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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은행·보험사 자금 투입 검토
사업성 입증된 사업장에 공동대출 방식
특혜에 준하는 인센티브로 참여 유도
전성과 한도 규제 완화·임직원 면책
"동반 부실·금융산업 경쟁력 훼손 우려"
금융당국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처리에 은행과 보험사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비교적 자금 사정이 좋은 시중은행과 보험사를 동원하겠다는 발상이다. 공적 자금 투입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부동산 PF 부실을 해결하는 묘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 또다시 ‘관치 금융’이라는 손쉬운 해결책을 쓰려고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도 당시 이명박 정부는 금융지주와 은행을 동원하는 관치 금융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유사한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
정부가 압박하면 은행과 보험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PF 대출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저축은행와 캐피탈, 증권사 등 PF 대출 연체액이 많은 금융사와 동반 부실화 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과 보험사 주주들도 반발할 것이다. 관치 금융은 한국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은행과 보험사의 참여 유도 위한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특혜 시비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는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에 안개가 드리워져 흐려진 풍경. 2023. 2. 12 연합뉴스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 발표 예정인 ‘PF 정상화 방안’에 시중은행과 보험사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대책이 담길 것이라고 복수의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은행이나 보험사가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PF 사업장에 자금을 수혈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금융사가 공동으로 대출 자금을 마련하는 금융 상품이다. 사업성이 있는데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이 막힌 PF 사업장이 지원 대상이다.
하지만 ‘좋은 의도’만으로 은행과 보험사 참여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언제 부동산 경기가 좋아질지 알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가계와 기업 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PF 대출이 은행 부실을 더 키울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놓을 것으로 본다. PF 사업장에 대출하면 해당 자금에 대해서는 건전성 분류를 ‘정상’으로 해주거나 부동산 PF 펀드의 투자 한도를 완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PF 대출을 위한 신디케이트론 업무를 담당한 임직원에 대한 면책 범위를 확대할 수도 있다. PF 투자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해도 절차상 문제가 없으면 책임을 묻지 않는 식이다.
정부가 은행과 보험사까지 동원하려는 이유는 부동산 PF 부실이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전체 PF 대출 연체액은 1년 전보다 147% 급증한 3조 7000억 원에 달했다. 대출 건수가 9700건에서 9200건으로 줄었는데도 연체율과 연체 잔액은 증가했다. 이는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이 부실 사업장 정리를 독촉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니 앞으로 연체액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날 확률이 높다.
2023년 12월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 잔액과 연체액. 연체율. 연합뉴스
PF 정상화 방안에는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에 대한 매각과 재구조화 대책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경매나 공매를 통해 부실 사업장의 토지 가격이 내려가야 은행과 보험사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부실 사업장을 신속하게 정리하기 위해 사업성 평가에 양호와 보통, 악화 우려(고정 이하) 외에 ‘회수의문’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사업 진행이 된 본 PF나 조금만 노력하면 사업성을 회복할 수 있는 사업장은 원활한 사업 촉진 차원에서,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사에 한시적 인센티브를 주는 등 자금 공급을 전제로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투트랙을 짜고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과 보험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부실 사업장의 토지 가격을 낮추는 등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은행과 보험사들이 부실 위험을 감수하고 정부 요구에 호응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사업성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지금처럼 금리가 높으면 기회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의 PF 사업장 중에 수익이 보장되는 곳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건전성 기준을 완화하고 담당 임직원의 손실 책임을 묻지 않는 정도의 인센티브로는 은행과 보험사들이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에 대한 배상금 등으로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비상등이 켜진 점도 금융당국의 요구를 선뜻 수용하기 힘든 요인이다.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 연합뉴스
결국 은행과 보험사 자금을 동원하려면 금융당국이 ‘채찍’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도 정부가 금융지주사의 팔을 비틀어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에도 ‘관치 금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사태의 책임을 저축은행 지배주주 등 원인 제공자에게 묻지 않고 은행에 떠넘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 건설사를 지원하느라 은행과 보험사의 부실을 초래하고 어쩔 수 없이 공적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출처 : 부동산 PF 부실 은행에 떠넘기기…반복되는 ‘관치 금융’ < 경제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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