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개오타쿠)
자이루
여시들 '시계태엽 오렌지'라고 들어봤어?
모른다고?
알 때까지 숨 참음
.
.
헷 ㅋ 살아돌아왔다노
'시계태엽 오렌지'는
영화 <샤이닝>의 감독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영화로 유명하지
그런데 말이야
1~8
시계태엽도 알겠고
오렌지도 알겠는데
시계태엽 오렌지는 뭐란 말이노
할 여시들을 위해 이 글을 썼어
내가 오늘 다룰 것은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가 아닌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이자
타임이 선정한 현대 100대 영문 소설인
앤서니 버지스의 '시계태엽 오렌지'야
1962년에 출간된 앤서니 버지스의 시계태엽 오렌지는
10대 비행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불문한 폭력적인 범죄가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오죽하면 책의 해설에도
'작품의 전반부에 나오는 폭력 묘사에만 관심을 한정시킨다면 후반부에서 작가가 제시하는 인간의 의지와 선택에 대한 질문을 무시할 위험이 있다.' - 박시영
라고 경고 아닌 경고가 있어
그래서 불가피하게 이 글에서도 폭력적인 부분이 서술되어 있음을 미리 알릴게!
준비됐어?
시작해 볼까?
골반 뒤로
가 아니라
#가보자고
오늘의 주인공 알렉스는
아 아니
알렉스는 친구들과 함께 매일' 밀크바'라는 곳에서 마약이 섞인 우유를 마시며 하루를 보내
나라에서 허락하는 마약 말고
찐 마약 ㅎ
어느날 알렉스와 아이들은 길거리에 있는 노숙자를 만나게 되고 그 노숙자를 무자비하게 패버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길거리에 있는 스포츠카를 훔친 뒤 한 작가의 집에 무단침입까지 해
막장 인생이노 ㅎ
작가에게도 폭행을 가한 알렉스의 무리들은 심지어 작가의 부인을 강간까지 해
(이 부분에서 이 책은 여성혐오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피해갈 수 없다 생각해 성별 차이에 따라 범죄의 수준이 다름;)
거기서 끝이 아니라 알렉스는 한 할머니의 집에도 무단침입해서 살인까지 저질러버려
그만...... 그만..........
불행 중 다행으로 알렉스는 저 범죄를 끝으로 더이상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되는데
왜냐면
살인죄로 14년형을 받고 깜빵에 가게 됐걸랑
2년간 폰모범수 역할을 착실하게 연기하던 알렉스는
어느날 정부에서 진행하는 실험인 '루드비코 요법'에 자원하게 돼
자원한 이유는 간단했어
그 실험에 참여하게 되면 남은 형을 없애 줬거든
실험 하나 참여했다고 형을 없애 줘?
시발
나와 보라 그래
형까지 감형해 주는 실험인 '루드비코 요법'은
범죄자를 대상으로 조건반사를 강화시켜서 더이상의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막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쉽게 말하자면,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인간에게 적용 시킨 거야
실험자에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행위가 담긴 영상을 보여 주는 동시에 구토감을 일으키는 약물을 투여해
그걸 반복하다 보면 실험자는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행위를 상상만 해도 구역감을 일으키는 몸으로 바뀌는 거야
뭔가 그럴싸해 보이지?
근데 거기서 틀어 주는 영상을
싫어도 무조건 보고 들어야 될 거 아냐?
청각은 우리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지만
시각은 자유의지로 조절할 수가 있잖아
그냥 눈을 감아버리면 안 보이니까
그래서 탄생하게 된 유명한 짤이
이거야
강제적으로 눈까지 뜨게 해가면서 영상을 보게 한 실험의 결과는 어땠을까?
대성공이었어
알렉스는 영상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선정적, 폭력적인 생각만 하더라도 구토감과 어지러움 때문에 일상 생활마저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돼
그렇게 사회 생활을 이어가던 알렉스에게 자기가 저질렀던 범죄의 부메랑을 맞게 되는 사건이 일어나서 인생이 더 힘들어지고 있을 때쯤
사회에서는
'루드비코 요법은 반인권적인 실험이다.'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생기고 그 결과 알렉스는 다시 원래대로 변할 수 있는 치료를 받게 돼
그리고 스토리는 그렇게 끝나
360도 달라진 알렉스가 될 거얌
뭐? 이게 끝이라고?
