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콘테의 최대 장점
콘테 선임에 대해 미심쩍어하시는 첼시팬분들이 좀 있는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현재 가능성 있는 선택지 중 최상으로 보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콘테는 물론 전술적으로도 뛰어난 감독이지만, 그보다 높게 평가 받아야 할 능력이 선수단 장악과 위닝 멘탈리티 고취죠.
부임 전에 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7위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그 기간 동안 열거하기도 힘든 각종 굴욕적인 경기를 겪었던 유벤투스 구단의 분위기와 선수들의 멘탈리티는 참담했죠.
그 암흑기에 혜성 같이 등장해서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고 '이기는 팀의 분위기'를 제대로 심어준 게 콘테입니다. 피를로 자서전에서도 이와 관련해서 각종 일화가 많죠. 그리고 이 능력 때문에 피를로는 그 긴 선수생활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감독으로 콘테를 꼽고 있습니다.
솔직히 뭐 팀이 디펜딩 챔피언인데 감독이 어쩔 수 없이 사임해서 새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 같으면 모르겠는데 진짜 분위기 어수선할 때 부임하는 게 콘테라면 저라면 레드카펫 깔고 절하며 맞이할 겁니다.
2. 안정지향적이고 수비적인 감독이다?
그리고 전술적인 부분에서도 오해가 있는 게 많은 분들이 안정지향적이고 수비적인 감독으로 알고 계시는데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깁니다.
원래 콘테가 개인적으로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전술이 사이드를 적극 활용하는 424 공격축구입니다. 근데 유벤투스 처음 부임했을 때 보면 사이드로 기용할 수 있는 자원이 폼 떨어질 대로 떨어진 크라시치나 좋은 선수지만 탑클래스라기엔 명백히 부족한 페페 같은 선수들 뿐이었죠. 그래서 구단에 사이드 자원 요청했는데 챔스도 못 나가는 팀이 월클 사이드 자원을 어떻게 사오겠습니까. 기껏 사준다는 선수가 엘예로 엘리아... 이런 상황에서 424는 어불성설이죠.
그래도 처음에는 424를 쓰긴 씁니다. 그런데 리그를 진행하다보니 역시 사이드 자원이 빈약하고, 피를로를 최적으로 활용하기엔 트리덴테가 적절했던 데다가, 어느 한 명 벤치에 앉혀 두기엔 아까운 선수들이었던 키엘리니, 보누치, 바르잘리를 모두 활용하기 위해 352를 고안해낸 거죠. 352도 어느 순간 뚝딱 나온 게 아니라 실제 리그 경기에서 424, 433, 4141, 352 등 다양한 포메이션과 전술을 시험해본 결과였을 정도로 전술적인 유연성도 어느 정도 있는 감독입니다. 다만 본인의 독창적인 352를 성공시킨 뒤에는 어느 정도 전술적으로 보수화한 것도 사실이라 봅니다.
수비적인 감독이다라는 이야기는 위 포메이션 고안 과정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다양한 전술을 시험해 본 결과 유벤투스 스쿼드에 가장 적합한 포메이션은 결국 352였고, 352의 최대 단점 중 하나는 2선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어 투톱이 고립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콘테가 유벤투스에 있던 세 시즌 동안 첫 두 시즌 동안의 공격수들이 부치니치, 콸리아렐라, 마트리(+아넬카, 보리엘로, 오스발도 등등...) 등인데 이 선수들 모두 혼자서 차이를 만들어 내기에는 부족한 선수들이죠(물론 부치니치는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콘테는 분명 2선에서 흔들어주면서 개인능력으로 뭔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격수를 원했을 테고, 그래서 1213 시즌 전에 영입한 선수가 지오빈코였는데 지오빈코 역시 그 전 시즌 파르마에서 보여줬던 센세이셔널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실패했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팀의 스쿼드상 가장 적합한 포메이션은 352인데 정작 투톱에 설 선수들의 역량은 콘테가 기대하는 것만큼에 못 미친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던 것이죠.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공격적인 모습이 좀 부족한 거 아니야?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일단 리그만 보면 첫 두 시즌은 모두 리그 팀 득점 순위가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생각만큼 부족하진 않습니다. 여기에 마지막 시즌에 단비와도 같았던 테베즈 영입으로 인해 비로소 80득점 이상을 돌파하며 팀 득점 1위에 오르죠. 따라서 수비지향적인 감독이란 것도 완전히 맞는 얘기는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결론을 내려 봅니다.
