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위 신진서, 아래 신민준, 2012년 영재입단한 두 프로다. 오른쪽 첫 번째 오유진, 두 번째는 김신영, 2012년 여류입단자다. 저절로 눈물이 터져 나올 만큼 입단은 애달픈 과정이기도 하다. 맨 마지막 사진은 제1회 영재입단대회 전경이다. |
2012년을 마감하고 새해를 여는 연말연시를 맞아 사이버오로는 과거에서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한국바둑계에 영향을 미칠 5가지의 이슈를 선정하였습니다. 현재진행형의 이슈로서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주제도 있고, 설령 화제성은 떨어지더라도 바둑계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면 포함하였습니다. 사이버오로 내부의 시각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 외부필진에게 한가지씩 이슈를 맡겼으며, 이를 2012년 연말과 2013년 새해 첫주 동안 격일로 연속 보도합니다. 연말연시 기획특집기사는 사이버오로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로IN]
1. 1인자 이세돌의 의미 (조선일보 이홍렬 전문기자) 2. 바둑의 스포츠토토 진입, 계속인가 포기인가? (스포츠 경향 엄민용 기자) 3. 중국바둑은 한국바둑을 추월했는가? (스탠포드대 배태일 박사) 4. 중국갑조리그와 한국리그의 갈 길 (중앙일보 박치문 전문기자) 5. 중국 95후세대에 대비한 영재입단제도 이후 (명지대 바둑학과 김진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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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부터 구리, 쿵제를 앞세워 세계바둑계를 점령하기 시작한 중국에 대해 우리 바둑계는 중국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속에 대비책을 강구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2년 초반부터 바둑계에 불어 닥친 중국의 인해전술 앞에 한국바둑은 공포에 휩싸였고 위기감은 고조되었다. 세계대회 본선에 등장한 탄샤오(93), 장웨이지에(91), 스웨(91), 퉈지아시(91) 등 90후 세대라는 낯선 이름에 적응하기도 전에 판팅위(96), 미위팅(96), 양딩신(98) 등 95후세대를 맞이하고는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2010년 중국의 추격을 대비해 영재입단대회를 포함한 한국바둑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입단제도운영위원회를 조직하여 개선에 나서고,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던 여자상비군제도를 운영하는 등 체질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에 닥친 일이니 한국기원 입장에서는 더욱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입단제도를 개정하는데 깊숙이 관여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한국바둑의 미래를 위해 ‘한국과 중국의 입단 현황’과 ‘한국 프로제도 개정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한국바둑계가 개선해야할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우리 바둑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과 중국의 입단 현황
(1) 한국과 중국의 입단제도
한국의 입단제도는 1986년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국기원 연구생만을 대상으로 입단자를 선발한 이래 입단자수의 증가와 여자입단대회를 신설하는 것과 같이 바둑계의 성장 속도에 맞춰 질적 양적 팽창을 거듭해 왔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자 2010년 병목현상 해소,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입단제도를 개편하였다. 이에 비해 중국은 2000년 들어 한국을 따라잡아 바둑최강국이 되기 위해 입단인원의 정례화를 비롯하여 체계적인 제도를 확립하고, 시대변화에 따라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 탄력적으로 제도를 개선하여 2012년 새 제도를 완성하였다.

▲ 표 1. 1986년 이후 한국 입단제도 변천사

▲ 표2. 2000년 이후 중국 입단제도 변천사
이 중 주목할 것은 한국과 중국 모두 영재입단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임을 파악하고 제도를 개편한 것이다. 중국은 2007년부터 15세 이하에서 4명을 우선 선발하는 제도를 도입하여 오늘에 이르렀고, 이로 인해 중국바둑의 차세대로서 자리매김하는 결과를 얻었다. 한국은 중국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2012년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신진서, 신민준이라는 동량을 얻을 수 있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이 있는데 한∘중 15세 이하의 영재 입단자수(괄호 안=여자)가 8(3) : 82(4)로 중국이 월등하게 많다는 것이다. 중국이 제도적으로 영재발굴 제도를 확립한데 비해 한국은 이제 걸음마 수준임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 표 3. 최근 5년간 한·중 입단자 연령 분포 (괄호 안 = 여자기사 수)
(2) 한∘중 95후세대 비교분석
[표 3]에서 나타난 대로 95후세대의 한∘중 입단자수는 10(3) : 66(7)으로 중국이 양적인 면에서 크게 앞서있을 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우수하다고 판단한다. 세계기전 본선이상의 성적을 낸 기사가 한국은 나현과 변상일 두 명에 불과한데 비해 중국은 미위팅을 비롯하여 10명이나 된다. 이것은 15세 이하 입단자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한명도 없는 한국에 비해 동일 기간 동안 중국은 38(1)명을 배출한 데 기인한다.
