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사진을 위해 링크 걸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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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1th, 2007
the first day in London
런던아이에서 바라본 빅밴 & 국회의사당
새벽 6시쯤 됐을까, 싱그럽다 못해 시끄럽게까지 지저귀는 새들의 아침 인사에 눈이 떠졌다.
그런데, 몸이 이상하다.
말레이시아에서 영국까지 13시간을 날아오는 동안 빵빵한 에어컨 바람을 사정없이 받아주신 몸이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비를 맞더니,
결국 밤새 방안의 찬 기운에 이겨내질 못했던 탓이리라.
목도 따갑고, 몸은 감기 몸살 전초전이라도 치루듯 으슬으슬하다.
이거이거,, 왠지 불안한데.
첫날부터 이러면 어찌된다는 거냐,,
부실한 콘플레이크와 토스트로 끼니를 떼우고 준비해 간 감기약을 톡톡 입안에 털어넣고는
그렇게 길을 나섰다.
어찌됐던 여행자니까. 여행자는 방랑에 제 1 의무가 있는 법.
바라건데, 두 개씩 껴입은 반팔티와 긴 트레이닝 팬츠가 오늘 나를 추위로부터 잘 지켜줘야 할텐데.
긴팔 가디건 하나 챙겨온 게 잘못이었다는 걸 이제와서 후회해 무엇하랴.
"방수점퍼 하나 사가지 그러니.." 떠나오기 전 아빠의 걱정어린 말씀은 귓가에 맴돌 뿐.
9시쯤 길을 나섰다.
호스텔에서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정복해 보기로.
런던아이를 거쳐 빅밴, 국회의사당, 웨스트 민스터 사원을 오전동안 여유있게 둘러보기로 맘을 먹고
런던의 아침 거리를 거닐기 시작.
전날 밤 호스텔 찾는다고 방향 하나 지대로 못 잡더니,
이거이거 나가는 길 마저도 감을 잡지 못하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_@;
오늘도 불안불안한 걸, 김양.
영화, "이프 온리"에서의 어어쁘고 멋진 두 남녀 커플의 감동적인 러브신이 있었던, 런.던.아.이.
와우! 소리 한 번 질러줘야 하는데, 몸은 춥고, 바람은 오진장 불고 기분이 안난다 이말이다.
구름 낀 하늘을 배경으로 똥그란 눈 모양으로 생겨먹은 런던아이가 떡하니 내 앞에 자리잡고 서 있다.
그런데 마치 눈을 부라리고 날 째리는 것 같다.
"너 여기 왜 왔니?"라고 따져 묻기라도 하듯.
김양, 심하게 맘이 꼬여있다.
빅밴으로 향하는 웨스트 민스터 다리 위에서, 암울한 런던의 런던아이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없다.
런던아이 앞 조그마한 공원을 청소하는 브리티시 환경미화원 아저씨 몇,
푸른 잔디가 짙게 깔린 공원을 바삐 가로질러가는 브리티시 샐러리맨즈.
런던엔 언제나 그렇듯 또 다른 하루가 평범하게 시작되고 있다.
그 곳에, 어울리지 않는 내가 끼어버림으로 해서 뭔가 다른 런던의 아침이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런던아이 앞에서 열리고 있다.
에이씨, 그냥 자리를 뜨고 싶다.
툴툴, 입은 뾰루퉁 해가지고서는,
보온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얇은 가디건을 탓하며 웨스트 민스터 다리로 터벅터벅,,
꼴도 보기 싫은 런던아이, 뒤돌아 쳐다보지도 않는다. 뭐가 이렇게 단단히 꼬인거니,,
내 시야 레이다망에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한국인 무리가 잡혔다.
남자 몇 여자 몇,, 런던아이를 보더니 아주 환장을 한다.
쳇, 내가 누리지 못하는 감동과 환희를 지대로 즐겨주는 모습에 괜히 아랫배가 아프다.
나쁜 김민영, 이기적인 김민영.
매력적이더라, 빅밴. 넌 정말이지 "BIG BEN"이었어!
웨스트 민스터 다리 위는 빅밴을 조그만 디카 화면에 조금이라도 멋지고 뽀대나게 담기위해
연신 애를 써대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서커스장.
그야말로 별의 별 포즈들이 다 나온다.
다리 위에서 엎어치기, 2단 옆 날라차기, 다리 난간 위에서 공중 부양하기 등등의,,
징그러운 관광객들.
나도 관광객인거 안다. 그런데도 이런 관광객들이 혐오스럽단 생각이 감히 드는 걸 어쩌나,,
그냥 발자국 하나 남기듯 웨스트 민스터 사원으로 향하는 길목에 찍듯 안찍듯 한장 겨우 콩- 박은 뒤,
웨스트 민스터 사원으로.
그 이른 아침에도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서있는 관광족.
사원 좌측 문이 되 주시겠다.
성공회 성당인 웨스트 민스터 사원 정문
로버트 윌리엄 주니어 3세, 여기 납셨다.
길게 줄 서 있는 관광객 무리를 보고 질린 내 입에서 나온 한 마디, "천박스러워" -_-
그래서 사원 옆에 자리잡고 있는 세인트 마거릿 쳐치 St. Margaret Church에 들어가버린 나.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다리는 벌써부터 아프고, 몸은 점점 불덩이가 되어간다.
멈출 줄 모르고 부는 매서운 바람따라 내 마음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으례 성당이란 곳엘 들어가면 마음이 잔잔해지면서 무언가를 간절히 비는 기도를 하게 되지만
만사 귀찮았던 나로선, 멍-하니 앉아만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여행 첫 날부터 대단한 고비를 맞은 나 자신 내부 속의 갈등이 그저 짜증스럽기만 하다.
차라리 다른 사람들처럼 와-와- 환성을 터뜨려가며 그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흥분에 빠져버리는 것이 백만배 낫겠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맘 대로 되어주질 않는 거다. 이 놈의 청개구리같은 몸.
to be continued...
첫댓글 사진이 엑박이에요ㅠㅠ
흑흑 ㅠㅠ 사진이 어찌하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