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지는 신(腎)을 보하고 성기능을 돕는다. 술이나 소금물에 불려 먹으면 그 효능이 높아진다. 옛날 어느 선비가 과거를 보기 위해 집을 떠날 때 아내가 남편을 위하여 몸에 좋은 개암풀 열매를 준비해 주었다. 한양으로 온 선비는 틈틈이 개암열매를 끓여 마셨는데, 기운이 솟구친 까닭에 잠잘 때 아내 생각이 간절하였다. 당장 집으로 달려갈 수가 없으므로 어느날 밤 춘정을 달래려 수음하였는데, 그 방사가 어찌나 셌던지, 그만 머리맡에 놓아둔 서책에까지 튀어 책장을 뚫어놓고 말았다. 이러한 연유로 파고지(破古紙)라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보골지(補骨脂)’라고도 하는 파고지(학명 Psoralea corylifolia L.)는 양기를 보충하기 위한 한약 처방에 흔히 쓰이는 국내 자생식물이다. 우리나라 남부지역 야산에 흔히 자생하였으나 그러나 지금은 국내에서 채취되는 양이 적어 주로 중국산을 수입해 쓰고 있다. 파고지란 우리말로 개암풀 열매를 말한다. 콩과 식물로, 키는 40~90cm이고 몸 전체에 황백색의 털과 갈색의 줄무늬가 덮여있다. 가지는 곧고 단단하며 세로 줄무늬가 있다. 주름무늬와 톱니가 잇는 심장 모양(계란형 또는 둥근 삼각형)의 잎이 어긋맞게 나고, 7~8월에 작은 나비 모양의 자줏빛 꽃이 핀 뒤 가을에 콩깍지 모양의 열매가 익는다. 약으로 쓰이는 것은 주로 열매다. 깍지 속에 담긴 낱알의 크기는 여물다만 작은 콩에 비할 만하다. 길이 3∼5mm, 너비는 2∼4mm이고 두께가 15mm 정도로 작아 흔히 ‘파고지 콩’이라 부른다. 열매는 향기와 함께 비릿한 냄새가 있다. 성숙한 종자를 채취하며 햇볕에 말려 쓰는데, 껍질이 잘 벗겨지지는 않는다. 전통 한방에서는 양기를 북돋우기 위한 처방에 ‘감초’만큼이나 흔하게 파고지를 사용했다. 본래 우리나라 남부지역에서는 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었으나 근래는 국산 생산량이 적어 거의 중국산을 수입해 쓰고 있다. 중국산은 사천 하남 섬서 안휘 등지에 널리 자생하는 난대성 식물인데, 최근 국내에서는 몇몇 농가에서 인공 재배를 시도하고 있다. 파고지의 약성은 성질이 따뜻하며 맛은 맵고 조금 쓰기도 하다. 북한 출신의 귀순 한의사 허창걸씨는 “그대로 또는 소금물이나 술에 담가 놓았다가 닦아서 쓴다”라며 소금물에 불리면 신을 보하는 작용이 보다 강해진다고 말한다. 이 방법은 한방 전통에 전해오는 것이다. 중국 의서 <본초강목>은 파고지에 대하여 이렇게 적고 있다. ‘파고지는 따뜻하니 염초나 주초해서 쓰면 요통, 슬통을 다스리며 고정하는 효력이 교묘하다.’ 이밖에도 파고지는 술에 담가놓았다가 후라이팬에 볶아 사용할 수도 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술에 하루 담가놓았다가 동류수(東流水;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3일간 담가놓은 후 꺼내 반나절을 찌어 햇볕에 말려 사용하기도 한다. 검은 깨와 함께 후라이팬에 볶은 뒤 파고지만 골라내 사용해도 된다. 파고지는 남성이나 노인의 양기를 돕는 것이 대표적인 효능이다. 동신대 한의학과 정종길 교수는 “파고지는 신(腎)을 보하고 성 기능을 돕는다”고 설명한다. 양기를 북돋아 정력제로서의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 허창걸씨는 전해오는 민방에서의 또다른 용도를 설명한다. “보골지는 티눈이나 사마귀를 없애고 설사를 멎게 하는 데도 쓰인다.” 