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증평의 오일장이 서는 장날.한차례 점심손님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는지 식당은 한가했습니다. 이 집은 얼큰하고 푸짐한 칼국수로 유명한 식당입니다.
그때 시골 할머니 두 분이 식당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두 할머니는 자리에 앉아마자 이상스럽게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제 먹은 저녁이 잘못되았는지 영 거북쌀시럽네...”“그려? 그럼 어쩐다여...”“그래서 그런디...영 입맛이 없네 그려.”“그랴...그럼 한그릇만 시켜서 둘이 나눠 먹지 뭐.”“이봐요! 아줌씨...우리 한 그릇만 주셔잉~한 그릇이유!”
특히 마지막 한그릇을 유난히 강조하며 할머니는 주문을 넣었습니다.잠시 후, 주인 아주머니는 씩씩하게 두 할머니 앞에 주문한 칼국수를 내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한 그릇이 아닌 두 그릇이었습니다.
“한그릇을 두 그릇으로 나눠 왔어유~맛있게 드세유.”“아이고…이러지 않아도 되는디…”
주인 아주머니가 내어온 칼국수 두 그릇은 보통 주문한 양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각각의 온전한 칼국수였습니다.
두 할머니 앞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칼국수를 한 그릇씩 씩씩하게 식탁에 내려 놓은 아주머니는 주방으로 휑하니 가버렸습니다.
무럭무럭 김이 소담지게 피어오르는 칼국수를 앞에 놓고 두 할머니의 얼굴에는 보일 듯 말듯한 겸연쩍은 미소가 한순간 스쳤습니다. 그리고는 두 할머니는 정신없이 칼국수를 드셨지요.
속이 안 좋다던 할머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 뻘건 총각무를 입안 가득 베어 물며 연신 입맛을 다시면서 깨끗하게 국수그릇을 비워갔습니다.한 그릇의 칼국수 값을 아끼려고 엄살을 부리셨던 할머니들의 능청에 난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또한 그 능청스러움을 뻔히 알면서도 따뜻한 칼국수처럼 넉넉한 인정으로 연로한 할머니들에게 모른척 두 그릇을 아무말없이 갖다 준 주인 아주머니, 그들사이의 행복한 묵계를 저는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