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앉아 있는 건 이제 그만. 세상은 네가 걸어 나오길 기다리고 있어. 자전거를 타고 숨이 벅찰 때까지 페달을 밟아도 되고, 맛집 탐방을 하며 ‘먹부림’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도 좋아. 뚜벅이여도 걱정하지 마. 기차가 네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줄 테니.
⭐ 추천 장소 ⭐
경기도 양평군,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대구광역시,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경기 양평군
#자전거 #자연_속에서_심신_재충전
북한강철교를 달리는 자전거 여행객들
서울에서 멀리 가기엔 부담스럽지만, 강변 라이딩을 하며 콧바람을 쐬고 싶다면 경기도 양평을 추천해. 양평은 자전거 타기에 특화된 도시야. 수도권에서 지하철로 쉽게 갈 수 있고, 중앙선 폐선로를 활용한 남한강자전거길이 지나는 데다가, 역 앞 대여소에서 자전거도 빌릴 수 있지. 특히 양수역~북한강철교 구간에는 자전거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
나무가 숲을 이룬 수풀로 양수리
양평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건 북한강과 남한강 사이의 그림 같은 길을 달린다는 뜻이야. 양수역 1번 출구 앞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린 뒤에는 ① 북한강철교로 향하자. 양수역에서 남양주 방향으로 1.3km만 달리면 철교에서 윤슬에 반짝이는 북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어. 남양주와 양평을 잇는 철교의 녹슨 트러스에서 레트로한 감성이 물씬 묻어나지.
북한강철교와 나무 덱으로 이어진 ② 수풀로 양수리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뻔했던 땅에 조성한 생태공원이야. 강변 벤치에서 북한강 물길을 바라보며 다리쉼을 하거나, 아치형 나무다리에서 인증샷을 남길 수 있어.
7~8월 연꽃이 만개하는 세미원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 볼까? 다음 목적지는 양평 대표 관광지인 연꽃정원 ③ 세미원이야. 11월에는 아쉽게도 연꽃이 만개한 모습을 볼 순 없지만, 입구에 자전거를 세우고 잔잔한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될 거야. 세미원 근처 터미널삼거리에서 두물머리까지 1.2km 길은 전체 경로 중 가장 시원스러운 구간이야. 일자로 쭉 뻗은 도로를 따라 페달을 밟아봐. 양평의 자연이 온몸에 와락 안겨들 거야.
④ 두물머리는 두 물, 즉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한강을 이루는 지점이야. 400살 넘은 느티나무와 황포돛배가 나란한 풍경 앞에선 누구나 카메라를 들게 돼. 출출해진 배는 ⑤ 두물머리연핫도그로 채우자. 연핫도그는 반죽에 연잎을 넣어 빵이 연초록빛을 띠는 게 특징이야. 열심히 페달을 밟았으니 두 개 먹어도 인정!
남한강과 북한강 물길이 만나는 두물머리
팁│자전거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야. 바퀴에 바람이 빠지지 않았는지, 브레이크 레버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체인이 닳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확인하자. 자전거 도로에선 우측통행, 1열 종대가 기본인 것도 알지?
추천 코스│경의중앙선 양수역 → 북한강철교 → 수풀로 양수리 → 세미원 → 두물머리 → 두물머리연핫도그
가는 방법│[지하철] 수도권 전철 1호선 서울역~경의중앙선 양수역 (약 1시간 10분 소요)
강원 동해시
#바다 #바다를_누비는_다양한_방법
코발트빛 동해를 옆에 둔 논골담길
청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갑자기 바다로 가는 기차를 타는 장면이 나오잖아. 바다를 보고 온 주인공은 어딘지 모르게 훌쩍 어른이 된 것 같았어. 우리도 기차 타고 동해에 갈래? KTX에서 한숨 자고 나면 시리도록 푸른 바다가 눈앞에 있을 거야. 동해는 이름난 관광지들이 기차역 근처에 붙어 있어 뚜벅이 여행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도시야. 바다 옆 골목길을 걷고, 바다 위에서 레포츠를 즐기고, 바다 보며 회도 먹고. 집으로 돌아갈 때쯤에는 머리칼에 바다 냄새가 배어 있을 거야.
