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기도하는 교회 (10) 전례 거행의 공통 표징 2 : 무릎 꿇음(長跪)
자세와 동작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해 보면,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은
신자들과 성직자 그리고 봉사자들의 동작과 자세가 전례 거행이 아름답고 고상한 단순함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동작과 자세가 전례 거행의 의미를 깨닫게 하며 참여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외적 자세는 개인의 취향을 따르거나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의 공동선에
이바지하도록 교회의 규정을 잘 지켜야 합니다(42항 참조).
여러 동작 중에 무릎을 꿇는 동작(長跪)이 있습니다.
총지침은 무릎 꿇는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 “건강 문제나 자리가 좁거나 사람이 너무 많거나
또는 다른 합당한 이유로 방해를 받지 않는 한 성체 성혈 축성 때는 무릎을 꿇어야 한다. … 백성이
‘거룩하시도다’ 환호를 마친 다음 감사 기도 마지막까지, 곧 마침 영광송 끝의 ‘아멘’ 환호를 외칠 때까지,
그리고 영성체에 앞서 사제가 ‘하느님의 어린양’을 할 때까지 무릎을 꿇는 관습이 있는 곳에서는
그 관습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43항)
또한 성금요일 전례에서 보편 지향 기도를 바칠 때 사제나 부제가 무릎을 꿇도록 권고할 수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 전례에서는 사계四季 축일이나 참회의 날들에 무릎을 꿇는 예절들이 있었습니다.
현재 규정에서 무릎을 꿇는 동작은 문화적인 이유나 현실적인 이유로 바꿀 수 있는 동작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무릎을 꿇는 자세도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자세가 낮음은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동작입니다.
마주 선 이가 위대할수록 더 자세를 낮춥니다.
자신을 더 작은 이로 여기는 행위입니다.
인간이 하느님 앞에 섰을 때 자신을 가장 작게 느낍니다.
영원 속에서 한결같고 위대하신 하느님, 그분 앞에서 모든 우주가 먼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거룩하시고 의로우시며 한없이 크신 하느님 앞에서 인간은 그저 보잘것없는 존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앞에 선 인간을 그래서 교만한 모습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절로 작아진 이는 무엄하게 버티고 있을까 봐 자신의 외양부터 낮추고 싶어집니다.
곧 무릎을 꿇게 됩니다.
성경은 자신을 낮추시어 사람이 되신 예수님까지도 기도하기 위해 땅에 엎드리셨음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마르 14,35 참조).
물론 교회는 특별한 날에 무릎 꿇는 자세를 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니케아 공의회(325년) 교부들은 성찬례가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고 거행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부활 시기와 주일에는 주님의 부활 축제를 서서 거행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이러한 규칙은 1500년 후에나 중요성을 되찾았습니다.
사실 중세에는 죄와 참회에 대한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여 무릎을 꿇는 것을 선호하였다면,
현대는 인간의 품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믿음으로 서서 미사를 거행하는 추세입니다.
무릎 꿇어 기도하는 것은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미약함을 드러내고 참회와 흠숭의 마음을 드러내며
자신의 간구가 더 애절함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무릎 꿇음을 과르디니는 “무릎을 꿇을 때면 서둘러 해치우는 빈 동작이 되지 않도록 하자.
정성을 기울이자. 장궤의 의의는 속마음도 더불어 하느님을 경외하며 공손히 숙이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성당에 드나들 때 또는 제대를 지나칠 때마다 절이나 장궤를 하되 깊숙이 천천히 마음을 다하여
‘나의 지존하신 하느님’ 하면서 하자. 거기에 참 겸손과 성실이 있으면 자신에게도 매번 유익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참된 무릎 꿇음은 겸손한 마음을 표현할 때이고, 그때 하느님의 도움은 우리와 함께할 것입니다.
거룩한 미사성제를 거행하는 중에, 언제나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느님 앞에 무릎 꿇고,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돌려드리면 참 좋겠습니다.
[2024년 11월 17일(나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청주주보 3면, 김형민 안토니오 신부(교구 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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