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 선유도에 갔다오다

[물과 공기]

선유도에 갔다오다

  선유도를 가기위한 군산 앞바다의 물결은 어딘지 모르게 친근감이 있었다.

언젠가 군산바다를 보러간 적이 있었다. 그냥 가고 싶어서 간 것 같지만 아마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옛 기억도 나서 그쪽으로 발길을 돌린게 아닌가 싶다. 배도 친근감이 있었다.

  유람선은 안전감있게 속도를 내서 뽑내며 달렸다. 달리는 창밖에는 풍력발전기가 춤추고 있었다. 승선한 사람들의 분위기는 즐거운 표정이었다. 섬에 가고픈 설레임으로 그렇지 않을까.난생 처음으로 선유도행 배에 올랐다. 평소에 가보고 싶기도 했다. 조용한 곳일거라는 생각에 더더욱 그랬다. 승객중에 애기 엄마가 갓난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려고 마음으로는 생각하였지만 행동이 따르지 않았다. 그곳으로 눈이 자주갔었다. 부끄럼도 마다치 않고,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는 그 희생어린 사랑이 너무 아름답고 숭고하였다. 엄마의 뜨거운 사랑이었다. 남편같은 분과 옆에 나란히 앉아 환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정말보기에 너무나 좋았다. 대부분 신혼때에 부부가 다정하게 잘 지내기도 하지만, 정말 아기와 함께 단란한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좋은 느낌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나도 언젠가 저런 시절이 있었다. 젊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재산이리라. 근래에 보기 드문 모유를 먹이는 엄마의 지극한 사랑을 보았다. 다른 젊은이들도 모습이 아름다웠다. 젊음 그 자체로 모습이 푸르다. 나는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좋다.

  또 한 쪽에서는 남녀 외국인이 즐겁게 이야기를 힘차게 토해냈다. 두 사람의 인물이 괜찮았다. 나는 그 쪽으로도 시선이 갔다. 그들은 웃으며 영어를 하며 이야기에 신났다. 한국 사람과 다른면이 있어서 좋았다. 말하는 목소리가 정겨웠고, 영화속의 주인공 같았다. 우리나라 사람보다 적극적인 대화로 제스처가 활발하였다. 소통이 되는 대화는 정말 아름답다. 사람은 소통이 되지 않으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말이 통해야지라고 하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평소에 마음에 담아 두었던 선유도를 갔다. 달리는 배 옆으로 외로운 갈매기 한 마리가 춤추며 따라왔다. 사람들이 정겨운가보다. 그리고 배가 달리니 덩달아서 신났는가 보다. 서해안이라서 짙은 녹색의 물결로 넘실거렸다. 전진하는 배 앞으로는 섬들이 보이지만, 오른쪽 창밖으로는 망망대해 같은 끝없는 수평선이 펼쳐져 있었다.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배는 출렁거리며 제 갈 길을 가서. 바다의 묘미를 안겨줬다.

신선이 노닐었던 선유도의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은빛모래가 빛에 반사되어 멋진 풍광을 연출하였다. 그 옆의 해안 도로를 사람들이 자기 취향에 맞게 자전거를 타거나 오토바이를 이용하거나 작은바퀴 달린 차를 타며 드라이브하며 즐겼다. 그리고 걷는 사람도 있었다. 섬에 있는 산 아래에 집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섬주민들은 삶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려면 배를 타고 군산까지 나가야 했으리라. 그런 면에서는 어려움이 있었겠다. 하지만 천연의 바다를 바라보며 사는 즐거움과 행복감은 이루 형언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쩌면 복받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건강한 바람이 불어와 심신이 맑아져 기분도 상쾌하지 않을까. 부럽다. 그런 곳에도 아무나 살지 못할 것 같다. 내가 육지에 살아서 그런 섬 같은 곳을 부러워하는 걸까.

  선유도는 섬치고는 발달된 도로를 자랑이라도 하듯 맘껏 뽐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인도가 없지만 넓어서 걷기에 편리하였다. 마치 육지의 도로 같았다.

어린이를 비롯한 사람들이 튜브를 이용해서 물놀이를 즐겼다.

  군산시의 땅 면적은 동해시처럼 넓었다. 택시를 탔는데 시외를 달리는 느낌이었다. 도로가 죽 뻗어 있었다. 바닷가의 넓은 면적인데 땅값이 생각과는 달리 비싸다고 했다. 군산은 공장도 있고, 배도 많았다. 또 국제 여객선 터미널도 있었다. 항구도시로 날로 성장해 갈 수 있는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오래간만에 밤 기차를 탔다. 오는데 창밖은 온통 어둠으로 지배됐다. 그리고 한적했다. 그 한적함을 기차의 레일소리가 정적을 깰 뿐이었다. 고요한 밤에 두다리 뻗고 기차를 타는 운치가 있었으니 행복했다. 어둠사이로 비치는 가로등 불빛하며 멀리서 도로를 질주하는 승용차의 불빛이 고즈넉한 야간풍경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컴컴한 어둠은 굴속의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었다. 플랫포음은 다정하게 손짓하는 것 같아 정겨웠고, 그 곳을 지날때는 밝은 빛이 있어서 사람들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가 있었다. 이것이 사람과 사람의 말없는 교감이지 않을까.

  오늘 아름다운 섬을 다녀와서 기분이 좋았고, 사람과 사람사이에 보기드문 사랑의 정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 여행에서 오는 기쁨을 다시 체험했다.

                                        2013.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