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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약지향·엔바운드가 핵심 키워드
프리미엄 전략, 유통망 협업, 가치-경험 소비 마케팅 필요
올해 상반기 일본 소비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인바운드 소비’와 고물가에 대응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절약지향 소비’로 양분되고 있다. 엔저로 구매력이 높아진 외국인 관광객들이 프리미엄 제품 소비를 주도하는 한편, 일본 소비자들은 임금인상률보다 높아진 물가에 절약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가계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들의 임금인상 독려와 소득세 감세에 나선 상황에서 올 하반기 일본 소비시장 진출을 고민하는 우리 기업들은 현지 소비 트렌드를 눈여겨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 4월 실질가계소비, 회복 동력이 부족한 상황
지난 6월 7일, 일본 총무성은 2024년 4월 가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계조사는 소비 부문에서 중요 지표로 활용되는 자료다. 이에 따르면, 2인 이상 세대의 실질 소비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해 2023년 2월 이후 14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 일부 현지 언론에서는 임금 인상 효과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표명했다.
<소비지출 실질 증감률 추이 (2인 이상 세대 기준)>
(단위: %)
*증감률은 전년 동기 대비
[자료: 총무성]
하지만, 가계조사 통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일본의 가계소비 회복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다. 실질 소비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기저효과로 볼 수 있다. 전월 대비로는 오히려 1.2% 감소했으며, 2인 이상 세대의 54% 이상을 차지하는 ‘근로자 세대’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2022년 10월 이후 19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PwC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2020년 7월 이후 가계소비가 완만한 회복 트렌드를 보였으나 2023년 4월부터는 감소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내각부도 월례 경제보고에서 '개인 소비 회복세가 아직 답보 상태'라고 판단했다.
<가계조사 지표별 월별 추이>
(단위: %)
시기 | 실질소비지출 | 실질가처분소득 (근로자 세대) | ||
전년비 | 전월비 | |||
2022년 | 9월 | 2.3 | 0.7 | 0.1 |
10월 | 1.2 | 0.7 | △1.9 | |
11월 | △1.2 | 0.0 | △0.9 | |
12월 | △1.3 | △1.1 | △1.7 | |
2023년 | 1월 | △0.3 | 1.7 | △2.8 |
2월 | 1.3 | △2.0 | △1.0 | |
3월 | △1.9 | △0.9 | △5.0 | |
4월 | △4.4 | △1.3 | △0.6 | |
5월 | △4.0 | △0.4 | △7.4 | |
6월 | △4.2 | 0.5 | △5.1 | |
7월 | △5.0 | △2.9 | △6.4 | |
8월 | △2.5 | 3.9 | △5.4 | |
9월 | △2.8 | 0.2 | △4.7 | |
10월 | △2.5 | △0.2 | △5.1 | |
11월 | △2.9 | △0.5 | △4.2 | |
12월 | △2.5 | △0.5 | △7.4 | |
2024년 | 1월 | △6.3 | △2.1 | △1.7 |
2월 | △0.5 | 1.4 | △2.8 | |
3월 | △1.2 | 1.2 | △0.1 | |
4월 | 0.5 | △1.2 | △2.6 |
[자료: 일본 PwC]
물가 오름세 여전, 절약지향 소비로 전환 심화
총무성의 가계조사 내용 중 소비지출 통계와 세부 내역을 보면, 일본 소비자들의 소비행태가 절약지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4년 4월 소비지출 세부 내역을 보면, 교육, 보건의료, 주거, 의류 등 필수 항목의 지출은 증가했다. 반면, 교양오락, 식료품, 광열·수도, 교통·통신 등은 고물가의 영향으로 지출이 감소했다.
