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보
1
낙유원가(樂遊園歌) - 두보(杜甫)
낙유원에서 노래하다
樂遊古園崒森爽(낙유고원줄삼상) : 낙유원은 옛 동산이고 높고도 상쾌한데
煙綿碧草萋萋長(연면벽초처처장) : 안개는 비단으로 푸른 풀 무성하게 자랐네.
公子華筵勢最高(공자화연세최고) : 공자의 화려한 대자리로 형세가 가장 높고
秦川對酒平如掌(진천대주평여장) : 진천은 술을 마주하니 손바닥처럼 평온하네.
長生木瓢示眞率(장생목표시진률) : 장생의 나무 바가지 진솔해 보이니
更調鞍馬狂歡賞(경조안마광환상) : 안장 얹은 말 길들여 마음껏 즐긴다.
靑春波浪芙蓉園(청춘파낭부용원) : 푸른 봄의 물결이 이는 부용원
白日雷霆夾城仗(백일뇌정협성장) : 대낮의 천둥은 거마가 지나는 협성의 의장대다.
閶闔晴開詄蕩蕩(창합청개질탕탕) : 궁문을 갠 날에 열어 질탕하게 놀고
曲江翠幙排銀牓(곡강취막배은방) : 곡강의 푸른 천막에 고관의 은빛 명패가 널려있다.
拂水低回舞袖翻(불수저회무수번) : 물을 스치듯 낮게 돌며 춤추는 소매 펄럭이며
緣雲淸切歌聲上(연운청절가성상) : 구름 따라 맑고 절절한 노랫소리 올라간다.
卻憶年年人醉時(각억년년인취시) : 해마다 사람들이 취한 때를 생각해보지만
只今未醉已先悲(지금미취이선비) : 지금은 다만 취하지도 않아도 이미 슬프다.
數莖白髮那抛得(수경백발나포득) : 몇 가닥 백발을 어찌 피할 수 있으랴
百罰深杯亦不辭(백벌심배역부사) : 백 번 벌한다 해도 깊은 술잔도 사양하지 않으리라.
聖朝亦知賤士醜(성조역지천사추) : 성스런 조정에서도 천한 선비가 누추함을 알겠으나
一物自荷皇天慈(일물자하황천자) : 하나의 미물도 절로 황제의 자비를 입는다.
此身飮罷無歸處(차신음파무귀처) : 이 몸은 술자리 끝나도 돌아갈 곳도 없으니
獨立蒼茫自咏詩(독립창망자영시) : 홀로 서서 창망히 스스로 시를 읊는다.
2
인허팔봉기강녕민상인(因許八奉寄江寧旻上人) - 두보(杜甫)
허팔을 통해 강릉의 민 상인에게 부치다
不見旻公三十年(부견민공삼십년) : 민공을 만나지 못한지 삼십 년이라
封書寄與淚潺湲(봉서기여누잔원) : 편지를 봉하여 부치니 눈물이 흘러내린다.
舊來好事今能否(구내호사금능부) : 옛날부터 즐기던 좋은 일들 지금도 하는지
老去新詩許誰傳(노거신시수여전) : 늙어가며 지은 새로운 시 누가 내게 전해줄까.
棋局動隨幽澗竹(기국동수유간죽) : 바둑판만 있으면 그윽한 냇가 대숲으로 따라
袈裟憶上泛湖船(가사억상범호선) : 그대는 호수에 띄운 배로 올라간 일 기억하리라.
聞君話我爲官在(문군화아위관재) : 그대 내가 아직 벼슬살이 하는지 물었다지요.
頭白昏昏只醉眠(두백혼혼지취면) : 머리 희어지고 정신 어지러워 취하여 잠만 자지요.
3
송한림장사마남해늑비(送翰林張司馬南海勒碑) - 두보(杜甫)
남해로 비문을 새기러 가는 한림 장사마를 전송하며
冠冕通南極(관면통남극) : 조정의 관리 남쪽 끝 지방으로 가는데
文章落上台(문장낙상태) : 문장이 제상에게 맡겨졌다.
詔從三殿去(조종삼전거) : 삼전 전각에서 조서가 나아가
碑到百蠻開(비도백만개) : 비문이 백만의 지역에서 열리는구나.
