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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AI 산업, 정부와 대기업 주도로 성장 중
글로벌 기업들의 베트남 AI 시장 주목
IT역량 우수한 한국과 AI 분야 협력 기대
베트남 정부 및 대기업의 적극적인 AI 이니셔티브
베트남 정부는 2021년 1월 26일, '2030년까지의 인공지능(AI) 연구개발 및 적용에 관한 국가 전략(Decision 127/QĐ-TTg)'을 발표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해당 결정문에 대한 정부의 공식 영문 번역본에 '적용(application)'이란 단어가 56회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는 AI 기술 적용과 관련된 목표 설정과 실행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정부 기조에 발맞춰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인 빈그룹(VinGroup)은 빈AI(VinAI), 빈빅데이터(VinBigdata), 빈브레인(VinBrain) 등 3개의 AI 자회사를 설립했다. 세 회사에서 AI 관련 기술을 개발한 뒤, 다른 계열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기술을 적용해 고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빈AI와 빈빅데이터의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운전자 음주 측정, 졸음운전 감지와 경보, 360도 카메라, 자동 미러 조정 등의 기능을 개발했고, 이 기능은 전기차 자매회사인 빈패스트(VinFast)에서 출시된 차량에 탑재됐다. 주거 분야에서는 빈빅데이터가 개발한 지능형 CCTV가 자매회사인 빈홈(VinHome·아파트), 빈펄(VinPearl·호텔 및 리조트), 빈컴(Vincom·쇼핑몰) 등에 도입됐다. 또한, 의료 분야에서는 빈브레인의 지능형 이미지 분석 기능이 의료 분야 자매회사인 빈멕(VinMec·병원)에서 쓰이고 있다.
<베트남 빈그룹의 계열사 구조도>
[자료: 기업 홈페이지, KOTRA 하노이 무역관 종합]
또한, 베트남 정부는 2025년까지 베트남 고유의 챗GPT와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을 위해 AI 연구·개발에 집중 지원하고 있다. 현재 개발된 주요 LLM의 경우 베트남어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국가 특성상 정보 공개가 다소 폐쇄적이어서, 베트남 언어 정보 수집은 현지 기업이 글로벌 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베트남에서는 대기업 주도 하에 생성형AI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대기업은 수많은 고객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클라우드, 통신회선 등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자금력과 인력 등 자원도 풍족하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비해 보다 안정적이면서 빠른 속도로 생성형 AI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을 추진할 수 있다. 실제로 베트남은 국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잘로(Zalo)'를 개발한 VNG가 잘로에 자연어처리 기능을 탑재해 AI 음성비서 서비스 '끼끼(Kiki)'를 상용화했다. 또한, 빈AI와 빈빅데이터도 각각 '퍼지피티(PhoGPT)', '비지피티(ViGPT)' 등 베트남식 챗GPT를 개발 중이다.
베트남의 AI 비서는 시리(Siri)가 아닌 끼끼(Kiki)
AI 음성비서의 원조 격은 미국 애플의 시리(Siri)다. 다만, 현재 시리가 지원하고 있는 동남아시아권 언어는 태국어와 말레이시아어 뿐이다. 다행히 베트남에는 끼끼(Kiki)가 있다. 끼끼는 VNG의 계열사 잘로 그룹에서 만든 AI 음성비서 서비스다. 끼끼는 베트남인을 위한 앱으로, 오직 베트남어만을 인식할 수 있다. 끼끼의 장점은 베트남어 사용자의 언어적·문화적 특성을 학습해 이들의 사용 편의를 높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베트남어는 수도 하노이가 소재한 북부 지방과 경제 도시 호치민시가 소재한 남부 지방 간에 어휘·억양 등의 차이가 있는데, 끼끼는 이런 지역별 언어 차이를 이해하도록 학습돼 있다.
<베트남인을 위한 음성비서로 소개되고 있는 끼끼>
[자료: 끼끼(Kiki)]
끼끼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끼끼에 도움 받을 수 있는 유형을 크게 여덟 가지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다. 음악, 어린이 모드, 방향·위치, 소통, 계산, 언어, 일상생활 도구, 정보 검색 등이다. 음악의 경우 '특정 가사가 포함된 노래를 재생하라'고 지시를 내리면, 끼끼는 연계된 음악 앱 '징(Zing)'을 통해 명령을 수행한다. '웃기는 이야기를 들려줘'라고 명령을 내리면, 어린이를 위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외에 길 안내, 번역, 전화 발신, 문자 전송 등 스마트 소프트웨어의 대부분 기능을 음성인식으로 수행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여덟 개의 유형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능적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끼끼야, 오늘 기분이 어때'라는 유형 외의 질문은 인식하지 못한다. 이처럼 아직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끼끼는 베트남인 대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메신저 앱 잘로와 연계돼 있어 향후 기술 발전 가능성이 크다. 잘로 유저를 통해 추가 기능에 대한 수요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고, 향후 관련 기술 개발 시 수많은 유저에게 곧바로 적용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끼끼 애플리케이션 화면>
[자료: 끼끼(Kiki)]
AI와 모빌리티의 결합, ‘스마트 모빌리티’
베트남에서 AI 기술은 자동차에도 적용되고 있다. 선두 주자는 2019년에 설립된 빈AI다. 빈AI의 누구나 AI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다. 2022년에는 미국 투자회사 썬더마크 캐피탈이 전 세계 20대 AI 연구 기업 중 하나로 빈AI를 선정했다. 구글 딥마인드 출신인 부이 하이 흥(Bui Hai Hung) 박사가 CEO로서 빈AI를 이끌고 있으며, 현재 빈AI에는 AI·머신러닝·모빌리티 등 각 분야 전문가 200여명이 근무하며 AI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빈에이아이(VinAI)의 인테리어센스(InteriorSense) 솔루션>
[자료: 빈에이아이(VinAi)]
빈AI는 스마트 모빌리티 관련 기술을 '인테리어센스(InteriorSense)'와 '서라운드센스(SurrondSesnse)'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인테리어센스는 말 그대로 차 내부에 탑승한 운전자와 탑승자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인테리어센스에는 AI 기반 시선 추적, 눈 상태(눈 깜박임 빈도 등) 감지, 머리 위치 추적, 행동 감지 기술 등이 적용돼 있다. 이를 기반으로 운전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운전 실수를 방지하고 안전한 운전 환경을 제공한다. 이 솔루션은 운전자의 졸음운전, 주의력 저하를 비롯해 전화 사용, 흡연, 식사 등 운전과 병행될 경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한다. 이외에도 차량 도난 방지, 탑승자 분류(어린이, 반려동물, 놓고 내린 물건 등), 비접촉식 차량 제어를 위한 제스처 인식 기능 등이 인테리어센스에 포함돼 있다.
