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REDSOX NATION 원문보기 글쓴이: sofuls
멸종 위기의 ‘너클볼러’ 팀 웨이크필드
레드삭스의 43세 너클볼러 웨이크필드는 10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습니다. ⓒ 게티이미지/멀티비츠 |
이제는 멸종 위기에 몰린 너클볼 투수 팀 웨이크필드입니다. 그는 2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6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짜릿한 1-0 승리의 주역이 되며 시즌 10승째를 거뒀습니다.
웨이크필드는 야구팬들에게 참 다양한 야구의 묘미와 추억을 남겨주는 투수입니다.
웨이크필드는 1이닝 4삼진을 기록한 투수들의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 명부엔 패스트볼이나 폭투가 유난히 많은 너클볼 투수들의 이름이 많습니다. 삼진을 잡고도 폭투가 돼 주자가 진루한 경우 또 삼진을 잡으면 한 이닝 4삼진이 가능해집니다.
그의 생애 최다 삼진 경기는 지난 2005년 9월 라이벌 뉴욕 양키스전으로 12개의 삼진을 잡았는데 완투하고도 0-1로 패전 투수가 됐습니다. 그는 또한 한 경기 6홈런을 맞은 일도 있습니다. 2004년 8월 디트로이트를 상대로 홈런 6방을 얻어맞았는데, 1947년 이후 한 투수가 6홈런을 맞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11대9로 승리하며 웨이크필드는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
너클볼 투수의 공은 투수 자신도 어디로 들어갈지 모른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만큼 제구가 아주 힘들고 기복이 심하다는 뜻입니다. 웨이크필드도 마찬가지인데 극명하게 보여주는 통계가 있습니다. 지난 2008년 5월 말에 웨이크필드는 380번째 선발 등판을 했습니다. 그런데 딱 절반으로 나눠서 좋았던 190경기의 평균자책점은 1.84였는데, 내용이 나빴던 나머지 190경기의 평균자책점은 8.03이었습니다.
웨이크필드는 원래 투수는 아니었습니다.
1966년 플로리다 주 멜본에서 태어난 티모시 스티븐 웨이크필드는 플로리다텍 대학을 다니던 중 1988년 드래프트에서 8라운드에 피츠버그에 뽑혀 프로가 됐습니다. 3루수로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한 그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 실력으로는 더블A 이상 진출하기 어렵다.’는 한 스카우트의 직언을 듣고는 내야의 다른 포지션을 시도해봤지만 역시 큰 발전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려서 아버지의 친구에게 배웠던 너클볼이 떠올랐고, 변신은 그렇게 번뜩 스친 생각에서 시작됐습니다. 프로 2년째 그는 완전히 투수로 전향했습니다. 그리고 1990년 시즌 그는 싱글A 리그에서 최다 선발 등판과 이닝을 기록하며 투수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다음해는 더블A로 승격됐고, 피츠버그의 마이너리그 전체 투수 중에 최다승(15승), 최다이닝(187.2)을 기록하며 최고 유망주로 떠올랐습니다.
92년 트리플A에서 시작한 시즌을 시작한 그는 7월 말이 되자 이미 6번의 완투를 포함해 10승을 거뒀습니다. 피츠버그는 치열한 페넌트 레이스를 벌이고 있었고, 그의 힘이 필요했습니다.
92 시즌 후반기 13경기에 선발로 나선 웨이크필드는 8승1패에 2.1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팀의 NL 동부조 우승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빅리그 데뷔전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삼진 10개를 잡으면서 완투승을 거뒀는데, 그날 투구 수가 146개였습니다.
후반기의 활약만으로도 스포팅뉴스는 그를 NL 투수 신인왕에 선정했을 정도였습니다. 애틀랜타와 만난 리그챔피언십에서 그는 톰 글래빈을 두 번이나 꺾고 2승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너클볼 투수에게는 숙명처럼 따라다니는 약점이 있습니다. ‘제구력 난조.’
웨이크필드의 너클볼의 구속은 55~69마일, 즉 88.5Km에서 111km 정도의 아주 아주 느린 속도입니다. 그 느린 속도의 공에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이유는 도저히 예측불허인 난해한 움직임 때문입니다.
