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장이 인용한 선시禪詩의 주인공
법진法眞 할머니
‘무자(無字)’ 화두를 타파한 것으로 알려진 법진(法眞) 할머니는 쟁쟁한 역대 선사들과 함께 <전등록>에 이름을 올린 여 선객이다.
<전등록>에 따르면 법진 할머니의 성은 허씨요, 송나라 고종 임금 때 사람이다. 남편은 장태사였고, 아들 장덕원은 정승이 되었으므로 진국태(秦國泰) 부인이라 하였다. 설흔 살에 홀로 된 후 불법을 좋아하여 40년 동안 집에서 수행하였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한번은 도겸 스님을 만나 무자화두를 듣고는 밤낮으로 ‘무자’를 참구하였다. 그러면서 경전도 읽고 예불도 하였는데, 도겸 스님이 대혜(大慧, 1089~1163) 선사의 말을 인용하여 할머니에게 말하였다.
“화두를 참구하려면 경 보고 예불하는 일을 쉬고 일심으로 참구하여 한 생각이 계합한 후에, 다시 경도 읽고 예불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할머니는 이 말을 듣고 일심으로 참선하였다. 어느 날 잠을 자다가 놀라 깨면서 홀연히 깨치고 이런 게송을 지었다.
몽과비란상벽허(夢跨飛鸞上碧虛)하니
시지신세일거려(始知身世一遽廬)라
귀래착인한단도(歸來錯認邯鄲道)하니
산조일성춘우여(山鳥一聲春雨餘)라.
꿈속에 봉황 타고 허공에 올라가니 알겠네,
이 내 몸이 하룻밤 여관임을
그동안 잘못 배운 한단(邯鄲: 아름다운 걸음을 걸은 조나라 한단 사람들)걸음 알고 보니
한 마리 산새 소리 봄비마저 넉넉하네.
할머니는 이 게송을 대혜 선사에게 보냈는데, 대혜 선사는 이렇게 평하였다.
“아들이 재상된 것은 그리 귀할 것 없지만 쓰레기통에서 여의주를 얻은 것은 참으로 귀하니라. 그러나 이것도 집착하지 말아야 하나니, 집착하면 다시 자비심을 일으켜 중생을 제도할 수 없느니라.”
한편, <인천보감>에서도 법진 할머니의 수행담이 기록되어 있다. 이 어록에 따르면 법진 할머니는 과부가 되고부터는 화장도 안 하고 채식을 하고 헌 옷을 입고 지냈으나, 유위법(有爲法)만 익혔지 선(禪)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경산사의 대혜 선사가 겸(謙) 선사를 보내 안부를 물었는데, 그의 아들 위공(魏公)과 준공(浚公)이 겸 선사를 머물게 하고 조사의 도로 그의 어머니를 이끌어주게 하였다. 법진이 하루는 겸 선사에게 물었다.
“대혜 스님은 평소에 어떻게 사람들을 가르치십니까?”
“스님께서는 오직 사람들에게 ‘개에게 불성이 없다’는 화두만을 들게 하십니다. 여기에는 말을 붙여도 안 되고 이리저리 헤아려도 안 됩니다. 오직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한데 대하여 조주 스님이 ‘없다’ 라고 한 말씀만을 들라 하십니다. 오직 이렇게 학인을 가르칠 뿐 입니다.”
법진은 마침내 크게 믿음이 가서 무자 화두를 밤낮으로 참구하였다. 한번은 밤중까지 앉아 있다가 갑자기 깨달은 바 있어 당장에 게송 몇 수를 지어 대혜 선사에게 보냈는데, 그 맨 마지막 송은 다음과 같다.
종일토록 경문을 읽으니
예전에 알던 사람 만난 듯 하네
자주 막히는 곳 있다고 말하지 마라
한 번 볼 때마다 한 번씩 새로워진다.
<전등록>과 <인천보감>의 기록을 볼 때, 법진 할머니는 대혜종고 선사의 무자화두 참구법을 통해 깨달았으며, 대혜 선사의 인정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대혜 선사는 깨달음에도 집착하거나 머물지 말고 끝없이 초월하며 보살행을 실천하는 보임(保任) 즉, 불행(佛行)수행할 것을 당부한다.
우리는 법진 할머니가 유위법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수행의 진보를 이루지 못하다가 무위법인 화두참구로 깨닫게 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유위법이란 인연에 의하여 생멸하는 만유일체의 법을 말한다. 유위법은 위작(爲作), 조작(造作)의 뜻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는 의미다. 생멸법, 인과법, 인연소생법, 중연취집(衆緣聚集), 공소작법(共所作法) 등이 유위법에 해당된다. 반대로 무위법은 조작, 위작되지 않은 우주만물의 실체, 본체를 가리킨다. “만약 법이 생함도 없고, 멸함도 없고 인(因)도 없고, 과(果)도 없다면, 무위상을 얻으니 이는 무위의 뜻이다”(비바사론) 라고 한 말이 이 뜻이다.
수행은 인위적인 조작이나 분별심, 집착, ‘구하는 마음 없이(無所求行)’ 무위법으로 ‘닦는 바 없이 닦아야(無修之修)’ 한 법도 얻을 바가 없는 무소득법(無所得法)의 도리를 깨닫게 된다.
- 蒼海 김성우 합장
(이 글은 현대불교신문에 연재했던 졸고拙稿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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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소장님이 선시를 퇴임사에서 인용하신 것이 인상적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성을 아는 분의 여유로움과 두려움없는 자재로움이 함께 하시길 발원하며 교계의 재원이 되주셨으면 하는 마음 또한 간절해집니다. 나무아미타불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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