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학천재>, <괴물>로 불리는 영재입단 출신 신진서. 데뷔 후 변변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지만 2013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
중국의 ‘90후’가 무섭다고 한다. 중국의 90년대생 10대 기사들의 활약은 세계대회에서 뚜렷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한국은 공포의 ‘00후’를 보유하고 있다. 2000년에 태어난 초등학생 프로기사 신진서 초단이다.
신진서는 합천군이 기획한 재미있는 이벤트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두 개의 굵직한 테마로 이뤄진 것인데, 그 하나는 지난해에 입단한 3명의 영재들이 대국해 순위를 가리고, 그 둘은 정상급 기사들에게서 한수 가르침을 받는 ‘영재vs정상’ 대국을 벌이는 것이다.
먼저 영재순위결정전이 진행 중이다. 선정된 영재는 변상일 2단, 신진서, 신민준 초단. 나중에 영재vs정상대결에서 멘토링을 할 정상급 기사들은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최철한 9단이다.
16살 변상일, 14살 신민준, 13살 신진서는 같은 영재 기사로 분류되었지만 전문가들의 시선엔 골리앗 하나에 다윗 둘로 보였던 게 사실이다.
변상일은 일반입단을 해 신진서ㆍ신민준보다 6개월 선배이지만 벌써 한국랭킹 18위의 상위권에 속했고 한국바둑리그에서 대활약을 펼친 바 있다.
이에 비하면 신민준과 신진서는 지난해 7월 중 열린 영재입단대회를 통과해 데뷔한 관계로 공식 대국을 많이 갖지 못했다. 특히 신진서는 지금까지 국내대회 예선 2판이 다인데 모두 졌다. 그의 랭킹은 집계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뿐이다. 영재들은 어차피 발전 가능성을 본다.
5일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합천군 초청, 2013 새로운 물결 영재 vs 정상 바둑대결 1라운드 영재대결(영재 순위결정전) 2국’에서 신진서가 변상일을 137수 만에 흑불계로 제압했다.
일반적인 예상은 깨졌다. 다윗이 골리앗에게 승리했다. 신진서에게 흔히 ‘괴물’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데 톡톡 튀는 재치가 그것을 그 말을 형성했고 프로가 되기까지 공부의 대부분을 독학으로 마친 독특함이 힘을 싣는다.
익숙하지 않은 스튜디오 대국이었지만 긴장하거나 떠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바둑 전체를 이끌어 가는 판단력과 타개력 그리고 수읽기는 만점을 주어도 될 듯했다. 중앙의 사석 작전은 상대의 선택 여지를 좁히는 좋은 판단이었다.
하변 패싸움이 벌어졌을 때 과감하게 해소하며 상변 미생마의 타개에 자신감을 보인 것도 좋았다. 상변에서 돌이 어지럽게 부딪힐 때 중심을 잃지 않고 적진에서 생환한 후 자신을 공격하던 백에게 으름장을 놓자 변상일 2단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돌을 거두었다.
▲ 변상일이 충격의 패배를 당하고서 복기를 생략한 채 대국석에서 일어났다.
변상일은 순위결정전에서 2연패하며 최하위로 밀렸다. 차마 복기를 하지 못하고 돌을 쓸어 담으며 일어섰다.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바둑을 해설한 백성호 9단은 “부담이 컸을 것이다. 변상일 2단으로선 조훈현 9단이 이창호 9단과 대국할 때 혹은 이창호 9단이 최철한 9단과 대국할 때의 부담과 비슷했을 것”이라고 했다.
신진서는 국후 “자주 나오는 포석이어서 편안했다. 변상일 2단은 팻감을 바로 쓰지 말고 패를 더 키웠어야 했다.”고 승부처를 돌아봤다. 그동안 라이벌이랄 수 있는 신민준은 벌써 국내대회 본선에 진출하는 성적을 거두었는데 내심 초조하지 않느냐고 묻자 “경기에서 지는 순간만 아픔을 느끼고 그 후 다른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하루 뒤 신진서는 신민준과 대결한다. 각오를 묻자 신진서는 “민준이 형은 프로가 된 후 승리를 많이 하고 있다. 한수 배우는 마음으로 두겠다”고 밝혔다. 또 이후에 있을 이창호 9단과의 영재vs정상 대결을 놓고는 “이창호 사범님과는 대국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대등한 승부를 벌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바둑TV와 인터뷰하는 신진서.
1~2라운드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번 대회는 한국 바둑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로 뽑힌 변상일(15) 2단과 신민준 ,신진서 초단이 1월 4일부터 6일까지 영재 유망주 3인 풀리그를 펼치며, 11일부터 13일까지는 정상 3인과 영재 3인이 1 : 1 개인전을 벌인다.
이세돌 9단과 변상일 2단의 대국은 1월 13일 경남 합천군에 위치한 대장경 테마파크에서 열리며, 나머지 대국은 모두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오후 1시부터 생중계로 진행된다.
1라운드 영재 대결은 성적에 따라 1위 300만원, 2위 200만원, 3위 100만원의 상금이 책정됐으며, 2라운드 영재와 정상 대결에서는 정상 3인에겐 각 300만원, 영재 3인에게는 매판 3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영재가 승리하면 매판 30만원의 보너스도 챙길 수 있다.
<합천군 초청> '2013 새로운 물결, 영재 정상 바둑대결' 일정
총규모 3,500만원, 제한시간 각자 1시간, 초읽기 1분 1회
1라운드 - 영재순위결정전
1국 변상일 vs 신민준 : 1월 4일 오후 1시 바둑TV스튜디오 - 신민준 222수 백불계승
2국 변상일 vs 신진서 : 1월 5일 오후 1시 바둑TV스튜디오
3국 신진서 vs 신민준 : 1월 6일 오후 1시 바둑TV스튜디오
2라운드 - 영재정상대결
1국 이창호 vs 신진서 : 1월 11일 오후 1시 바둑TV스튜디오
2국 최철한 vs 신민준 : 1월 12일 오후 1시 바둑TV스튜디오
3국 이세돌 vs 변상일 : 1월 13일 오후 1시 합천 대장경 테마파크
▲ 신진서가 조용히 첫 수를 착점하고 있다.
▲ 영재라고만 하기엔 이미 세계 무대에서 인정 받는 강호로 성장해버린 변상일.
▲ 신진서의 평소 모습은 초등 6학년 답지 않게 덤덤하다.
▲ 변상일은 착수도 조심스럽게 하는 신중 타입. 수읽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