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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장 클로드 카프만
“가방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70명이 넘는 여자들에게 가방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목록을 작성해달라고 한 것이었다. 물론 목록을 정리한 것만으로는 비밀을 밝혀낼 수 없다. 하지만 이 작업만 해도 가방 속에 있는 잡동사니들이 말하고 싶어 근질근질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파리 5대학 부설 사회관계 연구소(CNRS) 연구원이자 사회학자이다. 일상생활의 여러 단면들을 끄집어내어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를 토대로 보편적이고도 심오한 사회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책 역시 사회학자이자 ‘남자’로서의 호기심에서 출발한 것이다. ‘여자들은 왜 가방에 집착하는가? 여자의 가방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을까?’그는 75명의 여자들을 인터뷰한 뒤, 여자들이 가방에 담고 있는 욕망, 사랑, 불안 등 삶에 관한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또한 그는 이것을 테마로, 사진작가 윌리엄 클라인의 아들이자 비디오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피에르 클라인과 함께 50명의 여자들의 가방을 ‘뒤져’ 파리에서 ‘여자들이 가방을 열었다Elles vident leur sac’라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역자 : 김희진
역자 김희진은 성균관대학에서 불어불문학과 영어영문학을 전공했으며 동대학원에서 번역 이론을 공부하고 있다. 현재 출판ㆍ기획ㆍ번역 네트워크 ‘사이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폴 세잔》, 《저주받은 왕》(공역),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역사유적 1001》, 《프리다 칼로》,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계 역사 1001 Days》(공역), 《천장 위의 오르탕스》, 《헨젤과 그레텔》, 《칸: 침묵과 빛의 건축가 루이스 칸》 등 불어와 영어로 된 책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프롤로그 여자에게 가방이란 무엇인가
당신의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 여자의 가방을 들여다보는 건 그녀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작은 종이로 꽉 찬 여자의 가방
: 여기저기서 긁어댄 신용카드 청구서와 각종 영수증, 씹다 버린 껌 종이, 혹은 옛 연인이 써준 편지.
가방 밑바닥의 잡동사니들
: 물건도 사람처럼 존재감이 커지면 헤어지기 어려워진다.
짐이 많은 여자
: 여자는 가벼워지길 원하면서 모든 걸 다 갖고 다니길 원한다.
‘넣어두기’라는 행위
: 여자는 인생의 모든 순간을 가방 안에 넣는다.
가방에 물건이 쌓이는 법칙
: 여자의 가방에서 똑같은 볼펜 다섯 자루가 나오는 게 놀랄 일은 아니다.
왜 가방 안에서 울려대는 휴대전화는 찾기 힘들까?
: 가방은 가끔 여자를 배신한다.
가방 정리와 머릿속 정리의 상관관계
: 가방이 좀 어수선하다고 해서 그녀의 삶까지 혼란스러운 건 아니다.
끝없는 비우기와 채우기
: 가방을 비우고 채우는 것은 매일 이뤄지는 철학적 선택.
당신은 몇 개의 가방을 갖고 있는가?
: 여자가 아침마다 가방을 고를 때 고려하는 것들.
여자가 가방을 살 때
: 가방과의 첫 만남은 사랑의 시작과 닮았다.
100개의 가방, 100개의 모습
: 스타일은 스타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정체성이다.
가방들의 전쟁
: 샤넬은 샤넬 그 이상이다.
가방의 두 가지 삶
: 여자에게 가방은 모순적인 존재다.
손으로 드느냐 어깨에 메느냐
: 그레이스 켈리는 에르메스 가방 뒤에 숨어 자신을 보호했다.
가방을 향한 공격
: 가방에 낯선 이의 손이 들어오는 건 악몽이다.
여자의 가방이 점점 커지는 이유
: 여자는 ‘만약의 경우’를 떠올리면 불안해진다. 그래서 가방을 채운다.
여자의 어깨에 실리는 가방의 무게, 삶의 무게
: 여자의 가방은 삶이 가장 강렬해지는 40대에 가장 커진다.
