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지른 암벽에 헬기 닿을뻔…35세 특수구조대, 아찔했던 8월
손성배2024. 12. 8. 05:00
지난 4월 4일 오후 10시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 소속 최선(35) 소방장이 시흥 월곶동 소래포구 인근 갯벌에 고립된 70대 남성을 구조해 올라오고 있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바닷물이 차오르는 서해 갯벌 위에서, 산세가 험준한 북한산 절벽에서 소중한 목숨을 연속으로 구한 특수구조 소방관이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특수대응단 119 특수구조대 구조2팀 소속 최선(35) 소방장을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 ‘라이프 세이버(life saver)’로 선정했다. 라이프 세이버는 생명이 위험한 이를 신속히 구한 소방공무원에게 주는 상으로, 특수구조대원이 연속으로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부터 5년째 특수대응단에서 일하고 있는 최 소방장은 지난 4월 4일 오후 9시 30분쯤 경기 시흥 월곶동 소래포구 인근 갯벌에서 70대 남성이 길을 잃고 고립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주변에 빛이 없고 고압 송전탑이 있어 소방 헬기가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바닷물이 들어차는 와중에 최 소방장은 호이스트(hoist·로프로 중량물을 달아 감아올리는 기계)에 의지해 A씨가 공중에 비추는 스마트폰 불빛을 따라 약 30m 아래로 내려갔다.
그는 “무릎까지 빠지는 갯벌 때문에 20여m를 기어서 대상자에게 접근했다. 할아버지가 내 손에 닿는 순간 안도감을 느꼈다”며 “캄캄한 바다 위에서 헬기 조종사와 호이스트를 움직이는 정비사, 구조대원 동료들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특수대응단 항공2팀과 특수구조대가 지난 4월 4일 오후 10시쯤 시흥 월곶동 소래포구 인근 갯벌에 고립된 70대 남성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헬기에 매달린 특수구조대원이 특수구조2팀 최선(35) 소방장이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A씨는 구조된 곳에서 1.2㎞ 떨어진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치매 노인이었다. “갯벌인 줄 모르고 빨리 집에 가려고 어두운 길로 걷다가 방향을 잃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얇은 옷을 입고 있어 체온계로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체온이 낮은 상태였다. 물이 계속 차오르는 상황에서 헬기 구조에 성공해 항공팀과 구조팀의 팀원 5명이 2분기 라이프 세이버를 수상했다.
최 소방장은 “(로프에 의지해 구조한 게) 200번 넘다 보니 헬기에서 하강하는 건 무섭지 않지만, 대상자에게 다가갔을 때 혹시 잘못 건드려 구하지 못하게 될까봐 염려하는 순간은 종종 있다. 신중에 신중을 더해 ‘실패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 때 대상자에게 장비를 채웠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 소방 구조대가 참가하는 로프구조 경연대회에도 매년 출전하고 있다.
지난 8월 8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 소속 최선(35) 소방장이 북한산 의상봉 6부 능선 부근 암벽에서 탈진한 채 매달려있는 60대 여성을 구조하려고 헬기에서 하강해 접근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지난 8월 8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 소속 최선(35) 소방장이 북한산 의상봉 6부 능선 부근 암벽에서 탈진한 채 매달려있는 60대 여성을 구조하려고 헬기에서 하강해 접근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최 소방장은 가장 아찔했던 기억으로 지난 8월 8일 오후 12시쯤 북한산 의상봉 6부 능선 부근 암벽에서 구조했던 순간을 꼽았다. 이 구조 활동으로 그는 3분기에도 라이프 세이버로 선정됐다. 깎아지른 암석 절벽에 60대 여성 B씨가 1시간 넘게 매달려 있다는 신고였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헬기 로터와 블레이드(날개)가 암벽에 닿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또 B씨가 안전 로프 없이 암벽 등반을 하다가 탈진한 상태여서 헬기가 하강할 때 생기는 바람도 위험했다. 최 소방장은 암벽에 부딪혀가며 B씨에게 다가가 안전 장비를 채우고 공중으로 끌어올렸다.
최 소방장은 “2~3번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다 보니 팔에 힘이 다 빠져 정말 이를 악물고 구조 대상자를 붙들었다”며 “일선 현장에서 최우선으로 활동하는 소방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특수대응단 대원이 될 수 있도록 이름처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 소속 최선(35) 소방장과 용인 처인구 특수대응단 헬기장에서 출동을 준비하는 경기소방 응급의료헬기 아구스타(AW139). 2010년 도입된 아구스타는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이 공중에서 중증 응급처치가 가능한 이른바 '하늘 위의 응급실'이다. 손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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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 하셧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해도 저물어 가네요
남은 시간도 즐거운 휴일 되세요
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쉬어 가는 마음으로 즐거운 시간
행복한 휴일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쉬어 가는 마음으로 즐거운 시간
행복한 휴일 되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