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의 슬픈 생애(生涯)
옥수수는
태어날 때부터 성별(性別)이
따로 없었나 보다
따뜻한 봄철에 남자(男子)가 아닌
여자(女子의) 몸으로 태어나
짧은 계절(季節)만 살다가는 그대
늦은 봄이 되니
옥수수는
사춘기(思春期)가 오나 보다
비옥(肥沃)한 땅은
옷매무새를 흐트리지 말고
단정(端正)하게 하라고 한다
무더운 여름날
옷고름이라도 풀고 싶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푸른 하늘 때문에
쑥스럽기만 하다
아주 음큼한 푸른 하늘이
옥수수의 속살을
훔쳐보고 싶어서 일 것이다
아무리 무더운 여름날
땀을 비 오듯이 흘리고 흘려도
옷가지를 함부로 벗지도 못한 다
오로지 겹겹이 챙겨 입다 보니까
나이 들어가는 것도 잊는 다
옥수수는
부끄러움이 너무나 많은 탓에
여름날 두터운 옷을
입다보니 익어가는 것도 모른 다
누군가
그 앞을 지나다가 냄새를 맡고는
잘 익은 노처녀라며
그만 따고는 쌀 포대에 재빨리 담는 다
어디로
끌려가는지 모른 채 도착한 그 곳
숨이 너무나 가파서
숨 고르기 좀 하려는데
그만 옷자락을
하나 둘 신나게 벗기고 만다
무더운 여름날도 잊고
두꺼운 옷을 입고서 여자(女子)로서
절개(節槪)를 지켰는데
그만
하얀 속살이 다 드러나고 마니까
"아주 맛있게 잘 익었네"
"양은 솥에 넣어 푹 찌면 맛이 좋겠는데"
한마디 하는 사람들이 얄밉기만 하다
사계절(四季節) 살다가 떨어지고 마는
나뭇잎보다 짧기만 한
옥수수라는 운명(運命)의 삶이란
애처롭기만 하다 ..... 飛龍 / 南 周 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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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옥수수의 슬픈 생애(生涯)
飛龍
추천 1
조회 105
24.05.10 23:3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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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겹게 표현 하신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나들이하고 귀갓길입니다
비가와서 서글픕니다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