野館穠花發(야관농화발) : 들판의 여각에 꽃은 짙게 피었고
春帆細雨來(춘범세우내) : 봄 돛단배에 가랑비 내린다.
不知滄海使(부지창해사) : 난 모르겠노라, 푸른 바다로 보낸 사신
天遣幾時廻(천견기시회) : 하늘은 어느 때에야 돌려보내주시려나.
4
송가각노출여주(送賈閣老出汝州) - 두보(杜甫)
가각로가 여주로 가는 것을 전송하며
西掖梧桐樹(서액오동수) : 중서성 오동나무
空留一院陰(공류일원음) : 부질없이 온 뜰에 그늘 남긴다.
艱難歸故里(간난귀고리) : 고생하며 고향을 돌아가는데
去住損春心(거주손춘심) : 떠나거나 머물거나 봄날 흥취 줄어든다.
宮殿靑門隔(궁전청문격) : 궁궐의 청문과 떨어지니
雲山紫邏深(운산자나심) : 구름 낀 산, 자라산이 깊숙하리라.
人生五馬貴(인생오마귀) : 사람 일생에 태수자리도 귀하니
莫受二毛侵(막수이모침) : 귀밑머리 침입은 받아들이지 마오.
5
제생중원벽(題省中院壁) - 두보(杜甫)
문화성 벽에 적다
掖垣竹埤梧十尋(액원죽비오십심) : 궁궐 담장의 대울타리에는 열 길 오동나무
洞門對霤常陰陰(동문대류상음음) : 동문과 마주한 곳에 괸 낙숫물은 항상 어둑하다.
落花遊絲白日靜(낙화유사백일정) : 떨어진 꽃과 날리는 버들가지 한낮은 고요하고
鳴鳩乳燕靑春深(명구유연청춘심) : 비둘기와 어린 제비 울고 푸른 봄날은 깊어만 간다.
腐儒衰晩謬通籍(부유쇠만류통적) : 썩은 선비가 늘그막에 어쩌다 벼슬하여
退食遲廻違寸心(퇴식지회위촌심) : 머뭇거리며 퇴근함은 내 마음을 어겨서라네.
袞職曾無一字補(곤직증무일자보) : 천자를 보좌하는 올린 글 한자도 없으면서
許身愧比雙南金(허신괴비쌍남금) : 스스로를 한 쌍의 남금(南金)에 견준 것이 부끄럽도다.
6
동일낙성배알현원황제묘(冬日洛城北謁玄元皇帝廟) - 두보(杜甫)
겨울날 낙성 북에서 현원황제의 묘를 참배하다
配極玄都閟(배극현도비) : 북극성을 짝하여 노자의 무덤은 닫혀있고
憑高禁籞長(빙고금어장) : 높은 곳에 의지한 금원의 울타리가 기다랗다.
守祧嚴具禮(수조엄구례) : 묘를 관리하는 사람은 엄숙히 예를 갖추고
掌節鎭非常(장절진비상) : 부절을 관장하는 사람은 급한 일을 처리한다.
碧瓦初寒外(벽와초한외) : 푸른 기와는 첫 추위 밖에 있고
金莖一氣旁(금경일기방) : 구리 기둥은 우주의 한 기운 옆에 있었다.
山河扶繡戶(산하부수호) : 산하는 아름답게 수놓은 문을 부축하고
日月近雕梁(일월근조량) : 해와 달은 조각한 대들보에 가까이 있다.
仙李蟠根大(선리반근대) : 신선의 자두나무는 서린 뿌리가 크고
猗蘭奕葉光(의난혁섭광) : 부드러운 난초의 큰 잎이 빛난다.
世家遺舊史(세가유구사) : 세가는 옛 역사책에는 빠져있으나
道德付今王(도덕부금왕) : 도덕경은 지금의 왕에게 전하여졌다.
畫手看前輩(화수간전배) : 화가 중에서 앞선 사람을 보니
吳生遠擅場(오생원천장) : 오도자가 그 세계에서 멀리 홀로 뛰어났다.
森羅移地軸(삼나이지축) : 울창하게 늘어서 지축을 옮긴 것 같고
妙絶動宮牆(묘절동궁장) : 절묘하게 뛰어나 궁궐과 담장이 생동하였다.
