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리는 부석사를 뒤로하고, '영주' '풍기' '순흥'하늘 아래를 달려 다시 안동에서 출발하여 영양에 도착 했을 때는 까만 밤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환한 시각에는 빗방울이 스치는 버스 차창 밖으로 넓게 펼쳐진 담배밭과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며 피어있는 도라지꽃도 구경할 수 있었는데, 버스가 안동 도심을 벗어나기도 전에 이미 어둑어둑 해지더니 이름 모를 시골길을 달릴때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간간이 차의 불빛 건너로 빨간 커브길 표지판이 눈에 띄곤 할 뿐이었다.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 창밖을 보니 처음으로 대하는 영양의 하늘은, 간밤의 시커먼 비구름은 자취를 감추고 새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나를 반기며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듯 하였다.
이번 여행길에서 영양의 홍보사절 역활을 확실하게 해주신 갈바람님의 친절한 안내로 천의 너비에 비해 물줄기가 가느랗게 형성된 반변천 길을 따라 일월산으로 향했다. 가는 길 가 곳곳에 영양 특유의 고추나무며 아주 옅은 연분홍 빛깔의 꽃을 피우고 있는 감자밭 들이 보였고 인적이 별로 없는 고갯길을 굽이 굽이 달릴 수록 일월산은 초록의 엷은 빛깔부터 짙은 빛깔의 그라데이션을 이루며 풍요롭고 거대하게 서 있었다.
일월산 오르는 길목 양쪽으로 늘씬하게 뻗어 있던 소나무숲, 이름모를 갖가지 색깔의 야생화, 루쏘의 그림에서 본듯한 양치류 식물들이 한층 깊은 산중 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일월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약간 울퉁 불퉁 하였으나 그래도 재미있었고
군사시설이 설치된 곳에서 월자봉이 300m쯤 걸어올라야 했는데 나는 신발도 불편했고(여행기간이 雨期라서 등산화 ,운동화를 준비하지 않은 탓)
웬지 풀숲에서 뱀이 나오지나 않을까하는 두려움으로 포기하고 그냥 하산 했다. 그러나 내려오는 길에 보여지는 일월산 많은 봉우리들을 눈여겨 보아 두었다.
일월산은 그동안 보아왔던 다른산들과 느낌이 많이 달랐다.(제대로 보지도 않고 이런 글 쓴다고 야단치지 마시압..)
바위를 거의 볼 수 없었고, 초록빛 푹신한 솜이불을 덮어 놓은 듯 울창하고 평화로움이 깃든 초록의 바다였다.
끝으로 귀한 시간 쪼개어 처음부터 떠나올때까지 따뜻한 안내를 해주신 갈바람님께 마음으로 부터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바쁜업무 도중에도 끼니챙겨 먹으라는 전화를 잊지않고 보내주신 샤우트님 그리고 보이지 않는 마음의 배려를 해주신 모든 님들께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