<2024년 4월 소비지출 세부 내역>
(단위: 엔, %)
명 목 | 금액 | 실질 증감률 | 적 요 |
식료품 | 83,816 | △2.7 | 채소, 육류 등 |
주거 | 16,482 | 3.5 | 임차료, 수선유지비 등 |
광열·수도 | 25,614 | △1.9 | 전기·가스 요금 등 |
가구·가사용품 | 11,619 | 1.9 | 가정용 내구재, 침구류 등 |
피복 및 신발 | 11,269 | 11.3 | 피복류 및 관련 서비스 등 |
보건의료 | 14,929 | 1.2 | 보건의료서비스, 의료용품 등 |
교통·통신 | 40,495 | △10.2 | 대중교통, 자동차 관련 비용 등 |
교육 | 24,487 | 25.9 | 수업료, 학원교육 등 |
교양오락 | 29,738 | △9.2 | 여행, 서비스, 관련 내구재 등 |
기타 | 54,851 | ||
소비지출 계 | 313,300 | 0.5 | 14개월 만의 증가세 전환 |
소비지출 계(주거등 제외) | 273,702 | 0.0 |
[자료: 총무성]
지출액 감소의 또 다른 요인은 실질임금의 감소세이다. 지난 6월 5일, 후생노동성은 매월근로통계조사를 통해 2024년 4월 실질임금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역대 최장기간인 2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춘투(春鬪) 기간에 높은 임금 인상이 이뤄졌으나 물가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해 실질임금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질임금지수 증감률 추이(5인 이상 사업장 기준)>
(단위: %)
*증감률은 전년 동기 대비
[자료 : 후생노동성]
이러한 배경은 일본 소비자의 소비 행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높아진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절약지향 소비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바운드 소비는 역대 최고, ‘엔(円)바운드’ 신조어 등장
반면, 방일 외국인 관광객의 인바운드 소비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바운드 소비처인 백화점의 매출액은 26개월 연속 상승했다. 일본백화점협회에 따르면, 2024년 4월 일본 전국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9% 성장한 4441억 엔이었다. 특히 도쿄 지역 백화점의 매출은 1352억 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 이로써 32개월 연속 성장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 소비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면세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184.3% 증가해 599억6000만 엔을 기록했다.
<일본 전국 백화점 매출액 및 증감률 추이>
(단위: 억 엔, %)
[자료 : 일본백화점협회]
인바운드 소비의 대표 품목인 귀금속·보석류 매출도 크게 개선됐다.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2023년 일본 내 주요 백화점에서의 귀금속·보석류 매출은 5143억 엔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36.8% 증가했다. 이는 방일 외국인 관광객 증가, 금 가격 상승, 엔저 심화, 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소비 분출 등의 요인으로 설명된다.
<백화점 귀금속·보석류 매출액 추이>
(단위 : 억 엔)
[자료: 제국데이터뱅크]
결국 이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 소비를 이끌고 있는 것은 바로 방일 외국인들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2024년 4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약 304만 명으로 2개월 연속 300만 명을 돌파했다. 또한 올해 관광객 누계치는 이미 2019년 대비 5.7%가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1분기 방일 외국인의 여행 소비액도 1조7505억 엔으로 분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방일 외국인 관광객 월별 추이 (2017년~2024년)
(단위 : 명)
[자료 : 일본정부관광국(JNTO)]
이처럼 저렴해진 엔화를 이용해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증가하고, 외국인들의 일본 내 소비가 증가하는 트렌드에 대해 일본경제신문은 ‘엔바운드(円バウンド)’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고물가’ ‘엔저’ 반영된 일본의 상반기 소비 트렌드
이처럼 양극화된 소비 행태는 올해 상반기 일본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실질 소득 감소와 미래 불안감 확산으로 절약 소비가 생활화되면서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중국의 온라인 유통망인 테무(TEMU)와 쉬인(SHEIN)이 초저가를 무기로 일본 소비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가성비를 높인 PB상품 구매와 중고상품 거래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또한, 신용카드와 스마트폰 결제 등 캐시리스 결제 비중이 높아지면서, 포인트를 생활비 절약에 활용하는 ‘포이카츠(포인트+활동 합성어)’가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주요 포인트 서비스인 라쿠텐포인트, d포인트, V포인트, JRE POINT 등이 포인트 업계에서 새로운 플레이어로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야노경제연구소는 포인트 서비스 시장 규모가 2023년 2조6328억 엔에서 2027년 3조3999억 엔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팟워크(단기 근무)'는 일용직으로만 인식되던 것에서 벗어나, 틈새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아르바이트로 수익을 창출하는 타이파(타임 퍼포먼스·시간 대비 효율이 좋은 것) 활동으로 일본 소비자들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기업 입장에서도 숙련된 인력을 필요할 때만 활용할 수 있어 ‘윈-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이러한 수요에 맞춰 비즈니스를 확장 중이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잘 알려진 메루카리는 스팟워크 중개서비스인 ‘메루카리 할로’를 지난 4월 전국에 개시했다. 