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 걷다 보니 가시밭도 길이 되고
향기는 사치이기에 몽땅 주어버리고
묵묵히 장미꽃 키우며 울타리가 된 어머니
감사해요 사랑해요 말 한마디 못 들어도
서운하다 속상하다 말 한마디 못 한 당신
비로소 장미라 부르고 싶다
가슴에서 피는 꽃
「두근두근 우체국」(2023, 책만드는집)
이소영 시인의 첫 시조집 ‘두근두근 우체국’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제목이다. 묘한 리듬감 속에 쉬이 빠져들게 한다. 두근두근, 이라는 시어가 우체국을 만나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대 이름은’에서 그대는 사랑하는 어머니다. 몇 천 번을 불러도 또 부르고 싶은 이름의 주인공이다. 마음속으로 어머니를 부르면 그지없이 행복해진다. 그리움으로 말미암아 때로 울컥거리기도 한다. 속에서 북받쳐 오르는 어머니, 그 이름은 아무리 불러도 또 부르고 싶어진다. ‘그대 이름은’에서 등장하는 어머니는 가시밭 걷다 보니 가시밭도 길이 되고 향기는 사치이기에 몽땅 주어버리고 묵묵히 장미꽃 키우며 울타리가 된 어머니다. 그러니까 화자의 어머니는 장미꽃을 빼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어머니는 장미꽃 울타리였던 것이다. 그것은 화자에게는 경탄이었고 황홀이었으며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정경이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남다른 심미안이 길러졌을 터다. 그래서 감사해요 사랑해요 말 한마디 못 들어도 서운하다 속상하다 말 한마디 못 한 당신을 오래도록 그리워한다. 그리하여 간절한 마음이 속으로부터 뜨겁게 끓어오르면서 어느 순간 어머니는 장미라고 불리게 된다. 화자의 가슴 속에서 피는 아름다운 꽃이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이소영 시인의 첫 시조집 ‘두근두근 우체국’을 두고 의지와 열망의 순간을 기록해나가면서 반성적 사유의 연쇄에서 정점의 빛을 뿌린다고 보았다. 시조집 말미의 해설 ‘삶에 대한 원형적 시선과 서정적 페이소스’에서다. 그런 까닭에 시조문단을 통틀어보아도, 누구와도 닮지 않은 유니크한 세계를 담은 이채로운 미학적 결실로 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만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포옹’이라는 단시조를 더 보겠다. “이해가 오해를 꼬옥 껴안는다. 그리움이 기다림을 부둥켜안는다. 가슴이 우표가 되는 두근두근 우체국.” 압축의 묘미를 살린 간결하고도 간명한 새로운 목소리의 발현이다. 이해가 오해를 껴안는다는 말의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어떻게 그리움이 기다림을 저토록 뜨겁게 포옹하는지 곰곰이 새기게 한다. 가슴이 우표가 되기에 우체국은 오래도록 두근거릴 것이다.
‘독자적인 언어적 문양을 통한 발견과 개진의 순간’을 빛 부시게 이어가기를 기원한다.
이정환(시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