가방이 여자를 ‘여자’로 만든다
: 소녀들은 엄마의 가방을 통해 ‘여자’를 꿈꾼다.
가방 든 남자
: 남자의 가방에는 관계와 감정에 관련된 개인적인 세계가 들어 있지 않다.
가방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다
: 여자는 인생의 한 장면이 넘어갈 때 가방을 바꾼다.
여자와 가방
: 밖에 있지만 여자의 안에 있는 것.
에필로그 당신의 가방에는 어떤 인생이 들어 있는가
<저자 인터뷰> 가방, 사랑으로 가득한 세계
“여자에게 가방이란 무엇인가. 가방은 여자의‘또 다른 자아’다.
또한 ‘삶’이 라는 퍼즐을 완성시키는 한 조각, 추억의 상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자들은 가방을 잃어버리면 자신의 일부를 잃었다고 느낀다.
저자 장 클로드 카프만은
금기로 여겨졌던 여자의 가방 속을 낱낱이 파헤쳐
여자들이 가방에 투영하고 있는 심리를 포착했다.” _<르몽드>
여자들은 왜 가방에 집착할까
왜 여자들의 가방 속은 늘 정신이 없을까
도대체 여자들은 가방에 무엇을 갖고 다니는가
여자에게 가방은 물건을 넣어 다니는 어떤 도구 혹은 액세서리 그이상이다. 여자에게 어떤 가방을 메느냐는 남자들이 차를 통해 자존심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옷이나 가방 등 한 사람이 선택한 아이템들은 단순히 패션 아이템일 뿐 아니라 그 사람을 표현하는 하나의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가방은 그 성향을 가장 잘 드러내는 아이템이다.
《여자의 가방》은 프랑스 사회학자가 쓴 여자와 가방 사이에 얽힌 심리 이야기다. 저자는 여자들이 그토록 가방을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증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는 75명의 여자들을 직접 만나서 그녀들의 가방에 대한 인터뷰를 했는데, 그의 첫 질문은 항상 “당신의 가방 속에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였다. 이 질문에 많은 여자들이 별것 없다며 시작한 이야기는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풍부했다.
인터뷰에 응한 여자들은 자신의 가방 브랜드, 내용물, 크기, 가방을 메는 방법, 가방 속을 정리하는 방법, 갖고 있는 가방의 개수 등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저자가 발견한 것은 바로 그녀들이 가방에 담고 있는 삶의 가치들이었다.
여자의 가방을 들여다보는 건
그녀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내 가방은 ‘개인적인’ 것이고, 그 안을 뒤지는 건 금지예요. 내 가방 깊숙이 감춰진 부분은 내 여성성과 내 인격, 그리고 연약한 내면의 일부라고도 생각해요.”
한 여성은 집에 불이 나도 가방에 중요한 것들이 다 들어 있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했고 가방을 도둑맞은 경험이 있는 일부 여성들은, 마치 손발의 일부가 잘려나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여자들은 가방을 이야기하면서 ‘제2의 집’ ‘또 다른 나’라는 표현을 많이 썼을 정도로 가방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여자들은 과연 가방 속에 무엇을 넣고 다니는 걸까?
여자의 가방 속은 ‘작은 세계’다. 여자의 가방 속에는 신분증이나 지갑, 열쇠 같은 물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진, 낙서조각, 귀퉁이가 찢어진 엽서, 구겨진 신용카드 청구서, 휘갈겨 쓴 전화번호, 씹다 버린 껌 종이에서 속옷까지 예상을 뒤엎는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심지어 작은 돌멩이나 백포도주 마개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여자도 있었고, 똑같은 볼펜이 다섯 자루나 나오는 여자도 있었다.
왜 여자들은 이런 물건들을 가방 속에 담아두는 것일까?
여자는 인생의 모든 순간을 가방에 넣는다!
