 찾는다. 엘리베이터가 멈췄는데 우리 학생 두 명이 그 안에 있다고 한다. 2층과 3층 사이에서 아이들 목소리가 들린다. 4학년 남학생과 5학년 여학생이다. 얼마나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인지 모르는 아이들이 웃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일단 움직이지 말라고 단단히 당부한 다음 119에 연락하고 비상 연락처로 엘리베이터 업체를 불렀다.
곧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안심시키려고 계속 말을 거는 어른들의 목소리를 들은 아이들은 그제야 위험을 깨닫고 겁을 먹은 눈치다. 소식을 듣고 뛰어오신 남학생의 엄마는 연신 아이 이름을 부르며 발을 동동 구른다. 내가 죄인이 된 것만 같다. 업체에서 신속하게 사람이 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다행히 아이들이 무사히 나왔다. 정비를 놓쳤거나 노후화로 이런 문제가 생긴 줄 알고 항의하려고 했는데 문제의 원인은 아이들이 그 안에서 심하게 뛰고 손잡이를 집고 흔들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점검을 마친 직원은 학생들의 주의를 요청했다.
갇혔던 아이들은 그 안에서 뛰면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그랬다며 배시시 웃는다. 이 호기심 대왕들을 어찌해야 할지.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다시 한 번 단단히 이르고 주의 사항을 크게 써서 붙여 놓았다.
수업이 끝나면 신나서 교실 밖으로 뛰어나오는 학생들에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계단을 내려갈 때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지켜볼 때만 속도를 늦추는 아이들에게 오늘도 나는 똑같이 소리를 높이며, 우리 주변에서 안전을 지키려고 애쓰는 분들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헤아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