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서 한 무리 여중생들 옆에 서 있다가 놀란 적이 있다.
싸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을 뿐인데도
욕을 섞지 않고서는 도대체 말을 만들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에 누적된 스트레스와 피로감
그리고 분노와 적개심을 한눈에 엿보게 해주는 기회였다.
요즘 우리 사회에 오가는 말 가운데서 순언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순언이란 술이 익으면 찌꺼기는 가라앉고
맑은 부분이 위로 솟는 것처럼 감정의 앙금이 정제되어
내면 깊숙이부터 울려 나오는 순화된 말을 가리킨다.
최근 언론 기사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거짓말로 내를 이루고
인터넷은 네티즌끼리 주고받는 막말로 강을 이룬다.
사이버 공론장에서 끔찍한 막말과 욕설로 극치를 이룬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좌익이고 좌익의 목은 베어서
장대에 걸어야 한다라는 숭고한 신념으로 가득 차 있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극단적인 지역주의와 이념적 편 가르기를
애국심의 발로인 양 착각하고서 사이버 공론장을
섬뜩한 막말로 도배해 버리는 누리꾼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이들의 주장에는 사실이라고 할 만한 근거도 없거니와
논리 전개에서 아무런 타당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좌익은 왼쪽 날개를 뜻한다.
새는 두 날개로 나는 것이 정상인데도
이들은 새에게 왼쪽 날개가 달려있다는 사실이 끝내 못마땅한 모양이다.
혹시 이들이 타는 비행기에는 왼쪽 날개 대신
오른쪽에만 두 개가 달려있는지도 모르겠다.
동료 시민들을 아군/적군 또는 애국자/반역자의 두 부류로 나누고
자기와 조금만 생각이 다르면 곧 타도해야 할 적으로
치부해 버리는 이런 태도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좌파 또는 좌익은 사회적 평등을 지지하고
평등주의의 실현을 추구하며, 사회적 계층 질서에 반대하는
정치적 스펙트럼으로 우파와 대립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관심과
사라져야 할 부당한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인류 사회의 번영을 위해서는 개인이 협력적이고
상호존중적인 관계에 참여해야 하며
지위·권력·부의 양극화가 완화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현대 민주 국가의 정치에서는 기존의 사회계급에 반대하는
진보주의 자유주의적인 사상들을 가리키는 단어로도 쓰인다.
주로 경제 영역에서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관심을 둔다.
일반적으로 중도좌파로 여겨지는 사회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좌파의 주류이지만
사회주의, 공산주의, 마르크스주의, 아나키즘 등의 사상들은 아직 남아있다.
우파라는 용어는 프랑스혁명 당시 국민공회 의장석의 시선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왕당파, 왼쪽에 공화파의 자리를 배치했다.
이후 공화파가 왕당파를 타도한 뒤 구성한 1792년의 국민공회에서는
오른쪽에 온건 공화파가, 왼쪽에 민중을 대표하는
자코뱅당의 급진 공화파가 앉았던 데에서 기원한다.
현대 정치에서 우파란 일반적으로 보수주의, 경제적 자유주의
자국우선주의 등을 표방하는 정치 세력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우리 사회에 떠도는 막말과 욕설을 보면
거의가 극단적인 이분법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분법은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의 틀 중 하나이다.
세상을 배타적인 두 범주로 나누려는 태도는 유용한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그 편협성과 공격성으로 인해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런 이분법은 시민들 자신이 진지한 숙고를 거쳐 도달한
자율적 사유의 결과라기보다 특정 목적을 가진
정치세력에 의해 고의로 제작되어 산포 되는
이데올로기적 장치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의 들러리가 되어 극단적인 막말을 실어 나르는
누리꾼들을 호모 핑거팁스라고 명명하고 싶다.
호모 핑거팁스란 두뇌가 퇴화하여 자율적 사고가
불가능한 사람들로 겨우 손가락 끝으로만
생각을 대신하는 신종 인간형을 가리킨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컴퓨터 자판 위에서
손가락 끝으로 특정 세력이 제조해 낸 막말을 퍼 나르는 일밖에 없다.
손가락이 두뇌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분법적 사유의 틀은 이렇게 임의적, 우연적, 자의적이다.
극단적 이분법의 틀로 세상 보면 중간항 존재 몰라
극단적인 이분법의 틀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은
중간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비상은 약에 속하는가 독약에 속하는가?
비상은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약이 된다.
술은 어떠한가?
술도 잘 마시면 약이 되지만 과음하면 독약이 된다.
애국/종북이라는 자의적인 이분법을 만들어놓고
동료 시민들을 두 범주로 나눠서 그 틀 안에
구겨 넣으려는 태도는 너무도 자의적이고 폭력적인 것이다.
음식의 간에는 싱거운 것과 짠 것의 두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사이에는 간간한 것도 있고 심심한 것도 있으며
짭짤한 것과 밍밍한 것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스테이크에도 날것과 익힌 것의 두 극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간쯤 익힌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중간쯤 잘 익힌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양 극단 사이에는 다양한 중간항이 있을 수 있다.
그들은 이분법에 배타적 이분법뿐 아니라
상보적 이분법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형상과 질료 또는 음과 양의 관계가 이에 속한다.
형상 없는 질료는 맹목적이고 질료 없는 형상은 공허하다.
형상과 질료가 어우러져야 존재를 형성한다.
음 없는 양 양 없는 음은 독자적으로 사물을 생성해내지 못한다.
음과 양이 어울려야 생명이 태어나고 자연세계는 조화를 이룬다.
왜 우리는 동료 시민들을 상보적인 관계가 아닌
배타적인 관계로만 바라보려 하는가?
극단적인 이분법의 태도로 새의 한쪽 날개를
꺾어버리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왼쪽 날개는 안녕하십니까?
첫댓글 감사합니다 따뜻한 하루 되시고요
다 옳으신 말씀,,,
이론은 다 이해 할수 있는데,,,,,
마음은 그렇지 못하기에,,,,
삶에는 정답이 없듯이
바로 그것이 화두지요(제 생각이지요~만 ㅎ)
수레 바퀴가 두개 있어야
바로 갈수 있고 안전하고 안정적이듯,,
한팔보다는 두팔이 있어야 하듯이~~
한쪽으로 치우치는것 보다는
균형과 조화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글 수고 하셨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