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보지 못한 길
로버트 프로스트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잇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덤불 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도 없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쪽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어쩌면 더 나은 듯도 했지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했지만,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 했으니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모두 아직
발자국에 더럽혀지지 않은 낙엽에 덮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다른 날 걸어보리라! 생각했지요.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리라 알고 있었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시인의 시 이야기]
미국 자연주의 시인인 프로스트는 무욕(無慾)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평생ㅇ르 시록에서 보내며 자연으로부터 삶을 깨쳤고 그것을 시로 표현했습니다. 그레데 있어 자연은 철학자이자 인생이며, 소망이자 생의 원천이었습니다. 그런 자연과 더불어 삶을 사는 동안 그가 깨달은 것은 ‘욕심을 버리고 자연과 삶에 순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만이 삶을 가치 있고 소중하게 여기며 살 수 있는 길이란 것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이 시의 시적 화자는 두 길 중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한 깊을 택했습니다. 풀이 무성하다는 것은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고, 설령 발길이 미쳤다 해도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아 흔적이 남지 않는 길입니다. 이런 길은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길입니다. 가시도 있을 것이고, 돌부리가 깊은 큰 돌도 있을 것이고, 전갈이나 뱀과 같은 독을 지닌 곤총이나 동물들이 있어 위험한 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풀이 무성한 길은 어떤 길일까요? 그 길은 실리를 좇는 길도 아니고, 명예로운 길도 아니고, 이익을 좇아가는 길도 아닙니다. 그 길은 다른 사람에게는 보잘것없지만 자신에게 있어서만큼은, 온 삶을 내던져 후회 없는 삶을 보낼 수 있는 은혜로운 길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늘 삶에 대해 생각합니다. 과연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다름다운 인생의 길인가, 또는 올바른 삶의 길인가를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이 시를 읽으면 자못 엄숙하고 경건해집니다. 그리고 내 자신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내게 주어진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곤 합니다.
이 시는 나에게 있어 삶의 이정표와도 같다고 하겠습니다. 나는 내 이정표와도 같은 이 시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독자들에게 차근차근 음미하며 읽기를 권합니다. 모든 이들에게 인생의 참빛이 되어주기를 바라면서 말이지요. 나는 언제까지나 이 시를 사랑할 것입니다.
출처 : 《위로와 평안의 시》
엮은이 : 김옥림, 펴낸이 : 임종관
김옥림 :
-시, 소설, 동화, 교양, 자기개발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이다. 교육 타임스 《교육과 사색》에 〈명언으로 읽는 인생철학〉을 연재하고 있다. 시집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따뜻한 별 하나 갖고 싶다》, 《꽃들의 반란》,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소설집 《달콤한 그녀》, 장편소설 《마리》, 《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것들》, 《탁동철》, 에세이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아침이 행복해지는 책》, 《가끔은 삶이 아프고 외롭게 할 때》, 《허기진 삶을 채우는 생각 한 잔》,《내 마음의 쉼표》, 《백년 후에 읽어도 좋을 잠안 315》, 《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365일 마음산책》, 《법정의 마음의 온도》, 《법정 행복한 삶》, 《지금부터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멋지게 나이 들기로 마음먹었다면》, 《인생의 고난 앞에 흔들리는 당신에게》, 《마음에 새기는 명품 명언》, 《힘들 땐 잠깐 쉬었다 가도 괜찮아》, 《법정 시로 태어나다》, 《이건희 담대한 명언》 외 다수가 있다. 시세계 신인상(1993), 치악예술상(1995), 아동문예문학상(2001), 새벗문학상(2010), 순리문학상(2012)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