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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농촌마을로 하방해 이런저런 마을기업(Commune Business, -Enterprise)을 벌이고 꾸렸다. 아쉽지만, 거의 당초의 사업계획이나 소망대로 실현되지는 않았다. 이후 농촌형 사회적기업, 또는 마을기업의 개념과 가치는 반성과 각성의 기록으로 점철됐다. 그때마다. 도시에서 1997년부터 2002년까지 6년여 저질렀던 벤처기업(e-Biz Venture)의 추억, 또는 좌충우돌의 고난사가 중첩돼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물심양면으로 치명적인 실수와 실패를 자초한 벤처사업에 관한 기억은 거의 '좋은 추억'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더욱 강한 인격으로 학습하고 단련한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본디 벤처는 나라의 미래 경제, 국민의 가계생활을 책임질 대안으로 삼을만한 정책이 아니었다는 각성이 든다. 대다수의 벤처는 그저 외형과 구호가 남다르게 여겨지는 업력이 일천하고 위기관리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군에 다름 아닐 뿐 아니겠는가. 심지어 높은 수익만을 노리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를 혼동하거나, 남과 오직 달라야 하는 벤처사업의 속성상 숙명적으로 개별적이고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처지의.
따라서 벤처는 2002년의 국민의 정부가 야심차게 내걸었던 크나큰 선의는 미처 담을 수 없는 밑 빠진 그릇이었던 셈이다. 애초 나라나 국민의 공공을 우선하는 난세의 구국운동 차원의 시대조류는 될 수 없는 것이었다. 설사 벤처가 잘되고 그래서 나라 경제의 부흥을 견인한다 한들, 정부의 정책이 궁극의 목표로 지향해야 할 국민의 행복과는 그다지 상관없어 보인다. 국민들이 느끼는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행복감이란 그런 화폐적이고 계량적인 지표로 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벤처강국' '창조경제' 같은 기만적인 구두선은 그만 되풀이되어야 한다. 마을로 하방해 더욱, 새삼 뼈저리게 깨달았다.
▲ 진안마을(주) 진안군 군민들이 세운 <농업회사법인 진안마을주식회사> | |
ⓒ 정기석 |
도시 노동자와 농촌 농민의 공동협동조합을
아마도 '마을기업'을 주창한 이후 지속적으로 '경제적 마을기업'의 혁신적이고 실사구시적인 모델을 궁리하고 있다. 논리적 근거와 방법론적 배경은 마땅히 도시의 벤처에 대한, 마을의 마을기업에 대한 반성과 교훈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이른바 도시 노동자와 농촌마을 농민•농촌주민이 서로 협동하고 연대함으로써 '생산기지와 생활주거가 유기적으로 결합, 연계하는 공동협동조합'을 중심에 두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름하여 '의성군 단촌면 활기찬 농촌프로젝트 시범사업'이다. 농식품부와 지자체에서 모두 10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그러니까 100억원짜리 협동조합형 마을을 새로 만드는 셈이다. 핵심사업은 이른바 '귀농인 체류형 농장'이다. '체류형 농장'이란 귀농을 희망하는 도시민이 일정 기간 농촌에 체류하며 다양한 친환경영농기술 및 농촌생활기술(목공,봉제,요리,철공,관광,체험,사회적경제 등)을 체험, 학습, 훈련하고, 귀농 입주민과 지역주민이 사업운영주체인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설립․운영함으로써 성공적인 귀농 및 농촌정착을 지원한다.
2018년 6월 입주를 목표로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 일원 26900㎡의 부지에, 총 30세대의 체류형 농장을 조성한다. 농장의 주요시설(H/W)은 체류형 농장을 비롯해 생태캠핑장, 커뮤니티센터(교육장, 방문자센터, 카페, 가공장, 직판장 등), 야외 체험장 등이다. 이러한 시설을 기반으로 운영될 주요 사업프로그램(S/W)은 마을캠프, 마을생활기술학교, 지역문화복지회관, 지역관광 네트워크(공정여행), 지역 도농상생 및 사회적경제포럼, 마을축제, 마을잡지, 마을홈페이지 등이다.
이 사업은 귀농인들은 안정된 지역사회 정착과 지속가능한 생활을 위해 주거 지원 등 생활기반 시설은 물론,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소득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생산기반 시설과 운영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의 농업인, 상공인, 주민협의회•사업추진위 등을 아우르는 지역주민 대표도 사업의 또 한축의 핵심 주체로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처럼 귀농인과 원주민이 상호호혜적으로 협업하고 상생하는 이른바 '도․농 협동연대 공동체 사업 조직'의 형태와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 단촌면 협동조합 중심의 활기찬 농촌프로젝트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의성군 단촌면 | |
ⓒ 정기석 |
생활과 생산이 결합된 도농연대 마을기업을
이때, 마을공동체사업에서 적정한 소득 등 사업성과 시장성을 보장해줄 수 있을 정도의 안정되고 유망한 '생산기반 일터'는 '최소한의 적정한 규모 및 범위의 경제'를 기본요건 및 사업환경을 선행 필수조건으로 하는 다분히 경제적인 논리에 근거해야 한다. 따라서 '의성군 단촌면 활기찬 농촌프로젝트 시범사업'은 기존의 농촌지역개발사업의 접근방식과는 다른 전향적 방식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 중심과 정점에 협동조합이 놓인다.