배태일, 김민희 등의 연구에서 규명하였듯이 15세 이전에 입단자가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것이다. 그나마 2010년 이후 입단자를 비교하면 대등한 성적을 유지한다는 데서 위안을 삼을 뿐이다. 나현과 변상일 외에도 이동훈(한국랭킹 23위)이 한국바둑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최정이 여류명인전 우승 등 본선 5회의 성적으로 활약하였다. 입단한 지 6개월이라 이렇다 할 성적이 없지만 신민서, 신민준, 오유진 역시 눈여겨 볼만한 인재임에 틀림없다.

(3) 입단 이후 관리체계
입단 이후 관리 체계에 있어서는 우리가 중국에 비해 현격히 미흡한 실정이다. 중국의 경우 국가소년대를 두어 15세이하(U15)와 13세이하(U13)의 두 개조로 나눠 구성한 후, 리그전 운영, 국가청년대와의 통합 학습, 엄격한 관리를 통해 입단후의 기력연마를 체계적으로 시키는 반면 한국은 입단 후 관리체계가 거의 없어 개인이 도장이나 사적인 연구회를 통해 연마하는 방식이 전부다.
위기의식을 느낀 한국기원이 2012년 바둑국가대표팀(감독, 김승준)을 운영하면서 나현, 이동훈, 변상일, 최정 등의 유망주를 포함하여 훈련을 하였고, 올해부터는 보대 체계적으로 95후 세대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에 들어가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종합하면 경쟁력 위주의 입단제도를 운영하고, 영재발굴에 힘쓴 중국이 우수인재를 선발하고 양성하는 제도확립에 성공하여 한국보다 한발 앞선 양상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입단제도 개정의 문제점
중국에 맞설만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국의 입단제도가 개정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
(1) 입단제도 개정의 경직성
한국의 경우 입단제도를 개정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입단제도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나면 프로기사와 그외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소위 입단제도운영위원회를 소집한다. 수차례 회의를 거쳐 초안을 작성한다. 초안은 공청회를 거쳐 소수자의 의견까지도 반영하여 수정한다. 그리고 기사회의 표결을 통과한 후 한국기원 상임이사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초기 개정의 필요성이 퇴색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족쇄가 되는 경우다. 어느 하나 손해 보는 쪽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너무 깊다.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 바둑계 전체적으로 볼 때 득이 될지라도 한쪽이라도 불공평하면 개정이 안 된다. 개혁은 고사하고 개정도 쉽지 않다. 중국이 중국기원 집행부의 결정에 따라 신속하게 개정하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형식에 얽매여 시기를 놓치지 않나 생각한다.
(2) 입단자 증원의 부담감
현재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수는 270명이다. 현재 기전규모 120억원을 고려하면 인원초과 상태이다. 매년 10여명의 인원이 증가하는데 반해 감소하는 인원은 거의 없다. 쉽게 말해 입구는 있는데 출구가 없는 형국이다. 한국기원 프로기사 수가 증가함에 따라 복지수당(단수당이 바뀜)의 문제, 예선대국료의 문제 등이 현실화 된지 여러 해다. 당연히 입단자 수를 늘리는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 삼십대 젊은 기사일수록 증원에 대해 예민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단했으나 미래가 밝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3) 보이지 않는 힘
한국기원에서 입단대회를 개최한 이래 입단자 수가 감소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한시적으로 시행한 경우라도 없어진 경우가 없다. 혹자는 한국바둑이 지속적으로 성장하였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얘기한다. 과연 그럴까? 여기에는 최소한 두 개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그 하나는 바둑도장이다. 90년대 바둑 붐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생긴 바둑도장은 입단자 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입단 인원이 감소하는 것은 곧 바둑도장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온갖 수단을 다해 정원 감축을 막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연구생 인원 또한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 계속 확대되는 실정이다. 경쟁력 강화 등 시대흐름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안준다.