너클볼은 투수의 컨디션 뿐 아니라 기온, 습도, 공기 저항, 바람의 속도와 방향, 그리고 공의 상태 등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니까 인력으로 제어할 수 없는 조건들이 아주 많다는 뜻입니다.
혜성처럼 등장해 파이어리츠 팬을 열광시킨 기묘한 공을 던지는 투수 웨이크필드는 빅리그 2년째인 93년 제구력 난조에 시달리며 6승11패 끝에 마이너로 쫓겨 갔습니다. 그리고 94년 내내 마이너에서도 제구력을 잡지 못하다가 트리플A 리그 최다 패, 최다 홈런 허용, 최다 볼넷의 악몽의 시즌을 끝으로 피츠버그에서 방출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야구선수의 직업을 잃은 지 6일 만에 보스턴 레드삭스가 그를 데려갔습니다.
95년 16승8패로 AL 재기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빅리그에 복귀한 그는 팀에서 요구하는 빈자리를 마다치 않고 채우면서 레드삭스의 가장 꾸준한 투수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99년 시즌 중반에는 갑자기 마무리로 전향, 데릭 로우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전까지 15세이브로 뒷문을 단속했습니다. 너클볼 투수가 마무리를 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도 신선했지만, 그는 제구력 난조의 불안에도 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웨이크필드는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은 후 174승을 거뒀습니다. 싸이 영과 로저 클레멘스가 공유하는 레드삭스 구단 최다승 192승이 18승 남았습니다. 그의 다음번 선발 등판은 레드삭스 이적 후 383번째가 됩니다. 클레멘스를 제치고 레드삭스 역사상 가장 많은 선발 등판을 하는 투수가 됩니다.
너클볼 그립. 잡기도 어렵고 던지기도 어렵고 제구는 더더욱 어려운 이 구질은 무회전으로 나비가 춤추듯이 홈플레이트를 향해 날아가다가 예측불허의 변화로 타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듭니다. |
2003년 ALCS에서 숙명의 라이벌 양키스를 상대로 웨이크필드는 1,4차전에 각각 선발로 나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7차전 8회까지 5-2로 앞서다가 동점을 허용하자 웨이크필드는 연장 10회에 또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삼자범퇴로 10회를 마친 그는 11회 애런 분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전 투수가 됐습니다.
그 경기가 끝난 후 웨이크필드는 레드삭스 팬들에게 공개사과를 했습니다. 그러나 2004년 개막전에서 펜웨이파크를 메운 팬들은 기립박수로 웨이크필드를 따뜻하게 맞았습니다.
웨이크필드는 2004 ALCS의 레드삭스 복수극에서도 일익을 담당했습니다.
19-8로 대패한 3차전, 레드삭스 불펜은 완전히 초토화됐고 희망은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4차전 선발로 내정돼 있던 웨이크필드는 구원을 자청했고, 의미 없는 경기에서 팀을 위해 3.1이닝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5차전 연장 혈투에 또 구원으로 나서 3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며 사상 초유의 3연패 후 4연승의 대역전극을 이끌어낸 주역이 됐습니다.
그의 희생정신은 팀 분위기를 확 바꿔놓았습니다.
올해 초에 벌어진 일화를 한 가지 더 소개하겠습니다.
레드삭스의 시즌 스타트는 끔찍했습니다. 4월15일 오클랜드 원정에서 선발 마쓰자카는 1회에 5점을 내주며 무너졌습니다. 구원 투수들에 대거 투입된 이 경기는 12회 연장까지 갔지만 결국 레드삭스가 6-5로 패했고, 팀은 2승6패의 최악의 스타트에 허덕였습니다. 다음날 프랑코나 감독 방은 장시간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마쓰자카와의 긴 미팅이 있었고, 결국 부상자 명단에 올린다는 암울한 결정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미팅이 끝나고 침울해 있던 프랑코나 감독방의 문에 고개를 쑥 들이민 선수가 있었습니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것이 웨이크필드가 한 말의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또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듯이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그날 경기에서 웨이크필드는 8회 원아웃까지 노히트노런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완투승을 이끌어냈습니다. 5회에 평범한 땅볼을 놓쳐 퍼펙트게임을 망쳐 자책하면서도 말도 못 꺼내던 3루수 마이크 로웰은 8회에 점수가 난 후에야 웨이크필드에게 다가가 “정말 미안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웨이크필드는 “뭐 때문에?”라며 씩 웃고 말았습니다.