논골담길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묵호등대
① 묵호항에 왔으니 회를 먹어줘야지. 묵호항에서 도보 5분 거리의 묵호항활어판매센터는 동해에서 잡은 자연산 활어를 취급하고, 묵호전망대활어회센터에선 1층에서 구매한 수산물을 2층 식당에서 먹을 수 있어.
배를 채웠다면 본격적인 여행에 나설 차례. 묵호항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② 논골담길은 바다를 터전으로 삼은 논골마을 주민들의 옛 생활상을 담은 벽화 골목이야. 오징어와 명태를 한가득 나르는 지게꾼, 만선에 들뜬 어부 등 소박하지만 치열한 일상을 담벼락에 그림으로 새겼어. 길은 논골1길~3길, 등대오름길 등 총 4개 길로 나뉘는데, 동해와 묵호항을 곁에 두고 오를 수 있는 등대오름길 풍광이 가장 시원스러워. 어떤 길을 선택해도 종착지는 같아.
동해 대표 관광지인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마을 꼭대기의 ③ 묵호등대에선 망망한 하늘과 바다가 하나로 이어지는 장관을 볼 수 있어. 칠흑 같은 바다에서 뱃사람에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밝혀주던 등대가 근사한 전망대가 된 거지.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묵호등대와 연결된 ④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야. 비 내리는 밤이면 푸르스름한 도깨비불이 번쩍거렸다는 도째비골에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스카이워크부터 도깨비방망이 형상의 해랑전망대까지 각종 체험 거리가 모여 있어. 땅에 발붙이고 마주한 바다와 공중에서 바라본 바다가 얼마나 다른지 느껴보자고!
85m 길이 해상 산책로인 해랑전망대
팁│도째비골 스카이밸리의 즐길 거리를 담력 순으로 정리해 봤어. 레벨 1(담력★) 강화유리 바닥 밑으로 파도가 출렁이는 59m 높이 스카이워크와 85m 길이 해랑전망대. 레벨 2(담력★★) 스카이워크에서 지면까지 15초 만에 급강하하는 자이언트 슬라이드. 레벨 3(담력★★★) 케이블 와이어를 따라 공중에서 외줄 자전거를 타는 스카이사이클.
추천 코스│묵호역 → 묵호항 → 논골담길 → 묵호등대 →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가는 방법│[KTX] 서울역~묵호역 (약 2시간 30분 소요)
대구광역시
#미식 #맛집_옆에_또_맛집
평화시장의 닭똥집 튀김
흔히 대구 음식을 “맵고 짜다”고들 해.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말이 전부는 아냐. 평화시장 닭똥집, 동인동 찜갈비, 서문시장 납작만두 등 대구의 맛은 꽤 다채롭거든. 식욕이 남다른 ‘J(MBTI에서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라면 동선을 짜서 ‘대구 10미’ 도장 깨기에 도전해도 좋아. ‘대구 10미’는 대구시가 뽑은 열 가지 향토 음식인데, 대구따로국밥(대구육개장)·막창구이·동인동 찜갈비·납작만두 등을 말해. 도시 곳곳을 다니는 지하철과 버스가 빠른 이동을 도와줄 거야.
양푼에 담긴 동인동 찜갈비
동대구역에서 약 1km 거리의 ① 평화시장은 바삭한 닭똥집으로 유명해. 1970년대 초, 시장의 한 통닭집이 노동자들에게 남은 닭똥집을 술안주로 내어준 것이 시초였대. 지금은 프라이드·양념·간장 등 다양한 맛의 닭똥집을 맛볼 수 있어. ‘반반’부터 세 가지 맛을 고루 담아주는 모둠똥집까지 취향껏 골라봐.
평화시장에서 버스로 20여 분 떨어진 ② 동인동찜갈비골목은 양은 냄비에 담은 소갈비찜을 팔아. 간장으로 맛을 낸 갈비찜과는 달리,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로 양념해 맵싸한 맛이 특징이지. 남은 양념에 흰 밥을 슥슥 비벼 먹으면 밥도둑 그 자체. 어딜 들어가도 맛있지만 60여 년 된 낙영찜갈비가 특히 유명해.