존나 피폐하다 ㅎ
하지만 줄거리 어느 부분에서도 시계태엽과 오렌지는 보이지 않지
사실 소설 속에도 시계태엽 오렌지는 아주 짧게 등장해
어디냐면
알렉스가 무단 침입한 작가의 집 있지
거기서 작가가 쓰고 있던 책의 제목이
'시계태엽 오렌지' 였어
(슬픈 것은 실제로 앤서니 버지스의 아내가 미군들에게 윤간을 당한 후 충격으로 인해 알코올 중독자의 길을 걷다 사망하셨다고 해
따라서 저 작가의 모습에 앤서니 버지스가 투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지?)
그리고 그 책을 발견한 알렉스가 이런 말을 하지
맨 첫 장을 보았더니 이런 말이 써 있더군.
[시계태엽 오렌지]라고.
그걸 보고 내가 말했지.
"거참 멍청한 제목이로군. 도대체 누가 태엽 달린 오렌지에 대해 들어보기라고 했을까?"
그리고 나는 그 일부분를 설교하듯 위엄 찬 목소리로 소리를 내어 읽었지.
"인간, 즉 성장하고 다정할 수 있는 피조물에게 기계나 만드는 것에 적합한 법과 조건들을 강요하려는 시도나 또 수염이 난 신의 입술에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려는 시도, 여기에 대항하려 나는 나의 칼. 펜을 든다." - 31p
이제 알 것 같지?
그러니까
성장하고 다정할 수 있는 피조물(= 인간)은
오렌지로 표현했고
기계에 적합한 법과 조건(= 강제성, 자유의지 박탈)은
시계태엽으로 표현한 거야
정말 철학적이지...?
2021.12.03 수정)
Q. 그런데 그렇게 많은 생물 중 왜 하필이면 과일이고 왜 하필이면 오렌지야?
책의 후반부에 보면 알렉스가 다시 작가의 집에서 '시계태엽오렌지'를 읽으면서 나온 구절 중
'요즘 세상의 모든 놈들은 기계로 변해 버렸지만,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사실은 과일처럼 자연스럽게 자란다는 거지. (중략) 즉 신이 이 세상 과수원에 심은 세상이라는 나무에서 우리 모두가 자라고 있고.'
이렇게 과일로 표기한 이유가 나와! 그리고 많은 과일 중에 하필이면 오렌지인 이유는 인류 진화상 중 최초로 완전한 단계를 이룬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발음이 비슷해서라는 설이 있어 이건 단지 설이니까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시계태엽 오렌지가
가장 잘 쓴 소설 제목의 Top 10 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해
저 일곱 글자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동시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까지 담겨 있어
그게 바로 내가 이 주제를 가지고 온 이유야
시계태엽 오렌지는
책과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또 그만큼 오마주로도 많이 이용됐어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나요...?
맞아 ㅎ
지네글자는 스탠리 큐브릭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아 뮤직비디오에도 많이 이용했더라고
뭐 그렇지 않다 해도 딱히 궁금하진 않네 ㅎ
그리고 이 글 쓰면서 알게 된 건데
뭐? 안경잡이?
가 아니라 버스커 버스안커의 '외로움 증폭장치'라는 제목도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영감을 받은 거래
일부러 한국에서의 예시만 들고 왔지만 정말 많은 곳에서 오마주가 된 작품인 만큼 여시들도 꼭 한 번 봤음 좋겠어
그리고 영화와 책의 결말도 다르니까 차이점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을 거야!
'아 ㅋ 저거 여혐 개오짐 ㅋ 안 봐'라는 이유로 예술에 벽을 치기에 세상에 좋은 예술 작품은 너무나 많고 특히 책은 생각의 범위를 엄청나게 확장시켜 주잖아
내가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과연 개인의 자유 의지를 저해하는 국가의 권력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있었을까?
판단은 읽은 자만의 특권이야!
마지막으로 내 글을 다 읽고 여시들이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하는 글을 놓고 갈게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해
'이들을 교도하기 위해서 국가가 개인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의지를 빼앗은 것이 정당한 일인가에 초점이 있는 것이다.' - 박시영
반응 좋으면 다른 책으로 다시 올게
그럼...
와 흥미돋
재밌다 여샤 흥미있게 봤어
영화 보긴 했는데 이렇게 깊은 내용이 있었을 줄은...