오픈한 지 약 3개월 만에 등록자 수 5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한편, 엔바운드의 소비트렌드는 면세점 쇼핑이 주를 이루던 ‘모노소비(もの消費)’에서 일본의 문화와 감성을 체험하는 ‘코토소비(コト消費)’, 그 날 그 자리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을 사는 ‘토키소비(トキ消費)’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경험하지 못했던 일본의 음식과 레저에 집중하는 양상이 눈에 띈다. 미쓰이-스미토모카드가 지난 1월 발표한 '방일 외국인 관광객의 신용카드 소비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항목 중 ‘레저(골프·영화 등)’와 ‘음식’ 부문에서 2019년 대비 각각 104%, 74% 결제금액이 증가했다. 과거 면세점 등을 중심으로 한 ‘폭매’가 아닌 가치와 경험을 소비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기업들도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소비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일본 회전초밥 체인점인 ‘쿠라스시’는 긴자에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일본의 축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음식가판대(야타이) 다다미 좌석 등을 설치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도요쓰에 새로 지어진 랜드마크 ‘천객만래(센캬쿠반라이)’는 ‘도쿄의 온천마을’을 컨셉으로 에도시대의 시장 풍경과 음식, 온천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시부야의 대표 명소인 ‘시부야 츠타야’는 최근 리뉴얼을 통해 스크램블 교차로가 보이는 곳을 유료 라운지로 변경하고 음료나 간단한 음료 등과 함께 편리하게 시부야 도심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2024년 일본 상반기 소비 키워드>
[자료: 일본경제신문]
일본 소비 트렌드에 따른 우리 기업의 대응 방안
현재 일본의 소비동향은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엔바운드 소비’는 엔저 현상과 방일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인해 현재의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절약지향 소비’의 경우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임금 인상과 6월부터 진행된 ‘소득세 감세 정책’의 효과가 아직 가계 소비에 반영되지 않았으며, 에너지 비용 지원 대책 종료로 전기와 가스 등의 비용 증가가 고물가 현상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일본 소비시장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맞는 진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먼저, 제품의 품질과 가치를 높여 실용성을 더한 ‘프리미엄 소비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고가, 고급화 전략이 아니다. 일본의 청·장년층과 노년층 모두가 함께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고, 차별화된 부가가치를 통해 브랜드를 형성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 ‘한류’는 이러한 부가가치의 대표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일본 시장 내 한류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우리 기업의 고품질 제품을 소개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저가 제품의 경우 일본 유통망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초저가’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무차별 전략'은 우리 기업에게 높은 장벽이 될 수 있지만, 현지 소비자에게 브랜드 가치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 기업의 소비재는 중국산 제품에 비해 가격대는 높지만, 품질이 우수하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를 활용해 현지 유통망과 협력해 PB상품 입점 기회를 발굴하고, 현지 시장 기반을 조성하는 점진적인 전략도 고려해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가치소비’와 ‘경험소비’에 집중하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일본경제신문은 일본 MZ세대를 중심으로 ‘재판매 가치’를 고려해 제품을 구입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보도했다. 가령 빈티지 의류라도 한정판이라는 ‘가치’와 예전 감성을 입는 ‘경험’이 소비의 중요한 기준이 돼 시장을 활발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내 유통기업과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일본 내 팝업스토어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사례가 있다. 이는 고물가와 엔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문화’와 ‘한류’를 경험하려는 일본 소비자의 수요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공 사례를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한류 확산 분위기를 이용해 일본으로 수출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들의 문의가 많다. 하지만 일본 소비 트렌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없이, 기회를 잡기 위해 섣불리 접근하는 기업도 일부 있다. 현지 온오프라인 화장품 유통기업 S사 대표는 KOTRA 도쿄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시장은 한국보다 유통구조가 복잡하고, 운영 비용이 높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에 대한 꾸준한 노력과 장기적인 협업관계 구축이 필요한 시장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지 시장에 대한 부단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통해 마케팅을 기획하고, KOTRA의 해외마케팅 지원을 활용해 단계별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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