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콤한 키스 ’
[09]
교무실로 돌아와 다음 우리 반 수업 선생에게 말을 전하고 자리에 앉아 출석부 정리를 하고 있었다. 뭔가 정신사나운 느낌에, 출석부와 학생기록부를 들고 교무실을 나와 아지트로 향했다. 3학년 교실을 지나쳐, 본 건물과 좀 떨어진 아지트. 그 곳은 아무도 모르는 곳. 사람이 자주 드나들지 않는 곳. 내 시간을 방해받지 않는 곳. 발걸음을 옮겨 그 곳까지 다다르니, 그 교실 앞에 누군가 쭈그려 앉아있는 여자아이를 볼 수 있었다. 무릎에 얼굴을 묻고 앉아있는 아이. 난 유안이라는 것쯤 알 수 있었다. 흔들어 깨우려다가 조심스레 걸어 잠근 자물쇠를 푼 뒤, 유안을 안아들고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 쇼파에 그녀를 눕히고 근처에 두었던 담요를 덮어주었다. 언제 여기까지 온거지? 나 나가고 깼었나? 혹, 양호선생과 나눈 얘기 들은 건 아니겠지?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전기포트에 물을 넣어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커피잔에 스푼으로 커피 한 스푼을 넣고 의자에 앉았다. '피이이이- 보글보글' 소리가 들려왔다. 파란 불이 들어왔던 전기포트는 어느새 빨간 불로 바뀌면서 뜨거운 김을 내 뿜고 있었다. 잔에 물을 쪼르르르 따르고 스푼으로 휘익 저었다.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커피잔 안을 후후 불며 한 모금 마셨다. 씁쓸한 커피가 입안을 감돌며 목으로 넘어간다. 커피의 제 맛은, 씁쓸함이다.
출석부와 학생기록부를 번갈아 보며 숙지하고 있을 때, '으음' 하며 뒤척이는 유안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참을 뒤척이다, 살며시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켜 세우는 유안이었다. 유안은 상황을 살피다 조심스레 날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 선생님, 나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요? "
" 안고 들어왔어. "
" 누가요? "
" 누구긴, 내가 안고 들어왔지. "
" 흠.. 감기약이라고 먹었던 그 약, 정말 수면제 같은거네. 이렇게 잠이 쏟아질까. "
" 따뜻하게 입고 다니지, 잠 좀 자니까 괜찮아졌어? "
" 음.. 그런 것 같아요. 뭔가 개운한게. "
" 마실꺼라도 줄까? "
" 네. 오렌지주스로 주세요! "
기운이 차린 듯 해 보이는 유안. 그래, 니가 기운 차린거 보니 나까지도 기운이 차려지는 것 같다. 난 미니냉장고에서 오렌지 주스를 꺼내어 잔에 따라 유안에게 주었다. 꿀꺽꿀꺽하며 한번에 다 마셔버리는 유안. 자면서 목이 많이 탔었나보다. 탁자위에 잔을 내려놓으며 입가에 묻은 오렌지주스를 손으로 대충 닦아내고 담요를 몸에 감싸며 무릎을 올려 얼굴을 기대었다. 그러면서 날 보며 말을 꺼낸다.
" 선생님, 지금 뭐하세요? "
" 담임역활. "
" 에. 지금 누구꺼 보는데요? "
" 니꺼. "
" 나 엄청 모범생인데! "
" 쿡. 그래, 모범생이네. 아주 당돌한. "
" 나 지금 놀려요? "
" 아니. 아. 니꺼 보고 나니까, 갑자기 피곤하다. "
내가 기지개를 피며 얘기하니까, 유안은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우물쭈물거리는 것 같아보였다. 나는 피식 웃으며 의자를 뒤로 돌려, 유안의 얼굴을 볼 수 있게 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얼굴을 무릎에 묻으며 말한다.