3. 토너먼트에 약한 감독이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이것도 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봅니다. 일단 표본이 너무 적습니다. 콘테가 팀을 이끌고 챔피언스리그에 나간 시즌은 1213, 1314 딱 두 시즌뿐입니다. 처음으로 나간 챔피언스리그에서 콘테는 휘청대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첼시를 털고 서른몇 경기 연속 홈무패(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네요...)를 기록하고 있던 샤흐타르를 원정에서 잡고 16강에 올라갑니다. 16강 상대 셀틱 역시 도합 5대0으로 가볍게 털고 7년 만에 클럽을 8강에 진출시킨 뒤 8강에서 만난 게 바로 그 하인케스의 바이언이죠... 역대급 팀으로 회자되며 결국 트레블까지 달성한 팀을 상대로 챔피언스리그에 첫 출전한 감독이 털렸다고 폄하될 수는 없겠죠. 거기다 콘테는 바이언의 사이드를 효과적으로 수비하기 위해 433을 쓰고 싶지만 페페가 장기부상 중이라 어쩔 수 없이 352를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죠. 결과적으로 본인이 정말 원했던 전술은 사용하지 못했던 셈이죠. 따라서 1213 시즌은 실패라고 보기엔 너무 가혹하다 봅니다.
물론 다음 시즌에 요렌테베즈로 조별예선 광탈한 건 저도 쉴드불가라고 봄ㅋ
결론은 콘테의 토너먼트 능력에 대해서 아직 이렇다저렇다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입니다.
글이 길어졌는데, 결국 저의 결론은 처음에도 썼듯이 "팀이 디펜딩 챔피언인데 감독이 어쩔 수 없이 사임해서 새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 같으면 모르겠는데 진짜 분위기 어수선할 때 부임하는 게 콘테라면 저라면 레드카펫 깔고 절하며 맞이할 겁니다"라는 겁니다. 구단 역사상 최악의 사건을 겪고 다시 올라와 도약을 준비할 때 다시 암흑기에 빠져버린 팀을 유럽 4대리그 중 하나에서 첫 시즌에 무패우승 시키고 다다음 시즌에 리그 최다승점으로 우승시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지 다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얼마나 읽으실 지는 모르겠지만 긴 글 읽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이건 여담인데,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 것 같은 사실인데 재밌는 게 무리뉴가 콘테를 개인적으로 엄청 좋아하죠ㅋㅋ 콘테랑 개인적으로 친분있을 일도 없는데 레알 감독할 때부터 콘테 보면 자기랑 비슷해서 개인적으로 호감이 간다고 인터뷰 했었죠. 그리고 스코메세폴리 때문에 콘테가 유에파 감독모임에 참여하지 못했을 때 콘테 같은 감독이 이런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는 건 말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바이언한테 1차전에 털렸을 때 뜬급없이 콘테한테 자신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고 조언해주기도 했죠ㅋㅋ 암튼 끝이 좀 안 좋긴 하지만 구단 최고의 레전드 감독이 후임으로 언급되는 감독에게 이전부터 호감이 있었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는 재밌네요
첫댓글 좋은 글이네요...
저도 콘테면 대애박이라 생각하지만, 몇몇분들은 조금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계시네요
처음부터 콘테면 대환영이었음 ㅋ
가릴처지아님 ㅋㅋ
음 저도 사실 13-14에서 광탈한 모습 때문에 우려가 되요. 12-13도 처음에 너무 고전하다가 막판에 첼시랑 샤흐타르를 연속으로 잡으면서 16강 올라간거다보니.. 하긴 이 때는 아직 전술이 완벽히 녹아들지 않았을 때이겠군요.
네 그래서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저렇다하기보다는 앞으로 더 지켜 봐야할 단계가 아니냐 생각하고 있습니다.
엎드려절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저도 1번은 확실히 그런 점도 고려해야 된다고 생각하네요ㅋ 나머지도 동의합니다.
콘테감독의 유소년 철학이나 로테이션은 어떤가요? 유소년에게 기회를 주면서 키우거나 주전과 로테이션을 어떤식으로 운용하는지 궁금합니다
유스 자원은 거의 쓰지 않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이건 콘테의 성향이라기보다 그냥 그 당시 유베유스 중 마땅히 1군에 올려쓸 자원이 없었다고 보시면 될 거 같네요...ㅜ
다만 1군 선수들 중에서 콘테 밑에서 크게 성장한 선수들이 확실히 많다고 확언할 수 있습니다. 로테이션 같은 경우는 크게 특징적인 건 없는데 적절히 잘 활용하는 편입니다(교체타이밍은 콘테의 단점 중 하나라고 생각). 특히 멀티플레이어들을 굉장히 선호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윗분말씀대로 안정적인걸 추구하는 감독이라면 유스를많이 쓰진않을것같네요
사실 감독으로서의 콘테는
실력은 확실히 검증됐지만
경력이 길지는 않아서
그의 성향이나 역량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거 자체가 시기상조로 보여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7위 팀을 무패우승 팀으로 바꾼 것만 봐도
진짜 능력있는 감독이죠. ㅎㅎ
잘 읽었습니다
완벽한 분석이고 상당히 객관적으로 글 쓰셨네요 완전 공감때리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