五聖聯龍袞(오성련룡곤) : 다섯 성인은 곤룡포를 나란히 그려 있고
千官列雁行(천관렬안항) : 모든 관리들은 기러기 떼처럼 늘어서 있었다.
冕旒俱秀發(면류구수발) : 면류관은 모두 뛰어나게 빛나고
旌旆盡飛揚(정패진비양) : 밭쳐든 깃발은 모두가 휘날리고 있었다.
翠柏深留景(취백심류경) : 겨울 푸른 잣나무는 짙게 빛을 남기고
紅梨逈得霜(홍리형득상) : 겨울 붉은 배나무는 멀리 서리를 맞아있었다.
風箏吹玉柱(풍쟁취옥주) : 풍경은 옥 같은 기둥에 울려오고
露井凍銀床(노정동은상) : 노천의 우물은 쇠 난간이 얼어있었다.
身退卑周室(신퇴비주실) : 몸을 낮추어 주나라에서는 낮은 관리였지만
經傳拱漢皇(경전공한황) : 경전을 전하여 한나라 황제가 공손히 받았다.
谷神如不死(곡신여부사) : 신을 길러 만약 죽기 않았다면
養拙更何鄕(양졸경하향) : 졸박함을 길으며 다시 어느 땅에 있을까.
7
봉기하남위윤장인(奉寄河南韋尹丈人) - 두보(杜甫)
하남윤 위장인에게 부쳐드리다
有客傳河尹(유객전하윤) : 객이 있어 전하기를 하남윤이
逢人問孔融(봉인문공융) : 사람을 만나 공융의 안부를 물었네.
靑囊仍隱逸(청낭잉은일) : 청낭(풍수)술로 인해 숨어 편안하고
章甫尙西東(장보상서동) : 장보관은 아직도 여기저기 떠돈다네.
鼎食分門戶(정식분문호) : 큰 집안이라 작은 가문으로 나누고
詞場繼國風(사장계국풍) : 문단에서는 시경 국풍을 계승하셨네.
尊榮瞻地絶(존영첨지절) : 존귀하고 영화와 지위가 높음을 끈고
疎放憶途窮(소방억도궁) : 서툴고 방탕하여 길이 다함 생각하네.
濁酒尋陶令(탁주심도령) : 탁주는 도연명 령을 찾고
丹砂訪葛洪(단사방갈홍) : 단사는 갈홍을 방문하네.
江湖漂短褐(강호표단갈) : 강호는 짧은 옷으로 떠돌고
霜雪滿飛蓬(상설만비봉) : 서리와 눈은 비봉 가득하네.
牢落乾坤大(뇌낙건곤대) : 홀로 영락하였으나 천지는 크고
周流道術空(주류도술공) : 두루 흐르니 도술은 다 비었다네.
謬慚知薊子(류참지계자) : 잘못 뉘우침은 계자를 알았고
眞怯笑揚雄(진겁소양웅) : 참으로 두려움은 양웅을 비웃었네.
盤錯神明懼(반착신명구) : 착오 이겨내시니 신명이 두려워하고
謳歌德義豐(구가덕의풍) : 칭송 노래는 덕망과 의리가 넉넉하네.
尸鄕餘土室(시향여토실) : 제가 살던 시향에 흙집이 남아있지만
誰話祝雞翁(수화축계옹) : 누가 계옹을 축하 한다 말하겠는가.
이 시는 두보가 하남윤 위제(韋濟)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하여 쓴 것이다. 두보는 이 시의 원주에 “내 옛집이 언사에 있었는데, 위공께서 자주 찾아 안부를 물어 주시는 은혜를 입어, 그래서 아래의 구절이 있게 되었다.(甫故廬在偃師, 承韋公頻有訪問, 故有下句.)”라고 적고 있다. 이 시는 두보가 경기(京畿)지방을 떠도는 중 위제가 두보의 형편을 묻더라는 객의 말을 듣고서 감사의 뜻과 함께 자신의 근황을 전하려고 쓴 것이다. 시제의 ‘丈人’은 웃어른에 대한 존칭이다. 저작 시기는 천보 7년으로 추정된다.