입단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을 둔 학부모의 마음도 매한가지다. 자녀가 다니는 동안 축소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안타깝지만 기득권을 포기하기 싫은 일부 영향력 있는 프로기사의 입김이다. 도제식 교육을 받은 기사들의 분위기에서는 영향력 있는 선배 기사의 목소리에 대항하여 바른 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이러니 기득권을 포기할리 만무다. 한국바둑의 미래보다는 개인의 이익이 앞서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 이다혜 4단이 군부대에서 바둑을 강의하고 있다. 교육과 보급분야는 바둑에서 아직 상당부분이 미개척지이기도 하다. ○●개선 방안
결론이다. 앞서 말한 것을 정리하면 누구나 경쟁력 있는 입단제도 개정은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바둑계가 특히 한국기원이 개선해야 할 방향을 제안한다. 한국기원을 비롯하여 관계자에게는 유감이지만 도리가 없다. 애기가의 충심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1) 의식을 바꿔라.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라는 말이 있다. 또 있다. 프로기사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것 같다. 어떤 종목이나 프로선수가 되면 은퇴 후에도 프로로 대우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프로기사도 영원한 프로기사임에 틀림없다. 반면 경기력 저하로 인해 프로의 본질인 상금획득이 어려운 경우라면 대부분의 경우 은퇴를 한다. 자연스럽게 직업인으로서의 프로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기사는 영원한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한국바둑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번 프로기사는 영원한 프로기사’이다. 자격으로서의 프로기사와 직업으로서의 프로기사를 혼동하는 것 같다. 대국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프로기사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대국료가 아까워서 프로기사를 포기 못하는 것도 아니다. 신분에 대한 불안감이 앞서있다. 한국기원 은퇴기사는 아마추어 신분이 된다. 구성원으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다행이도 최근 들어 은퇴기사를 바둑계에서 중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2) 출구 전략을 세워라
아무리 바둑계가 발전한다 해도 은퇴하는 기사가 없이 입단자만 받는다면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가 없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집단은 쇠퇴하기 쉽다. 의식변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상금으로 생활하는 프로는 어느 종목이나 소수에 불과하다. 대국 말고도 주변에 프로기사를 필요로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바둑교육, 감독 및 코치, 해설, 심판, 심사위원, 행정가 언뜻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렇게 다양하다.
누가 할 일인가? 관련 업무에 대한 보수교육을 받는다면 아마도 바둑계에서 프로기사만큼 이런 일을 잘해낼 구성원이 또 있겠는가? 왜 이런 일을 하는 것을 대국에 비해 하등하다 생각하는가? 바둑계를 위해서도 프로기사가 나서야 할 분야다.
다시 한 번 상기하길 바란다. 프로기사로서의 본분이 대국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신분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권리를 포기하라는 말도 아니다. 대국료를 포기하는 대신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한국기원은 계몽하라. 제2의 직업을 위한 재교육에 투자하라. 법적 제도를 구축하고 보완하여 프로기사의 출구를 만드는데 전력을 다하길 바란다.
(3) 걸림돌을 제거하라
입단 인원과 관련하여 두 가지 걸림돌을 과감하게 제거하기 바란다.
첫째, 프로기사의 기득권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바로 복지수당과 예선대국료이다. 단수당을 변경하여 프로기사의 복지향상을 위해 만든 제도가 복지수당이다. 40세부터 80세까지 받는 이 제도는 국민연금에 비해 손색없는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연금을 수령하는 60세의 경우 평균 65만원을 시작으로 65세에 평균 70만원, 70세에 평균 75만원 정도를 받는다.
