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진영.
서울 용산이 지역구인 3선의원.
박근혜 당대표의 초대 비서실장.
여야를 막론하고 동료들에게 우호적인 평을 듣는 사람.
그래서 기자들 사이엔 ‘여의도의 신사’라고 불리는 의원.
내가 그동안 진영의원을 자연스레 스토킹해본 결과는 이처럼 두루뭉실한 수준이었다.
경선때 수많은 박빠와 친박들의 강요와 읍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캠프에 몸담지않고 중립을 선택한 섭섭한 준(?) 배신자. 박근혜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서울지역 대의원들의 한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진영의원의 중립은 의외였고, 박빠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내가 그를 다시 눈여겨 본것은 경선이 끝나고, 박근혜주변에 진영의원의 그림자가 자주 눈에띄는 행보가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치적 상식으로 본다면,기막힌패배에 일조한 배신자였고, 1년동안 비서실장으로 보좌를 받았던 박근혜로서는 더더욱 괘씸했을 것이다.
당시 박빠들과 친박들은 경선의 후유증으로 정신적 공황을 겪고 있었고, 박근혜는 칩거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을때였다. 친박측근들도 박근혜의 주변에서 몇발자욱물러나 있을때, 유독 진영의원이 박근혜옆에서 눈에 밟히는 기사들이 내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며칠전 평소의 지인들이 진영의원과 편한자리(?)약속이 있다길레, 관계없는 내가 떼를써서 자리를 함께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그날 본 진영의원은 수줍음많고 쑥스러움 잘타는 소년같은 사람이었다. 평소에 내가 진영의원에 대해 ‘남자가 박력이 없어서리~’했던 말처럼, 딱 박력없는 남자 그대로였다.
하지만 말씨는 조근조근하고 잔잔하지만, 그에겐 진지하고 진솔한 느낌을 전달하는 힘이 있었다. 자리가 자리인지라 정치적인 얘기는 말을 아끼는 쪽이었지만 직업이직업이니 만큼 자연스레 정치적인 얘기로 화제가 옮겨졌고 그날대화에서 내 궁금증과 오해의 대부분은 해소가 되었다.
그날 2시간동안 진영의원과 나누었던 얘기를, 내느낌과 생각을 보태 편하게 풀어보고자 한다.
박근혜당대표가 비서실장을 부탁했을때 진영의원을 극구 사양을 하였다.
본인말로는 솔직히 변변치 못할 실력도 뽀롱날것 같고, 윗사람을 보좌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자신은 아랫사람은 잘 보좌(?)할수 있는데, 윗사람을 보좌하는 것은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잘아는 진영의원으로선, 1년동안 박근혜의 비서실장을 하면서 사진한번 같이 찍힌적이 없었다고 했다. 박근혜를 수없이 수행하면서도 대표와 함께 사진이 찍힐까 늘 자신이 조심하고 또 조심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비서실장 1년은 늘 ‘그림자처럼 윗사람을 보좌‘하는 것이었고, 윗사람에게 절대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원칙이 있었다.
당시 박근혜와 함께 사진한번 찍으려고, 부나비처럼 덤벼드는 정치인들, 박근혜를 수행할 기회를 잡으면 옆에 짤싹 붙어서 매스컴의 물타기출연이라도 하고 싶어하는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았었나?
대표 비서실장을 그만두고 난뒤 박근혜당대표가 진영의원을 불러 어떤 일과 역할을맡고 싶으냐고 물었다. 박근혜로서는 1년동안 자신의 비서실장으로서 지켜본 진영의원을 어떤 형태로던 적소에 기용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진영의원은 사양을 했다. 대표 비서실장을 하고 당직을 맡으면 남들이 박근혜의 보은인사라고 할것이고 이것은 대표께 누가되는 것이라며 사양을 했다.
경선 캠프가 꾸려지기 전, 진용을 갗추기 위한 채비를 할때 박근혜가 진영의원을 불렀다. 당연히 캠프에 합류해 달라고 했을것이다. 진영의원은 박근혜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국회의원은 캠프에 들이지 마십시오.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열심히 표밭을
다지고 캠프는 순수 전문가들로 구성해서 진용을 갖추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오랫동안 여의도 정치를 경험한 진영의원으로선, 국회의원의 경쟁심리와 정치인의 본능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을것이다. 그들이 캠프에 합류함으로서, 경선승리라는 대의보다는, 자신을 위한 서로간의 경쟁이 일어났을때 캠프의 혼란을 염려했던 것이다.
