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 때
오계자
어느 책에서 이런 질문을 본 적이 있다.
<당신이 수험생이라 생각하고 고사장에서 시험지를 기다리고 있는데, 백지 한 장 나
눠 주면서 제목도 자유, 내용도 자유> 라면?
망설임 없이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난 당황했을 것 같다 많은 세
월을, 이성적으로 현실을 직시하며 냉철한 경험도 쌓고, 감성(感性)에 젖어 보기도 했
지만, 그런 상황에서 덥석 펜을 움직이지 못할 것 같다. 쓰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골라
내기 힘든 사람과 지식의 저장고를 헤쳐도, 헤쳐도 쓸 말을 찾지 못하는 사람도, 어려
움은 매 한가지다.
내 안에 쌓아 둔 알맹이들을 곰팡이에게 먹히지 않고, 참따랗게 내 것으로 만드는 것
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몫이다 독서하고 연구해서 값진 지식들 얻는 것도 중요하지
만 쌓는 것만이 부자는 아니다. 그 가치를 부과해서 더 빛나는 보석으로 다듬어야 됨은
잘 알고들 있다 하지만 갈고 다듬는 방법과 실천이 문제다 나는 그 해답을 혼자 있을
때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가 가장 싫어하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말 중에는 체통이라는 말이 있다.
이 체통을 위해 원초적인 동물성을 감추고 예의범절을 교육받는다 어떤 공간에 홀로
되었을 때, 답답하던 가식 벗어던지고, 표정 연기에서 해방되어 흐트러지면서 좋다고
뒹굴기만 할까? 아니면 새벽안개에 숨죽은 낙엽처럼 촉촉하게 젖어서 그리운 사람과 공
상의 나래만 펼칠 것인가.
타인보다 더 두렵고 조심스런 존재는, 자기 안에 있는 자신의 시선이라 했다. 사색이
야말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색으로 내가 지금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다. 내 안에도 골라내어 버릴 것도 많으니, 혼자일 때 과감히, 그
리고 꼼꼼하게 정리하면 좋다. 아픔이 있다면 혼자일 때 열어보고 원인을 찾아 소독하
고 보듬어 준다 점점 거대해지고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어영비영 하다가는 죽도 밥도
못되고 말 것이 뻔하다. 풀리지 않는 난감한 문제들, 혼자일 때 차분히 사색의 창을 열
고 가다듬어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고 긴장감에서 스르르 벗어 날 수 있다.
마음에 작은 공간이 생기면, 다시 맑고 아름다운 희망을 심자. 흔들리다가, 또는 넘
어졌을 때, 홀로 일어서기에 성공하면 그 힘으로 내면은 더욱 충실해진다 정신없이 돌
아가는 상에 꼭 필요한 충전의 시간이 사색이며 사색은 혼자일 때 한다. 정신적인 성
장과 발전이 교육이라면, 사색은 성장 촉진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2005/21집
첫댓글 마음에 작은 공간이 생기면, 다시 맑고 아름다운 희망을 심자. 흔들리다가, 또는 넘
어졌을 때, 홀로 일어서기에 성공하면 그 힘으로 내면은 더욱 충실해진다 정신없이 돌
아가는 상에 꼭 필요한 충전의 시간이 사색이며 사색은 혼자일 때 한다. 정신적인 성
장과 발전이 교육이라면, 사색은 성장 촉진제가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