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쓸쓸한 위로</b>         구수영</p><p> </p><p>오후 네시, 뒷목을 끌어당기는 피로가 이슥하다</p><p> </p><p>잘 볶아진 원두로 내린 드립 커피나</p><p>커피머신에서 갓 뽑아낸 에스프레소로는</p><p>해결할 수 없는</p><p>설탕과 커피와 프리마의 황금비율이 만든 종이컵</p><p>커피의 치명적인 매력을 아는지, 순서지를 뽑아</p><p>기다리는 사람들 틈에서 곧 부서질 것 같은</p><p>낡은 수레 하나</p><p>종이컵 커피를 마시던 아버지</p><p>입가에 묻어나던 안도의 미소가</p><p>땀을 흘리다 주름진</p><p>혈관마다 빠르게 도는 블랙 수액</p><p>위태롭고 쓸쓸하지만 반짝 피어오르던</p><p> </p><p>백원짜리 동전 세 개가 만든 위로</p><p>혹시</p><p>당신이 또렷한 목소리로 그 커피가 우리에게</p><p>미칠 수 있는 여러 개의 해악을 반나절쯤</p><p>나열한다 해도</p><p>오후 네시는 그렇다</p><p>손에 쥔 꼬깃한 순서지를 던지고</p><p>화살기도보다 빠른 달달한 6온스 종이 커피에</p><p>기대 이 어둔 터널을 지나고 싶은</p><p> </p><p>- 시와편견, 2021 가을호</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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