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플라톤 전집 『메넥세노스』
메넥세노스
아스파시아의 연설이 주요 내용이다. 내용은 도입부, 마무리 부분의 소크라테스와 메넥세노스간의 짧은 대화를 빼고 나면 모두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소크라테스가 전하는 전몰자에 대한 추도 연설문으로 구성도 특이하다. 아스파시아의 연설의 내용이 전부 대화편 형식임에도 대화를 통한 철학적 탐구가 전혀 없다.
평의회에서 전몰자를 위한 추도식장 연설자를 뽑는다는 소식에 연설가에 대하여 비평한 후 메넥세노스의 요청으로 아스파시아가 가르쳐 주었다는 추도 연설로 이루어져 있는데 당시 아테네와 아테네인들에 대하여 이해하게 해 주며, 정치 현안과 체제에 대한 일정한 주장과 입장 등을 엿볼 수 있다.
전몰자를 위한 추도 연설
그 시대 아테네에서는 이러한 연설이 관례였고, 조국을 위하여 싸우다 희생한 분들께 바쳐진 연설들은 연설가에 따라 다른 요소가 포함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내용과 순서가 공통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크라테스의 추도 연설도 전체 구성에서 전몰자에 대한 칭송 부분과 유족을 위로하는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전몰자에 대한 칭송 부분은 출생과 양육, 업적으로 구성되며, 태생이 훌륭할 수밖에 없는 연유를 선조의 출생에서 찾고, 선조의 출생을 이야기하면서는 토착민의 기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로서의 국토와 국토에 의한 양육을 이야기하고 아테네 사람들의 평등과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전투와 업적을 논하는 점을 보면 이 책의 중심 내용인 추도 연설 역시 전형적인 추도 연설 중 하나로 다른 연설들과 같은 기본 형식을 따르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테스들과 페리클레스적 가치관을 가진 아테네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자신의 비판적인 인식과 대안을 제시하였다.
대화편의 의문점
이 작품이 위작이 아니라면 플라톤은 과연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라는 의문점과 이해가 어려운 점 몇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본다. 1. 연설의 저자를 소크라테스가 아닌 아스파시아라고 하지만 사실 소크라테스의 창작이라는 복선이 존재하기에 연설의 주체가 애매해지게 된다. 2. 안탈키다스 평화조약 언급을 통해 극 중 시기는 확실하지만, 이 시기는 소크라테스 사후라는 점이 문제다. 3. 연설에서 제국주의 행보를 정의롭게 포장하거나 사건을 숨기는 등 역사 왜곡 장면이 여러 번 등장 한다는 점도 문제다. 4. 초반에서 메넥세노스와의 대화는 분명 연설가들을 조롱하는 투로 진행되다가 연설 후반부는 사뭇 진지할 뿐만 아니라 덕과 용기같이 다른 대화편에 많이 등장한 개념들이 등장한다는 것도 의아하긴 매한가지다. 5. 다른 대화편에서 반감을 드러내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던 아테네 민주주의를 메넥세노스의 연설에서는 최선자 정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는 또 뭘까 하는 여러 가지 의문점 들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진품이라는 근거로 최근 주목받는 해석은 아테네의 제국주의와 패권주의를 이끈 페리클레스의 추도사 연설과 이로 대표되는 당대의 정치철학을 비판하고 그 안티테제를 제시하려 했다는 주장으로 연설의 저자로 아스파시아를 언급한다는 점에서 그 녀를 정부로 둔 페리클레스를 염두에 뒀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또한 람프로스와 안티폰의 제자라는 이름으로 투키디데스를 언급하는데 페리클레스의 연설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수록되어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앞으로 위에서 언급한 의문점들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전몰자를 위한 추도
지금도 지구상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1년을 넘겨 계속되어 오고 있는 현실에서 이 책에서와 같은 추도사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다. 추도사에서와 같이 전장에 나가 생명을 바쳐 싸우는 군인이 있기에 우크라이나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버티며 계속 항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겨진 가족을 위해 미래의 조국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는 군인들에 대한 예우는 꼭 필요한 것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시기 또한 아테네는 스파르타와 코린토스 전쟁 후 평화조약을 맺은 직후로 전몰자에 대한 예우가 꼭 필요한 시기였다
어느 나라든
국가의 안위를 위하여 생명을 바친 분들을 추앙하고 예우를 다하며, 남겨진 가족들을 보살핌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을 때 국가를 위하여(남겨질 가족의 안위를 위하여) 망설임 없이 자신의 생명을 바칠 것이다. 미국에선 비행기에 탑승할 때도 군인들은 따로 예우한다고 한다. 국가를 위하여 생명을 바친 분들의 가족들이 궁핍하지 않게 생활하고 교육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을 때, 내 가족이 충분하게 잘 보살펴질 거라는 믿음 속에서 나의 생명을 나라를 위하여 서슴없이 내놓을 수 있을 것이며 그런 국민은 국가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책 익는 마을 지 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