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세0이가 미국 유학을 갔다는 소식을 듣고.
1.
높은 뜻 숭의교회를 시작하자마자 제일 먼저 시작했던 사역 중에 하나는 우리 교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서울역 앞 쪽방을 돕는 것이었습니다. 청년들이 앞장서서 쪽방도배 사업을 했었습니다.
다섯 명이 한 조가 되어 일 인당 5000원씩 회비를 모아 쪽방 도배를 해주었습니다. 토요일만 되면 쪽방 골목에 우리 청년들이 모여서 어느 조는 어느 집으로, 어느 조는 어느 집으로 배정을 받아 삼삼오오 떼를 지어 흩어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도배하다 눈이 맞아 연애하는 모습들도 예뻐 보였습니다^^
2.
쪽방에 사시는 분들을 위한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도 시작했었습니다. 300만 원씩 사업자금을 빌려주고 포장마차라도 하라고 권했습니다. 공사장 함바식당을 하겠다는 사람, 구두 미화와 수선방을 하겠다는 사람등등에게 돈을 빌려주고 담당 부목사는 매일 가게를 돌며 5000씩을 받아왔습니다.
‘목사님 저는 일수쟁이에요’라며 입이 댓발 나와서 툴툴거리던 모습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고, 실패하면 또 다시 도전하며 성공 사례도 만들었냈던 건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좋습니다.
3.
쪽방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어린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른 바 조손(祖孫) 가정의 아이들이었습니다. 거의 버려져 자라는 아이들이라 학교를 다녀도 글도 잘 못 읽고 아이들인데 거칠고 사납고 공격적인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우리 교회 청년들이 그 아이들을 데리고 눈 썰매장도 데리고 다니고, 롯데 월드도 데리고 다녔습니다. 아이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사회에 대한 불만과 원망과 미움을 달래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학습지도 하게 해 주고 청년들이 일대일 과외도 하면서 돌보았습니다.
4.
그 때 쪽방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던 여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름도 기억이 납니다. 세0이. 오늘 그 때 그 쪽방을 담당하던 목사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세0이가 뉴욕에 유학을 가서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5.
막내가 그 때 그 아이들을 데리고 열심히 롯데월드도 데리고 다니고 눈 썰매장도 데리고 다녔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마 교회 홈페이지에 올렸던 것 같습니다. 한 댓 살 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 눈매가 매서웠습니다. 쬐끄만 아이 눈에 세상에 대한 분노같은 것이 벌써 가득차 있었습니다. 섬뜩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사진 밑에 우리 막내가 댓글을 달았습니다.
‘애 눈에는 웬지 까시가 있다’ 가시 정도가 아니라 독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넌 사랑 곱빼기다’
이런 마음들이 있어서 쪽방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던 세0이가 미국 유학생까지 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6.
에스겔 선교회에서는 동남아시아 쪽의 빈민촌에 새로운 사역을 구상하는 중에 있습니다. 학교도 세우고, 직업학교도 세우고, 창업교육도 시키고, 일자리도 만들어주고,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은 한국에 불러들여 대학교도 보내주고 하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우리 쪽방보다 더 비참한 상황 속에 버려지다시피한 아이들에게 희망적인 삶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몇 년만 더 살게 해 주신다면 그 신나는 일을 신나게 한 번 더 해보고 싶습니다.
오늘 세0이 소식은 그와 같은 제 마음 속에 붙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것과 같았습니다. 하나님도 기대하시고 기뻐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20여년 동안 그와 같은 일을 해 오면서 많은 실수도 하고 실패도 했지만 덕분에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고 실력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힘을 다 쏟아 부어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나가는 일에 매진해 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응원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고 함께 참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