캠프는 정치에 물들지않고 그래도 순수한 외부전문가들로 구성하여 전체적인 경선전략을 수립하고,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역에서 표밭을 다지게 해야 한다는 전략을 건의한것이다.
박근혜도 수긍을 했지만 경선은 상대적인것. 이명박캠프나, 박근혜캠프나 양진용 공히, 국회의원에게 모든 힘이 쏠려있는 한국적토양에서 힘있는 국회의원을 캠프에서배제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야심을 가진 국회의원일수록 캠프의 요직을 차지하기위해 물밑에선 치열한 기싸움과 술수가 있었다.
순수전문가들은 외곽조직으로 밀려나고, 자신의 지역에서 한표라도 더 확보해야할 국회의원들이 캠프의 요직에 앉아 전문가들을 진두지휘하는 형태로 구성이 되었음은지금도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이것은 양캠프 모두.. 일부에 해당되는 의원들 이야기이다.
친박의 유승민, 김재원, 이정현의원들을 높이 평가하고 칭찬하는 글도 쓴적이
있으니만큼 혹시 오해는 없으시길~
- 박근혜의 책사 유승민.
- 박근혜의 영원한 서포터즈 김재원의 변신.
- 박근혜의 호남지킴이 이정현
진영의원은 거듭된 요청에도 끝까지 경선캠프에 합류하지 않았다.
자신이 모셨던 윗사람 박근혜에게 말했다.
“저는 어디에 있던 대표님을 지켜보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곳에 있더라도 항상 대표님
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박근혜캠프의 음해와 압력, 그리고 박빠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물론 이명박캠프의 협박성 러브콜도 이루말할수 없었지만 자신은 처음부터 중심이 흔들려본적이 한번도 없다고 했다. 그래도 내가 박근혜캠프에 합류하지 않은 아쉬움을 거듭 표시하자, 그는 ‘이야기는 길지만 이정도로‘하면서 웃음으로 대신했다.
투쟁, 전사, 책사 이런 말들은 진영의원과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이다.
내가 본 그날 진영의원의 이미지는 솔직히 젊잖다기 보다는 조용하고, 조용하다기
보다는 얌전하고, 얌전하다가 보다는 수줍은 소년이었다.
이야기할때도 고개는 반쯤 숙인체, 혼자 독백하듯 하다가 가끔 그 큰눈을 뜨고 쳐다
보며, 이야기할때는 나도모르게 웃음이 나왔었다. 여의도정치의 고수인 3선 국회의원
이라는 것이 도대체 믿어지지 않는 인상에 그심성이었다.
그는 관우나 장비같은 용장도 지장도 못되고, 제갈량이나 장량같은 책사에도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순정소설의 사춘기 주인공같은 순수와 열정을 가진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이다. 진영의원를 잘아는 사람에게 그는 한마디로 ‘착한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었다.
‘착한사람’ 진영이 그날 이런말을 했다.
“박대표님은 정말 착한분입니다. 심성이 여리고 착해서 앉은자리에서 누가 무슨말을
해도 조용히 경청하고 끝까지 다들어 줍니다. 그러다보니 가끔 대표님의 말씀을 왜곡
해서 앞서나가는 분들이 있지요”
경선이후 칩거하던 박근혜가, 유독 캠프에도 합류하지 않았던 진영의원을 불러 현안
을 상의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는 말이다. 두사람의 신뢰가 얼마나 돈독한지를 보여주
는 반증이기도 하고....
자리를 파하고 악수를 나누면서 내가 웃으며 말했다.
“진의원님과 대표님은 궁합이 잘 맞는것 같습니다”
Ps.. 그동안 진영의원에 대해 많은 분들의 오해가 많았습니다. 저역시도 그랬구요.
비록 우연하게 마련된 사적인 자리였지만, 박빠네티즌인 저로서는 참 유익한
얘기여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진영의원에게 혹 누가되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네티즌인 제가 누구한테 보고하고 글쓰는 것도 아니고.....
다만 기억에 의존했지만 사실을 덧칠하거나 각색하지는 않았슴니다. |
첫댓글 진영!!! 이런 정치인들 다 어디갔을까??? 신뢰의 정치인이죠...
말없이 다수가 이렇게 박전대표님 원 거리에서 지켜 봐 주시고 지원해 주신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