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영화 '늑대와 춤을'(Dances with Wolves)에서 수(Sioux) 족 가운데 맨먼저 주인공 존 던바 중위(케빈 코스트너)의 선한 본성을 간파해 부족과 어울리도록 한 주술사 '발로 차는 새'(kickig bird)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양딸 '주먹 쥐고 일어서'(매리 맥도넬)를 그와 혼인시키기도 했다.
이 캐릭터를 연기해 이듬해 오스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캐나다 배우 그레이엄 그린이 73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졌다고 TMZ 닷컴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고인은 오랜 투병 끝에 이날 토론토의 한 병원에서 부인 힐러리 블랙모어가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고인의 에이전트 마이클 그린(성은 같지만 친척 아님)은 데드라인에 보낸 성명을 통해 "그는 도덕, 윤리, 인격의 위대한 사람이었고 영원히 그리워할 것"이라며 "드디어 자유로워졌다. 수전 스미스가 천국의 문에서 당신을 만난다"고 밝혔다. 스미스는 배우의 오랜 에이전트였으며, 2013년에 사망했다.
그린은 1979년 캐나다 드라마 시리즈 '위대한 탐정'과 1983년 영화 '러닝 브레이브'로 데뷔했다. 하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늑대와 춤을'이었다. 이 작품은 12개의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고 작품상과 코스트너의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7관왕을 차지했다.
그 뒤 그린은 멜 깁슨과 조디 포스터의 '매버릭'(1994),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하드 3'(Die Hard with a Vengeance, 1995), 톰 행크스와 호흡을 맞춘 '그린 마일'(1999),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트와일라잇 사가) 뉴 문'(2009), 제시카 차스테인과 이드리스 엘바, 코스트너가 호흡을 맞춘 '몰리스 게임', 제레미 레너와 엘리자베스 올슨 주연의 '윈드 리버'(이상 2017) 같은 여러 할리우드 개봉작에 출연했다. 그는 또 텔레비전 드라마에 많이 얼굴을 내밀었는데 그의 크레딧에는 'Northern Exposure', '제시카의 추리극장'(Murder She Wrote), '론섬 도브: 더 시리즈', 'Wolf Lake', 'The Red Green Show', '디파이언스', 'Longmire', 'Goliath', '저수지의 개들'(Reservation Dogs), '에코', 'Riverdale', '1883', '털사 킹'이 망라된다.
오스카상 후보 말고도 그린은 'Listen to the Storyteller'로 2000년 그래미상 어린이를 위한 최우수 구어 앨범상을 수상했다. 그는 또 Gemini Award, Canadian Screen Award를 수상했으며 Independent Spirit Award 후보에 올랐다. 2021년에는 캐나다 명예의거리 별을 받았다.
그린은 1952년 6월 22일 캐나다 식스 네이션스 보호구역의 오스웨켄에서 태어났다. 이로쿼이 연맹을 이루는 부족 중 하나인 오나이다족 출신이다. 원래 목수, 용접공, 도면사, 카펫 시공자, 로데오 기수, 오디오 기술자로 일하다 우연히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생전에 "그들은 나를 그늘에 앉히고, 음식과 물을 주고, 내가 대사를 말할 장소로 데려갔다가 다시 데려간다. 이건 마치 개처럼 사는 삶이다. 놀랍다"고 유머 섞인 회고를 남긴 바 있다.
그는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해 1970년대 전문 무대 작품에 출연했다.
데드라인에 따르면, 그린은 끝까지 영화 일을 했다. 곧 개봉하는 조엘 킨너먼이 주인공인 스릴러 'Ice Fall'에도 힘을 보탰다.
유족으로는 35년을 함께 한 부인 블랙모어와 딸 릴리 라자레 그린, 손자 타를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