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친구
최 순 태
대학시절 내가 경산에서 하숙할 때 나는 학교 본관 뒤쪽 갑제 마을에서 정문 오른편의 조영동이란 동네로 이사하였다. 당시 하숙집에서 여러 학생들과 룸메이트를 하였다. 제일 처음 서울에서 공부하러 온 S와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그는 경영학을 전공하였는데 평소에는 친하게 지나다가 가끔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하였다. 이를테면 청소문제와 방에서 담배 피우는 문제 등으로 의견이 맞지 않는 일도 허다하였으나,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갈등을 야기하지 않았고, 사나이들이 해결 못할 문제는 아니었다.
어느 화창한 봄날 S는 등교하려고 집을 나서 캠퍼스를 걸어서 강의실로 가고 있었다. 갑자기 담배 한대를 피우고 싶었으나, 마침 담배가 떨어져 주변에서 아는 학우를 찾았단다. 이때 멀리서 나와 얼굴이 비슷한 사람이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최형! 담배 하나 빌립시다.”
라고 크게 외치고 나서 돌아보니 내가 아니더란 말을 하였다. 순간 잠시 민망하였으나, 고의로 한 행동이 아니어서 별로 미안한 마음은 없었다고 내게 말하였다. 하여튼 이 세상에는 서로 닮은 사람도 많은 모양이다.
그는 학교 졸업 후 취직을 하여 대구에서 어느 회사 영업사원으로 근무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 한번 이야기를 나눈 뒤 아직까지 소식을 모른다. 활발하고 다정한 성격이라 어디에서나 잘 적응하리라 생각된다.
언제 한번 만나면 좋겠는데 기회가 있으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옛날 말에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다음에 만난 친구는 경북 상주 출신 K였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고향은 달라도 같은 학교를 다닌 동문이었다. 동문에다 시골 촌놈끼리 같이 생활하게 되어 반가웠다. 나와 비슷한 성격에 과묵한 친구였다. 그러나 정이 많은 친구였다.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특히 법률 과목에 관심이 많아 전공과목 이외에 법 과목을 수강하여 졸업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유망한 공기업에 취직하여 서울에서 일하게 되었다. 우리는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며 안부를 물어 보았다.
내가 대구의 동사무소에서 일하던 어느 가을 서울에서 나를 찾아와 함께 가야산 등산을 하였다. 둘이 나란히 산을 오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당시 정상 부근에서 서리가 나무에 얼어붙은 상고대가 우리를 다정하게 맞아 주었다.
그 후 나의 결혼식에 흔쾌히 참석하여 축하해 주었고, 1년 후 본인이 혼인할 때 내가 김천의 예식장에 들러서 진심어린 축하의 말을 전하였다. 서로 타지에 떨어져 있고 결혼을 하면 멀어진다는 말도 있지만, 한동안 서로 활발하게 교류를 하였으나, 언제부터인지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하숙집에서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의 황무지를 들려주어서 영시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 수 있었다. 황무지는 요즈음 세태를 풍자하듯 서두에 “4월은 잔인한 달”이란 표현이 아직도 머리에 남는다.
영어에 관심이 많은 나는 그로부터 “영어의 왕도는 없다. 많이 읽고, 듣고, 말하라” 그러면 자연히 귀가 열리게 되고, 들은 만큼 말할 수 있고, 계속 정진하면 유창한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와 3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그리고 대학에서 학창시절의 추억을 공유한 나는 서로 우정을 나눈 일을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이후 몇 번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전화번호가 바뀌었는지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아는 지인이 전하는 소식에 의하면 직장을 퇴직하고 다른 일을 한다는 풍문이다. 아무래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나는 그가 잘 지내고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희망을 가져 본다.
퇴직을 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 순간 문득 그가 보고 싶다. 지금 얼마나 변해 있을까! 궁금하다. 설마 무슨 일은 없겠지 라고 스스로 자위해 본다. 별다른 소식이 없으면 잘 있겠지! 친구야
(2020. 4. 16)
첫댓글 행정공무원 했던 노하우를 발휘하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지난 해 군생활 때의 동기, 고참, 선임하사와 거의 동시에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들과 38년만에 통화하고 만났습니다.
저는 daum에 이름을 검색하고 고향정도를 참고하여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가고보니 친구생각이 간절한가 봅니다. 더구나 오래 소식이 끊긴 친구라면 생사조차 불투명 할 테니 더 궁금 하겠습니다. 친구들과의 추억을 더듬어보는 자체로도 행복한 일이라 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가끔 보고싶은 친구가 있다는게 얼마나 소중한지 저는 성격상 친구를 깊이 사귀지 못해 그런 친구가 없다는게 언제나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진솔한 친구의 소중함을 생각 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문득문득 그리워지고 생각이 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 마음이 그렇다면 그사람 또한 그렇겠지요.
그런 그리움이 세상 사는 양념이 되어 우리 정신세계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