" 있잖아요.. 선생님.. 선생과 제사 사이는 사랑 하면 안되요? "
질문. 내가 선생이 되고 나서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었다. 이 아이 진심이었다. 보통 여학생들과는 다르다. 살며시, 조금씩 그녀는 내 마음속으로 파고 들어왔고, 그녀 마음속 또한 내가 살며시, 조금씩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얼굴을 올릴 때까지 아무런 말 없이 묵묵히 그녀만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무런 얘기가 없는 내가 얄밉기라도 했는데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어 부풀린 뒤 날 쳐다봤다. 쿡. 그 모습 너무 웃기잖아. 나는 고개 숙여 살짝 웃었다가, 다시 고개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난 말을 꺼내었다. 정말 진심을 담아 얘기했다.
" 누가 그래? 사랑 하면 안된다고.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말라 그래, 사랑해도 되니까. "
내가 한 말이지만, 뭔가 닭살스럽다. 허나, 유안은 내 말에 안심이 되었는지 바람을 빵빵하게 넣은 볼을 푸우우 바람을 빼며 싱긋 웃었다. 그래, 넌 웃어. 그래야 너 다운거니까. 난 그녀와 가까운 거리였기에 머릿칼을 헝클이며 입술에 살짝 키스를 했다. 생각보단, 그녀가 부끄러워해서 그런가.. 뭔가 아쉬움을 남긴 키스였다. 그래도 그녀와의 첫키스. 느낌은 꽤 사탕같이 달달했다. 그리고 난 그녀의 입술을 살짝 만진 후 얘기했다.
" 이러면, 나랑 연애 해줄려나? "
" 네? "
그러더니, 깜짝 놀란 얼굴을 하며 되물었다. 부끄러워하는 얼굴. 꽤 귀엽다. 손으로 입을 가린 체, 날 말똥말똥한 눈을 하며 바라보는데, 한번 더 키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머리카락을 헝클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고 내리며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살짝 고개를 숙이는 유안. 쿡. 나는 다시 내 쪽으로 바라보게 하고는 얘기했다.
" 나랑 연애 할래? "
" 네?! "
" 손유안, 너 나랑 연애 하자. "
*
멀뚱멀뚱. 그저 선생 눈만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진심이 가득 담겨진 말. 갑자기 들은 얘기라 뭐라 대답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나랑 연애 하자.' 라는 말. 내 심장을 더욱 더 쿵쾅 뛰게 만들었다. 아. 너무 뛰고 있어. 선생 귀에 들어 갈라.. 손유안. 너 너무 좋은 티 내는거 아니냐. 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휴우. 나는 안정적으로 심장 뛰게 하기 위해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어버리는 선생. 아. 나 아직 얘기 안했는데, 선생은 내 손을 놓으며 의자에 앉더니 다리 꼬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두근두근. 선생. 정말 잘 생겼네. 뽀얀 피부에, 깊은 눈, 진한 눈썹, 붉은 입술. 하아. 정말 미치겠다. 입맞춤을 한 뒤라 그런지, 괜히 입술을 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난 무슨 자신감이 생겼는지, 벌떡 일어나 선생에게로 다가가 선생 어깨에 손을 얹고 선생의 얼굴을 가까이 대기 시작했다.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혼란스럽지만, 난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그리고 선생의 입술에 내 입술을 대었다. 키스. 아까는 수줍은 키스였다면, 지금은 다른 느낌이다. 뭔가 홀릴 것 같은 느낌. 18년 인생을 살면서 처음 해보는 키스였다. 3분 가까이 되는 키스를 끝내고 난 조심스레 입술을 떼어내며, 얘기했다.
" 후회.. 안 할 자신 있어요? "
" 어. 너도 안 할 자신 있지? "
" 헤에- 당연하죠. "
" 큭. 그럼, 아가씨. 우리 약속의 의미로 키스 한판 더? "
그 말 끝남과 동시에 선생은 날 안아 자신의 무릎위에 앉게 하고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대었다. 그게 우리 둘의 세번째 키스였다. 키스라는거, 이상하지 않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기 전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를 한다는 거 꽤나 이상할꺼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상하지 않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달콤했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키스이다. 그렇게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선생과 제자의 신분을 떼어내고 말이다.