8
제정현정자(題鄭縣亭子) - 두보(杜甫)
정현 지방에 있는 정자에
鄭縣亭子澗之濱(정현정자간지빈) : 정현 지방의 정자는 계곡 물가에 있는데
戶牖憑高發興新(호유빙고발흥신) : 높은 곳에 창문 달린 집인지라 새 흥이 인다.
雲斷岳蓮臨大路(운단악련림대노) : 구름 끊긴 서악 연화봉은 큰 길에 임해있고
天晴宮柳暗長春(천청궁류암장춘) : 갠 하늘 버드나무는 장춘궁을 어둡게 하는구나.
巢邊野雀羣欺燕(소변야작군기연) : 둥지의 들참새들 떼 지어 제비를 속이고
花底山蜂遠趁人(화저산봉원진인) : 꽃 아래의 산 속 벌들 멀리서 사람을 쫓아온다.
更欲題詩滿靑竹(경욕제시만청죽) : 푸른 대나무 줄기에 시를 가득 적고 싶어도
晩來幽獨恐傷神(만내유독공상신) : 저녁이라 고독하여 마음 상할까 두려워진다.
9
지덕이재(至德二載)/至德二載甫自京金光門出與親故別因出此門有悲往 - 두보(杜甫)
지극한 덕 지난 일을 슬퍼하다
서(序)
至德二載甫自京金光門出(지덕이재보자경금광문출) 間道歸鳳翔(간도귀봉상)
乾元初從左拾遺移華州掾(건원초종좌습유이화주연) 與親故別(여친고별),
因出此門(인출차문) 有悲往事(유비왕사).
지덕 2년(757)에 나는 서울의 금광문(金光門)을 나와 샛길로 봉상(鳳翔)에 돌아갔다.
건원 원년(758)에 좌습유에서 화주연(華州掾)으로 폄직되어 친구들과 이별하였는데,
이로 인해 이 문을 나오니 지난 일에 대한 슬픔이 있었다.
此道昔歸順(차도석귀순) : 이 길은 옛날에 임금께로 돌아가던 길
西郊胡正繁(서교호정번) : 서쪽 들판엔 오랑캐가 어찌나 많았던지.
至今猶破膽(지금유파담) : 지금도 여전히 간담이 떨어지니
應有未招魂(응유미초혼) : 응당 불러 위로하지 못한 영혼 있으리.
近侍歸京邑(근시귀경읍) : 가까이 모시면서 장안에 돌아왔는데
移官豈至尊(이관개지존) : 벼슬을 옮김이 어찌 황제의 뜻이겠는가.
無才日衰老(무재일쇠노) : 재주도 없으면서 날마다 늙어가는 몸
駐馬望千門(주마망천문) : 말을 멈추고 수많은 궁궐 문을 바라본다네.
* 지난날 안사(安史)의 난을 일으킨 반군들이 점령한 장안을 떠나 황제가 계시던 봉상으로 귀순할 때 이 길을 지나갔는데, 그때 서쪽 교외에는 반군들이 들끓고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간담이 서늘해져서 그때 놀라 달아난 혼백을 아직도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 황제를 곁에서 모시는 좌습유가 되어 서울에 돌아왔는데, 이번에 화주사공(華州司功)으로 폄직하는 것이 어찌 황제의 뜻이겠는가. 스스로 자신의 재주 없음과 노쇠해짐을 탄식하며, 자기도 모르게 말을 멈추고 황제가 계신 궁전을 바라본다.
* 두보(杜甫)는 지덕(至德) 2년(757) 봄에 안사의 난을 일으킨 반군들이 점령하고 있던 장안을 목숨 걸고 탈출하여 숙종(肅宗)이 있는 봉상으로 도망쳤는데, 이때 금광문을 지나갔다. 그 후 좌습유가 되어 장안으로 돌아왔지만, 다음해인 건원(乾元) 원년(元年:758) 6월에 방관(房琯)을 구하려고 상소했다가 화주(華州) 사공참군(司功參軍)으로 폄직된다. 이때 화주로 가면서 다시 금광문을 지나게 되는데, 현재와 지난날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감정을 읊은 것이 이 작품이다.
* 서(序)를 제목으로 사용하여 제목이 무척 길다.
ㅡ
다음
화골항(畫鶻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