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프라다를 비롯한 어떤 명품백도 없다. 다만 거리에 넘쳐나는 명품백 숫자만큼 그 안에 책이 담겨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붙인 제목이다... 책 읽기는 점보기와 닮았다. 내 주변에는 점을 보는 여자들이 많다. 그들은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을 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습관처럼 점을 보러 다닌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들어가며' 몇 토막
사랑, 일, 독립. 요즈음 20대와 30대 여성들은 이 세 가지에 휘둘리고, 이 세 가지 땜에 조바심을 낸다. 이른 바 '싱글 워킹우먼'이라 불리는 여성들이다. 이들은 학교 다닐 때 교과서와 여러 가지 참고서에서 문학껍질을 어설프게 핥았고, 인문학 맛을 살짝 보았고, 경제를 '남의 집 불구경' 하듯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2030세대라 불리는 이들 여성들은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며 자라나 인터넷이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 이들 여성들은 식의주에 따른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으며, 늘상 쇼핑을 즐기는 세대이다. 이들은 책읽기는 꽤 부담스러워 하지만 남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교과서 밖 책에 대해서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가지고 있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지식을 나만 모르고 있다면 불안하다. 하지만 교과서 밖 책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 여성에게 '좋은 책 고르기'란 그리 쉽지 않다. 독서광 이유정이 펴낸 독서 레서피 <그녀의 프라다 백에 담긴 책>은 이들 여성에게 '좋은 책 고르기'를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길라잡이다.
문학, 정치, 경제, 인문학, 여행, 음식, 미술 등 여러 가지 책을 꼼꼼하게 읽고 이에 따른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내는 글쓴이 솜씨는 그야말로 '책 도우미'라 이름 붙일 만하다. 이 책은 아직까지 사회생활이란 배를 타고 가면서 좌충우돌하고 있는 2030세대 여성들에게 스스로 노를 젓게 하고 항로를 알려주는 등대지기이다.
책은 비디오처럼 빨리 돌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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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정 <그녀의 프라다 백에 담긴 책> 이유정이 자기성장을 위한 독서 길라잡이 <그녀의 프라다 백에 담긴 책>(북포스)을 펴냈다 |
ⓒ 이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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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놓은 듯한 문장을 만났을 때 우리는 흡사 마음에 드는 점괘를 만난 것 같은 기쁨을 느낀다. 내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인생의 정답을 책갈피에서 발견하는 기쁨! 독서의 즐거움은 여기에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한다. 나는 그 길이 바로 마음속의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1년에 150권이나 되는 책을 읽는 독서광 이유정. 그렇게 읽은 책을 꼬박꼬박 블로그에 실으며, 매년 마지막 날에 '올해의 책'을 스스로 가려 뽑아 수많은 블로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카피라이터 이유정이 자기성장을 위한 독서 길라잡이 <그녀의 프라다 백에 담긴 책>(북포스)을 펴냈다.
이 책은 사랑, 일, 독립이란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2030세대 여성들에게 선물하는 독서 길라잡이다. 글쓴이는 30대 중반 싱글 워킹우먼으로 블로그에서도 이름 높은 독서광이자 영화광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 곳곳에는 2030세대 여성들 경험과 맞닿아 있는 책을 이야기로 쫄깃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에는 일, 사랑, 독립, 쉼, 치유 등 5가지 파트에 '수월하게 책읽기 다섯가지 팁'이 세상을 향한 바다로 나서는 깃발처럼 펄럭이고 있다. '나는 진정 쌈닭인가' '실패한 연애, 뭐가 문제일까' '내가 먹는 것들이 나를 만든다' '책으로 여행하는 법' '쉬운 말로 속삭이는 그림의 세계' '울고 싶을 때 뺨 쳐주는 글' 등 30꼭지가 그것.
글쓴이 이유정은 "책의 가장 큰 약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는 것, 인터넷 동영상처럼 스킵할 수도, 비디오처럼 빨리 돌릴 수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나 역시 읽지 않아도 될 책을 읽으며 많은 시간을 낭비했고, 그 상상초월의 시간이 쌓여 이제는 책을 쓱 훑기만 해도 어떤 책인지 감 잡을 정도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카드빚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사회기관 도움을 구하라
"요즈음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빚보다, 카드회사에 빚을 지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에게 카드빚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은 IMF를 전후해서였다. 자고 일어나면 카드빚 때문에 투신하거나 목맸다는 사람들 기사가 지겹게도 올라왔다. 일본은 우리보다 조금 더 빨리 사회문제가 된 것 같다. 카드빚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소설 <화차> (미야베 미유키/박영난/시아출판사)가 나온 게 1992년이었으니까."-56쪽, '신용카드의 덫에서 빠져 나오라' 몇 토막
이유정 책읽기는 이렇게 출발한다. 그는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상처를 책을 통해 꼼꼼하게 밝혀내고, 책을 통해 치료한다. 그는 그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스스로 발효시켜 자기 것으로 만들어 2030세대 여성들에게 골고루 나눠준다. 신용카드 빚을 지고 있는 2030세대 여성들이 어떻게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가를 가르쳐 준다.
'신용불량'이나 '파산'이라는 말에 심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기 혼자 힘으로 그 늪에서 빠져 나오려 안간힘을 다한다. 하지만 그는 그런 사람들에게 소설 <화차>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예로 들며 이렇게 다독인다. "'신용불량'이라는 말에 근거 없는 공포심을 가지지 말"라고.