*
가방울 울려매고 그냥 나와버렸다. 요새, 내가 정신이 없어서 유안의 현재 생활에 대해 묻지 못했다. 뭐, 그래도 그 녀석 이래저래 잘 사는 듯 보였다. 아까 아파서 양호실에 온 듯 한데, 양호선생의 눈빛은 아파서 온게 아니라 하는 느낌이었다. 하여튼, 다 알고 있다는 듯한 그 눈빛, 진짜 마음에 안든다니까. 수업이라는거 오늘은 듣기 싫었다. 원래 잘 안 듣는 타입이었지만, 학교를 벗어난 적은 없었다. 옥상, 양호실을 번갈아 다녔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뒷통수가 조금 따갑다. 나, 누군가에게 원한 산 적 없는데 누군가 날 자꾸 쳐다보는 듯한 느낌.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 보니까 아무도 없었다. 아니, 내 시선에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시선을 살짝 내리니까 한 여자애가 서 있었다.
누군가 싶었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아이는 싱긋 웃으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평균 여자 키에 약간 마른 타입. 긴 생머리에 빨간색 머리띠를 끼고 있었다. 뽀얀 피부를 자랑하는 그녀의 두 뺨엔 붉게 홍조가 띠었다. 또한, 검은 눈동자에 커다란 눈 붉은 입술이 눈에 확 띈다. 그래, 그녀는 꽤 이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를 한번 쳐다봐주곤 다시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에, 그녀는 내 옷자락을 잡아버린다. 살짝 잡고는 날 위로 올려다 보는 그녀의 얼굴. 난 커다란 눈을 보고 뭔가 홀린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금세 정신을 차려 내 옷자락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살짝 빼어내며 말했다.
" 너, 나 알아? "
뭔가 실망한 듯한 눈빛. 그래, 난 관심이 없거나, 처음부터 관심을 가지지 말자라고 생각된 사람은 절대 기억하지 못했다. 난 그 두 가지 중 무언인지는 몰라도 내 머리속엔 그녀가 기억에 없다. 또 다시 발걸음을 옮겨 내 갈 길 걸어가려는데 그녀가 날 불러 세운다. 내 이름을 아는 듯한 그녀. 멈추어 서서는 몸을 돌려 그녀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를 한 번 더 쳐다봤다. 그제서야 기억하는 인물. 내가 기억을 하지 못한건 앞에서 말한 것 중 후자쪽이었다.
그리고 난 다시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관심을 가지지 말아야 할 인물이었으니까, 더 이상 신경쓰지말자는 생각으로 걸어가니, 작은 몸으로 쫓아오며 날 다시 잡는다. 아. 귀찮은 존재. 화를 내기엔 난 너무 착한 남자니까, 화는 내지 못하고 그저 또 다시 가려는 몸을 멈추어 서서는 그녀가 말을 꺼내기 전까지 그냥 멈추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더 이상 가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는지, 그녀는 붉은 입술을 살짝 열어 얘기한다.
" 기억해달라고 했잖아. 나, 한서희야. "
" 이름이 그거였냐? "
" 실망인데? 날 빨리 잊어버리다니. "
" 미안. 난 여자를 별로 안 좋아해서. "
" ........ 그 아이도 여자잖아. 유안이라는 애. "
" 미안하지만, 그 앤 내 소꿉친구거든. 그리고 남자같은 녀석이야. "
내 말이 끝나고 공백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고개를 숙여 있다, 갑자기 벌떡 들어올리더니 싱긋 웃으며 날 쳐다봤다. 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하는데, 벗어나질 못하겠다. 이 아이, 뭔가 이상하다. 이상한 마력으로 날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 하아. 혼자 있고 싶었는데, 이 아이 때문에 혼자 있을 시간도 없을 것 같다. 미치겠다. 난 손을 이마에 대며 고개 숙여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싱긋 웃던 아이가 내 쪽으로 다가오며 날 걱정하는 듯한 말투로 얘기한다.
