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개 님의 '오디세이' 감상을 읽고 불현듯 어린 시절의 가설극장이 생각 나서 몇 자 올린다.
우리마을은 조그만 어촌이라 극장이 없었다.
가끔, 국민홍보용 공짜 문화영화가 있었고 명월
영화반이나 한일 영화반이 몇 달에 한번씩 가설극장을 열었다.
나무 기둥 몇 개 세우고 천막을 두른 임시 극장이다.
말구루마에 찌그러진 스피거를 달고 선전하러 마을을 돌아다녔다.
"친애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그동안 농번기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습니까?
이번에 저희 명월 영화반이 여러분을 모시고 상영될
한국 영화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홍콩의 왼손잡이',
이예춘, 태현실 주연의 '홍콩의 왼손잡이'를 오늘
저녁 7시 리사무소 앞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매번 똑같은 멘트에 영화 제목만 다를뿐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다 입장료 몇 십원을 주고
들어가 흙바다에 주저앉아 영화를 봤다.
가끔 필림도 끊어지고 갑자기 비가 내리면 영화도
중단된다.
김희갑, 김진규, 박노식, 장동휘, 황정순, 최지희,
김지미, 엄앵란 주연들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
공짜 영화라도 이웃 마을에 열리면 몇 리 되는 곳까지 찾아갔다.
먼지 폴폴나는 그 먼길을 걸어 오면서도 무섭지 않았다.
동네 언니들과 친구들이 재잘거리며 걸어오는 길은
언제나 즐거웠다.
하얀 달님이 뜨기도 하고 맹꽁이가 울어대는 날도
있고 찔레꽃 향내가 날리고 수선화가 만발할 때도
있었다.
여자들 여럿이 모이면 어디서 용기가 나오는지
앞에 걸어가는 총각들한테 히야까시(ひやかし)를
걸었다.
"저기 가는 저 총각 궁둥이 좀 보소
이리갔다, 저리갔다 우수워 죽겠네"🎶
남자들은 어이가 없는지 앞서 달아낳다.
이제는 푹신한 의자에 앉아 쾌적한 시설에 콜라,
팝콘을 먹으며 대형 스크린에 돌비 스테레오를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여고시절에 시험 끝나고 단체로 보던
'벤허' '십계' '쿼바디스' '바람과 함께 사리지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뻐꾸기 둥지 워로 날아간 새' 를 거치고
천만 관객을 동원한
'명량' '왕과 사는 남자' '극한직업' "국제시장'등의
애국 영화를 봤다.
'타이타닉' '아바타 시리즈' '터미네이터',
손자들을 데리고 '겨울왕국' 으로 이어졌다.
'대부'
'쇼생크 탈출'
'007시리즈'
메릴스트립을 좋아하고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를
좋아했다.
돌아보니 삶방에 영화에 대한 글을 여러번 올렸다.
'마이클 잭슨'
'파묘'
'설목지'
'파친코 등
수많은 영화와 배우들을 논하기는 너무 광범위
해서 간단히 올린다.
흙바닥에 앉아 영화 보던 시절에서 발 쪽 펴고
맛 있는 것 먹으면서 아무 때나 영화관을 찾는
시대가 됐다.
부족했지만 情 넘치던 유년 시절의 기억은
지금도 내 가슴을 따뜻하게 적신다.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재미있네요.
모든 정경이 저와 겹치기도 하고요.
영화 제목도, 출연한 배우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다른 것도 있네요.
저는 히야카시는 당하지 않았습니다.
히야카시를 한 일도 없고요.
아우라 님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봤습니다.ㅎ
아이고,도반선생님,반갑습니다
삶방이 그동안 쓸쓸한 느낌이 들었던것은 저 혼자만의 느낌은 아니었을겁니다
이 방이 없어질까 노심초사 하기도 하였죠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오개 아이구우 별말씀이
그말씀이네요.ㅎ
함께 평안해야지요.
道伴 님 반갑습니다.
무더위에 어떻게 지내십니까?
제주도 너무 덥습니다.
어린 마음에 동네 언니들 따라 흉내를 냈겠지요.
무식하면 용감하지 않습니까? ㅎ
입추도 됐는데
지독한 여름도 서서히 물러나겠지요.
건강 조심하세요.
아우라님의 글을 읽고 아련한 추억에 젖어봅니다
당시 김지미.엄앵란.박노식등등은 어린시절의 우상이었죠
엄앵란이 나오는 '아빠안녕'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하였죠
그 당시 엄앵란은 상당한 미인으로 알고 있었는데 현시대에 비추어보면
평범한 미모 정도랄까? ㅎㅎ 암튼 잘 읽었습니다
살인적인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제주는 한달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맥을 못추리는 체질이라
힘드네요.
빨리 무더위가 지나가길 바랄뿐입니다.
오개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어느해 였던가 ?
90년대 중반쯤이었겠지요.
뉴스에서 박노식씨가 별세 하셨다는 방송을 보았지요.
20대의 조카들에게,
"박노식씨가 돌아 가셨구나" 했더니 갸들이 글쎄 박노식이 누구냐는 거여요.
사람들은 당연히 박노식 배우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내가 웃기는 거였지요.
왕년의 액션배우들 박노식 허장강 독고성 장동휘 최무룡 등등...
사내애들의 우상이었는데...
아우라님이 어릴적 추억을 소환해 주십니다.
감사합니다.
'소장수'라는 영화에서 처음으로
박노식 님을 봤지요.
어릴 때라 내용도 모르고.ㅋ~
허장강 님은 악역으로 주로 나오고
김희갑, 황정순 님은 '팔도강산'에서 보고.
네 난 그런 어린시절
추억은 없지만
요즘은 영화관도 럭셔리해서 반쯤 누워서 볼수도 있고
그래서 영화 초반엔 꼭 졸고 있답니다 파묘보고
주인공 여배우 팬이 됬답니다
재밋거리가 없을 때라
가설극장 오기를 늘 기다렸지요.
神들린 연기는 아무나 못하죠.
김고은이 잘하기는 하대요.
근데 어려선지 목소리가 안 받쳐주더라구요.
산전수전 다 겪은 만신의 목소리는
걸걸한데.
영화를 보러
가는 길이 얼마나 설레이는 마음이었을까요
오는길은 달빛마저 훤하니
누구나 이런 감성을 기지고 있는게 아니지요
지는
가설극장은 말로만 들었어요
영화는 찿아가면서
보는 정도는 아니어서
어릴때에 영화추억은
많이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오래전 영화로는
겨울나그네가 가장 인상깊었고
일본애니도 좋아했어요
참,
이야세 하루카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열번이상
보았답니다
무더위란 말도 관용적으로
들리는 요사이
건강에 유의하시길~♡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는
두 번 봤지요.
'쇼생크 탈출'은 세 번.
요즘 같은 여름에는
친구들과 바닷가 등대가 있는 조그만 포구에서
헤엄 치며 놀다 보면 등과 어깨에
살갗이 허옇게 몇 번씩 벗겨지죠.
유년 시절은 가난해도 행복했던 것 같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