즉, 농업 융복합 사업(6차산업), 귀농어·귀촌지원 사업 등 농식품부의 정책사업을 수행하는 명확한 사업주체로서, 은퇴노동조합원, 생협조합원, 귀농학교 수료자 등 공동·집단귀농인그룹과 지역주민이 상호호혜적으로 결합한 이른바 '도농협력상생 협동조합'의 구성형태와 운영방식을 상정하고 있다. 이로써 개별귀농의 한계와 불확정성을 극복하는 실사구시적인 귀농 및 도농상생의 공동체사업 패러다임으로 전개하는 접근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 대기업(노동조합), 소비자생협, 귀농학교 등과 특정 지자체가 상호 귀농지원 또는 도시민유치지원 협약을 체결하고 이른바 '공동·집단 귀농 및 도농상생 협동조합' 중심의 귀농사업을 추진한다면 우선 공동체 사업의 책임주체가 법적으로, 현실적으로 명확해지는 효과가 있다. 기왕의 불특정다수의 일반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추진되는 각자의 이해관계와 지향점이 혼재되고 분산된 일반적인 집단귀농 방식의 한계와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결국 '공동ㆍ집단 귀농 및 도농상생 협동조합'이 생산수단인 사업장은 물론, 생활환경, 생활방식을 귀농인과 지역주민이 상호 호혜적으로 공유함으로써 마을공동체 내부는 물론, 나아가 지역사회 공동체의 재생과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협동조합이 의성군 지역사회의 민관거버넌스의 주축으로, 사실상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농업 등을 포괄하는 중간지원조직 역할과 책무까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 무인판매대 고추, 마늘 등 단촌면의 토종 농산물을 판매하는 <무인판매대> | |
ⓒ 정기석 |
마을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은 '경제적 마을기업'에 달려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된 이래 1만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신고수리됐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제대로 문을 열고 정상적으로 장사를 하는 등록 사업자'는 그리 많지 않은듯 하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정의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통의 경제, 사회,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다. '사업체'이면서 동시에 '결사체'의 성격과 목적을 띤다. 기업으로 생존하고 조합원들도 만족시키면서 지역사회에도 기여하면서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난이도가 높은 숙제다.
전체 설립 협동조합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농업·농촌 관련 협동조합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농민이라는 파편화된 조합원들, 농촌이라는 형해화된 지역사회, 농업이라는 저부가․고불안 업종의 특성 상 수익성과 사업성,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성공적 경영을 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동체가 해체되고 경제기반이 붕괴된 농촌 지역사회에서 협동조합은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지만 풀어야 할 문제는 아직 산적하다.
그럼에도 협동조합 같은 마을기업은 농정을 푸는 유력한 해법이 될 수 있다. 농민들이 현장에서 요구하는 농업의 대안은 기업농 중심, 자본투자 위주 모델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중소농 중심 협동조합 방식의 '협동화사업' 모델이다. 정부의 정책이 압박하는 농기업 창업, 일자리 창출, 농가소득 제고 등의 정책목표는 행정 일방의 관리와 통제가 아니라, 중소농의 자조적이고 자치적인 협동화사업의 선순환 구조 속에서 부산물로 따라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협동사업화'를 통한 자조적 지역사회 발전 전략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 지역사회 내부역량 증진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 행정, 주민 등 지역사회 발전의 추진주체는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지역사회 다수 주민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수가 참여하는 '지역사회 또는 지자체 단위의 협동조합' 방식은 개별 농민 구성원의 욕구보다는 지역사회 공통의 발전을 지향하므로 정책적 명분도 충분하다.
▲ 무주초리넝쿨마을혐동조합 무주 초리마을 주민들의 마을기업 <무주초리넝쿨마을협동조합> | |
ⓒ 정기석 |
다만 농촌지역 협동조합의 정상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제도와 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부터 개정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면제 등의 지원대상인 농업회사법인은 상법상 법인 형태로만 설립이 가능하다(조세특례제한법 제68조, 제105조, 제106조). 따라서 농업법인(영농조합법인 및 농업회사법인)과 동일한 수준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협동조합을 농업법인의 한 형태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농식품부의 보조금 및 융자 지원 정책사업은 주로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농업법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농업인들의 협업적 농업경영체 성격의 협동조합을 설립할 경우, 이 법률의 지원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형평성에도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적어도 농촌에서 협동조합 같은 마을기업으로 '돈'을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사회적 결사체'의 최적화 모델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목적 뿐 아니라 그동안 농촌정책에서 견지해온 농촌의 내생적, 자조적 지역사회 발전전략을 개선하는 적당한 사회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인구밀도와 생활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농촌 지역사회에 적정한 가격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데 협동조합이 유력한 수단과 경로가 될 수 있다. 결국 인구 과소화, 지역사회 공동화, 중앙과 격리 등으로 발생하는 농촌지역의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 문제를 해결해 마을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최적의 해법으로 보인다.
▲ Cafe 마을 진안마을주식회사가 운영하는 발표차 카페 <Cafe 마을> | |
ⓒ 정기석 |
덧붙이는 글 | ※ 마을학개론(an introduction to Communology/ 마을에서 먹고 사는 법) : 귀농을 하거나 자발적 하방을 해서 마을에서 먹고 살려면, 사람답게 살아가려면, ‘마을이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마을, 공동체, 마을시민. 마을기업, 대안마을, 대안농정, 그리고 대안사회를 열심히 공부해서 체화해야 한다. 그러면 마을에서 사람답게 먹고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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