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이스라엘 임금 주님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신다.>
▥ 스바니야 예언서의 말씀입니다.3,14-18
14 딸 시온아, 환성을 올려라.
이스라엘아, 크게 소리쳐라.
딸 예루살렘아,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15 주님께서 너에게 내리신 판결을 거두시고 너의 원수들을 쫓아내셨다.
이스라엘 임금 주님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니
다시는 네가 불행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16 그날에 사람들이 예루살렘에게 말하리라.
“시온아, 두려워하지 마라. 힘없이 손을 늘어뜨리지 마라.”
17 주 너의 하느님, 승리의 용사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다.
그분께서 너를 두고 기뻐하며 즐거워하신다.
당신 사랑으로 너를 새롭게 해 주시고
너 때문에 환성을 올리며 기뻐하시리라.
18 축제의 날인 양 그렇게 하시리라.
나는 너에게서 불행을 치워 버려 네가 모욕을 짊어지지 않게 하리라.
복음<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39-56
39 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40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41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42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43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44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45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46 그러자 마리아가 말하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47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48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49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50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51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52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53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54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55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56 마리아는 석 달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묵상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었습니다. 그래서 연극에서도 제일 많은 말을 해야 하는 역이 좋았습니다. 구연동화 말하기 대회에서도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중학생 때, 한 번은 선생님께서 책의 어느 부분을 읽으라고 하셨습니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드는 것입니다. 제일 자신 있었던 책 읽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벌벌 떨면서 간신히 읽었던 그때의 기억이 오랫동안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두려움이 제게서 언어를 빼앗았습니다.
제게 이런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많은 이가 믿지 못합니다. 지금 남 앞에서 말하는 것을 전혀 어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려움은 언제 사라졌을까요? 다시 사람들 앞에서 말하면서 사라졌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느꼈던 두려움이 사람들로 인해 치유된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아픔과 상처를 받았다면서 사람들 곁을 떠나는 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떠나 혼자 있다고 상처가 치유되지 않습니다. 이 상처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을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두려움에 늘 놓여있습니다. 특히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얻는 두려움에 어려워합니다. 그러나 이 두려움을 나 혼자 극복하기란 너무 힘듭니다. 의지를 세울 수 있는 것도 사람들을 통해서이고, 지금과 다른 변화도 사람들을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공동체 안에 머무르는 사람만이 그 안에 계시는 주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공동체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은 성모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시고, 친척이며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인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예수님을 잉태하시고 성모님께서는 큰 걱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을 잉태하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부담이지요. 하느님의 어머니로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편하고 쉬운 삶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엘리사벳 성녀도 마찬가지입니다. 늙은 나이에 아기를 갖게 되었다는 것, 또한 뱃속의 아기가 성령으로 가득 찼다는 것을 알았고 이 아기가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것임을 알았습니다. 이 사실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이렇게 어려움 속에서 성모님과 엘리사벳 성녀는 만나십니다. 분명히 배 속의 아기 때문에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배 속의 아기가 서로 만나면서 그들은 큰 힘을 얻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감사의 찬미가를 부르십니다.
큰 어려움이 함께하면서 해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함께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둘이나 셋이 모인 곳에 나도 함께 하겠다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언제나 함께하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 시인 '꽃' 중에서).
사진설명 :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