특히 빈AI는 AI 기술이 적용된 사이드미러 자동 조정 기능인 '미러 센스(Mirror Sense)'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기술력을 인정 받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는 운전자의 머리 위치와 시선 방향을 10mm 오차 범위 내의 정확도로 정밀하게 감지해 관련있는 사이드미러의 위치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기능이다.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한 빈에이아이(VinAI)의 미러 센스(Mirror Sense) 솔루션>
[자료: 빈에이아이(VinAi)]
빈AI가 개발한 또 다른 기술 서라운드센스는 차량 주변과 차량 하부를 360도 전방위로 볼 수 있는 멀티 카메라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운전 시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특히 오토바이 사용률이 높은 베트남의 도로 환경에서 유용하다. 실제로 베트남 도로의 커브길, 좁은 공간, 충돌 위험이 있는 구역에서 운전자의 안전성을 높였다. 이 기능은 빈AI의 자매회사인 빈패스트에서 출시한 차량 5만 대 이상에 탑재돼 있다. 또한 빈AI의 또 다른 자매회사 GSM(Green and Smart Mobility)은 빈패스트 차량으로 택시 승차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로써 현재 베트남에서는 이런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을 일상 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빈패스트 차량에 적용된 빈에이아이의 주차 보조 솔루션>
[자료: 빈패스트(VinFast)]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베트남 AI 기술의 미래
2023년 12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베트남에 방문해 "베트남의 인공지능 산업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향후 베트남과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관한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베트남을 엔비디아의 '제2의 고향(Second Home)'으로 만들겠다며 치켜세웠다. 이후 2024년 4월, 베트남의 ICT 대기업 FPT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베트남에 일명 ‘AI 공장(AI Factory)’을 건설하겠다는 내용의 전략적 협정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편, 같은 달에 팀 쿡 애플 CEO도 베트남에 방문했다. 팀 쿡 대표는 팜 민 찐(Pham Minh Chinh) 베트남 총리와 만났는데, 애플의 베트남 투자 확대 등 투자 협력 논의가 주요 방문 목적이었다. 하지만 팀 쿡 CEO는 총리와의 회담 외에도 부트로더, 엘사스피크 등 베트남의 AI 스타트업 관계자와 프로그래머를 만나는 일정을 수행했다.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두 글로벌 기업의 수장이 연달아 베트남을 방문했다는 것을 통해 AI 기술을 포함한 베트남의 첨단 산업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베트남은 정부 주도 하에 시장 영향력이 높은 대기업 위주로 AI 기술이 개발돼 적용되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 구조상 스타트업·중소기업에 비해 창의성과 혁신성이 제한될 수는 있다. 그러나 기술 개발 시에는 이들이 보유한 자원으로 바탕으로 비교적 빠른 속도로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어, 베트남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기술 적용’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AI 생태계가 확장된다면 베트남의 수많은 AI 분야 스타트업에게도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의 유력 벤처캐피탈 A사의 한 심사역은 하노이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및 대기업, 국영기업 등이 주도적으로 AI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이러한 분위기에서 스타트업의 AI 기술 개발도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사점 및 전망
<2020~2030년 베트남의 인공지능 시장 규모>
[자료: Statista]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베트남의 AI 시장이 머신러닝 분야의 급속한 발전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 2030년에는 2023년에 비해 시장 규모가 6배 넘게 성장하고, 시장규모는 약 34억 달러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베트남의 기술 발전은 ‘립프로깅(leapfrogging)’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립프로깅은 개구리가 뛰어오르듯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급속한 기술 도약을 뜻한다.
예컨대 한국은 결제 기술은 현금결제에서 카드결제로, 카드결제에서 전자결제로 점차적으로 발전했다. 반면 베트남은 카드 사용이 자리 잡기 전 곧바로 QR결제 등을 통한 비대면결제가 일상화됐다. 결제 기술에서 립프로깅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사례를 미뤄 봤을 때, 향후 베트남의 AI 기술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으며, 이 경우 IT 역량이 우수한 베트남과 한국이 AI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 Kiki, VinAI, VinFast, VNA, VnExpress, Statista, KOTRA 하노이 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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