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소화기내과 전문의 김정훈 원장
| 노인 변비, 방치 시 합병증 등 또 다른 문제 불러
| 이상증상 동반되면 대장내시경 등 검사 필요해
65세 이상에서 변비가 나타나면 나이 탓을 하며 가벼이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인 변비는 복부 팽만감, 복통을 유발하여 일상 속 불편함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치질, 장폐색증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또, 최근에는 만성 변비가 있는 사람은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치매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노인에서 변비를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소화기내과 전문의 김정훈 원장(강동천호내과의원)은 "노인 변비는 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질환"이라고 말하면서 "방치하거나 임의로 약을 반복적으로 등 잘못된 방법으로 관리할 시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어 주의가 당부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변비 증상과 함께 다른 이상 증상이 동반될 때는 대장내시경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훈 원장의 도움말로 노년층을 위협하는 변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김정훈 원장┃출처: 강동천호내과
Q. 노인에서 변비가 흔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만성변비는 임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능성 소화기 질환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16% 정도의 유병률을 보일 정도로 아주 흔한 질환입니다. 특히, 65세 이상에서는 여러 요인으로 유병률이 30~40% 정도까지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노인에서 변비가 흔한 이유로는 가장 먼저 ‘노화’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노화가 진행되면 여러 장기 조직의 변화와 생리적 기능 저하를 유발합니다. 배변활동과 연관된 장기들도 예외는 아닌데요. 연구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연구에 따르면 노년층은 노화에 의해 대장, 골반 근육 및 항문 기능 역시 저하되며 변비가 흔하게 나타납니다. 또, 노인에서 갑상선 기능저하증, 당뇨병, 파킨슨병, 척추 손상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노인에서 변비가 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고령이라는 점 외에도 △다양한 약물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소량의 식사 △치매 △활동 감소 △우울 등의 요인도 노인에서 변비 발생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Q. 변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노인 변비, 방치하면 다양한 문제를 부를 수 있다고요.
변비를 방치하면 복통이 자주 나타나고, 복부 팽만감, 조기 포만감, 가스 팽창이 나타나거나 오심, 구토 등 소화불량이 생겨 일상 속 많은 불편함이 찾아옵니다. 특히, 변비가 원인이 되어 생기는 합병증이 문제인데요. 가장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치질이 있으며, 흔한 일은 아니지만 변비로 인해 배변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장폐색증 발생 위험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항문 균열, 직장탈장, 요폐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켜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또한, 최근 연구에서는 만성 변비가 심뇌혈관계 질환의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밝혀질 만큼, 변비는 생각보다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노인 변비를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리하길 당부드리는 이유입니다.
Q.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 만큼, 노년층은 변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 같은데요. 노년층 중에서도 특히 주의해야 할 이들이 있을까요?
전신 질환이나 특정 원인에 의해 변비가 발생하는 경우를 이차성 변비라고 합니다. 노인의 경우 여러 전신 질환들로 인해 다양한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약물로 인한 변비, 즉 이차성 변비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노년층은 변비와 관련된 질환과 약물에 대해 알아두면 좋은데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당뇨병, 갑상선 기능저하증, 만성 신부전, 척추손상, 파킨슨병, 우울증 등이 있고요. 항히스타민제, 우울증 약, 항파킨슨제, 마약성 진통제, 일부 고혈압 약들도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Q. 노인 변비의 위험성에 이어 이를 관리하고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변비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병원을 꼭 찾아야 할까요?
혈변, 체중감소, 혹은 변비와 동반된 극심한 복통 같은 증상이 있을 때는 병원을 꼭 찾아 원인에 대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약물치료와 같은 경험적 변비 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도 병원에 방문해서 진료 후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Q.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노인 변비는 일반 변비와 마찬가지로 동반질환이나 복용 약물에 대해 파악하는 등 상황에 맞는 문진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이차성 변비 여부를 파악하고, 항문직장 수지 검사와 같은 이학적 검사를 통해 직장암 같은 기질적 원인을 감별해야 합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대장암 같은 원인을 배제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출구폐쇄형 변비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항문직장내압 검사를 통해 골반저 조율장애, 직장중첩증, 직장탈출증 등을 감별해야 합니다.
Q. 대장내시경 검사를 강조하셨습니다. 이 검사가 꼭 필요한 경우를 짚어주신다면요.
없던 변비가 새로 발생했거나 배변 시 피가 나오는 경우, 그리고 의도치 않은 체중 감소, 대변 굵기의 변화, 심한 복통,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대장내시경 검사가 꼭 필요합니다.
Q. 대장내시경 검사, 노년층에서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나요? 노년층의 경우 안정성에 대한 걱정으로 큰 병원에 가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요.
노년층에서의 대장내시경 검사가 안전할지에 대해 많은 환자분들이 궁금해합니다. 또 걱정으로 검사를 망설이는 분들도 많이 보는데요. 이에 대한 연구가 많지는 않지만, 2008년도 대한임상내시경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80세 이상 노인에서도 대장내시경 검사는 유용하고 안전하게 시행될 수 있다’고 발표된 바 있습니다.
논문이 발표된 당시와 비교하여 현재의 의료진은 환자 모니터링이나 수면법에 대한 경험이 더 많이 쌓였고요. 의료진들이 안전한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노년층에서도 검사가 필요한 경우 전문의와 상의하면 검사를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꼭 큰 병원이 아니더라도 거주지 근처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안전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대장내시경을 받을 병원을 선택할 때에는 병변 발생 시 당일 용종 제거가 가능한지, 내시경 세부전문의 등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이 있는지 등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변비 증상 등으로 대장내시경 검사가 필요할 경우, 노년층에서도 안전하게 검사를 받아볼 수 있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Q. 변이 나오지 않으면 임의로 변비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변비약, 반복적으로 복용해도 괜찮을까요?
약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거나 신체에 다른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하고 걱정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변비 약물의 복용이 중요합니다. 변비약은 작용기전에 따라 크게 부피형성하제, 삼투성하제, 자극성하제로 나눌 수 있는데요. 이러한 약물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투여해야 효과적으로 변비를 치료할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에 있어 일차적으로는 주로 부피형성하제나 삼투성하제를 투여합니다. 이에 효과가 없을 경우 자극성하제를 사용해 볼 수 있지만, 장기투여에 대한 안정성 문제로 관리가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1~2년 투여에도 안정성이 입증된 프루칼로프라이드(Prucalopride)나 루비프로스톤(Lubiprostone) 같은 신약들이 효과적일 때가 있습니다.
변비가 있을 때 임의로 변비약을 투약하는 것을 삼가고, 전문의 진료를 통해서 상황에 맞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Q. 마지막으로 노년층이 지켜야 할 올바른 변비 관리∙예방법을 짚어주신다면요.
변비를 예방∙완화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 운동학회에서 대한내과학회지에 2015년에 발표한 임상진료지침을 참고하여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낮은 수준의 신체활동은 만성 변비와 연관될 수 있으므로 주 3~5일, 하루 20~60분가량의 중등도 이상의 신체활동을 꾸준히 하면 좋습니다. 또한 수분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식이섬유는 만성 변비 환자에서 배변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으며 심각한 부작용이 없어 만성 변비 초기 단계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유산균 섭취도 일부 변비 환자에서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올바른 배변습관도 중요합니다. 배변을 참지 말고, 10분 이상 변기에 오래 앉아 있지 않도록 주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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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