" 괜찮아? 많이 아픈거야? "
" 야. 너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껀데. 난 집으로 가고 싶거든. "
" 나, 너 나가는거 보고 조퇴맞고 나온거야. 근데 지금 집에 돌아가면 엄마한테 혼나. "
" 그래서? "
" 같이 시간 좀 보내줬으면 해. "
" 그건 니 사정인데,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해줘야 하는데? "
" ................ 해주면 안돼? "
약하다. 불쌍한 듯 쳐다보는 그 눈빛. 그 눈빛을 하고 있는 여자를 쳐다보면 괜시리 약해지는 게, 나 민하루다. 싫다면서 밀치지 못하는게 이 여자의 마력. 난 지금 그 마력에 빠져들고 있다. 헤어나오려면 누나를 봐야한다. 누나의 얼굴을 봐야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볼 수 없다. 누나가 일하는 곳이 어딘지 모르니까. 난 그 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한심하다. 좀 더 냉정해질 수 있는 부분인데, 난 이러니까 안되는건가 싶기도 하다. 이런식으로 여자에게 홀린 적이 많다. 그러나, 내가 깨닭게 되었을 땐 이미 여자들은 내 곁에 떠난지 오래. 떠난 여자 길게 생각하지 않기가 내 신조이기에 크게 헤어졌다고 해서 시름시름 앓은 적이 없다.
오락실. 그녀와 함께 온 곳이다. 시간을 떼우러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 그녀가 오락실에 한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며 가보고 싶다고해서 온 것이다. 들어와 멀뚱히 서 있는 그녀. 정말 처음오는건가 싶다. 그녀는 끌고 와 앉은 곳은 비행기게임. 백원짜리 6개를 넣고 시작을 했다. 게임을 시작해도 멀뚱히 있길래, 내가 하는 것처럼 하라며 일러주니까, 움직이는 내 손을 틈틈히 봐가며 게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다그다다그다-' 내가 버튼 누르는 소리를 따라하는건지, 그녀의 손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가 거의 적응이 될 때쯤, 게임이 끝이났다. 게임이 끝나자, 재미있다는 듯이 싱긋 그녀의 얼굴이 예쁘다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게임. 내가 먼저 올라타, 백원짜리를 넣고 게임을 시작했다. 핸들을 돌려 이리저리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구경하는 그녀도 재미있는지 계속 싱글싱글 웃으며 게임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이런 아이 오락실에 물들면 계속 가자고 할텐데, 큰일이다. 내가 게임이 끝이 나자, 그녀는 나에게 가방을 맡기며 백원짜리를 넣고 시작한다. 뭔가 습득하는게 빠른 인물인지, 내가 하는 그대로 따라한다. 제법 잘한다. 나는 피식 웃으며 게임하는 그녀를 보고 있었다. '야야, 비켜', 혼자 얘기하며 게임에 열중하는 그녀. 좀 웃기기까지 한다. 뭐 이런 여자애가 다 있나 싶다. 그렇게 게임이 끝나자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려와 자신의 가방을 받아든다.
" 와. 진짜 재미있다. 또 재미있는 게임 있어? "
" 너 게임 진짜 처음 하는 거 맞냐? 장난 아니던데. "
" 정말? 너 따라 하니까, 뭔가 되는 것 같았어. 진짜 짱이였어. "
" 큭. 따라와봐. "
그녀를 끌고 온 곳은, 농구공 던져 골인 시키는 게임. 백원짜리를 넣고 시작했다. 농구공이 나오자, 난 하나를 집어 들어 골인 시켰다. 내가 세개 정도 넣은 후, 그녀에게 넘겼다. 그러자, 처음엔 잘 못 넣더니, 금새 익숙해져 하나 둘 잘 넣기 시작한다. 진짜 대단하다. 앗싸 하며 혼자 좋아하며 손을 번쩍 들더니, 나도 모르게 그녀의 행동에 따라했다. 그러자, 내 손바닥에 자신의 손바닥을 치며 싱긋 웃더니, 다시 농구공을 넣기 시작한다. 최고 기록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자 수준의 기록이라면 충분히 높았다.