흥미돋.... 여샤 잘 봤어 고마워!
원글찾아 삼만리했어… 여시야 글 너무 고마워!!
여샤 좋은 글 써줘서 너무 고마워...💗
좋습니다 다시 와 주세요
완전 흥미돋 ... 이런 글 너무 좋아 책 빌려봐여지 !!! 고마워 여샤 마지막에 판단은 읽은 자만의 특권이라는 말 넘 좋다 🤍
나 진짜 중학생때부터 시계태엽 오렌지 인생책이엇는데 시태오 책 여혐버무리+이거좋아하는사람들은 다 문제가 잇다고 얘기해서 꾹참고 아무말안꺼냇거든 ㅠㅠ 이제는 당당하게 얘기할수있게됐다 고마워 여시 ︎︎︎❤︎ ︎︎︎❤︎
오 재밌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동의해
와 좋은글 고마워 영화도 계속 미뤘는데 봐야겠다
넘 재밌다... 저 소설 처음으로 흥미가 생겼어...
좋은글 고마워
글 너무 재밌고 몰입감 있게 잘 써준다 여시야 시계태엽 오렌지라는 말 요즘 쓰는 드립인가...? 했었는데 진짜 흥미로워 다음에 또 다른 책 가지고 와 주라~~
너무 흥미롭다 재밌게 잘 읽었어 고마워 여시야!!
여샤 글도 너무 재밌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된것도 즐거운데 댓글로 다른 여시들의 의견까지 볼 수있는 알찬글을 써줘서 고마워!! 영화보고나서도 이게 뭔가...싶었는데 덕분에 영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거같아
나 책 앞부분 읽다가 거북해서 덮었는데 언제 다시 시도해 봐야지..(흐릿)
글 읽고 영화포스터를 다시 보니까 알렉스가 들고 있는 칼이 시계태엽으로 보여ㅋㅋ 알렉스 아웃라인은 A로 한 이유는 뭘까
와 이따가 다시정독해야지..
엥 그럼 작가는 범죄자인 알렉스가 국가의 개입으로 자유를 침해 당했다는걸 말하고 싶은건가
범죄자를 옹호하는거로 보여 이 글만 읽었을때
앗 ㄱㅆ 여샤 여시 의견을 비판하는게 아니고 작가의 의도가 너무 극적이라서 쓴거야
좋은글 올려줘서 고마워
필력에 감탄하고가~~
@비내리는별밤 앗 여샤 자다 일어나서 너무 새벽 감성이라 지웠는데 봤나 보네 여시 댓글 다시 읽어 보니 작가를 향한 거더라고 정작 오해한 건 나였음을 ^^... 글 봐 줘서 고마워 여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다 실제 피해자의 가족이 쓴 글이라 더더욱 그래
와 영화는 아직 안보고 제목 정말 인상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뜻이 있었구나!! 글 너무 재밌게 읽었어 🥺
너무 좋아하는 영환데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어 글 잘봤어 여샤
와 책을 두번읽고도 뭔가 이해 안되고 정리도 안됐는데 이 글이랑 댓글들 쭉 읽고 재미있고 쉽게 이해 딱 됐어.. 너무 고마워 여시ㅜㅜ
글 또 써줘요... 자주자주... 여시... 부탁합니다...
재밌다 고마워 글 잘 봤어!!
여샤 제발 또 싸줘…너무 철학적이고 좋다ㅠ
와 흥미돋...
여시야 글써줘서 고마워 시계태엽오렌지에대해 처음 이해했어ㅋㅋㅋㅋ 여시덕에 예술영화 보고싶단 생각 들었어!
영화 봤었는데 인상적이어서 책도 보고 싶었는데...그치만 맨날 빌리고 못 읽고 반납의 연속....... 이번에 재시도한다....
진짜 재밌다...!
나도 너무 폭력적이라고 그래서 안읽었는데, 꼭 읽어보고 싶어졌어
당장 책살래.. 책 제목 설명도 너무 좋구...
여시 완전 그 영화가 좋다 이런 것처럼 책이 좋다! 이런 프로그램 냈으면 좋겠다ㅠㅠㅋㅋㅋㅋ 줄거리에 흥미돋고 설명도 잘해서 인구 책 소비량 증가할 듯
와 너무 좋다 너무 잘 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