대구 최대의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아직 먹어야 할 게 많으니 ③ 동성로에서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소화 좀 시키자. 쇼윈도에 걸린 옷부터 편집숍의 감각적인 소품까지 구경거리가 많아서 배가 금세 꺼질 거야. 걸음은 대구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자 조선시대 3대 장터 중 하나였던 ④ 서문시장으로 이어져. 이곳에선 대구 별미라는 납작만두를 먹어봐야 해. 납작하게 구운 만두에 고춧가루와 간장을 술술 뿌려주는데, 심심한가 싶다가도 은근히 중독적이야. 떡볶이 국물에 버무려 먹거나 매콤한 양념 어묵을 곁들여봐. 납작만두가 ‘킥’이 될 거야.
대구 별미 중 하나로 꼽히는 납작만두
팁│매년 7월 치맥 페스티벌이 열리는 대구에선 치킨도 빠질 수 없지. 집에서도 배달시킬 수 있는 치킨 브랜드 말고 로컬 치킨에 도전해 봐.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온 뉴욕통닭, 닭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주는 옛날 시장식 진주통닭, 1978년에 개업해 ‘대구 3대 통닭’ 중 하나로 꼽히는 원주통닭이 유명해.
추천 코스│동대구역 → 평화시장 닭똥집골목 → 동인동찜갈비골목 → 동성로 → 서문시장
가는 방법│[KTX] 서울역~동대구역 (약 1시간 40분 소요) [SRT] 수서역~동대구역 (약 1시간 30분 소요)
전북 군산시
#역사 #근대로_떠나는_시간_여행
기차가 지나던 경암동 철길마을
어설프게 흉내 낸 레트로 느낌이 아닌 ‘찐’ 레트로 감성을 원한다면, 사진 찍고 뒤돌아서는 핫플 말고 마음 한구석에 여운이 남는 여행지를 찾는다면 군산이 딱이야. 군산은 근대 문화유산이 살아 있는 역사 관광지야. 우리나라 최대 곡창 지대인 호남평야를 끼고 있어 일제강점기에 수탈의 거점이 됐지. 군산 거리 곳곳에 남아 있는 일본식 건축물이 아픈 역사의 산증인이야.
군산근대화거리의 대표 건축물인 옛 군산세관
군산역에서 버스 20여 분 거리의 ① 경암동 철길마을은 판잣집 사이에 난 2.5km 철길이야. 옛날 교복을 빌려 입고 달고나를 만들거나 소소한 불량식품 쇼핑을 하며 부모님 세대의 어린 시절을 만날 수 있어. ② 군산근대화거리는 거리 전체가 거대한 영화 세트장 같아. 일제강점기에 지은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옛 군산세관·군산근대역사박물관·군산근대미술관 등이 대표적이야.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의 단팥빵
‘군산’ 하면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빵집, ③ 이성당은 1945년에 간판을 달고 80여 년간 한자리를 지켜왔어. 이곳의 스테디셀러는 단팥빵과 야채빵. 빵 반죽에 쌀이 80%가량 들어가 속이 더부룩하지 않으니 부모님 선물용으로도 합격이야. 빵 봉지를 주렁주렁 들고 찾아간 곳은 ④ 군산과자조합, 100여 년 된 적산가옥을 개조한 레트로 감성 카페야. 휘낭시에나 다쿠아즈처럼 먹음직스러운 구움과자가 다양하고, 높은 천장과 골목 앞이 내다보이는 통유리창이 시원스러워. 마지막 장소는 영화 <타짜>에도 나온 ⑤ 신흥동 일본식 가옥이야. 일본인 포목상 히로쓰가 지은 일본식 목조 주택으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부유층이 어떻게 살았는지 가늠할 수 있어.
2층 목조 건물인 신흥동 일본식 가옥
팁│군산 짬뽕특화거리에는 전설의 3대 짬뽕집인 복성루, 지린성, 빈해원이 모여 있어. 복성루 짬뽕은 불맛이 제대로고, 지린성은 고추짬뽕이 유명해. 영화 <타짜>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나온 빈해원은 군산의 가장 오래된 중식당으로 고풍스러운 실내가 멋스러워.
추천 코스│군산역 → 경암동 철길마을 → 군산근대화거리 → 이성당 → 군산과자조합 → 신흥동 일본식 가옥
가는 방법│[무궁화호·새마을호] 용산역~군산역 (약 3시간 30분 소요) [서해금빛열차] 용산역~군산역 (약 3시간 5분 소요)
- 취재 : 이수린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4년 1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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