이렇게 쌓여가는 작은 물건들을 무시한다면, 자아를 구성하는 도구인 가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왜냐면 그것들은 바로 ‘여자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가방에는 단순한 물건 이상의 것들이 들어 있다. 추억과 사랑, 관계에 관한 것들을 비롯해 가방은 때론 시련을 극복하는 도구가 되어 주고,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도와주는, 여자들의 내밀한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여자들은 매일의 순간들을 상상하고, 그 순간에 영향을 주고, 그 순간을 준비하려고 한다. 만약 두통이 오면 어떡하지? 가방에 약을 넣는다. 병원에 갔다가 기다리게 된다면? 책을 하나 고른다. 여자들은 ‘만약의 상황’을 떠올리면 불안해지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한 물건을 찾는다. 여자들의 이러한 작업은 매우 일상적이고도 필수적이다.
이 책은 이런 여성들의 가방에 얽힌 속내를 끄집어내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또한 한없이 가방을 사랑하면서 왜 영화관이나 화장실 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내려놓는지, 가방을 대하는 여자들의 모순된 태도와 감정 등 여자와 가방 사이 얽혀 있는 감정과 심리들도 위트 있게 풀어냈다.
《여자의 가방》은 많은 여자들이 가방을 사랑하면서도 정작 놓치고 있었던 가방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독자들은 저자의 독특한 발상에서 시작된 ‘여자들의 가방 탐색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여자들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여자친구의 가방이 왜 무거운지, 그리고 여자들이 왜 가방 속을 감추려고 하는지에 대해 한번쯤 의구심을 품었던 남자들이라면 여자들의 은밀한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가방이 얼마만큼이나 약함과 온갖 종류의 위험에 대처하는 무기와 닮았는지를 알 수 있다. 또 그런 사실 때문에 가방은 그 내용물을 분석하는 이에게 내밀한 결점과 두려움을 내보이게 된다. 자신의 불안함과 부족한 면을 내보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각자 자신의 이미지를 지켜야 하는 사회에서 이는 아주 당연한 일이다. 가방 안은 자그마한 자신의 세상이다. 겉치장이 필요 없고 타인의 시선과 기준에서 벗어나 있으며 의무적인 허례허식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자신만의 세상이다. _p.28~29
각종 청구서는 벼룩시장에서 산 이 예쁜 천 파우치 안에 들어가 있지만 정리되어 있지 않다. ‘보면 짜증나고 정리할 마음이 들지 않는’ (왜 그런지 알 만하다) 청구서들은 때로는 뜯기지도 않은 채 가방 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어져, 가방 안에 ‘아직’ 비어 있는 공간들을 굴러다니기 때문이다. 이 보물들(과 골칫거리들)은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다. 가방은 빈 시간을 함께 보내는 친구다. 조에는 가방을 열기만 하면 몽상에 빠지거나 오래된 감정을 되살리게 된다. 아니면 카드 값 지불 날짜를 생각한다. 가방은 그렇게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친구가 된다. _p.36~37
“가방을 가볍게 하려고 무척 노력하지만, 나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를 ‘만약의 경우’를 모두 생각하다 보면 필요한 물건을 더 넣게 되어요. 마실 것, 먹을 것, 약, 티슈.” 따라서 이제 극복하지 못할 일은 일어날 수 없다. 롤로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삶의 모든 사건들에 대비해, 가방이 든든하게 그녀를 지켜 주는 것이다. _p.213
여자들은 더 많은 자유를 누리는 만큼 더 많은 압력에 시달린다. 여자들은 쉴 새 없이 내달리고 머릿속에는 수천 가지 생각으로 가득하니 가방도 그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여자들의 가방에 가장 흔하게 들어 있는 물건 중 하나는 아스피린이다. 이는 오늘날 여자들이 느끼는 정신적인 부담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여자들은 남녀평등을 이루기 위해 투쟁하는데, 존재의 무게로서 이러한 투쟁의 대가를 갚는다. 그것이 바로 가방의 무게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여자들을 가로막으며 꼼짝 못하게 한다. 반면 남성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가볍게 다닌다. _p.288~289
첫댓글 장 클로드 카프만 지음 / 역자 김희진 옮김 / 역자평점 7.5 / 출판사 시공사 | 2012.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