연금액으로는 상당하다. 이렇게 좋은 제도를 걸림돌이라니 믿기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재원마련에 있다. 단수당을 초기 재원으로 확보했지만 매년 동결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2009년의 재원이 증액 없이 매년 수입원이 되는 것이다. 물론 기전 규모에 따라 상금액의 5%를 추가 적립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둘을 합해도 늘어나는 수혜인원을 따라잡기 힘든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과감하게 복지수당을 개선할 것을 권한다.
예선대국료의 문제도 짚고 넘어가겠다. 상금제가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안타깝지만 후원사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프로기사 전원에게 대국료를 지불할 만큼 매년 기전 규모를 늘릴 수 없는 실정이다. 예선대국료를 지불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기전규모에서 차지하는 예선대국료가 약 8%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 이 금액을 모아 프로기사의 복리후생과 직업교육 등에 사용하기 바란다. 개개인에게는 푼돈일 수 있으나 모으면 엄청난 활동 기반이 될 수 있다. 소탐대실하지 말고 사소취대하길 바란다. ‘한집 지나 만방 지나 한가지다.’, ‘맞아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말이 있다. 현재 바둑계 상황이 굶어 죽을 판이다.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둘째, 바둑교육계의 목소리에 끌려가지 말아야 한다. 입단제도를 가변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수요자의 요구를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일이라면 학생과 학부모를 방패삼아 서슴없이 달려드는 경우를 한두 번 목격한 것이 아니다.
수요자의 권리를 존중하되 터무니없는 요구에 굴하지 말라는 얘기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제도를 개선하면 전체의 이익은 커지는 반면 불이익을 당하는 쪽이 생기게 마련이다. 다른 방법으로 손해를 보전해줄 것을 강구해야지 인정에 얽매고 억지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한국기원 업무처리 중에 없지 않아 있는 일이다.
(4) 전문가를 활용하라
프로기사는 문제해결력에 있어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 권준수 박사의 연구결과로 입증된 얘기다. 하나를 배우면 열 가지를 알 정도로 능력이 탁월한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는데 한번 들으면 바로 해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그 능력이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전문가를 불러 놓고도 의사결정에 있어 자신들의 견해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한번 가진 생각을 바꾸기가 전문가 못지않게 어렵다. 부탁드린다. 다소 못마땅하더라도 끝까지 전문가를 신뢰하고 활용하라. 자신의 판단을 강요하지 말고 전문가가 최선의 결과를 생산하도록 협조하라. 최종안에 대한 선택은 프로기사와 한국기원의 몫이다. 그 때까지 최대한 전문가를 활용하기 바란다.
(5) 한 목소리를 내라
결정된 사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기 바란다. 공론화하여 열띤 토론과 설득을 통해 결정된 사안에 대해 자신과 생각이 맞지 않는다고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정안이 신념에 반할 수도 있다. 정말로 잘못된 결정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결정되기 전에 구성원을 설득하라.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았다는 것은 내가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일 수도 있고, 구성원의 의견을 올바로 파악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
결정이 되고 나면 외부에는 한목소리를 내라. 바깥세상은 통일된 일에도 훼방을 놓기 일쑤다. 하물며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잡음은 거절하는 좋은 핑계거리이다. 자신의 주장을 남에게 인정받는 길 중의 하나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임을 명심하라.
○● 마치며
중국바둑에 대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입단제도 개정을 빌어 한국바둑계의 구조와 입단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해봤다. 말만 많았지 변죽만 울린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우리나라에서 바둑만큼 매니아가 많은 종목이 또 있을까? 애기가 모두 한국바둑이 영원히 번성하길 바라는 마음 한결같을 것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위한 대책을 내놓을 전문가는 넘쳐난다. 바둑계의 현안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이 글을 통해 한국바둑계에 특히 한국기원과 프로기사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송구하고 난망하기 그지없다. 넓은 아량으로 받아주기 바란다.
[글 | 명지대 바둑학과 김진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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