그렇게 우리는 오락실에 있는 게임을 하나 둘씩 다 해보며 살짝 지치고 어두워지자, 오락실을 나와 근처에 있는 카페로 들어왔다. 자신과 놀아준 대가로 음료수를 사준다길래 온 것이다. 내가 의자에 앉아 있자, 딸기 스무디와 키위 스무디를 가지고 와 내 앞에 딸기 스무디를 내려놓았다. 어떻게 알았지. 나 딸기 좋아하는 거. 난 빨대로 이리저리 휘익 젓다가 한모금 빨아 마신 후 얘기했다.
" 어떻게 알았냐? 나 딸기 좋아하는 거. "
" 글쎄, 흠.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사람의 모든 걸 알고 있어야 된다는 거 당연한거 아닌가? "
" 당연하다라... "
당연하다라... 하지만, 난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누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안다는건 고작, 헤어진 연인이 있었다는거. 그 연인이 결혼을 해 누나 마음이 더 아파졌다는 거. 그거 외에는 누나가 뭘 좋아하는지, 누나가 무슨 취미가 있는지, 누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누나가 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 등등. 아무것도 모른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니까, 완전 우울해지는 느낌이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는 카페도 오지 못하고 오락실도 가지 못했는데, 이상한 아이와는 카페도 오고 오락실도 왔으니까. 정말 침울해진다.
쪼옥쪼옥. 우울한 기분에 빨대를 심히 빨아당기며 딸기 스무디를 마시자, 그녀는 싱긋 웃으며 날 바라보기만 했다. 그 시선에 난 그저 쳐다보기만 했다. 내가 시선을 피하지 않고 계속 자신을 보고 있자, 자신이 먼저 민망했는지 시선을 돌리며 헛기침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스무디를 마시며 멀뚱히 유리창 밖만 내다보았다. 이 시간에 은근히 커플들이 많았다. 왜 저 커플 사이에는 왜 누나와 내가 없는 것인지. 정말 싫다. 난 딸기 스무디를 다 마시고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놀란 눈을 하며 날 쳐다보는 그녀.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 왜, 갑자기 일어나? "
" 이 시간이면 우리 학교 마칠 시간 아니냐? "
" 저녁이라도 같이 먹고.. "
" 아니. 집에 가서 우리 엄마랑 먹을꺼니까. 넌 니네집 가서 먹어. 괜히 돈 쓰지말고. 그럼, 딸기 스무디 잘 마셨다. "
" 아니 그래도. 하루야! "
" 아차. 딸기 스무디 값. 그냥 내고 갈께. 4천원 맞지? 그럼. 잘 놀았다. "
" 하루.. 민하루! "
그녀가 불렀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누나가 보고 싶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 시간 7시 30분. 버스타고 이리저리 하다보면 8시 조금 넘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가는거야. 보고 싶으면 보는거야. 그게 민하루 방식이고, 그게 민하루인거야. 병신놈이라는 소리 좀 듣지 뭐. 누나가 질리지 않게만 하는거야. 난 그렇게 버스정류장까지 뛰어, 때 마침 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
하아. 피곤하다. 밀린 업무를 다 끝내고 오니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피곤하다. '삐빅' 차 문을 잠그고 안으로 올라가려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린다. 많이 들어 본 목소리. 그리고 내 마음을 뛰게 하는 목소리. 없던 기운도 솟게 하는 목소리. 난 뒤를 돌아 소리가 나는 곳으로 쳐다보며 걸었다. 그러자, 뛰어왔는지 숨을 헐떡이며, 무릎에 손을 얹고 몸을 숙여 헉헉거린다. 그리고 얼굴을 살짝 올려 싱긋 웃는 하루의 모습. 너. 왜 그렇게 뛰어왔냐?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 아이가 먼저 얘기한다.
" 하아.. 때 맞췄네. 휴우. 누나 얼굴 봤다. "
내 얼굴을 보기 위해 그렇게 뛰어온거야? 뭔가 모를 감정에 눈물이 나올 뻔 했다. 요새들어 자주 우는 습관이 되어있어 살짝만 해도 우는게 나였는데, 오늘도 울뻔 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의 머릿칼을 헝클어주었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머릿칼. 그는 기분이 좋은지, 더 해달라며 아우성이다. 결국, 손을 빼어내고 그의 이미에 땅콩을 먹여주었다. 그러자, 이마를 매만지며 씨익 웃는 하루. 그래, 니 웃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기운이 솟는다. 나는 핸드백을 어깨에 매고 하루에게 얘기한다.