신용불량자가 "회생하기 위한 방법도 있고, 도움을 주는 기관도 많으니, 혼자 끙끙대지 말고 주변의 도움을 구하라"고. 갓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신용카드가 은근슬쩍 내미는 달콤한 유혹에 포옥 빠져 철모르고 놀다가 어느 순간 눈덩이처럼 늘어난 신용카드빚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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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프라다 백에 담긴 책 이 책은 사랑, 일, 독립이란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2030세대 여성들에게 선물하는 독서 길라잡이다 |
ⓒ 이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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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차이'가 아니라 '성 차이' 아닌가요?
"이혼법정에서 이혼의 이유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성격차이'라고 한다. 혹자는 그것이 '성격차이'가 아니라 '성 차이'라고 한다. 연애를 하다 보면 섹스 문제에서 남자와 여자는 확연히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고, 그 때문에 싸우고 헤어지는 경우도 많다. / 성적인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주 작은 차이>(알리스 슈바르처/김재희/이프)는 남자와 여자의 아주 작은 몸의 차이가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다."-82쪽, '성에 대한 남녀의 동상이몽' 몇 토막
이 책은 1950년대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을 쓴 알리스 슈바르처는 독일 사람으로 이 책을 쓰기 위해 서독에서 살아 가고 있는 여성 15명을 직접 인터뷰하여 그 내용을 주춧돌로 삼아 기둥과 벽을 세우고, 지붕을 엮은 뒤 서까래를 덮었다. 이 15명 여성들 중에는 중산층도 있고, 이혼한 뒤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도 있고, 사회에서 찬밥신세를 받는 여성들도 있다.
그는 이 책에 대해 "지금 봐도 어설프지 않다"며 "여자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가 보다"라고 쓴다. 그는 이 책 속에서 "같은 행동에 대해서 남자는 다투고 나서 섹스로 화해했다 하고, 여자는 싸우고 나서 강간당했다고 주장하는 일이 왜 일어나는 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말해 그는 고전이든 요즈음 나온 책이든 책 속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떠한 때에 어떤 책을 읽느냐, 그리고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 성에 대한 불만이 있을 때는 이러 이러한 책을 읽고, 건강에 대한 책은 이러 이러한 책을 읽는 것이 좋다는 그 말이다.
책읽기에 따른 옹골찬 고집 책장 곳곳에 잘 드러나
"그림하고 친하게 지내면서 누구나 부딪치는 물음에 나도 부닥치게 되었다. 그림은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중세 종교화와 앤디 워홀의 그림을 같은 방식으로 볼 수는 없을 텐데, 누가 좀 가르쳐주면 좋으련만. / '진중권'이라는 이름 때문에 우연히 집어든 <천천히 그림 읽기>(조이한, 진중권/웅진출판)는 그런 의문에 길잡이가 되어준 책이다."
그가 읽은 책은 스스로 그 어떤 물음에 빠지거나 힘든 일을 당했을 때 길라잡이 같은 역할을 해 준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가 2030세대 여성들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책을 닥치는 대로 읽지 말고, 스스로에게 당장 필요하고 꼭 맞는 맞춤형 책을 꼼꼼하게 읽으라는 것이다. 그래야 책이 곧 스스로에게 지름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이유정이 쓴 <그녀의 프라다 백에 담긴 책>은 잘 구워낸 빵이 아니라 금방 밭에서 캔 감자처럼 날 것 그대로이지만.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맛이 배어있다. 특히 스스로 책읽기에 따른 옹골찬 고집이 책장 곳곳에 잘 드러나 있고, 그 책들이 2030세대 여성들이 겪는 사랑과 일, 독립 등을 씨줄과 날줄로 잘 엮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은 "여성들의 고민거리를 어쩜 이렇게 속속들이 담았을까"라며 "문제의 답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고 말한다. 그는 "책이라는 메신저를 통해서...... 죄충우돌하는 후배들에게 힘내라고 위로하면서 방향감각을 일깨워준다"며 "이 책 한 권이 책 읽는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해 준다."고 평했다.
끝으로 이유정이 말하는 책읽기 노하우 다섯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도서관에 가서 '공짜로 책읽기'다.
둘째는 인터넷 바다에 그물을 던져 '내 취향의 책 찾기'이며, 셋째는 신문이나 잡지, 광고 등을 통해 '좋은 책 건지기'이다. 넷째는 "읽고 되돌아서면 까먹어요!"로 늘 노트에 적어야 하며, 다섯째는 "도대체 언제 책을 읽나요?"로, 독서 시간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광이자 영화광인 이유정은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던 해 서울로 올라와 복사기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연예잡지 및 비디오잡지 기자, 카피라이터로 식의주를 해결했다.
어릴 때 다른 일은 시키는 대로 잘했으나 책만은 읽지 말라는 것도 읽고, 안 시켜도 읽고, 교과서보다 다른 책을 훨씬 많이 읽은 그는 동네 도서관 가는 게 취미이며, 책으로 꽉 들어찬 서재를 가지는 것이 꿈이다. 한겨레초록마을, 시사일본어학원 광고를 만들었으며, 지금은 코리아나 화장품 카피 및 소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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