그 승리부터 레드삭스는 11연승을 거뒀습니다.
웨이크필드는 빅리그에서 사회봉사 활동을 가장 많이 하는 선수로 유명합니다.
1998년 이후 웨이크필드는 보스턴 프란시스칸 아동병원과 제휴해 매년 어린이 환자들을 펜웨이파크로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운동장 투어를 해주고 있습니다. 지난 15년간 기금모금 골프대회를 개최해 수익금 전액을 병원에 기부합니다. 보스턴 지역은 물론 고향 멜본에도 자선단체를 만들어 불우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야구가 그에게 베풀어 준 많은 혜택만큼이나 더욱 많은 것을 지역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웨이크필드는 늘 주위를 돕는데 야구만큼 열정을 보입니다.
시속 90km도 안 되는 너클볼과 115km를 넘길 수 없는 패스트볼(?)로 무장한 웨이크필드. 그러나 그의 진정한 무기는 야구에 대한 열정과 팬들에 대한 봉사입니다. 그리고 춤추는 너클볼과 함께 43세의 나이에도 빅리그 최다승 선두에 올라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사라져가는 신비의 구질 너클볼을 던지는 그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그의 뒤를 이을 너클볼러가 빅리그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로 이 노장의 계약은 종료됩니다.
SEASON | TEAM | W | L | ERA | G | GS | CG | SHO | SV | SVO | IP | H | R | ER | HR | HBP | BB | SO | ||||||||||||||||||
1992 | Pittsburgh Pirates | 8 | 1 | 2.15 | 13 | 13 | 4 | 1 | 0 | --- | 92.0 | 76 | 26 | 22 | 3 | 1 | 35 | 51 | ||||||||||||||||||
1993 | Pittsburgh Pirates | 6 | 11 | 5.61 | 24 | 20 | 3 | 2 | 0 | --- | 128.1 | 145 | 83 | 80 | 14 | 9 | 75 | 59 | ||||||||||||||||||
1995 | Boston Red Sox | 16 | 8 | 2.95 | 27 | 27 | 6 | 1 | 0 | --- | 195.1 | 163 | 76 | 64 | 22 | 9 | 68 | 119 | ||||||||||||||||||
1996 | Boston Red Sox | 14 | 13 | 5.14 | 32 | 32 | 6 | 0 | 0 | --- | 211.2 | 238 | 151 | 121 | 38 | 12 | 90 | 140 | ||||||||||||||||||
1997 | Boston Red Sox | 12 | 15 | 4.25 | 35 | 29 | 4 | 2 | 0 | --- | 201.1 | 193 | 109 | 95 | 24 | 16 | 87 | 151 | ||||||||||||||||||
1998 | Boston Red Sox | 17 | 8 | 4.58 | 36 | 33 | 2 | 0 | 0 | --- | 216.0 | 211 | 123 | 110 | 30 | 14 | 79 | 146 | ||||||||||||||||||
1999 | Boston Red Sox | 6 | 11 | 5.08 | 49 | 17 | 0 | 0 | 15 | 18 | 140.0 | 146 | 93 | 79 | 19 | 5 | 72 | 104 | ||||||||||||||||||
2000 | Boston Red Sox | 6 | 10 | 5.48 | 51 | 17 | 0 | 0 | 0 | 1 | 159.1 | 170 | 107 | 97 | 31 | 4 | 65 | 102 | ||||||||||||||||||
2001 | Boston Red Sox | 9 | 12 | 3.90 | 45 | 17 | 0 | 0 | 3 | 5 | 168.2 | 156 | 84 | 73 | 13 | 18 | 73 | 148 | ||||||||||||||||||
2002 | Boston Red Sox | 11 | 5 | 2.81 | 45 | 15 | 0 | 0 | 3 | 5 | 163.1 | 121 | 57 | 51 | 15 | 9 | 51 | 134 | ||||||||||||||||||