" 가자, 이 누나가 맛있는거 사줄께. "
" 진짜? 음. 뭐 먹을까나. 이 시간에 맛있는거 파는 곳 있나? "
" 요 앞에 치킨집 있더라. 거기 가자. "
" 응! "
먼저 앞장서서 가는 하루.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귀엽다. 깡총깡총 뛰며 걸어가는 하루녀석. 저러다 넘어지지. 하며 생각할 땐, 꽈당. 넘어지는 하루다. 무릎을 문지르며 아픔을 호소하더니 또 웃어버린다. 넌 어째, 하루, 하루가 즐겁니? 너와 함께 있으면 슬픈 것도 잊고, 아픈 것도 잊어버리는 것 같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에게로 걸어가 손을 잡아주었다. 내 손을 잡고 일어나고는 손을 탁탁 털며, 내 손을 꽈악 잡아버린다. 순간 난 빼버렸다. 내가 당황을 하며 하루를 쳐다보자, 하루는 괜찮다며 싱긋 웃으며 걸어나갔다. 아직까진.. 모르겠다. 정말 이 아이가 사랑으로 다가오는건지, 아님 동생으로 다가오는건지, 난 자세히 모르겠다. 어쩌면.. 난.. 내 마음을 알아보려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두려워서.. 무서워서.. 말이다.
**치킨집.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들로 가득했다. 안 쪽으로 자리잡아 앉은 우리 둘은, 종업원이 오자 생맥주 500ml 하나와 콜라, 그리고 반반으로 양념반, 후라이드반을 시켰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큰소리로 우리가 주문한 메뉴 얘기를 한다. 먼저 치킨무가 나와 우릴 반겼다. 새콤한게, 이 것도 치킨에 빠질 수 없는 것. 한 10분이 지나서야 주문한 치킨과 생맥주, 콜라가 나왔다. 나는 생맥주를 시원하게 한입 한 뒤, '캬-' 하며 잔을 내려놓으니까, 닭다리를 뜯고 있던 하루가 날 쳐다보며 피식 웃어버린다. 뭐가 이상한가? 하고 계속 하루를 쳐다보니까, 하루는 손으로 내 입술을 닦아준다. 나는 흠칫 놀라면서 쳐다보자, 하루가 말한다.
" 거품 묻었어. 생맥주 맛있어? "
" 너 안 먹어봤어? "
" 그럴리가, 다 먹어봤지. 근데, 누나 앞에서 내숭떨래. 나 안 먹어봤어. "
" 풉. 그러는게 어딨냐? 먹었으면 먹은거지. "
" 몰라. 난 맥주 맛 몰라요~ 아. 치킨 맛있다. 누나도 얼른 먹어. "
" 그래, 너 긴장타라. 나 치킨귀신이다! "
내가 바로 달려들자, 질세라 하루도 달려든다. 큭. 우리 둘은 그렇게 치킨 한마리를 눈깜짝할새에 다 헤치워버렸다. 그렇게 치킨집을 나서고 가까운 공원까지 걸었다. 아무도 없는 곳이지만, 가로등이 켜져있어 어둡지는 않다. 가로등불빛 가까운 곳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가깝게 앉지는 않았지만, 서로 거리를 두며 나란히 앉았다. 그저 말없이 땅 바닥만 보며 발로 바닥을 탁탁 치고 있었다. 무슨 얘기라도 꺼낼까 했지만, 무슨 말을 꺼낼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내가 고민하던 사이, 하루가 먼저 말을 꺼내는 듯 했다. 저 아이. 쉴새없이 떠들다가도 조용해지면 뭔가 분위기 있어보인다. 아마, 하루를 잘 알면 뭔가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하루만의 매력일 것이다. 누구든, 하루와 함께 있으면 행복해진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는, 날 너무 행복하게 해주고 웃게 만들어주고, 하루는 그런 아이다. 아마. 첫날 만났을 때도, 남자친구와 헤어진 일을 얘기했다는 것은 그가 편했고, 그에게 모든 걸 얘기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그게 하루고, 내 얘길 아무렇지 해주고 싶은 사람도 하루이다.
