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소(野燒) 봄논두렁 태우기
望中旌旆忽繽紛(망중정패홀빈분)-들을 바라보니 깃발이 펄럭거리는 것이
疑是橫行出塞軍(의시횡행출새군)-마치 씩씩하게 적군을 무찔러 나가는 군사 같구나
猛焰燎空欺落日(맹염요공기락일)-사나운 불꽃이 하늘에 타올라서 지는 해 같고
狂煙遮野截歸雲(광연차야절귀운)-미친 듯 연기가 들판을 가려서 흐르는 구름을 끊었다.
莫嫌牛馬皆妨牧(막혐우마개방목)-목초를 태워서 소와 말을 기르는 데 방해된다고 탓하지 말고
須喜狐狸盡喪羣(수희호리진상군)-여우와 살쾡이 무리들을 모두 없애는 것을 기뻐하소서.
只恐風驅上山去(지공풍구상산거)-다만 바람이 산 위로 불어 올라가서
虛敎玉石一時焚(허교옥석일시분)-옥석(玉石)을 함께 태울까 두렵네.
최치원(崔致遠)
최치원(崔致遠,857~?)
경주최씨(慶州崔氏)의 시조이며 신라시대 학자로서 13세로 당나라에 유학하고, 현지에서 과거에 급제한 대 학자이다. 유명한 것은 중국 당(唐)나라 말기에 일어난 대농민반란인 황소(黃巢)의 난 때 종사관(從事官)으로서 칼에 피를 묻히지 않고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이라는 글을 작성하여 황소(黃巢)를 굴복시킨 문장가로서 이름을 떨쳤다. 최치원의 한시나 글을 읽어보면 100여 년 전의 인물이 아니고 바로 우리 옆에 있는 느낌을 받는다.
논두렁 태우기
몇일 전에 한강으로 인라인을 타러 가는데 안양천 둑에 마치 서울을 뒤덮을 것 같은 연기와 불꽃을 보았다. 이른 봄철에 “논두렁 태우기” 였다.
참 오래만 에 보는 광경이었지만 요즘에는 산불조심으로 농촌에서도 쉽게 볼수 없는
광경을 서울 천변에서 보게 되었다
아마 새봄에 좋은 잔디의 싹을 돋우기 위한 것 같다.
마침 휴대하고 다니던 디카로 찍은 것이 위의 그림이다.
논두렁 태우기는 세시 풍속에 보면 해마다 첫해의 첫쥐날(上子日-상좌일)이나 대보름 전날에 농촌에서 논밭 두렁 등의 마른 풀에 불을 놓아 모두 태우는 경칩이나 춘분시에 보는 풍습이다.
2011년의 2월의 첫 쥐날은 2월 6일 갑자(甲子)일인데 요즘에는 이런 풍속을 챙기는 민속도 찾아 볼 수 없다.
나이 5~60대 농촌출신은 어렸을 때 논두렁 태우는 쥐불놀이를 해 보았을 것이다.
마른 논두렁에 불을 지르면 정말 요원(燎原-불타는 들판)의 불길처럼 번져 간다.
『활활 타 올라라
더욱 높이 타올라라
활활 타는 불빛에 어둠이 물러가고
어둠속에 감추어졌던 온갖 찌꺼기들이여
부끄러워 스스로 불속에 뛰어들어 재가 되어라』
괜이 주먹을 불끈 쥐고 얼굴마저 붉게 물들인 치솟는 불길을 보고 고함소리를 높이 질러본다. 야 아 ~ ~ ~
논두렁 태우기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쥐를 잡고 들판의 마른 풀에 붙어 있는 해충의 알을 비롯한 모든 잡충(雜蟲)을 태워 없앨 뿐만 아니라 타고 남은 재가 다음 농사에 거름이 되어 곡식의 새싹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한 소망(所望)이 담긴 놀이 이다.
또 민간신앙으로 보면, 이날 불을 놓으면 모든 잡귀를 쫓고 액을 달아나게 하여 1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농사지을 땅을 기름지게 하고,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려던 조상들의 논두렁 태우기 지혜는 과학 영농에 밀려났다.
논두렁·밭두렁 태우기가 각종 해충을 죽이기보다 오히려 유익한 천적(天敵)만 죽인다는 보고와 더 무서운 것은 산불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위의 최치원이 쓴 시는 봄 논두렁 태우기 세시 풍속에 즈음해서 당시 당나라의 정치적현실을 비판적하는 의미가 담긴 개혁의지를 표현한 흥미로운 글이다.
들불의 퍼져가는 불길을 깃발을 펄럭이며 돌진하는 전쟁터의 역동적인 군사에 비유했다.
이것은 열화(熱火)와 같은 개혁의지로, 현실의 잘못된 상황을 뒤엎어 버리고 싶은 정열의 표현이기도 했다.
불(火)은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성질(性質)이 있다.
이것은 힘에 짓눌리는 밑바닥의 약한 민초(民草)들의 위로 향한 저항의 상징이다.
들불이 소와 말이 먹을 풀을 태워서 목축에 방해가 되겠지만 여우와 살쾡이 같은 사람에게 불이익의 동물을 일망타진해서 좋다고 했는데, 이는 부정부패한 간특한 벼슬아치를 다 잡아 없애니 오히려 좋다는 뜻으로 비유되고 있다.
이 시를 쓴 고운 최치원은 13세로 서기 869년 신라 경문왕 9년에 중국 당(唐)나라에 유학하여 그곳에서 과거에 급제하고 도통순관(都統巡官)의 벼슬을 하면서 당나라의 부패한 정치와 사회 현상을 세시풍속인 “봄 논두렁 태우기”를 인용하여 풍자한 글이다.
지금 중동의 이집트 리비아등 독재국가들이 요원의 불길같은 민주항쟁의 요구에 당황하고 있다.
시공(時空)을 초월(超越)하여 인류가 있곳에는 천부인권의 행복을 찾기 위해서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갈망하는 “봄 논두렁 태우기” 는 계속 될 것이다.
☺농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