2003 | Boston Red Sox | 11 | 7 | 4.09 | 35 | 33 | 0 | 0 | 1 | 1 | 202.1 | 193 | 106 | 92 | 23 | 12 | 71 | 169 | ||||||||||||||||||
2004 | Boston Red Sox | 12 | 10 | 4.87 | 32 | 30 | 0 | 0 | 0 | 0 | 188.1 | 197 | 121 | 102 | 29 | 16 | 63 | 116 | ||||||||||||||||||
2005 | Boston Red Sox | 16 | 12 | 4.15 | 33 | 33 | 3 | 0 | 0 | 0 | 225.1 | 210 | 113 | 104 | 35 | 11 | 68 | 151 | ||||||||||||||||||
2006 | Boston Red Sox | 7 | 11 | 4.63 | 23 | 23 | 1 | 0 | 0 | 0 | 140.0 | 135 | 80 | 72 | 19 | 10 | 51 | 90 | ||||||||||||||||||
2007 | Boston Red Sox | 17 | 12 | 4.76 | 31 | 31 | 0 | 0 | 0 | 0 | 189.0 | 191 | 104 | 100 | 22 | 4 | 64 | 110 | ||||||||||||||||||
2008 | Boston Red Sox | 10 | 11 | 4.13 | 30 | 30 | 1 | 0 | 0 | 0 | 181.0 | 154 | 89 | 83 | 25 | 13 | 60 | 117 | ||||||||||||||||||
2009 | Boston Red Sox | 10 | 3 | 4.18 | 15 | 15 | 2 | 0 | 0 | 0 | 94.2 | 93 | 44 | 44 | 6 | 9 | 36 | 50 | ||||||||||||||||||
Career Totals | 188 | 160 | 4.32 | 556 | 415 | 32 | 6 | 22 | --- | 2896.2 | 2792 | 1566 | 1389 | 368 | 172 | 1108 | 1957 |
첫댓글 글진짜짱이네요 뭬이크필드는 영구결번이되겠죠?제발 되라
당연하죠! 우승과도 함께 했으니깐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명예의 전당에도 넣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유니크하니깐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웨이크필드 경기장안팍으로 역시 좋은 선수네요..우리에겐 마너클이 있다는...예전 ㅎㄷㄷ한 모습으로 돌아와 너클볼도 가끔 던져주길..
스크루볼러와 너클볼러는 이제 멸종되어가는건가요..
정말 멋진 선수네요.
레드삭스는 자체적으로 매우 엄격한 영구결번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담할 순 없습니다.
스크루볼 누구 없나요 아...
몸망가진다는 것때문에 이젠 안던지나 봅니다..
멋지네요 윀필드옹.. 레드삭스 구단 역대 최다승 세우면 영구결번 해줘야 하는것 아닌가요.
레싹 영구결번 조건이 HOF 이상인지라 결번자가 매우 적습니다. 허나 그 조건들도 하나씩 깨트리면서 최근 결번자들이 생겨나고 있지요. 웩옹은 충분히 레싹 영구결번에 이를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참고로 웩옹의 계약은 몇년 전부터 무조건 400만불에 종신계약으로 되어있죠. 웩옹이 그렇게 계약한 못해도 400만, 잘해도 이듬해 400만 .. 너무 멋진 선수.
종신 400만불은 팀옵션 아닌가요? 그러니까 레삭이 계약 안한다 그러면 그냥 FA 혹은 은퇴로 풀리는...
내년시즌까지 뛰어준다면 200승은 충분히 찍을듯...정말 멋진 선수네요... 보스턴 팬인게 너무 좋음..ㅎㅎ
공이 안긇혀야 이기는분 ㅋㅋ
웨이크 필드하면 웬지 2003년 ALCS 마지막 경기에서 에런 분한테 끝내기 홈런을 맞은게 생각 나네요 ㅠㅠ
mlb는 하나도 모르지만 참 매력있는 선수네요. 팬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을듯.
너클볼 투수 얘기 나올때마다 제가 하는 생각, "포수, 니가 고생이 참 많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