#
흠. 제 소설을 읽어주신 90분과 댓글 달아주신 단미나리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일요일 저녁, 아니 밤이죠. 늦게왔네요. 오전에 비가 와서 좀 쌀쌀하네요.
이번 9화 내용은 현일군과 유안양의 사귀게 되는되요. 예쁜 사랑을 할 수 있게 잘 써야 될텐데,
참 고민이 많네요. 슬슬 하루와 지윤도 잘 되게 해야될텐데. 흠흠. 어쨌든 이번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늦게나마 왔지만 한편 쓰윽 올려두고 가요.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첫댓글 아!!!첫빠네요ㅋㅋ
처음에 읽었을때부터 푹~~~빠져서 유사성님 글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린답니다ㅋㅋㅋㅋ
이제 유안이 랑 현일 이의 달달모드가 이어지겠죠???ㅋㅋㅋㅋㅋ
★ 다른분의 소설을 기다리시다 제 소설을 클릭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에헤헤. 이제 유안이와 현일이의 달달모드 발동 할것입니다. 꼭 그렇게 되야지요. 하하하하. 제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와진짜재미써요!일편부터지금까지 달려온!!! ㅎㅎㅎㅎ
★ 정말 감사드립니다! 일편부터 쭈욱 달려오신 님. 제 마음이 참 뿌듯하네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부족한 제 글..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하하하하. 다음편도 재미있게 읽어주시구요,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현일선생님이랑 유안양 이제 사귀니깐 앞으로도 쭉 더 빠졌으면 좋겠어요...어느 장애물이 있어도..이겨내는 그런 커플 ^^
★ 예. 드디어 사귀게 되었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고민을 하다 문득 스쳐지나가는 그림으로 글을 쓰게 되었지요. 어떤 장애물 없이 쭈욱 가야할텐데. 흠. 그러기엔 밋밋할까봐, 장애물을 탁 넣어야 하는데 뭘 할지 심히고민중입니다. 차차 재미있게 생각해야지요. 에헤헤.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헝헝 드뎌 유안이랑울선생님이랑잘되었군요!! 아니첫날에만벌써키쑤를세번이다하다닛!@ 부끄부끄 ㅋㅋ 그래두 은근잘어울리는 시크한커플 ㅋㅋㅋ 아 ㅠㅠ 우리하루는아직도요로코롬지내고있다닝 ㅠㅠ 아니!!!저 한서희??잰또머야 ㅠㅠ 우리하루의마음을흔들어놓다니!!아니근데하루야 넘자주흔들리는거아니니?ㅋㅋㅋ 갈대같은사나이?! 막이러고 ㅋㅋ 암튼 진짜 하루빨리 우리 하루도 잘되야할터인데 ㅠㅠ 아오늘편두잼썻어요 ㅋㅋ 이제달달하게가셔야죠 ㅋㅋ 다음편도고고 ㅋㅋ
★ 아.. 심히 찔립니다. 제목처럼 달달하게 가야되는데, 왜 어째.. 씁쓸하게 가는건지. 콘티를 잘못 잡은걸까요오? 슬슬 달달모드 돌입 해야지요! 난 할 수 있습니다.아하하하. 키스.. 뭔가.. 키스를 짜릿하게 넣어싶었는데 그러코롬 넣게 되었지요. 괜찮나 모르겠네요. 네, 새로운 인물! 이 아이를 어떻게 굴릴까 고민 중이라죠? 하루를 그렇게 그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째, 그래 됐네요. 그럼.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부터는 달달한 내용 돌입 하겠어요!
하루얘기보다 유안이쪽이 더좋네요 ㅋㅋㅋㅋ
★ 다들 그렇게 얘기하시더라구요. 하루가.. 거의 조연쪽이라.. 제가 그렇게 잡아서.. 하하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