파고지는 또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개선하고 심장의 능률을 높이며 심혈관에 대한 뇌하수체 후엽소와 유산의 해로운 작용을 저하시키 효과도 있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보골지는 사람의 건강 장수를 돕는 약재로 평가받고 있다. 파고지를 보골지라고 부르는 데는 전설이 있다. 하늘의 신이 늙으막에 아들을 낳아 세상을 다스리도록 내려보냈으나 뼈와 생식기가 약하여 안심할 수가 없었다. 이에 뼈를 보하고 생식기를 보하는 약을 내려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보골지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몸을 덥게 하는 약재이므로 금기도 있다. 정종길 교수는 “파고지는 몸에 열이 많거나 피오줌을 보는 사람은 먹지 않는 게 낫다”고 말한다. 고혈압 갑상선중독증 결핵, 간과 신장의 질병, 중추신경계통의 질병, 심장병이 있는 경우에도 쓰지 않는다. 몸이 마르고 체내 수분이 부족한 사람은 신중해야 하니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파고지의 음식궁합 ▲+호두 파고지는 검은깨(참깨), 호두와 함께 복용하면 좋다. 깨끗한 파고지 4백g을 씻은 다음 곱게 찧어 체로 거른 후 호두는 7백50g을 더운 물에 담가 진흙처럼 곱게 갈아 함께 꿀에 넣어 엿처럼 담가두었다가 따뜻한 물과 함께 복용한다. 장기간 복용하면 수명이 연장되고 기를 도우며 심장이 안정되고 눈이 밝아지며 근골을 보해준다. ▲+미꾸라지 ‘파고지추어탕’은 하초의 기능이 약한 사람, 소화기능이 약해 보약을 소화시키지 못하거나 설사하는 사람에게 좋다. 파고지와 미꾸라지를 같이 넣어 요리한다.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하초의 기능이 약해서 오는 발기부전과 성기능 감퇴, 낭습, 허리와 무릎 통증, 냉증 등의 증세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삼계탕이나 오리탕에 파고지를 넣어 먹어도 그 효과가 좋다.
간편한 파고지 이용방법 파고지를 목적에 따라 간편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 약차(藥茶): 파고지 4.5~9g을 물로 끓여 차처럼 마시거나, 파고지와 토사자 같은 양을 함께 끓여 마신다. 원기를 돕고 근육과 뼈를 강화하는 효능이 있다. 정력감퇴나 성 기능 저하에 효과가 있고, 손발이 무겁고 밤에 식은 땀이 나는 증상에도 응용된다. ▲ 소아 야뇨증에는 볶은 파고지 40g을 가루내어 한 번에 4g씩 더운 물과 함께 복용한다. ▲ 신기가 허하고 냉하여 소변을 자주보는 증상에는 소금에 볶은 큰 파고지와 소금에 볶은 회향 같은 양을 함께 빻아 가루낸 뒤, 술로 개어 작은 환으로 만들어놓고 한번에 50~1백 알씩 먹는다. 공복에 더운 술이나 소금물로 복용하면 좋다. ▲ 신기가 허약하여 끊어질 듯 허리가 아프며 일어나기 힘들고 엎드리거나 바로 눕기가 불편한 증상, 습기로 인한 허리 손상, 추락상, 허리에 무거운 것이 매달려 있는 듯 뻐근한 때에는 호도살, 불에 졸인 마늘, 파고지, 두충 등을 곱게 가루 내어 환으로 만들어 먹는다. 매일 복용하면 근골이 튼튼해지고 혈액 순환이 잘되며 수염이 검어지고 얼굴색이 좋아진다. ▲ 음위(발기부전)에는 목화씨의 속살 3백g, 파고지 80g, 부추씨 80g을 함께 짓찧어 파의 생즙으로 반죽한 뒤 작은 환으로 만들어두고 공복에 8g씩 하루 3번 먹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